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8강에 오른 이세돌 9단(왼쪽)과 허영호 7단. 임무는 중국에 2연속 내줬던 우승컵 탈환!
한국, 이세돌ㆍ허영호 승리… 이창호와 최철한은 고배 조치훈 '당당한 8강'… 3연패 노리는 중국은 5명 올라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기엔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결과였다. 체감상 절반 이상의 패배로 다가왔다.
여덟 번째 춘란배의 패권은 한국 2명, 중국 5명, 일본 1명의 8강 구도로 좁혀졌다. 29일 중국기원에서 속행된 2회전(16강전)에서 한국은 출전자 4명 중 이세돌과 허영호가 승리한 반면 이창호와 최철한은 패했다. 중국은 8명 중 5명, 일본은 4명 중 1명이 승리했다.
○●… 파죽 11연승 이세돌 "필살의 일격" 과연 이세돌이었다. 대회마다 거의 맨 먼저 승전보를 전해주곤 했던 이세돌(27)은 대국개시 4시간여(점심시간을 빼면 3시간 남짓) 만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것도 대마를 포획한 통쾌한 불계승이었다.
첫 대면한 중국의 신예강자 쑨텅위(18)가 무리하게 저항하자(일종의 '도박'이었다) 즉각 필살의 일격을 날려 대마를 함몰시켰다. 그 과정엔 치밀한 수읽기가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대회 최연소 쑨텅위와는 애초 '급'이 다른 승부였다. 복귀 후 11전 전승! 춘란배와 인연이 잘 닿지 않았던 이세돌에겐 6회 대회에 이어 두 번째 8강.
▲ 이세돌 9단(오른쪽)이 대마를 잡고 대국개시 4시간여 만에 통쾌한 불계승을 거뒀다.
●○… 움츠려 있던 허영호 "이젠 뜬다" 첫 출전인 허영호(24)는 전기 우승자 창하오(34)를 맞아 역전극을 썼다. 국내 검토진 사이에서 형세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후반의 스퍼트가 빼어났다. 결국 261수 만의 1집반승.
한국랭킹 10위 허영호는 지난해 열렸던 14회 삼성화재배와 더불어 세계8강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창하오에겐 지난해 5월 14회 LG배 32강전에서도 승리한 바 있다.
▲ 허영호 7단은 전기 챔프 창하오 9단을 대진표에서 끌어내렸다. 상대전적 또한 2전 전승.
○●… 이창호ㆍ최철한 "아픔 큰 패배" 최근 좋은 페이스를 보여 왔던 전기 준우승자 이창호(35)의 탈락은 국내팬들에겐 충격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새내기 구링이(19)에게 불계패했다. 하변에서 불각의 반발을 허용한 것이 패인. 이창호는 낯선 상대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나타내곤 했었다.
장단점에 대한 연구를 끝마친 듯 상대를 괴롭혀 나갔던 구링이는 이변을 일으켰다. 구리를 꺾은 것을 비롯 2007년부터 서남왕전 3연패를 달성하는 등 중국내에선 한국의 박정환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랭킹 13위.
최철한은 좌상 몸싸움에서 잃은 점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 들어 장기인 '올인 전략'으로 맞섰으나 콩지에의 방어벽을 뚫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 당했던 LG배 8강전 패배를 설욕할 기회도 놓쳤다.
●○… 54세 최연장 조치훈 "투혼의 8강" 조치훈은 1회전에서 강동윤을 꺾더니 2회전에선 치우쥔을 제압했다. 대회 첫 8강이며 2008년 6회 응씨배 8강 이후론 가장 나은 성적(후지쯔배와 삼성화재배 우승 경력이 있다). 54세 조치훈은 이번 대회 최연장자이다.
1회전에서 기세를 올렸던 일본은 그러나 야마시타 게이고ㆍ이야마 유타ㆍ유키 사토시가 중국의 공세를 받아 탈락했다. 반면 중국은 콩지에ㆍ구리의 쌍두마차를 필두로 왕시ㆍ씨에허ㆍ구링이가 승리해 3연패에 힘을 실었다.
▲ 추첨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구리 9단, 이세돌 9단, 허영호 7단, 조치훈 9단(왼쪽부터).
○●… 이세돌-왕시, 허영호-콩지에의 8강전은 11월 예정 한국 2명, 중국 5명, 일본 1명의 8강은 정관장배, 농심신라면배 연속 우승과 비씨카드배 호조로 중국의 기를 꺾어놓았던 한국으로선 조금 불만스럽다. 다만 이창호 혼자 8강에 올랐던 지난기보다는 한 자리를 더 차지했다.
11월에 열릴 예정인 8강전은 추첨 결과 이세돌-왕시, 허영호-콩지에, 조치훈-씨에허, 구리-구링이의 대결로 짜여졌다. 상대전적에서 이세돌은 3승(중국리그 포함시 3승 1패), 공식전에서 만난 적 없는 허영호는 국제신예대항전 등 비공식전 포함시 1승 1패. 또 조치훈은 씨에허와 첫 대결하며, 구리는 구링이에게 7승 4패로 앞서 있다.
중국이 주최하는 유일한 메이저 대회인 춘란배는 24명의 기사가 우승 상금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놓고 자웅을 겨룬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초읽기 1분 5회), 덤은 중국룰에 따라 7집반이 적용된다. 그동안 나라별 우승 횟수는 한국 4회, 중국 2회, 일본 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