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사소한 것들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다. 크게 보면 잘 굴러가는 일에 숨어있는 작은 악마가 전체를 그르치게 하는 것이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경우가 그렇다.
원 전 원장은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사소한 악마에게 발목이 잡혔다.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의 김아무개(29)씨가 파일 하나를 제대로 지우지 않은 것이다. 김씨가 제대로 삭제하지 않은 노트북 속 메모장 파일에서 발견된 20개의 아이디와 20개의 닉네임은 국정원의 범죄 혐의를 밝히는 단서가 됐다. 이 아이디를 통해 김씨가 작성한 글이 밝혀지고, 김씨가 민간인과 함께 작업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또 김씨의 아이디와 같은 아이피를 써온 국정원 직원들의 꼬리까지 잡혔다. 작은 악마가 한국 최고의 정보기관과 개국공신인 원 전 원장을 궁지로 몰았다.
원 전 원장의 후임인 남재준 국정원장은 전혀 다르게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쉬는 날엔 공용차를 쓰지 않고,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어떤 명목으로도 선물을 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인사제도를 바꾸고 눈치 보지 않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도 열심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칭찬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남 원장은 작은 악마들에 신경 쓰면서 정작 큰 악마를 세상에 풀어놓는 일엔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은밀하게 움직여야 할 정보기관이 공개적이고 대담한 정치개입을 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국정원은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 의도야 뻔했다. 하지만 역효과가 났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7월10일 성명을 발표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과 같이 현 NLL과 소위 ‘서해해상군사경계선’ 사이 쌍방 군대를 철수할 경우 (중략) 서해 5도서의 국민과 해병 장병의 생명을 방기하고 (중략)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은 물론 수도권 서해 연안이 적 해상 침투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에 대해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한쪽의 편을 든 것은 명백한 정치개입이다.
국정원이 직접 나서 NLL 논란에 불을 붙이면서 국정원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 목줄이 풀린 큰 악마는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면서 한국 사회를 진창으로 만들고 있다. 작은 악마가 그르친 일을 큰 악마로 제압한 셈이다.
큰 악마가 세상을 휘젓는 동안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는 맥이 빠졌다. 45일로 정해진 국정조사 기간이 절반 넘게 지나갔지만 어떤 성과도 없다.
다시 디테일에 숨은 작은 악마가 필요할 때다. 큰 악마가 세상을 성기게 할퀸 틈 사이에서 사건의 실체를 밝힐 실마리를 찾아내고 진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작은 악마들이 없다면 정보기관이 특정 정당을 편들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치공작을 벌이는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정환봉 한겨레 기자
그렇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국정원의 댓글 공작은 원 전 원장이 2009년 취임한 이후 4년만에 세상에 알려졌지만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이 사건을 숨기기 위해 증거인멸 등을 지시한 정황은 불과 5개월만에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늦건 빠르건 누군가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진실은 결국 드러난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다. 누가 기꺼이 작은 악마가 될 것이냐다.국회의원이건 기자건, 시민들이건 더 많은 사람들이 작은 악마를 자처하며 이 사건을 끈질기게 지켜볼 때 한국 사회를 진창으로 만든 큰 악마를 길들일 수 있다.
장마가 끝나는 것은 하늘의 뜻이지만, 진창을 농토로 만드는 건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할수록 농토는 더 기름져질 것이라 믿는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30일 "언론은, 특히 보수언론은 언론이길 잊은지 오래 되어 보입니다"라며 작심하고 보수언론에 대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MBC 기자 출신인 박영선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정치를 하면서 언론을 비판하는 것은 금기사항이지요. 언론과 정치인은 갑을 관계이니 더욱 그러합니다. 언론기자는 정치인에게 수퍼갑이지요"라며 "그러나 저는 방송기자 출신으로서 요즘 언론의 행태를 보며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합니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물론 모든 기자들이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라면서도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점점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은 잊은 채 직장인으로서의 기자만 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라고 탄식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경험했던 전두환 철권통치 시절의 '기자들의 저항'을 회상했다.
그는 "1980년대 '전땡' 뉴스가 있었을 때는 기사검열이 있었을 정도로 언론통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젊은 기자들의 거센 저항이 있었습니다"라며 "그래서 9시 뉴스데스크는 비록 검열속에 나갔지만 마감뉴스는 틈새가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부장이 퇴근한 이후 젊은 기자들은 남아서 진실을 말하기 위해 몰래 기사수정 작업을 했습니다. 하루에 한건이라도 9시뉴스에서 못다한 진실을 담은 뉴스를 내려고 각고의 노력을 했습니다"라며 "물론 그 다음날 편집회의에서 엄청나게 혼나고 인사조치도 됐지요"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모두 합심해 인사조치되면 또 그 다음 사람이 그 일을 이어갔습니다. 마감뉴스 시청률이 점점 올라갔습니다. 깨어있는 국민들이 그 뉴스를 기다렸고 결국 데스크가 젊은 기자들의 저항에 지쳐갔습니다"며 "그렇게 싸우기를 7년. 결국 전두환대통령도 굴복했습니다. 본인이 살기 위한 노태우의 6.29선언이 나왔으니까요. 대한민국 민주화는 그런 과정을 거쳤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그 당시와 비하면 지금은 천국과 지옥입니다"라며 "그러나 언론은 특히 보수언론은 언론이길 잊은지 오래되어 보입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구체적 예로 "지난주 보수언론은 영국왕실의 차차차기 왕세자베이비 사진을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영연방국가도 아닌데 그사진의 크기를 보고 너무 놀랬습니다. 해서 다른 외국신문정론지의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외국정론지에 그런 크기로 영국 차차차기왕세자를 보도한 곳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라며 "사진 크기는 기사의 중요도를 말해줍니다. 그 사진의 멧세지가 무엇이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사회의 진실을 감추는 도구였다는 것밖에는"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보수언론의 그런 신문 편집을 자체적으로 비판하는 소리도 없어 보였습니다"라며 "대한민국 한켠에서는 민주주의가 무너지고,세무조사 나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고 경기가 죽어 서민의 삶이 팍팍한데 그 영국베이비가 대한민국의 미래와 얼마나 연관이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전두환 정권때도 보수언론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내부적으로 젊은 기자들은 민주주의를 향한 갈증이 있었습니다"라며 "지금은 보수언론의 적은 야당처럼 보입니다. 야당과 야당의원들을 아예 적으로 셋팅해 놓고 모든 출발이 시작됩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하늘이 무너질 일 아니면 보수언론은 집권세력쪽에 불리한 기사는 아예 쓰지 않습니다"라며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한동안 그것을 사실보도하지 않다가 외신들의 보도에 의해 뒤늦게 진실이 알려지던 때와 요즘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MB정권 초반까지만 해도 보수언론은 여야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설사 그것이 야당을 비판하는 기사일지언정"이라며 "그러나 종편 따내기 경쟁에 돌입한 이후 균형이라는 것은 아예 실종됐습니다. 무조건적안 충성경쟁에 돌입했습니다"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MBC 앵커 출신인 신경민 민주당 의원도 앞서 28일 트위터를 통해 "국정원 국정조사가 딱 이틀 굴러갔지만 놀랄 사실들, 톱뉴스거리가 나왔고 대부분 언론이 깔아뭉갰죠"라며 "언론들은 의원들의 말싸움엔 관심 보였지만 왜 싸웠는진 생략했습니다. 우리 언론상황이 이렇고 해외언론보다 못합니다. 별 수 없이 외신에 연락해야하나 고민중"이라고 탄식한 바 있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을) 달래고 붙잡아오고 설득하고 부탁하고 양보했던 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한 아쉬움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쉽습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정청래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였다. 그는 말을 멈춘 후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숨을 골랐다. 그가 입을 다시 뗀 것은 한참 뒤였다.
