월정사를 지나 발길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 남대 지장암이다.
다리를 건너 숲길에 들어서 200미터 남짓 걷게 되는 짧은 거리지만
아주 잠깐 삼림욕의 즐거움도 느껴볼 수 있는 호젓한 숲길 끝에 자리한 지장암.
지장암은 지장보살을 주불로 하는 암자다. 원래는 지금의 자리가 아닌 뒷산 기린산 중턱에 자리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구한말 현재의 위치로 옮겼고 비구니들이 수도하는 절집으로
정갈하고 조용하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지장전을 지나 뒤쪽 산길을 기웃거려 본다.
이곳은 비구니들의 산책로, 숲길 곁에는 ‘총명수’로 이름붙인 우물이 있다.
총명이라는 말에 혹해 정말 총명해질까 싶어 몇 모금 마셔보지만 글쎄 효과는 두고 볼 일이다.
발길을 돌리는데 어느 비구니 스님이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니 작은 꾸러미 하나를 내민다.
떡 몇 조각과 과일 몇 개 넣었으니 가면서 먹으란다.
암자를 나오는 내 마음도 가을의 풍성함만큼이나 내 마음도 풍요로와져 있었다.
동쪽의 암자 동대 관음암
동대인 관음암은 남대 지장암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지장암에서 나오면 바로 상원사를 향하는 큰 길이다.
큰 길을 몇 걸음 걷지않아 동대 관음암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가 있으니 찾아헤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부터가 문제다. 산 위 암자까지 가파른 2km정도의 고갯길을 각오해야 한다.
헉헉대며 가파른 길을 오르다 되돌아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쯤이면 암자가 눈에 들어온다.
동대 관음암의 내력을 살펴보자.
전설에 따르면 신라의 보천태자가 임종 직전에 ‘동대에는 관음방을 두어 일만 관음상을 그려 봉안하며
금강명경, 인왕반야경, 천수주를 독송하고, 관음예참을 행하게 하라. 그리고 원통사라 하라고 일렀다고 한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동대 관음암이란다.
관음암이 자리한 뒷산은 만월산으로 월정사의 월(月)이 이 산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하니
동대 뒤 만월산은 이름처럼 달뜨는 모습이 천하제일일지도 모른다.
달이 크게 뜨는 보름날 밤 다시 와 내 눈으로 확인해봐야겠다.
관음전 빼꼼히 열린 문틈 사이로 주불 관세음보살의 모습이 보인다.
여타 관음상을 보면 화려한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동대의 관음은 소박하기만 한 느낌이다.
나옹스님과 인연이 깃든 곳. 북대 미륵암
상원사에서 두로령을 넘는 탐방로를 걸어 5km를 걸어 오르면 북대 미륵암을 만날 수 있다.
북대 미륵암을 상두암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멀리서 바라보면
코끼리의 머리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서 길을 오르는 내내 살펴보아도
코끼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름을 지은 옛사람들은 그 모습을 어찌 보았을까?
오대산에는 칡이 거의 자라지 않는데 북대와 오대산의 칡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진다.
옛날 언젠가 유명한 나옹스님이 이 북대에 머물렀을즈음
북대의 16나한상을 산 아래 상원사로 옮기기로 하였는데 모두가 나서기를 꺼리자 나옹이 혼자 옮기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고 한다.
옮기기로 한 날의 저녁 때가 되어 나옹은 나한전으로 들어가
“이 화상이 업어서 옮겨 주기를 기다리는가" 라고 하자 나한상들이 스스로 일어나 상원사로 날아갔다.
그러나 상원사로 간 나한 둘이 보이지 않아 찾아보니 칡덩굴에 걸려 못 오고 있어
나옹이 법력으로 칡을 쫓아내 오대산에서 칡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하는 이야기이다.
서대 염불암(수정암)
서쪽의 암자인 서대 염불암은 수정암이라고도 불린다.
