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에는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부드러운 여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사랑스러운 그녀를 닮은 꽃. 첫사랑을 소환해주는 여리여리한 그녀다. 마음이 심하게 두근거리지 않아도 너무 예뻐서 환장할만한 꽃이 아니어도 그녀에게 살며시 스며들어 나를 취하게 하는 꽃이다.
여고 시절 시화전에 처음 출품은 시의 제목이 코스모스였다. 성모 동굴 앞에 전시 했었다. 다른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는데 ‘꽃잎 여덟 장마다 사연을 담고 가을을 앓고 있다.’ 꽃잎 숫자를 헤아리며 소녀는 가을을 아파하고 있었다. 전국 웅변 대회에 나가는 친구에게 원고를 써 주었는데 상을 받게 되면서 문학반에서 글을 쓰며 여고 시절을 보냈다.
금호강도 가을이 깊게 찾아들었다. 갈바람에 하늘거리는 것이 어찌 갈대뿐이랴. 코스모스도 하늘거리고 강아지풀도 살랑거리고 붉게 타오르는 칸나도 흔들린다. 사랑하는 사람과 꽃길을 걷고 있다. 지금 우리는 꽃길을 걷고 있으니 행복한 사람들이다. 내 마음도 흔들린다. 금호강이 저녁노을에 서서히 물들고 있다. 수제비 뜨면서 젖은 가슴을 말리던 그 어느 해 가을이 다시 오고 있다. - 2022년 9월3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