정 의원은 여러 차례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습기가 가득한 눈을 숨길 수 없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뒤 트위터에 "그동안의 일들이 스쳐가며 주책없게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참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그의 눈물은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어깃장이 극에 달한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분노 탓이 크다.
새누리당의 계속되는 어깃장... "마이크 접고 촛불 들어야 하나"
국정조사가 난항을 겪자, 가장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정청래 의원이다. 국정조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그의 노력들은 비판의 화살이 돼 돌아왔다. 지난 26일 새누리당이 국정원 기관 보고 공개 여부로 국정조사를 보이콧하자, 정 의원은 새누리당의 비공개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였다. 대신 29일 증인·참고인 채택 약속을 받았다. 국정조사 정상화를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나왔다.
정청래 의원은 "중단시키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다"며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29일 증인·참고인을 채택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증인 채택 대가로 민주당 현역 의원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결국 증인·참고인 채택이 불발됐다. 정 의원의 부담은 커졌다. 31일까지 증인·참고인 채택을 하지 않으면, 청문회는 사실상 무산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한 발 양보해 새누리당에 같은 수의 여야 현역 국회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문자메시지를 넣었지만 통화를 못했다, 어제(30일) 저녁에 권성동 의원이 내게 증인 채택 최후통첩문을 줬는데 기가 막힌다, 현역 의원의 이름을 써내라는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해주지 않으면 안 하겠다는 것인데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끝까지 해봤는데, 더 이상 대화의 기술, 협상의 기술, 협상의 말재주의 범위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마이크를 접고 촛불을 드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든다"고 전했다.
문닫힌 권성동 의원실... 정청래 "강릉 찾아가서 설득할 것"
▲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와 민주당 정청래 간사가 지난 29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증인 채택 문제 등에 관해 합의하지 못한 채 스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또한 권성동 의원의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최후통첩시간은 내일까지다, 기다려보고 안되면 강릉에 찾아가서 설득해보겠다"면서 "(권 의원은) 의원회관에 없다, 중대한 일을 놓고 협상을 수시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이 저를 너무나 분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강릉은 정 의원의 협상 파트너인 새누리당 간사 권성동 의원의 지역구다.
정 의원은 "오늘이라도 강릉에 내려가고 싶었지만, 동료 의원들이 '하는 데까지 노력하지 않았느냐', '오늘 꼭 내려갈 필요가 있느냐'며 말렸다"면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회관 권성동 의원실의 문은 닫혀있었다. 권성동 의원은 "지역구에 있다, 정청래 의원과 통화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권성동 의원은 "기관보고를 몰아서 했다, 지금 하한 정국이고 특위위원들만 와서 일한다, 7월 마지막 주는 너무 덥다"며 휴가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30일 새누리당 소속 국정조사 특위 위원 중에서 외부 일정으로 국회를 비운 의원들이 많았다. 국정조사에서 박영선 의원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해 민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김태흠 의원도 국회에 없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31일까지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고 있다"면서 "8월 1일에는 국회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일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김태흠 의원은 앞서 지난 2일 국정조사 계획서가 본회의를 통과한 이튿날인 3일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7일 귀국했다. 국정조사 기간에 해외에 다녀왔다는 비판이 일었다.
박영선·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막말 공방을 벌인 김진태 의원도 지역구인 춘천에 내려갔다. 의원실 보좌관은 "오늘 춘천 일정을 챙기고 있다, 이번 주에는 주로 지역구 일정을 챙기는 일정을 짰다"고 말했다. 이장우·조명철·윤재옥 의원도 이날 외부 일정으로 국회를 비웠다. 김재원·김도읍·경대수 의원은 국회에 있었지만, 기자를 만나주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번 주에 국정원 기관보고 받자고 요구했으나 저간의 새누리당 사정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증인·참고인 채택 '데드라인'인 31일 민주당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오전 회의 일정이 없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들이 민주당 비판에 나섰다. 물론 진보언론들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이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하물며 조중동도 청와대나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일이 있는데 그에 비하면 진보언론들의 민주당 비판은 훨씬 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비중과 수위가 심상하지 않다. 두 언론 모두 사설 하나와 기사를 할애해 민주당의 처신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사설도 하나 썼으니 사실상 사설 두 개를 민주당 비판에 할애한 셈이다. 엄청난 비중이다.
내용의 수위 역시 ‘화끈’하다. 한겨레 기사 제목은 <여당에 흔들리는 민주... ‘정쟁 콤플렉스’에 야성 잃었나>이고 사설 제목은 <국정조사 무력화 ‘공범’된 민주당, 야당 맞나>다. 경향신문 기사 제목은 <‘NLL 정쟁’ 여야 성적표 10:0>에 사설 제목은 <민주당, 야당이길 포기했나>다. 민주당이 거듭 새누리당에 말리고 있으며 그로 인해 야당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셈이다.
