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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바오로딸 수도회 참사 강인숙ㆍ김꼐선 수녀가 자료실에서 수도회가 그동안 출간한 도서 1400여 권을 살펴보며 한국 진출 50년 역사를 회상하고 있다. |
학창 시절 종종 성바오로서원에 들러 책을 고르거나 친구에게 선물할 예쁜 상본, 카드 등을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면 같은 미디어 사도직에 종사하는 것도 그렇고 성바오로딸
수도회와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올해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은 성 바오로딸 수도회(관구장 정혜선 수녀)는 도서ㆍ음반ㆍ영상ㆍ
TVㆍ라디오ㆍ인터넷 등 모든 사회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입이 되어 복음을
선포하는 '말씀의 배달부'들이다.
바오로딸들의 일터인 서울 강북구 송중동 알베리오네센터를 찾아가던 날은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출판사부터 음반ㆍ영상물을 제작하는 스튜디오, 시청각통신성서교육원, 인터넷서점, 보급소에 이르기
까지 모든 사도직이 이 센터 안에서 이뤄진다.
먼저 4층으로 올라가니 비교적 널따란 사무실에서 커다란 매킨토시 컴퓨터로 책을 편집하거나 디자인
프로그램을 이용해 표지를 디자인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수녀들이다.
수녀들은 출판기획자로, 또 필자 발굴ㆍ삽화ㆍ교열ㆍ디자인ㆍ보급에 이르기까지 출판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바오로딸은 매년 평균 50~60종 신간서적을 낸다. 국내 등록 출판사 열 곳 중 아홉 곳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내지 못한다고 하니 그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마침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4권째인 「고백록」(성 아우구스티노)을 작업하느라 여념이 없다.
1960년대 출간해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천국의 열쇠」(A. J. 크로닌)ㆍ「침묵」(엔도 슈사쿠)ㆍ「칠층산」(토마스 머튼)처럼 그동안
독자들에게 널리 읽혀온 스테디셀러를 골라 개정판을 내고 있다고 한다.
'바오로딸' 책은 이처럼 유행에 민감한 베스트셀러보다는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많다.
강인숙(페르페투아) 참사 수녀 안내로 '보물창고'라 할 수 있는 자료실을 살펴봤다.
한국에서 첫 출판물인 「가정의 복음서」(1962)를 비롯해 그동안 출간한 도서 1400여 권이 한쪽 벽면
책장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다. 이중 535종은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교회서적뿐 아니라 문학ㆍ철학ㆍ교육ㆍ심리ㆍ전기ㆍ만화ㆍ유아를 위한 그림책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게 소중한 말씀의 보물들이 창고에 그냥 쌓여 있으면 안 되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딸들은 전국 15개 서원에 나가 책을 보급하고 있다.
단순히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서원을 찾는 이들에게 영혼을 맑게 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좋은 책을
권하면서 함께 기도해 주기도 한다.
인터넷서점(www.pauline.or.kr)도 열었는데, 요즘은 오프라인 서원보다 온라인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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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과정에서 인쇄를 하기에 앞서 필름교정을 보고 있는 성바오로딸 수녀 |
'바오로딸'이라는 종교적 이름의 한계를 넘어 일반인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1996년 2월 도서출판
'열린'을 새로 설립했다. 이후 종교서적은 '바오로딸'에서 일반서적은 '열린'에서 출판하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ㆍ「내 영혼의 리필」ㆍ「아들, 일어나다」 등이 일반 서점에
유통돼 많은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1994년 3월 창간된 월간 성서잡지 「야곱의 우물」은 성경 말씀 안에 담긴 의미를 쉬운 언어로
소개함으로써 하느님 말씀을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출판사도직 외에도 하는 일이 참 다양하다.
성가와 미사곡, 강론ㆍ말씀낭송, 명상음악 음반을 직접 제작, 보급하는 일도 그 중 하나.
