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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문화이민자들]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 그가 만드는 제주와 재즈의 합주곡 '황홀'
[인터뷰] 제주이민자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제주의 깊은 매력 알리는 곡 만들고파” 한형진 기자 <제주의 소리> 2015년 05월 04일
▲ 제주가 너무 좋아 40년 넘게 제주를 오가면서 결국 삶의 터전을 옮긴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씨가 새앨범 <All That Jeju>를 발표했다. ⓒ제주의소리
음악은 사람의 깊은 내면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예술 장르다. 원초적인 사람의 목소리부터 다양한 악기의 선율은 시대와 연령, 성별을 초월해 개개인에게 큰 의미를 선사한다.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재즈(Jazz)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는 음악 장르다. 그렇지만 사람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무장해제' 시키는 재즈만의 리듬은, 재즈를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악으로 만든 무기다.
우리나라의 재즈역사에서 ‘숨겨진 보석’으로 평가받는 아티스트가 있다. 제주를 너무나 사랑해 40년 넘게 제주를 바라보며 구애한 끝에 몇 년 전부터는 보금자리를 아예 이곳으로 옮겼다. 순수한 재즈의 영혼이 남쪽 섬 제주를 만나 소중한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제주에 대한 애정을 꾹꾹 눌러 담아 앨범 제목도 <All That Jeju>다.
40년간 제주를 사랑해온 재즈뮤지션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56)씨가 지난 4월 새 앨범 <All That Jeju>를 발표했다. 2011년 4월 발표한 앨범 <Inflection Point>를 세상에 내놓은 지 딱 4년만이다. ‘임인건이 누구지?’ 라는 질문은 어색하지 않다. 국내에서 재즈 장르의 인지도는 대중가요에 비교하면 비주류에 속하는데다 그나마 알려진 재즈 뮤지션은 웅산, 나윤건 등 보컬리스트 중심이라, 연주자 겸 작곡가인 임인건은 대중성이 낮은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재즈를 아는 사람이라면 임인건에 대해 후한 평가를 아끼지 않는다. 1990년대 후반 국내 재즈를 대표했던 그룹 ‘야타(Yata)’의 리더이자 대한민국 재즈 2세대 뮤지션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창작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그에게 전문가들은 ‘국내 재즈의 숨겨진 보석’이란 찬사를 보낸다. 포털사이트 네이버(Naver)에서 재즈만화를 연재하며 알려진 남무성 재즈평론가는 임인건을 “한국재즈의 1세대 뮤지션들과 가장 많은 협연을 해 온 대표적인 2세대 피아니스트”라고 평한 바 있다. 새 앨범 발표를 맞아 지난 1일 제주시내 어느 카페에서 임 씨를 만났다. 갈색 안경과 딱 맞는 모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씨가 새앨범 <All That Jeju>를 발표했다. ⓒ제주의소리
‘은둔고수’ 느낌이 강한 임 씨가 제주에 빠진 것은 40년이란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용산에서 목포를 잇는 기차표가 1000원 남짓이었던 10대 시절부터 그는 제주에 왔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음악하는 사람’의 길은 험난한데 1970~80년대는 더했으면 더했지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임 씨는 “그때 여러 고생도 많이 했지만 모험삼아서 기차를 타고 제주에 오곤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맑은 하늘에 제주의 풍경을 보면서 자연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기억했다. 그렇게 시작된 제주와의 인연은 끈끈하게 이어졌다. 20대 말부터는 쉬는 날마다 제주도를 항상 찾았다고 한다. 그렇게 무려 40년 동안 제주의 손을 놓지 않으면서 결국 제주의 품에 안겼다.
"제주가 나를 찾아와 만든 앨범" 임 씨는 2013년 6월부터 제주에 정착했다. 창작과 피아노 레슨 등 화려하고 눈에 띄는 활동은 없이 조용하지만 깊게 다가가고 있다. 스스로도 “제주를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를 아는 사람은 ‘소박하고 꾸밈없는 음악을 추구하는 사람’, ‘음악밖에 모르는 순수한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제주에 접근하는 방식도 말이나 행동을 앞세우기 보다는,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열어 서서히 다가간다. 그래서 ‘제주의 모든 것’(All That Jeju)라는 자신감 넘치는 제목은 다소 의외일 수 있다.