▲ 금일(30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이것이 현재 민주당의 현주소일 것이다.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냄비’에 가깝다. 진보언론들은 그 분노를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강경책은 맥락에 맞지 않고 내용이 없어 ‘막말 파문’으로 역공을 당하고, 온건책은 새누리당의 지연전술에 말려드는 장면을 연일 연출하고 있다. 국정원이 몰래 댓글을 더 달아야 한다고 발언했던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7월 말 휴가’ 운운은 그야말로 민주당에 대한 ‘대놓고 조롱하기’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것을 휴가로 이해하지 않았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권성동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원하는 대로 민주당이 했다는 것을 굳이 기자들 앞에서 티내려고 한 셈이다.
민주당이 연일 ‘삽질’을 거듭하는 근원적 원인은 이 사안을 국가기관의 중립화 문제나 보편적 인권침해의 문제로 이해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조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보면 그 한정된 5분의 시간에 ‘지난 대선에서 사실 민주당은 패배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입증하려는 욕망이 넘쳐난다.
▲ 금일(30일)자 한겨레 사설
그러다보니 세부적 사안에 집중하지 못하고 국정원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을 했고 경찰이 얼마나 한심한 일을 했는지에 대한 논증이 엄밀해지지 못하고 비약적으로 감행된다. 물론 새누리당은 여권이 써서는 안 되는 권력자원을 활용하여 선거에 이긴 것이 맞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길 길이 있었는데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배한 것이 현실이다. 총선에서 패배한 전략을 똑같이 들고 나와 대선에서 패배하였다. 민주당은 이 사안에서 그 현실을 부정하려고 노력하는 것만 같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런 모습에서 어째서 민주당이 유권자들에게 ‘수권능력이 있는 정당’으로 각인되지 못하는지가 드러난다.
이 사안은 민주당의 정치적 무능과 무기력을 감추려는 알리바이로 활용될 만큼 한가한 사안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근본을 부정하는 국기문란 행위다. 또한 이 사건이 야당의 무능과 무기력 때문에 이런 수위 정도로 처리된다면 집권세력인 여당이 다음 선거에선 훨씬 더 노골적인 부정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물론 역사는 ‘이기는 세력’이 견제가 없을 때 ‘오버’하다 시민항쟁을 불러일으키는 역설을 종종 보여주었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민주당이 만년 야당이 될 지도 모르는 문제란 것이다.
▲ 금일(30일)자 경향신문 사설
대통령제 국가의 대선에서 두 번 패배한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인가. 이를 어떻게 십 년을 집권해본 정치세력의 정치력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이렇게 안이하게 굴다간 집권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세 번 지는’ 그림이 나올 것이다.
4년 후에 또 진 후에도 ‘이제 5년 후면 노인들은 죽어 사라지고 청년들이 유권자로 편입되기 때문에 우리가 이길 것이다’ 따위의 숫자놀음이나 할 것인가. 이념이니 전략이니 말하기 이전에 현재의 민주당이 무능과 무기력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는 현실부터 겸허하게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지난달 검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 시작된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국과 29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가 재개된 시점까지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 부닥쳤던 정국 주도권 다툼의 결과다. 사실상 민주당의 완봉패라는 것이 정치권 평가다. 전략 부재, 무력한 지도부 리더십, 친노무현(친노) 세력의 강경론은 번번이 새누리당 역공에 꺾였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가 29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료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정지윤 기자
■ 민주당의 ‘10전 10패’
NLL 논란 동안 문재인 의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열람’ 주장,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 및 “NLL 포기 맞다” 성명 대응 실패, 새누리당의 회의록 사전입수 의혹 이슈화 실패, ‘귀태’ 막말 파문, 새누리당에 발목 잡힌 김현·진선미 의원 국조특위 사퇴, 회의록 실종, 뒤통수 맞은 회의록 실종 검찰 고발, 선점당한 NLL 종식 선언과 여야 대표회담 제안, 결국 비공개에 합의한 국정원 기관보고 등이 민주당의 10전 10패로 꼽힌다. 번번이 주도권을 놓치거나 한 수 앞을 못 본 강경론으로 양보를 거듭한 사안들이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기소했다. 국정원 불법 정치개입이 확인된 수사결과였다.
지난달 20일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 회의록을 단독 열람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17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주장한 것을 빌미 삼았다. 국정원 정치개입 정국이 순식간에 NLL 정국으로 전환된 것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하루 뒤 최고위원회의에서 ‘선(先) 국정조사·후(後) 회의록 공개’를 제안했다. 그러나 반나절도 안돼 문재인 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제의합니다”라고 반격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사흘 뒤인 24일 2급 비밀문서이던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뒤 전격 공개했다.
논란 끝에 여야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을 의결했다. 같은 날 시작된 국정원 국조특위는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 특위 제척’을 주장하는 새누리당 공세로 10여분 만에 파행됐다. 민주당도 새누리당 정문헌·이철우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문헌·이철우 의원이 며칠 뒤 국조특위에서 물러나면서 파행 책임론은 거꾸로 민주당을 향했다. 김현·진선미 의원이 자진사퇴하면서 국조특위는 재개됐지만 이미 보름을 허비한 뒤였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으로 민주당은 막말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지난 22일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이 확인되면서 NLL 논란은 엉뚱한 ‘사초(史草) 증발’ 정국으로 전환됐다. 민주당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고, 건건이 새누리당의 물타기·시간끌기 전략에 말려들며 점점 수렁으로 빠졌다.
지난 24일 김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쟁 종식을 제안했지만 다음날 새누리당은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을 검찰에 단독 고발, 이마저도 일축했다.
■ 당 내부는 부글부글
민주당은 분노와 자괴감으로 뒤엉켜 내홍을 겪고 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온 민주당은 더 이상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목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금 민주당 모습이 답답하고 부끄럽다. 참으로 아프다”라고 썼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에서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는 대단히 만족스럽지 못한 협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대표회담 대책을 지도부에 물었지만 모두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어진 공개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민주당이 하나로 뭉쳐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한 뒤 입을 닫았다. 김 대표 발언은 약 30초에 그쳤다.