수녀들은 특히 '사랑의 이삭줍기'ㆍ'행복한 과일가게' 등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 대중가요 음반도 냈다.
일상이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명상음반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데, 일본과 브라질 교회에 수출도 한다.
그런가 하면 '책 읽어주는 수녀'도 있다.
인터넷 서점의 'Studio 香' 코너에 가면 CJ 수녀들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인터넷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인터넷 선교도 열심이다.
1996년 6월 '가톨릭정보'(www.pauline.or.kr/catholic)를 개설해 성인(聖人), 주일강론, 교회소식, 교리자료 등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교회 누리방 가운데 '가톨릭 굿뉴스'(www.catholic.or.kr) 다음으로 방문자수가 많다.
요즘에는 디지털 미디어가 효과적 선교 도구로 부각되면서 MP3ㆍ동영상ㆍ플래시ㆍ이미지ㆍ악보ㆍPPT 자료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해 온라인(namu.pauline.or.kr)으로 보급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이 지긋한 김계선(에반젤리나) 참사 수녀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최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다. 김 수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새로운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알아보려고 모바일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고 말한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가톨릭 모바일 서비스, E-러닝(E-Learning, 전자학습)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도 이런 깨어있음의 결과다.
이밖에 시청각통신성서교육원(www.paulinebible.or.kr)은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이 인터넷과 우편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고 체계적으로 하느님 말씀을 공부할 수 있게 돕는다. 신ㆍ구약성서 입문과정(2년)과
중급과정(4년), 바오로 영성사상 과정(2년)이 있는데, 한 해 평균 1000여 명이 입학할 정도로 호응이 높아
지금까지 세 과정(총 8년)을 모두 수료한 졸업생도 3387명이나 된다.
수도원을 나오는데 안내 책자에 실린 글귀에 시선이 멈춘다.
'복음 때문에 시간과 정열과 생명을 바쳐 봉헌의 삶을 살아가는 바오로 딸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 수도회 영성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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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바오로딸 수도회 공동설립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와 테클라 메를로 수녀. |
"사도 바오로께서 오늘 오셨다면 무엇을 하였겠는가?
그 분은 출판, 라디오, TV를 이용해 어떻게든 보다 많은 이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성바오로딸 수도회 설립자인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G. Alberione, 1884-1971)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선교를 위해 발품을 팔고 편지로 복음을 전했던 사도 바오로가 지금 이 시대에 산다면 보다 다양한 매체를
선교도구로 삼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사회를 병들게 하는 비도덕적 출판에는 신앙과 도덕으로 무장한 강력한 조직으로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1915년 스무 살 나이에 알베리오네 신부를 처음 만난 테클라 메를로(1894-1964) 수녀는 현대 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이용해 복음을 전하려는 그의 계획에 동참해 수도회를 함께 설립했다.
초창기에는 젊은 여성들에게 재봉기술과 교리를 가르치면서 책을 보급하고 성물들을 판매했고,
이어 1918년 12월 이탈리아 토리노로 진출해 교구 주간지를 발행함으로써 고유의 사도직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이 공동체를 부르는 명칭이 따로 없었으나 주위 사람들이 성 바오로 사도에 대한 신심이
두텁다는 것을 알고 '바오로딸'로 부르기 시작했고 이후 수도회 공식명칭이 됐다.
수도회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1960년 12월, 당시 서울 명수대본당(현 흑석동본당) 주임 이경재 신부
요청으로 일본 관구에서 수녀 3명이 파견됐다. 수녀들은 명수대성당 근처에 작은 집을 빌려 살다
1962년 12월 지금의 자리에 수도원을 지어 이전했고, 이에 앞서 1961년 충무로 성바오로서원 개원,
1962년 3월 '성바오로 출판사'를 등록하면서 사회홍보사도직을 본격 시작했다.
현재 한국인 회원은 240여 명이며 독일ㆍ폴란드ㆍ이탈리아ㆍ홍콩ㆍ칠레 등 9개 나라에도 회원 20여 명을
파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