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시(寒山詩)
한산(寒山)과 습득(拾得), 그리고 그들의 스승 풍간(豊干)의 작품이 실려 있는 시집.
한산은 천태산 국청사 부근의 한암(寒巖)에 숨어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산은 시와 선(禪)을 일치시켜 독특한 경지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들은 대개 선을 탐구하는 내용이며,
세상 풍자가 심하고 인과응보의 내용을 담은 특이한 형태의 시들인데, 뛰어난 문학성을 겸비하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예로부터 선가에서 많이 읽혀졌다.
한산이 지은 시는 314수이고, 습득의 시는 57수이며, 풍간의 시는 2수로 모두 373수가 전한다.
그의 시는 흥에 겨워 나뭇잎이나 촌가의 벽에 써놓은 것을 모은 것이라 한다.
一爲書劍客(일위서검객), 글도 배우고 무술도 배워
二遇聖名君(이우성명검), 거룩하고 뛰어난 임금 만났네.
東守文不賞(동수문불상), 글을 지켰으나 칭찬을 못 받고
西征無不勳(서정무불훈), 나가 싸웠으나 공훈이 없었네.
學文兼學武(학문겸학식), 글 배우면서 무술도 배우고
學武兼學文(학무겸학문), 무술 배우면서 글도 배웠네.
今日旣老矣(금일기로의), 오늘 내 이미 늙었으니
餘生不足云(여생부족운), 남은 인생 말해 무엇 하리.
四時無止息(사시무지식), 사계절 쉼이 없고
年去又年來(연거우연래), 해[年]는 가면 또 온다.
萬物有代謝(만물유대사), 만물은 변해도
九天無朽摧(구천무후최), 하늘은 영원하다.
東明又西暗(동명우서암), 동녘이 밝으면 서녘이 어둡고
花落又開花(화락우개화), 꽃은 지면 다시 피건만
唯有黃泉客(유유황천객), 오직 황천(黃泉) 간 길손만
冥冥去不廻(명명거불회) 아득히 멀리 가 돌아올 줄 모르네.
출처: 한산시(寒山詩). 김달진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