<구혜영·구교형 기자 koohy@kyunghyang.com>
입력 : 2013-07-30 06:00:02ㅣ수정 : 2013-07-30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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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과연 민주당이 지금 제정신인가"
"솔로몬 운운은 염치없는 변명일뿐"
2013-07-29 22:08:15
<한겨레>가 '여름휴가'후 국정원 국정조사를 재개키로 합의한 여야에 대한 융단폭격을 가했다. 특히 새누리당의 여름휴가에 동조한 민주당에 대해 더없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한겨레>는 30일자 사설을 통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는 결국 허울뿐인 청문회로 전락해가고 있다. 여야의 국정조사 정상화 합의 내용을 보면 과연 이런 청문회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심각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여름휴가를 핑계로 국정조사를 일주일 쉬기로 한 대목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고 질타했다.
사설은 "국정원 국기문란 행위의 중대성이나, 특위의 계속된 개점휴업 상태를 고려하면 국정조사 기간을 더 연장해도 시원찮을 형편인데 정반대로 갔다. '다른 의원들은 쉬는데 우리 특위 위원들은 일하고 있다'(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는 따위의 발언을 보면 새누리당이 청문회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확연히 드러난다"며 "민주당도 여기 슬그머니 동조한 셈이 됐다"고 개탄했다.
사설은 특히 민주당에 대해 "여야 합의 내용을 보면서 드는 심각한 의문은 ‘과연 민주당이 지금 제정신인가’ 하는 것"이라며 "어떻게든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려는 새누리당이야 그렇다 치자. 그런데 민주당도 새누리당의 몽니 전략에 완전히 백기를 들면서 국정조사 무력화의 ‘공범’이 되고 말았다"고 질타했다.
사설은 "민주당은 '솔로몬의 선택에 나오는 어머니의 심정' 운운하며 합리화하고 있지만 염치없는 변명일 뿐"이라며 민주당 정청래 간사의 발언을 꾸짖으며 "아이가 이미 죽은 상태가 돼버렸는데 무슨 솔로몬의 지혜 타령인가. 민주당 스스로 국정원 정치개입의 실상을 밝혀내겠다는 각오는 사라지고 ‘국정조사를 하긴 했다’는 알리바이 만들기에 급급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설은 이어 "민주당의 무기력과 무능력의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정국을 이끌어갈 전략도, 새누리당을 압박할 지렛대도 없이 그저 하염없이 끌려다닐 뿐"이라며 "손발이 척척 맞는 새누리당과 달리 허약한 리더십에 내부 이견 조율도 제대로 못한 채 갈등상만 노출하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상황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새누리당한테 번번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사설은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싸움질만 하는 야당’이니 ‘민생을 도외시하는 정당’이니 하는 이미지를 두려워한 나머지 꽁무니를 빼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면서 "대중을 상대로 한 정당에서 여론이나 이미지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국정원 정치개입 같은 중대한 민주주의의 실종 문제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이미지나 신경을 쓰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좌고우면하다가 게도 구럭도 모두 잃고 있다"고 탄식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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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조사 무력화 ‘공범’ 된 민주당, 야당 맞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는 결국 허울뿐인 청문회로 전락해가고 있다. 여야의 국정조사 정상화 합의 내용을 보면 과연 이런 청문회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심각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청문회의 핵심인 국정원 기관보고는 비공개로 결정됐고. 증인·참고인 조사는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는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등 핵심 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사실상 전무해 보인다.
특히 여름휴가를 핑계로 국정조사를 일주일 쉬기로 한 대목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국정원 국기문란 행위의 중대성이나, 특위의 계속된 개점휴업 상태를 고려하면 국정조사 기간을 더 연장해도 시원찮을 형편인데 정반대로 갔다. “다른 의원들은 쉬는데 우리 특위 위원들은 일하고 있다”(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는 따위의 발언을 보면 새누리당이 청문회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민주당도 여기 슬그머니 동조한 셈이 됐다.
여야 합의 내용을 보면서 드는 심각한 의문은 ‘과연 민주당이 지금 제정신인가’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려는 새누리당이야 그렇다 치자. 그런데 민주당도 새누리당의 몽니 전략에 완전히 백기를 들면서 국정조사 무력화의 ‘공범’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솔로몬의 선택에 나오는 어머니의 심정” 운운하며 합리화하고 있지만 염치없는 변명일 뿐이다. 아이가 이미 죽은 상태가 돼버렸는데 무슨 솔로몬의 지혜 타령인가. 민주당 스스로 국정원 정치개입의 실상을 밝혀내겠다는 각오는 사라지고 ‘국정조사를 하긴 했다’는 알리바이 만들기에 급급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무기력과 무능력의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정국을 이끌어갈 전략도, 새누리당을 압박할 지렛대도 없이 그저 하염없이 끌려다닐 뿐이다. 손발이 척척 맞는 새누리당과 달리 허약한 리더십에 내부 이견 조율도 제대로 못한 채 갈등상만 노출하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상황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새누리당한테 번번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싸움질만 하는 야당’이니 ‘민생을 도외시하는 정당’이니 하는 이미지를 두려워한 나머지 꽁무니를 빼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대중을 상대로 한 정당에서 여론이나 이미지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국정원 정치개입 같은 중대한 민주주의의 실종 문제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이미지나 신경을 쓰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좌고우면하다가 게도 구럭도 모두 잃고 있다.
(※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② 김한길 민주당 대표(맨 오른쪽)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8차 ‘을의 눈물 사례발표-전국 대리운전기사 국회 증언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국정원·NLL 정국’ 왜 끌려다니나
“우리가 여당인 것 같다.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나 ‘을 지키기’를 더 걱정해야 하는 건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새누리당인데 오히려 우리가 나서고,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같은 민주주의 퇴행 문제엔 너무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해할 수가 없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29일 이렇게 말했다. 민생을 챙기면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엔엘엘(NLL) 대화록 선거 활용’ 등 국기문란 의혹의 규명에서는 새누리당에 끌려다니는 민주당의 모습을 자조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새누리당이 국정원 등의 민주주의 훼손 행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정쟁’으로 몰아 사건 자체를 덮으려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반복하는 원인에 대한 다양한 진단이 나온다.