이 암자는 상원사 위쪽의 적멸보궁과 중대사자암 바로 곁 산줄기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비정규탐방로로 탐방객의 출입이 불가하지만, 오대 암자 중 하나이기에 소개를 해드립니다.
이 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강의 발원지로 여겨졌던 샘 우통수가 있는데 속리산 삼파수, 충주 달천과 함께 조선 3대 명수라고 하고
빛깔과 맛이 특이하며 무게도 보통 물보다 무겁다고 하는데 문외한인 내 눈에는 그 물이 그 물이다.
우통수 바로 왼쪽이 서대 염불암이다.
서대는 암자라기보다는 허름해보이는 너와집에 장작으로 담을 쌓고 굴뚝 또한 나무로 만든
그저 평범하고 간소한 건물일 따름이다.
서대 염불암은 수정암이라고도 불렸는데 월정사의 정이 수정암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여기도 전설이 있는데 전설동대 관음암을 있게 한 신라의 보천과 효명태자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우통수의 물을 길어 부처를 공양했다고 전설을 품은 서대 염불암.
여기는 주불이 무량수불이고 불교신자들 사이에서는 일만의 대세지보살이 있다고 믿어지는 곳이다.
서대 염불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해우소이다. 해우소 한켠에는 재와 바가지가 있다.
이것은 볼일을 본 후 위에 재를 덮어 뒤처리를 하는 것이다.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오물 또한 보이지 않는다.
중대 사자암
상원사에서부터 시작하는 오르막길, 오르막길이 끝이 아니다.
오르막길에 다리가 풀릴 즈음 떡하고 앞을 가로막는 용처럼 구불대며 단위로 이어지는 수많은 계단들.
아무 생각없이 그저 올라야 오를 수 있는 길이 중대사자암에 이르는 길이고
부처의 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에 이르는 길이다.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보면 층층이 지어진 건물이 보이고
맨 위층에 바로 비로자나불을 모신 비로전이 자리한다.
여기서 좀 더 가면 적멸보궁이고 한참을 더 오르면
오대산의 최고봉 비로봉인데 바로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 보면 되겠다.
비로전 외벽에는 벽화가 많이 그려져 있는데, 오대산의 오대 암자에 대해 그려 놓은 것으로
오대암자와 모시고 있는 부처와 보살을 한눈에 볼 수 있게끔 해놓았다.
또 상원사의 유명한 일화 한암스님의 이야기로,
한국전쟁 때 군인들이 절집을 불태우려 했으나 태우려면 자신과 함께 태우라는 한암의 꼿꼿한 모습에
차마 불을 지르지 못하고 문짝만 불태워 상원사를 지켰다는 이야기도 그림으로 그려져 있으니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이렇게 오대암자를 모두 둘러보았다.
이 다섯 곳을 둘러본 걸로 오대산을 다 둘러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오대산의 유래가 바로 오대암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 주소 및 주차정보
-남대 지장암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413-28
*월정사주차장에서 도보로 약 1km(15분 내외)
-동대 관음암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432-91
*월정사주차장에서 도보로 약 2km(30분 내외)
*상원사주차장에서 도보로 약 5km(80분 내외)
-서대 염불암 : 비정규탐방로로 출입금지 구간입니다.
-중대 사자암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상원사주차장에서 도보로 약 1.5km(25분 내외)
-시내버스 : 진부터미널에서 월정사, 상원사 방향 버스 이용(문의: 평창운수 033-335-6963)
*버스시간 : 07:40, 08:30, 09:40, 10:50, 11:50, 12:50, 13:50, 14:20, 15:30, 16:40, 19:20
-택시 이용 시 진부터미널 근처 택시 승강장에서 월정사까지 약 13km(20분), 상원사까지 약 21km(35분)정도 소요(네이버 참조)
-주차가능(월정사 주차장, 상원사 주차장 이용)
기타 자세한 사항은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033-332-6417)로 연락주시면 친절히 안내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