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함께 피어난 전설 16 벚나무/벚꽃
학명: Prunus serrulata Lindley var. spontanea
* 인터넷에 학명이 워낙 다양하게 나와서, 이 학명이 모든 벚나무를 대표하는 정확한 학명인지는 잘 모르겠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기저기서 꽃 축제가 열린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열리는 벚꽃 축제.
올해는 꽃이 늦게 펴서 축제 기간에는 별로 벚꽃을 못 봤고, 축제 다 지나고 나서야 진짜 벚꽃이 개화했다는 아쉬운 일화가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봄의 벚꽃은 아름답고 보기 즐겁다. 그래서 오랜만에 적는 꽃 이야기 주제는 시기에 맞게 벚꽃이다.
벚나무는 속씨식물 쌍떡잎식물강 장미목 장미과 벚나무속(Prunus)에 속하는 낙엽교목이다. 일본, 네팔, 한국, 대만 등 북반구의 온대지역 전역에서 피어나며, 봄이 찾아오면 거리를 연분홍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인다.
키는 약 20m에 이르고, 줄기 수피는 짙은 자갈색을 띤다. 가로 줄무늬를 가지는 게 특징이다.
이 벚나무 껍질은 ‘화피’라 하는데, 활을 만드는 주요 재료라고 한다.
잎이 돋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잎은 어긋나며 길이 6~12cm의 달걀 모양 또는 달걀형 바소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작은 톱니가 있다. 잎 뒷면은 회색빛을 띤 녹색이다.
꽃은 4월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산방이나 산형화서로 핀다. 매화처럼 가지에 딱 달라붙어 한 송이씩 피는 게 아닌, 잎겨드랑이에서 두세 송이씩 모여 피기 때문에 화려한 맛이 있다. 꽃잎은 5장이며 수술은 많고 암술은 1개이다.
향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아주 가까이서 은은한 향이 맡아진다고 한다.
그럼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시중에 디퓨저나 향수 등으로 존재하는 벚꽃 향기 제품군, 즉 체리 블라섬 계열의 향은 대체 무엇인가? 실제 벚꽃 향은 맡아질까 말까 수준인데, 향 제품의 체리 블라섬 향기는 꽤나 진하지 않나?
답은 그 향은 인공이라는 것이다. 실제 벚꽃 향이라기보다 벚꽃을 모티브로 조향사의 창의력과 상상력에 의해 제작된 향이라고 한다.
벚꽃을 일본에서는 ‘사쿠라’로 부르고, 영어에서는 ‘체리(cherry)’, 한자로는 ‘앵화’로 지칭된다. 밤의 벚꽃을 ‘야앵화’라 부르기도 한다.
열매는 6~7월에 익으며 길쭉한 타원 모양이다. 이 열매가 바로 버찌이다. 보통 초록색에서 빨갛게 익어가는데, 이때 익은 줄 알고 따 먹지 말자.
경험상 시고 떫고 좀 쓰다. 버찌는 검게 익는다. 그 색상일 때 따서 먹어야 그나마 달다.
벚꽃으로 차를 우리기도 하고, 버찌는 생으로 먹거나 술을 담그거나 케이크 등에 넣기도 하는데, 열 체질인 사람과 임산부의 경우 벚꽃과 버찌 모두 섭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벚나무 및 벚꽃은 종류도 다채롭다. 산에서 자라는 산벚나무, 벚꽃 가운데 제법 큼직한 꽃송이를 피우는 왕벚나무, 꽃잎이 겹으로 나는 겹벚꽃, 가지가 버드나무처럼 휘늘어진 수양벚나무와 능수벚꽃 등 참 많다.
벚꽃의 꽃말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한국은 ‘순결’과 ‘희망’, ‘감춰진 아름다움’ 등이고, 벚꽃을 유독 애정하는 일본은 ‘정신의 아름다움’, ‘결백’을 의미한다고 한다.
중국은 ‘아름다움’과 ‘겸양’을, 유럽은 짧게 피고 금세 지는 벚꽃의 특성 때문인지 ‘일시적인 아름다움’, ‘덧없음’을 뜻한다는 모양이다.
* 벚나무 전설 및 벚꽃 이야기
1. 한국 제주도 - 벚꽃에 감춰진 아름다운 가인, 백록담 왕벚나무 이야기
옛날 제주도의 한 마을에 홀로 남은 어머니를 봉양하며 하루하루를 꾸리는 효심 깊은 청년이 있었어요. 가난한 나무꾼이었지만 성실하고 마음씨가 착해서 마을 사람들의 자랑거리이기도 했지요.
“아들아, 내가 이제 그만 갈 때가 된 모양이마스.”
“아이고 어머니! 이를 어쩐다꽈?”
그런데 어느 날, 청년의 어머니가 병을 얻고 말았어요. 가난한 집안에 약을 쓸 형편도 안 되고, 어머니 병세는 나날이 심해져만 가고, 청년의 시름도 깊어져만 갔지요.
“시주, 실례하겠습니다. 물 좀 마실 수 있겠소?”
“그럼요, 혼저옵서. 근데, 말을 보니 여기 분이 아니신 것 같수다. 스님은 어서 오셨수꽈?”
그런 어느 날, 길을 지나던 스님이 청년에게 물 한 그릇을 청하는 일이 있었어요. 청년은 흔쾌히 물을 내어주었고, 스님은 답례로 어머니의 병을 고칠 방법을 알려주었지요.