우선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작은 성과’에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대표적이다.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김현·진선미 의원을 특위에서 배제하라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당 안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증인석에 세우는 게 핵심이다. 국정조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촛불에 결합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당 안에서 “새누리당에 국정조사 증인채택 등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장외투쟁을 또다른 동력으로 삼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총력전을 펴야 국정조사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원내 지도부는 이른바 ‘단계적 성과’를 중시한 김 대표의 뜻대로 움직였다.
원내정치 우선 ‘작은 성과’ 집착 장외투쟁 등 적극 공세는 배제
‘싸움만 일삼는 집단’ 비난 우려 국기문란 사건에 어정쩡한 대응
‘당내 갈등’ 보수언론 보도 눈치 지도부 비판 목소리도 못내
결과적으로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당 안팎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국정조사라는 옥동자를 지킨다’는 논리로 국정원 기관보고를 ‘사실상 비공개’로 하기로 하는 등 새누리당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말았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촛불집회 등 민주당을 원하는 여론을 회피하고 원내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면 새누리당이 우리 뜻을 받아줄 리 없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민주당 내 초선 그룹인 ‘민주당 초선 네트워크’는 29일 저녁 비공개 모임을 열고, 지도부의 역량 부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내부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콤플렉스 탓에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싸움만 일삼는다’거나 ‘이념 때문에 민생을 내팽개친다’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악의적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최근 강조하는 ‘한손엔 민생, 한손엔 민주주의’라는 주장은 이런 낙인을 인정할 수도 없고 적극적으로 되치지도 못하는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등 국기문란 사건의 진실 규명은 ‘정쟁’이 아니라 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도 보수세력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 당당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당내 논쟁을 이른바 ‘친노-비노 계파 싸움’으로 몰아가는 보수언론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당 구성원들이 지도부의 무기력에 대한 비판조차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국정원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이를 ‘친노’ 또는 ‘문재인 이슈’라 여기기 때문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초선 의원들은 대야 협상이 지나치게 양보 일변도로 흐르는 상황과 당 지도부의 무기력함 등을 놓고 의견을 모을 예정이지만, 자중지란이나 계파적 행동으로 비칠까 걱정하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이번주 중반까지 증인 채택 상황을 지켜본 뒤 의원총회나 당 대표 면담 형식을 통해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면서도 “건강한 비판이 아니라 당내 분열로 보이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건과 관련 서울경찰청의 국정원 댓글 증거 은폐 정황이 추가로 공개됐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29일 공개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4실) 녹화영상(CCTV)'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선거 여론조작을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댓글 정황을 확인하고서도 이러한 내용을 수사결과 발표 때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 분석관들은 국정원 직원 김씨의 개인 컴퓨터(데스크탑·노트북)에서 '문재인·박근혜' 키워드로 3800여건 이상의 캐시(인터넷 임시 저장파일)를 찾아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키워드로도 500여건의 문서(Html)가 검색됐다. 특히 김씨가 인터넷 상에서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한 분석관들이 구글이나 '오늘의 유머' 사이트 등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본 정황도 나온다.
그러나 경찰은 대선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급히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상규 의원은 "당시 경찰은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이 없다고 발표를 했었는데, 사실은 댓글이 있었다는 것을 이 동영상을 통해 명백하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4000건이 넘는 문서가 완전히 배제됐다"
이상규 의원이 이날 공개한 영상과 녹취록은 지난해 12월 16일 새벽 3시 37분부터 49분까지 약 12분간 녹화된 것으로, 경찰 분석관들이 국정원 직원 김씨의 개인 컴퓨터에서 웹 브라우저의 캐시를 분석하며 나눈 대화 등이 나온다.
동영상에 따르면, 당시 분석관들은 수서경찰서에서 요청한 100개 키워드 중 4개 키워드(문재인·박근혜·새누리당·민주통합당)로 축소해서 분석을 했고, '문재인'은 1685건, '박근혜'는 2214건의 캐시파일을 찾아냈다(유저가 특정 사이트 홈페이지를 볼 때, 그림파일·Html·자바스크립트 등이 하드디스크에 저장하게 되는 데 이를 캐시파일이라고 한다).
분석관들은 또 김씨의 노트북에서 Html형식의 문서를 각각 새누리당 414건, 민주통합당 121건 찾아냈다. 분석관들은 서로 "언제 다 보냐고", "왜 자꾸 나와"라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상규 의원은 "4000건이 넘는 문서가 (경찰 발표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며 "앞뒤 정황상 경찰이 (지지·비방) 댓글을 발견하고 나서도 이를 은폐한 것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의 대북 심리전단에 소속된 직원의 개인 컴퓨터에서 문재인·박근혜 등의 키워드로 4000여건 이상의 문서, 캐시 등이 검색됐는데도 경찰이 "지지·비방 댓글이 없었다"고 결론 지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영상만으로는 당시 분석관들이 발견한 4000여건의 캐시와 문서가 전부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선거 시기 이외에 작성된 정치 개입 관련 글까지 합쳐 불법 게시글 1977건을 찾았고, 국정원이 대선을 앞두고 올린 특정 후보 지지·반대 글은 73건이라고 밝혔다.
"숲속의참치... 댓글 단거잖아", "엄청나게 나오는구나"
▲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29일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경찰 분석관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지난해 12월16일 새벽 폐쇄회로(CCTV) 영상을 추가로 공개하고 있다. 댓글의 흔적을 발견한 분석관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이 영상이 찍힌 날은 서울경찰청이 '댓글이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2월 16일이었다.
분석관들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사용한 닉네임 중 하나인 '숲속의참치'가 단 댓글 흔적도 발견했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김씨의 아이디는 진짜진짜라묜, 토탈리쿨, 반대는비수, 추천만환영, 숲속의참치, 봐봐라, 이지듀 등 11개다.