▲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씨가 올해 4월 발표한 앨범 <All That Jeju> 사진출처=미러볼뮤직. ⓒ제주의소리
제주도에서 보내온 선물, [올댓제주] 떠올리면 왠지 코끝이 찡해지며 설레는 마음과 함께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우리의 제주도. 그 곳에는 하늘과 바다, 흔들리는 억새와 두고 온 내가 있다. 그 중에서도 제주도 서쪽, 애월의 낙조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더 깊고 넓게 마음속에 비어있는 그 무엇을 채워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래를 들으시려면 상단 중앙의 배경음악은 잠시 꺼주세요. 장필순이 부른 '애월낙조'
첫 번째 선공개 곡은 그런 애월의 낙조를 소재로 하여 제주도에 살고 있는 음악가 ‘임인건'(재즈 피아니스트), ‘최성원'(들국화의 베이시스트), ‘장필순'(한국 포크계의 대모), ‘조동익'(베이시스트 겸 편곡자)이 [애월낙조] 라는 곡을 발표 했다. 음악적인 장르가 전혀 다른 네 사람이 함께 [애월낙조] 를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모두 애월의 노을이 주는 장엄함과 위대함에 매료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재즈 피아니스트 ‘임인건’ 은 제주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뮤지션이다. 첫 번째 선공개 곡 “애월낙조” 이후 ‘정준일’, ‘BMK’, ‘강아솔’, ‘루아’, ‘요조’ 에 이어 마지막으로 ‘차윤섭’ 의 싱글 곡을 발표 하였고, 여기에 ‘임인건’ 의 연주곡과 함께 4월 21일 제주를 향한 그의 뜨거운 구애를 담은 프로젝트 앨범 [임인건의 All That Jeju]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 미러볼뮤직
그렇지만 앨범에 수록된 11곡의 노래는, 그가 오랜시간 동안 제주와 함께하면서 느꼈던 제주의 서정성을 다양한 색깔로 표현해 냈다는 점에서 자신감이 아닌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런 감성으로 제주를 바라볼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 나오는 대목이다. <All That Jeju>의 모든 곡은 임 씨가 작곡했다. 작사는 임 씨와 함께 작업한 뮤지션들이 썼다. <짝사랑>, <하도리 가는 길>, <Hi Jeju> 등 일부 곡은 가사도 썼다. 제주이민 뮤지션의 선배 격인 장필순, ‘나는가수다’에도 출연하면서 널리 알려진 BMK, ‘홍대여신’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인디 뮤지션 요조 등 화려한 라인업이 그의 곡을 불렀다.
임 씨는 “육지에 있으면서 제주가 나를 부른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이번 앨범을 만들고 나니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해진다”며 “앨범 준비부터 정말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가 모여서 완성됐다. 제주에서 받은 영감으로 만든 곡에 여러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세션에 참여해 녹음도 하고… 오랫동안 즐겁게 기억할 수 있는 음악적인 추억이 생겨서 좋다”고 밝혔다.
제주출신 루아가 부른 '봐사주'
봐사주
헤에에에이 헤이야이 허이여어*2
너른 바당 벗 삼은 섬 물 때 물질해사주 망사리, 소살, 테왁 들렁으네 물질가사주 호끔 인칙엔 뱃치 과랑과랑 난게만 호끔 날 우첨쪄 에헤에 잘 콰니어 오
헤에에에이 헤이야이 허이여어 *4
저기 물허벅 정 가는 비바리덜 아니꽈? 맞수다. 비바리덜 착허곡 막 곱댄들 헙디다. 아니꽈? 맞아마씸. 맞아마씸.
헤에에에이 헤이야이 허이여어*4
영허랜허난 영 했수다만은 경허랜허믄 경허쿠다.*3
영허랜허난 영 했수다만은 경허랜허믄 경허쿠다.
고랑몰라 봐봐사 알주 고랑몰라 봐사주*8
40년 음악가를 만들게 한 제주 “지금 모습 그대로” 임 씨의 <All That Jeju>는 제목부터 수록곡까지 제주느낌이 가득하다. <봐사주>, <애월낙조>, <하도리 가는 길>, <Hi Jeju>, <평대의 봄> 모두 솔깃하게 만드는 제목들이다. 앨범을 열어 곡을 들어보면 솔깃함은 놀라움으로 변한다.
