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와 부품업체, ‘주간연속 2교대제’ 실현 가능할까
윤지연 기자
고용노동부가 현대,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등 완성차업체에서 근로기준법상의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하는 등 주야 2교대제로 인한 상시적 장시간 근로가 이뤄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후 법 위반이 적발될 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완성차업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야 2교대제에 따른 장시간 근로 문제는 공공연히 지적돼 온 사항이었다. 현대자동차노조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줄곧 임단협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주장해왔으며 2005년에는 노사가 이에 합의했지만 현재까지도 논의과정에 있다.
특히 사측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입될 경우, 생산성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임금조정과 노동강도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라, 완성차업계와 부품업계까지도 주간2교대제의 문제가 해소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주야 2교대 완성차의 장시간 근로, 근로기준법 위반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14일까지 3주간, 현대, 기아,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차 전체 사업장 등 완성차업체 근로시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차의 주중 연장근로시간은 업체별로 최소 3시간 20분에서 최대 10시간 50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 업체에서 주중에 상시적으로 연장근로를 유도하는 주야 2교대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중 연장근로 외에도 휴일특근 역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GM은 평균적으로 주1회, 르노삼성차는 2주 1회의 휴일특근을 하고 있다. 휴일특근 시간은 업체별, 공장별로 차이가 있지만, 현대자동차 전 공장과 기아차 안양, 화성공장, 한국 GM 부편, 보령 공장에서 8시간이 넘는 휴일특근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완성차업체 노동자들은 주중 연장근로와 휴일특근으로 주당 평균 55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1년 8월, 전체 상용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인 41.7시간에 비해 15시간 이상 긴 수준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실태조사 과정에서 전 업체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연장근로 한도 위반은 주로 조기출근(30분~1시간), 식사시간 중 근로(1시간 중 30분), 야간조 조기 투입, 주2회 휴일특근 등의 형태로 추가 연장근로에 따라 발생했다.
법 위반 정도는 공장별, 부문별로 차이가 있으나 완성차 부문보다 엔진, 변속기, 조재(Power Train)부문의 위반이 많았음며, 특히 현대차 전주공장 및 울산공장, 기아차 화성공장, 한국 GM부평공장의 위반이 많았다.
한편 이 같은 한국 완성차업체의 장시간 노동은, 외국업체의 연간 근로시간에 비해 연간 800시간을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우리나라 완성차업체가 주야 2교대제를 실시하는 반면, 외국의 완성차업체 대부분은 주간 2교대제(주간연속 2교대제) 또는 3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그 결과, 우리나라 업체는 외국 업체의 연간 근로시간보다 연간 800시간 이상 더 일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각 업체에 연장근로 한도 위반을 시정하도록 개선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또한 이후 주기적인 실태점검을 진행하고, 개선 계획을 이행하지 않아 동일한 법 위반이 적발되면 즉시 사법처리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완성차와 부품업체, ‘주간연속 2교대제’ 실현 가능할까
고용노동부가 완성차업체의 주간2교대에 따른 장시간 근로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언급함에 따라 이후 완성차업계 노조에서 주장하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현대차, 기아차 등 금속 사업장 전반에 걸쳐 논의되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제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금속노조는 2011년 중앙교섭과 자동차완성차 공동 요구로 ‘야간노동 철폐와 주간연속 2교대’를 내건 바 있다.
지난 4일 마감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4대 임원선거에서 역시 후보자들의 주요 공약은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이었다. 지부장으로 당선된 문용문 현대차지부장은 “현대기아 공동투쟁으로 2012년 상반기 주간연속 2교대제를 합의하고, 2012년 하반기에는 전면 실시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 2일 당선된 배재정 기아차 지부장 역시 ‘주간연속 2교대제 기아, 현대차 동시시행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매년 최대 자동차업체 노사의 임단협에서 최대 쟁점이 돼 왔던 주간연속2교대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현대, 기아자동차는 지난 98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2005년 단체 교섭에서 ‘2009년 1월 1일부터 주간연속 2교대에를 실시한다’는 것에 노사가 합의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이후, 노사 합의사항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으며 현재까지도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을 두고 많은 이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품업체에서 역시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상 완성차업체의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이슈화 시킨 유성기업의 경우, 2009년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2011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완성차인 현대자동차의 생산방식에서 벗어나기 힘든 부품업체의 구조상, 유성기업 차원의 노사교섭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유성기업을 비롯해 만도, 한라공조, 두원정공등 10여개의 부품업체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했으나, 현재 이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두원정공 뿐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된다 해도, 사측이 임금조정과 노동강도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유성기업의 한 조합원은 파업 당시 “2009년 주간연속 2교대제가 합의될 당시에는 피스톤링 4900만개를 생산했고, 올해는 5900만개 생산을 목표로 1000만대의 피스톤링을 확대 생산하는 등 노동강도가 강화돼 왔다”며 “극심한 노동강도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간역속 2교대제가 실시돼 노동강도가 더욱 강화된다는 것은 우리를 기계로밖에 보지 않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금속노조 관계자는 “완성차업체에서의 주간2교대제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금속노조에서 문제제기 해 왔던 내용”이라며 “그 같은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의 이번 실태조사 결과가 이후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실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다만 금속노조는 그동안 토론, 협의하는 과정에 있었던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문제를 2012년에는 본격적, 전면적 투쟁으로 내세우는 계획을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