한 분석관이 "'숲속의참치' 글이 중간에 있으면 어찌 되나"라고 묻자, 다른 분석관이 "아까 찾았던 거, 그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처음 분석관이 다시 "그런데 중간에 있으면 댓글이잖아"라고 말하자, 다른 분석관이 "댓글이예요. 그거"라고 맞장구를 쳤고, 처음 분석관은 "그럼, 댓글 단거잖아"라고 확정지었다. 이들은 댓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구글이나 진보성향 사이트 '오늘의 유머' 등에서 검색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분석관은 "어쨌든 댓글이잖아, 내용이 뭔지 모르지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벽 3시 49분 영상에서는 한 분석관이 "엄청나게 나오는구나"라고 했고, "지운 거네", "확인이 안 되네. 결국…"이라는 대화도 오갔다. 김씨의 댓글이 삭제가 됐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상규 의원은 "지난 경찰청 기관보고에서도 (경찰 분석관들의 CCTV) 동영상을 봤지만 (경찰은) 댓글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으면서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국정원의 선거법 위반과 증거 인멸을 방조한 혐의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140시간 분량의 경찰 CCTV 분석을 끝내고, 실제 문제가 될 만한 부분들을 작업해 이르면 30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25일 국정원 국정조사 경찰청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12월 16일 한 분석관이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 판에 잠이 와요, 지금"이라고 말하는 발언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성한 경찰청장은 "당사자에 직접 확인했는데, 다른 사람이 일마치고 잠자고 있다고 하니까 '지금이 잘 때냐'라며 농담으로 (댓글 삭제되고 있다고) 한 얘기라고 하더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이상규 의원이 이날 공개한 녹취록 전문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 녹화영상 4실 녹취록
2012. 12. 16
03:37:36 원래 시스템 불륨 인포메이션에 이런 데이터 남아요? 나도 모르겠어 하면서 처음이야 진호형 어때요? 이런게 남아요? 댓글이? 탬프…. 캐시가 남아요 문재인이 총 몇건이에요 지금 돼있는 거에서? 1685 박근혜가 2214 새누리당이...HTML 파일, 108개.. 데스크탑입니다. 캐시거든요 박사님..HTML 천여개였죠. HTML? 가져온거 분석한거요 분석한거요 1946개 노트북에..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414개 민주통합당 121개..감사합니다. 언제다보냐고 ...왜 자꾸나와
03:42:52 인력을 사람곱하기 시간으로 해가지고 얼마의 시간, 시간 일력 장비를 투입해서 분석한 결과인가 맨먼스파워? 맨번스파워 말고 또 있던데 브리핑할 때 필요하잖아요. 몇 명이서 몇일동안 했다는거 뭐 있는 거 같은데... 지금 시작인데, 비슷한데, 애가 쓴 글이 있잖아 이게 아이디 닉네임 요거 제목만 나와있지 않나 이거 쓰고 밑에 댓글... 로그인인가 로그인이면 게시판 글이면 숲속의 참치랑 로그아웃 이렇게 나와야 되잖아 서울신문... 로그페이지는 아닌가, 댓글이나 뭘 했다는 거 아닌가, 숲속의 참치..요건가 ....... 승현 이것 좀 봐줄래, 숲속의 참치 글이 중간에 있으면 어찌돼나 댓글이? 댓글이지. 아까 찾았던거 그건가요? 댓글 달았어? 댓글 단거 확인 못했어요. 근데 중간에 있으면 댓글이잖아 댓글이에요. 그거. 그럼 댓글 단거잖아. 제목은 뭐에요....... 한 거 있을거 아니예요? 아니 네가...... 그걸로 해서 구글로 검색하면 돼잖아. 투데이베스트에서 하면 되는데... 숲속의 참치예요? 그건 이거야 한뿌리만.. 여기에 댓글이 있잖아. 그러고보면 한뿌리만...여기에 댓글이 있는 거잖아. 제목을 알아야죠. 이게 얼마만의 댓글 1위인지... 갑시다. 이건 댓글 아닐까 뭔지 모르지만 여기서부터 시작되거든. 중간에 없었는데...어쨌든 댓글이잖아. 내용을 뭔지 모르지.
03:49:15 엄청나게 나오는 구나. 로큰롤 베이비. ...... 번호가 몇 번인지 안나와요? 28217, 기타게시판인데. ...... 지운거네 확인이 안되네 결국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국정원의 대규모 '인터넷 여론 조작'을 확인하고도 이를 은폐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특히 국정원 직원이 달았던 선거 관련 댓글이 73개에 불과하다는 검찰 수사와 달리, 수천여 건의 광범위한 여론 조작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29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의 수사관들이 국정원의 대규모 댓글 작업을 확인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동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3분 가량의 이 영상엔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12월16일 새벽 3시께 디지털증거분석팀 수사관들이 국정원의 광범위한 대선 개입을 확인, 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눈 내용이 담겨 있다.
▲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의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수사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영상엔 한 수사관이 "문재인이 총 몇 건이에요?"라고 묻자 다른 수사관이 "1685(건)"라고 답한 내용이 남겨 있다. '박근혜' 키워드에 대해선 또 다른 수사관이 문서를 들고 "2214(건)"라고 불러준다. '새누리당' 키워드에 대해선 "HTML 파일, 108개. 데스크탑입니다. 캐시거든요"라고 말하고, 이어 "1946개…노트북에", "새누리당이 414개, 민주통합당 121개"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한 수사관이 "언제 다 보냐고…아이…왜 자꾸 나와", "엄청나게 나오는구나"라고 투덜리거리는 장면도 담겼다.
결국 영상에 나오는 수사관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경찰이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압수한 컴퓨터 등에서 '문재인', '박근혜', '새누리당', '민주당' 등 대선 관련 키워드에 대한 수천여 건의 흔적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했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이는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관련 댓글이 73건에 불과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뒤엎는 정황이라 파문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직원의 선거법 위반 댓글이 73건에 불과하다며 국정원을 적극 두둔했지만, 검찰이 찾아낸 73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야당이 주장이 확인된 셈이다.
앞서 경찰은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16일, 대선후보 TV토론회가 끝난 직후 '국정원의 댓글 흔적이 없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심야에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불과 20여 시간 전 해당 수사를 맡은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광범위한 댓글 흔적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완전히 뒤집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앞서 민주당 정청래 의원도 지난 25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국정원의 광범위한 대선 개입을 확인한 뒤 "이건 언론 보도에는 안 나가야 할 것 아냐", "안 되죠 안 돼. 나갔다가는 국정원 큰일나는 거죠. 우리가 여기까지 찾을 줄은 어떻게 알겠어"라며 사건 은폐를 모의하는 내용의 CCTV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이거 나가면 국정원 큰일 난다"… 경찰, 사건 은폐)
국정원 여직원 아이디는 '숲 속의 참치'?