브라스밴드가 만드는 흥겨운 스윙재즈 리듬에 제주 출신 가수 루아의 청량감 있는 목소리, 거기에 모든 가사가 구수한 제주어로 돼 있는 <봐사주>, 몽환적인 장필순의 목소리와 그 느낌을 더욱 증폭시켜주는 미디사운드가 만나 마치 떨어지는 해를 마주한 듯한 <애월낙조>, 구좌읍 하도리 억새에 담긴 추억을 노래한 서정적인 노래 <하도리 가는 길>, 여전히 바람은 차갑지만 곧 피어날 온기를 느끼게 하는, 피아니스트 임인건의 매력이 흠뻑 묻어나는 <평대의 봄> 등 재즈를 전혀 모르더라도 흥겹게 때로는 지긋이 감상할 수 있는 훌륭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임 씨는 “피아노곡만 만들던 내가 제주에 와서 노래도 작곡하고 가사도 쓸 수 있게 됐다”며 제주도가 주는 음악적 영감에 놀라워했다.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씨가 새앨범 <All That Jeju>를 발표했다. ⓒ제주의소리
특히 앨범 하나를 완성하는데 3~4년이 걸리던 지난 흐름이 무색하게, 이번 <All That Jeju> 발매 이후 곧 후속작이 나온다는 사실은 임 씨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사실이다. 그는 “일 년에 2장의 앨범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봐도 이상하다. 이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제주의 에너지가 날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재즈뿐만 아니라 어쿠스틱, 일렉트로닉(전자음악)에 트랜스(몽환적인 느낌에 중독성 있는 전자음악)까지, 제주에서는 더 다양하고 강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도시적인 느낌이 아닌 제주에 뿌리를 내린 자연적인 느낌을 살린 음악이 되지 않을까? 되돌아봐도 내 음악 인생에서 제주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확고한 제주사랑을 전달했다.
제2의 인생을 바라보는 나이, 수십 년을 오간 제주지만 삶의 터전이라면 아직도 낯설다. 그렇지만 아침마다 한라산을 보면서 ‘역시 제주에 오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나온다. 누구보다 제주의 일원이 되고 싶겠지만 그는 재촉하거나 서두르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있는 그대로 제주를 받아들이며 서서히 제주를 알아가고, 제주에 대한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민들은 아름다운 무지개 속에 살고 있다. 무지개 안에 살고 있으면 무지개가 보이지 않고 밖에서 봐야 더 잘 알 수 있다. 그 만큼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인위적인 것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 파헤치고 밀어버리는 것이 제주를 아름답게 하는 노력이 아니다. 제주를 더 깊게 소개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제주토박이들이 내 음악을 듣고 ‘내가 사는 땅이 이런 곳 이었나’라고 느끼게 해주는, 제주를 다시 알게 해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 음악과 제주밖에 모르는 뮤지션이 던지는 메시지에는 제주를 사랑하는 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볼만한 깊은 애정이 담겨있다.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씨가 새앨범 <All That Jeju>를 발표했다. ⓒ제주의소리
임 씨는 매주 셋째주 목요일마다 제주시 용담해안도로에 위치한 문화카페 닐모리동동에서 공연을 연다. 이번 달은 21일 닐모리동동과 22일에는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뮤직카페 어쿠스틱홈즈에서 공연을 개최한다. 당분간 고정적으로 공연을 진행할 닐모리동동을 비롯해 제주의 많은 곳에서 음악을 들려줄 계획이다. 임인건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14일 밤 12시부터 15일 새벽까지 EBS TV에서 방영하는 <스페이스 공감> 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앨범 <All That Jeju> 미러볼뮤직(http://mirrorballmusic.co.kr/albums/all-that-jeju-2) |
첫댓글 구포!앨범 한장 구해주게나.자동차에서 들을수있는 CD가 좋겠네.이처럼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이민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가장 소중한 방법은 앨범 한장 사서 한곡조 들어보눈일 아닐까?
알았네! ㅎ 옛적에 유배인에게서 먹물을 들였듯이 섬나라 척박한 예술의 토양에 저들이 귀한 자양을 뿌려주는 듯 하구만! 메아리가 없다면 너무 공허할 것 같아. 다함같은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걸까? 착한 일을 하려면 남몰래 할 것!!!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