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남자 핸드볼 경기 숨겨진 이야기들
제 13회 아시아 남자 핸드볼 경기가 장엄한 페르시아 역사 문화가 살아 숨쉬는 이란에서 지난 2월 16일부터 2월 26일 까지 여흘 동안 숨 막히는 열전이 벌어졌다. 그것도 이슬람 문화 수도로 지정된 이란의 최고 유적 도시 에스파한에서 열렸다. 이란 내 유네스코 등록 문화재로 첫 번째로 등록 된 이맘 광장이 있는 바로 옆 피루지 경기장에서 열렸다. 그 마지막 주인공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 남자 핸드볼 팀에게 돌아갔다.
필자가 오늘 이렇게 남자 핸드볼 전 경기를 관전하면서 뉴스에 잡히지 않았던 감동적이고 뒷맛이 씁쓸한 숨은 이야기들이 있어 그걸 소개 하려고 한다.
대한 핸드볼 협회 김진수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우리 대표팀 18명이 약 보름간에 걸친 숙식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 경기가 열리는 에스파한에 대해 정보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약 500여 떨어져 있는 곳으로 한국 식당이나 한국 음식을 조달하기가 전무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의 체력 유지를 위해 코치 감독이 직접 챙겨 약 5kg에 가까운 고추장을 직접 가져오고 선수 개개인들도 자기 입맛을 지키기 위해 김을 가져오는 등 한국적인 식생활 유지에 무척 신경을 많이 썼다.
주 이란 한국 대사관에서는 핸드볼 선수 도착 한 2-3일 전에 연락을 받고 어떻게 이들을 뒷바라지해야 할지를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 워낙 거리가 멀고 예선전만도 4번에 걸쳐 치러졌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2월 19일(월 )2번 째 예선전이 일본과 벌어졌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꼭 이겨야 되겠다는 한국 특유의 정신력이 작용하면서 김영목 대사님을 비롯한 대사관 응원팀이 동원되어 미니버스를 대절해 현지에 도착했다.
경기가 밤 10시에 열렸다. 관전 후 밤새 다시 차를 타고 돌아오는 강행군을 했다. 한일전이 열리는 경기장은 한마디로 무척 설렁했다. 선수단도 이 먼 도시까지 누가 응원을 하려 오겠는가하는 기대감을 접고 그라운드에 나왔다. 그러나 약 열댓 명 되는 한국 응원단의 힘찬 응원 소리에 고무되어 순식간에 몸놀림이 달리지고 사기가 충천하는 듯 펄펄 날기 시작했다. 일본 응원단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목이 터져라 외치는 응원 그리고 대형 태극기의 물결에 고무된 우리 선수들은 영원한 맞수 일본을 보라는 듯이 앞서 나갔다. 결국 8점차인 33:25로 승리를 거두면서 김영목 대사님의 영감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선수 단장을 만나 주부식 상태를 물어보는 등 선수들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바로 그 실천이 시작되었다. 바로 대사관 전용 한국 요리사가 선수들이 모든 경기를 치루는 동안 내내 싱싱한 김치와 찰기 있는 한국 쌀밥을 제공해 선수들이 입맛을 잃지 않도록 특별히 배려했다. 또 이틀에 한 번 꼴로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제공해 선수들의 체력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계속되는 경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들의 체력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의 체력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예선 4게임, 준결승, 결승까지 총 6게임을 퍼퍽트하게 승리를 거두었다. 총 6게임 동안 총 득점 191점 실점 150 점으로 그야말로 남자 핸드볼의 진수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특히 예선전 3번 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우리 팀이 앞서나가자 우리 선수들이 공격하는 코트에 일부러 물을 뿌려 미끄럽게 해 선수들을 넘어지게 하려는 불손한 행동을 하는가 하면 우리 2번 정의경 선수가 공격할 때 의도적으로 팔꿈치로 얼굴을 과격 하는 등 비신사적인 행동이 몰래몰래 자행 되었다. 예선전에 투입된 심판들도 다분히 중동 쪽에 유리하도록 편파 판정을 하는 등 작년 일본에서 열렸던 남자 핸드볼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김치의 위력 앞에 사우디도 꼼짝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경기 중 최대의 고비는 준결승전에서 홈팀 이란과의 경기였다. 경기장을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메운 홈팀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으로 전반 한 때 리드를 당하는 등 힘겨운 경기를 벌였다. 그러나 후반 들어 김치, 된장, 고추장의 숨은 힘이 나오면서 홈팀 이란을 보라는 듯이 앞서나갔다. 후반 10분 경 10점 차로 앞서 나가면서 이란 응원팀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 버렸다. 후반 20분 경 패색이 짙어지자 많은 관중들이 일찍 자리를 떴다.