이밖에도 이 의원이 공개한 영상엔 경찰 수사관들이 이른바 '감금 사건'의 당사자인 국정원 여직원의 아이디(ID) '숲 속의 참치'가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는 장면도 나온다.
해당 영상엔 한 수사관이 다른 수사관에게 "이것 좀 봐줄래. '숲 속의 참치' 글이 중간에 있으면 어떻게 된 거야? 근데 중간에 있으면 댓글이잖아?"라고 질문하고, 이에 다른 수사관이 "댓글이에요 그거"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영상엔 한 수사관이 "뭔지는 모르지만 여기서부터 시작되거든? 중간엔 없었는데, 어쨌든 댓글이잖아. 내용은 뭔지 모르지"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와 국정원의 증거 인멸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규 의원은 "'숲 속의 참치'는 문제의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라며 "그 아이디에서 댓글을 단 사실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미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180도로 전도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선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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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 중에 여름휴가 먼저?"…시민사회·SNS 비판 봇물
참여연대 "새누리당 기만적 요구에 민주당 굴복…조사기간 연장해야"
기사입력 2013-07-29 오후 6:37:42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지지부진하고 있다. 여야는 29일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증인 채택 합의에 실패했다. 전날에는 여당의 주장을 야당이 전폭 수용, 국정원 기관보고를 사실상 비공개로 하되 내달 5일에야 보고를 받기로 했다. 시민사회와 온라인 공간에서는 비판 여론이 넘쳐나고 있다.
참여연대는 29일 '진실을 감추려는 국정조사 용납할 수 없다'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여야가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하기로 한 데 대해 "국정원의 불법행위 진상규명을 원했던 국민들의 외침에 온갖 물타기로 일관하며 국정조사 일정 자체를 파행으로 몰던 새누리당의 기만적 요구에 민주당조차도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 국정원 기관보고를 8월 5일에야 받고 증인 및 참고인 청문회를 7~8일 이틀 동안 하기로 한 여야간 일정 합의에 대해서도 "여당이 요구한 증인·참고인 숫자만 91명, 야당은 117명을 요구한 상황에서 국정조사 종료는 고작해야 18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이들은 "정치공작과 선거개입 등 국정원의 불법행위 진상규명을 최우선에 둘 것, 국정조사의 모든 과정을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할 것"과 함께 "파행으로 치달아 온 국정조사 종료일을 연장할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앞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도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주장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참여연대는 "새누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은 국정원의 불법행위와 경찰의 축소·은폐수사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기는커녕 감싸거나 물타기하는 데 급급하며, 국정조사 일정 대부분을 파행으로 내몰고 있다"며 "국정조사 파행의 1차적 책임은 전적으로 새누리당에 있다"고 여당을 집중 압박했다.
이 단체는 "여야가 국정조사를 이렇듯 대충 마무리 짓는다고 해서 국정원 국기문란사건 정국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며 "전국을 밝힌 촛불에서 보듯, 지금 국민들은 국정조사의 과정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을 뿐 국정원에 대한 분노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국정조사가 그 취지와 달리 진상에 다가서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을 감추려는데 이용된다면,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커질지 가늠키 어렵다"며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도 여야 합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SNS '트위터'에는 많은 이용자들이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남겼고, 내달 5일까지 휴지기를 둔 것을 꼬집는 반응도 많았다. 기사에 소개된 유명인들 외에 일반 이용자들의 반응은 일일이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안도현 시인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ahndh61)에 올린 글에서 "여야가 합의한 국정원 국정조사에 실낱같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을 자책한다"며 "민주당은 야성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안도현 시인은 민주당에 대해 "비굴한 태도", "새누리당과의 야합에 가까운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9일에도 글을 올려 "국정조사 해야 할 국회의원들은 바다로 휴가 떠나고, 나는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접고 재판 받으러 법정으로 불려간다"며 "정치인들은 자연친화적 인간이 되고, 나는 정치적 인간이 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 'MB-새누리국민심판위원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파헤쳤던 이재화 변호사도 트위터(@jhohmylaw)를 통해 "국기문란범죄 진상조사보다 여름휴가가 먼저라? 국정조사가 심심풀이 땅콩인가?"라며 "한심한 위원들!"이라고 일갈했다.
이 변호사는 민주당에 대해 "김무성, 권영세, 원세훈, 김용판, 이명박 증인채택 문제는 더 이상 양보해서는 안 되는 마지노선"이라며 "이들에 대한 증인채택 합의 안 되면 더 이상 국정조사 걷어치우고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changseon)는 "모두발언들만 공개로 하기로 했으니 새누리당의 요구가 90% 정도 관철된 셈"이라며 "그렇게라도 국정조사를 하는 것이 낫다 치더라고 8월 5일에야 진행된다는 점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의원들은 쉬는데 우리 특위 위원들만 일하고 있다. 7월 마지막 주는 너무 덥다"는 권성동 새누리당 특위 간사의 말(28일, 양당 간사 회견 후 기자들에게)은 그에게 직업상 요구되는 냉철함마저 걷어낸 듯하다. "국민을 우롱해도 분수가 있지, 이 무슨 망발들인가. 교만의 극치다."
/곽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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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김무성-권영세 증인채택 절대불가"
"김용판-원세훈 채택하려면 김현-진선미도 같이해야"
2013-07-29 16:44:37
국정원 국정조사특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달 7~8일 청문회 개최 등 여야간사가 합의한 국조 일정은 추인했으나, 증인·참고인 선정을 놓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여야가 잠정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증인채택도 새누리당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대선직전 국정원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해선 새누리당이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과연 국조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시되고 있다.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전체회의후 브리핑을 통해 "원세훈, 김용판은 여지가 없다. 공통적인 18명, 그리고 김무성·권영세를 포함한 도합 20명에 대해선 오늘 내로 의결을 해달라"며 "최후 논의에서 위임을 받아서 하면 될 것 아닌가 했는데, 권성동 간사가 받지 않아서 한 명도 채택하지 못한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고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에 대해 "국정원 댓글의혹, 인권유린 의혹관련 증인 모두를 일괄타결해야만 동의할 수 있는데 민주당이 현역의원들(김현,진선미 의원)에 대한 증인채택에 동의하지 않아 증인채택이 안 되는 것"이라고 책임을 민주당에게 떠넘겼다.