“백록담에 있는 사슴의 뿔을 베어다 달여 어머니께 먹이면 차도가 있을 걸세. 단, 뿔을 얻으면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고 뛰어야 하네. 아무리 누가 간절하게 부르더라도 말이야.”
그 길로 청년은 한라산 정상에 있는 백록담을 찾았어요. 그곳에는 하얀 사슴 무리가 있었고, 그 사이에 한 아릿다운 여인도 있었지요.
“허걱! 겁나 어여쁜 비바리~!”
청년은 숨어서 지켜보는 중이라는 사실을 깜빡하고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목을 쭉 뺐어요. 그 바람에 머리를 나무에 찧어버렸지 뭐예요.
“어머나, 세상에!”
“아하하~ 저는 괜찮으마스!”
“네, 다행이네요. 하지만 사슴들과 나무는 안 괜찮은 것 같아요.”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화들짝 놀랐고, 하얀 사슴들도 낯선 침입자 탓에 우왕자왕 서성였어요. 그러다 사슴 중 하나가 가지에 뿔이 걸려 똑 부러지기도 했지요.
“아싸, 이게 웬 오메기떡! 아니지, 녹용!”
청년은 냉큼 뿔을 줍고, 그걸 본 여인은 청년을 막고 섰지요.
“어허, 산의 것을 함부로 가져가면 안 돼요. 산신이 노한다구요!”
하지만 청년이 울며불며 사정을 하자, 그 간청을 이기지 못하고 사슴의 뿔을 가져가는 걸 보지 못한 척 눈감아주었지요. 그뿐 아니라 청년의 성품에 반해 그와 혼인까지 하게 되었어요.
“인생 별거 있수꽈? 어머니 건강하고, 이쁜 색시 있으면 돼마스!”
그리고 고생 끝에 사슴의 뿔을 얻고, 어머니 병도 치료하고,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하게 된 청년은 아주 행복했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어요. 어느 날, 잠에서 깨고 보니 아내가 온데간데 사라지고 말았던 거죠.
“아, 인생. 무슨 낙으로 사나.”
한참 의욕이 없는 나날을 보내다 이듬해 봄, 청년은 여인을 처음 만난 한라산 백록담을 찾았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연분홍 꽃잎을 흩날리는 나무를 보게 되었지요. 그는 꽃향기에 취해 잠이 들었고, 아내가 나타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사실 저는 산신령의 딸이랍니다. 사람과 혼인한 것에 노한 아버지가 저를 왕벚나무로 변하게 한 거예요.”
청년은 말없이 사라졌던 아내를 꿈에서나마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한편으로는 함께할 수 없음에 마음이 너무 아팠답니다. 꿈에서 깨어나 보니 그의 옆에 왕벚나무는 더욱 눈부시게 활짝 피어나 꽃비를 내리고 있었답니다.
감상: 사슴 지키라고 했더니만 딸이 언질없이 외간 남정네와 결혼하면 아버지 입장에서 화날 만도 하다. 그래도 거, 나무로 바꾸는 건 좀 심하지 않았나 싶지만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사랑의 신 에로스가 쏜 화살 탓에 스토커가 된 태양신 아폴론이 숲의 님프인 다프네를 쫓아다니고, 다프네의 간청으로 강의 신인 부친이 딸을 월계수로 만들던데.
2. 일본 전설 - 벚꽃, 신의 공주가 피워낸 꽃
옛날 옛적에 산의 신 오오야마즈미노미코토와 들의 신 구사노히메노미코토 사이에는 고노하나 쿠야히메라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습니다.
“쿠야히메야. 너도 슬슬 세상으로 나갈 때가 되었구나.”
“자고로, 백수도 아니고, 놀고 먹는 신이란 있을 수 없는 법이지.”
쿠야히메는 꽃의 궁전에서 살다가 부모의 명으로 후지산 꼭대기에서 내려와 세상을 둘러보게 되었어요.
“세상을 이롭게 하라니. 대체 뭘 하면 될까?”
쿠야히메가 본 세상은 춥기도 하고 좀 살풍경했답니다. 겨울이 막 끝나고 풀이 돋고 있었지만, 뭔가 예쁨이 부족해 보였어요. 사람들 표정도 영 싱숭생숭했고요.
“그렇지~! 좋아, 예쁜 건 꽃만한 게 없어. 꽃의 궁전이 괜히 예쁜 게 아니라니까.”
쿠야히메는 후지산 꼭대기에 올라 종자를 뿌렸어요. 바람에 실린 씨앗은 곳곳으로 퍼져 꽃나무가 되었고, 연분홍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와, 예뻐라! 꽃이 꼭 눈처럼 내리네.”
“경치 좋은데 잠시 쉴까? 몸은 고단해도, 저 꽃을 보고 있으니 마음은 편안하네.”
사람들은 화려하게 피는 꽃에 감탄하며 행복을 느꼈지요. 비록 짧은 기간 피고, 금세 바람결에 꽃잎이 흩어지지만, 꽃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거면 된 게 아닐까요?
감상: 그나마 일본에서 내려오는 벚곷 관련 이야기 중에 이게 가장 무난했다. 피도 안 튀고, 치정도 없고, 누가 죽지도 않는다. 이야기가 좀 밍밍하긴 하지만.
자료 출처 1: https://blog.naver.com/soonycompaany/22340524830532
자료 출처 2: manyjabda.tistory.com 방구석 잡다박사
자료 출처 3: 다음 백과사전 내용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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