마지막 최종 결승전은 상대 선수 누가 나오는가보다 어느 나라 심판이 휘슬을 잡느냐가 더 중요한 경기였다. '이고르 체르네가, 빅토르 폴라덴코' 국제핸드볼연맹(IHF)이 배정한 러시아 출신의 두 심판이 결승전을 맡았다. 그리고'여섯 경기 모두 이긴 한국의 우승'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스포츠의 아름다움에는 공평하고 올바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려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웠다.
모험을 걸지 않고 새로운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듯이 승부사 김태훈 감독은 결승전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어린 선수들을 맨 앞에 내세웠다. 여섯 골 차 완승이라는 결과가 말해주듯 이 판단은 특효약이었다.
아무리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뛴 쿠웨이트 선수들이었지만 실질적인 승부는 변화무쌍한 작전을 구사한 김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 때문에 단 한차례 리드도 잡지 못하고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통쾌한 승리였다.
특히 결승전에서 거미 손, 거미 발 신들린 몸놀림으로 정평인 난 16번 강일구 선수는 21실점에 선방 20개, 방어율 48.8%에 이르는 놀라운 기록을 다시 썼다. 쿠웨이트의 키다리 센터백 파이살 알무타이리가 분전했지만 각도를 잘 잡고 몸을 아끼지 않는 강일구 앞에서는 작게 느껴질 정도였다.
또 하나 결승전에서 약 500여명에 가까운 이란 응원단들이 일방적으로 한국을 응원하는 바람에 선수들의 사기는 더 충천되었다. 얼핏 같은 중동 팀을 응원 할 것 같지만 대장금의 위력을 익히 알고 있는 이란인들은 한마디로 완전히 한국 팬들이었다. 결승 전에서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 한 때 4점차 까지 추격당하는 고비가 있었지만 주장 18번 백원철 선수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신들인 듯한 16번 강일구 선수의 선방으로 결국 27:21 6점 차로 대승을 거두었다.
가깝게는 지난 해 9월 열린 올림픽 예선전 패배와 2006 도하아시안게임의 터무니없는 판정들이 떠오르지만 아시아핸드볼연맹(AHF) 회장국 쿠웨이트는 1977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 최근 세 번의 우승 경력(2002년 10회, 2004년 11회, 2006년 12회)을 자랑해 왔지만 이번만은 꼼짝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힘을 발한 우리 선수들 체력 뒤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제공된 김치의 숨은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외교 통상업무를 철저히 챙기시면서 거의 전 경기를 참관하신 김영목 대사님이 로얄 박스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 하시는 모습은 나이 어린 우리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 너무나 큰 힘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13회) 우리 선수들이 당당하게 치켜든 우승트로피에 담긴 뜻은 더욱 남다르다고 할 것이다.
모쪼록 이를 계기로 '한데 볼' 또는 '한 때 볼'이라는 별명을 훌훌 털어버리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빛 찬란한 금메달을 건 당당한 한국 남자 핸드볼 선수들을 떠올려본다.
에스파한 경기장으로 가는 응원단 차량 앞에 태극기를
이란과 준결승전에서
관람석을 가득 메운 이란 응원단
경기를 끝내고 숙소로 가는 우리 선수단
경기장에 근엄한 호메이니와 하메네이 종교 최고 지도자
3-4전에서 사우디에 패한 홈팀 이란 관중들이 내던진 이란 국기
사우디는 3위에 만족한듯 서로 부등켜앉고 승리를 즐기고 있다.
쿠웨이트와 결승전에서 공격하는 우리 팀 2번 정의경 선수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우리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들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승리 후 태극기를 앞세운 우리 선수들
승리의 기쁨 또다른 모습
우승 후 한국 요리사, 거미손 강일구 선수와 함께
우승 축하 레셥센에서 인사하는 강일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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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주페르시아 님 블로그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843923)
첫댓글 귀한 글, 귀한 사진 감사드립니다.
우와~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줄이야. 너무 감사드립니다. ^^
제가 정말 이처럼 멋지고 강하신 분들을 알게된게..... 너무나도 감사할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