권 의원은 특히 "지금 민주당이 우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한 증인채택을 주장하고 있는데 막연한 의혹까지 동원해 두 사람을 소환할 수는 없다"며 "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증인 채택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절대불가 방침을 밝혔다.
여야 간사가 앞으로도 협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나, 내달 7∼8일 청문회를 앞두고 일주일 전인 내달 2일까지 증인·참고인에 대한 출석통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비타협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증인 채택에 실패, 결국 내달 7~8일 열기로 한 청문회끼지 물건너가면서 국정원 국조가 유야무야되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기도 하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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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악마의 합의" vs 정청래 "악마의 비겁함"
정청래 "신경민, 자신만 선명한 것처럼 인기성 발언"
2013-07-30 06:25:02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29일 국정원 국정조사 재개 합의를 "악마의 합의"라고 비판하자 국조특위 야당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신 의원에 대해 "악마의 비겁함"이라고 맞받는 등, 민주당 내부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밤 트위터를 통해 "신경민 반발 '악마의 합의'했다"며 신 의원의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거론한 뒤, "국조특위 사전회의에서 결정한 것을 마치 자신만 선명한 것처럼 인기성 발언하는 것은 악마의 비겁함인가? 함께 결정한 것에 대해 공동책임지는 자세가 필요"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그는 국정원 국조 모두 발언만 공개키로 한 것과 관련해선 "국정원 1시간 공개 나머지 비공개는...저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고 특위 전체 사전회의에서 1시간 동안 전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었을 때 승부가 가능하다고 봤고 그렇게 해서라도 안깨고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8윌 5일, 국정원은 모두발언 (여야 2인씩) 1시간 전국 생방송이 있고요. 7~8일 완전 공개 청문회가 열립니다. 부족하지만 여기서 중단시키는 것보단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쩔수 없는 여야협상을 혜량해 주십시오.ㅠㅠ"라며 거듭 양해를 당부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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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반발 "'악마의 합의' 했다"
"증인선정에서 청문회 하나마나라는 판단 서면 국조 중단"
2013-07-29 10:14:32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소속인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29일 국정원 국정조사 재개 여야합의와 관련, "악마의 합의"라고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신경민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여야 간사들이 일단 만나서 합의 도출하기 위해서 고생했지만, 이건 국정조사의 공개 원칙이라는 데에서 일단 멀어졌다. 이게 지금 반대로 합의가 된 것"이라며 "또 하나 저희가 납득할 수 없는 것은 8월 5일로 합의를 했다. 그러니까 이번 주를 거의 다 쉰다는 것이다. 휴가를 간다는 뜻"이라며 권선동 새누리당 간사와 정청래 민주당 간사간 합의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하여튼 대단히 불만족스럽고,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는 아주 만족스럽지 못한..."이라며 "이것보다 더 큰 지뢰밭은 사실 증인 선정이다. 이 부분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드릴 수가 없다. 오늘 오후 2시에 의결한 후에 저희들이 평가를 내놓을 텐데, 제가 지금 말씀 못 드리는 이유는 악마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이에 '악마의 합의가 뭐냐'고 묻자, 신 의원은 "증인 선정...어저께 합의가 아니고 지난 번 1차 여야간사 합의에서 잘못된 합의가 있었다. 국정조사는 원칙적으로 공개인데 공개/비공개 여부를 추후 협의한다고 한 게 잘못되었고, 더 나쁜 악마는요 증인 선정이 합의될 때까지는 발설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했다"며 "이렇게 되면 브리핑을 거의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악마의 합의가 도처에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인 선정과 관련해서도 "제일 큰 지뢰밭, 결정적 지뢰밭은 아마 증인 선정이 될 것"이라며 "증인선정에서 도저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청문회 하나마나다 라고 판단이 되면 더 이상 국조를 해야 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게 맞겠다"라며 증인 선정을 둘러싼 파국을 전망하기도 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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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방송사, 국정원 사태 제대로 보도하라"
"CNN도 보도하는데, 방송3사 정권 눈치만"
2013년 07월 29일 (월) 12:33:18
곽상아 기자nell@mediaus.co.kr
▲ 민주주의 지킴이 대학생 실천단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MBC 사옥 앞에서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린 방송3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실천단 소속 대학생들이 방송3사 규탄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미디어스
대학생들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방송3사가 축소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주의 지킴이 대학생 실천단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MBC 사옥 앞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프랑스 르몽드지, 미국 CNN 방송에서조차 수 만명이 거리로 나온 촛불집회 현장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대서특필하고 있는 마당에 대한민국의 방송3사는 정권의 시녀가 되어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며 "희대의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어떻게든 축소해 보도하고, 더 나아가 은폐시도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현실을 보고 있는 2013년 7월, 우리 대학생들은 이러한 현실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3사를 향해 △매일 거리로 나오는 촛불시민들의 목소리를 당장 보도할 것 △국정원이 지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대선때 어떤 일을 벌였는지 취재하고 낱낱이 국민 앞에 밝힐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21세기인 2013년 현재, 70~80년대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며 "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도하지 않았던 광주MBC는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제일 먼저 불타올랐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방송3사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및 촛불집회 보도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6월 21일 국정원 대선개입에 항의하는 첫 촛불집회가 개최된 이후 3사가 이를 저녁 메인뉴스에서 내보낸 경우는 5건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대부분 단신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생 연시영씨는 "저의 첫 대선 투표가 여론조작 등 불법으로 얼룩졌음을 알게 된 이후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촛불집회, 서명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왔다. 하지만 제 주변의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국정원 사태의 진실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고 있다"며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시민들의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방송3사가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달 넘게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으나, 3사에서 단 5밖에 보도되지 못했다. 그조차도 촛불을 든 시민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대변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민망한 보도"라며 "현재의 언론 행태는 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방송사들은 왜 시민들이 이 더운날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외치는지, 국정원 사태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보도해야 한다"며 "우리는 더욱 열심히 행동함으로써, 직접 살아있는 언론이 되어 더 많은 대학생들, 시민들에게 국정원 사태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대학생들은 방송3사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KBSㆍMBC 관계자들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