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에는 이 지역에서도 한반도의 패권을 노리는 전투가 벌어졌다.
백제군과 신라군이 칠성평야에서 맞붙었는데, 싸움에서 진 장군이 느티나무에 머리를 받고 자결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이곳은 괴주(槐州), 괴양(槐壤) 등으로 불리다가 조선 초기부터 괴산(槐山)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 괴산군 지명의 유래다.
괴산군 칠성평야 남쪽으로 우뚝 솟은 산이 군자산(君子山·948.2m·큰군자산)으로 속리산 국립공원 쌍곡분소 관할이다.
이 산의 옛 이름은 군대산(軍垈山)이었다.
이 산에서 기도를 하면 옥동자를 얻는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산자락에는 돌을 던져 바위를 맞추면 아들을 낳는다는 아들바위가 있고, 또 음기가 세어 자식을 잘 낳는다는 전설이 있어 무속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군자산은 이 산에서 멀지 않은 백두대간(장성봉)으로부터 가지를 친 능선상의 최고봉이다.
장성봉 방면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의 첫 봉우리가 지난 주 산행한 막장봉(868m)이고, 계속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제수리치를 만나
가라앉았다가 다시 남군자산(南君子山·827m)을 일으켜 세운다.
군자산 남쪽에 있다고 불리어지는 남군자산에서 능선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북쪽으로 가지를 뻗어 약 4.5km 거리에다 세차게 들어올린 산은 큰군자산이고, 남군자산에서 계속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칠성면과 청천면 경계를
이루며 675m봉에 이르면 또 두 갈래로 갈라진다.
북서쪽으로 갈라진 능선은 옥녀봉(玉女峰·604m)과 아가봉(雅佳峰·541m)을 지나 산막이옛길이 있는 달천에 모두 가라앉힌다.
달천에 내려앉기 전 옥녀봉 우측으론 유명한 갈론9곡이 있다.
675m봉에서 남으로 갈라진 또하나의 능선은 분맥을 하여, 한 자락은 갈모봉(582m)에서 관평천 선유동(仙遊洞)으로, 또 한 자락은 가령산~사랑산을
빚은 다음 화양구곡으로 가라앉는다.
우리는 남릉을 타고 갈모봉에서 선유동 제비소(선유교)로 내려설 계획이다.
이 코스는 아쉽게도 입산통제구역으로 묶여있어 위법산행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안내판이나 이정표가 거의 없어 작은 헤프닝도 일어났다.
특히 날머리에서 대기하고 있을 버스는 전혀 엉뚱한 방향의 ‘선유동주차장’에 있었다.
‘선유동주차장‘은 '아래 선유동'에 있으며, 우리는 '위 선유동'으로 내려온 셈으로 선유동 계곡의 끝에서 끝인 셈(약 2km)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산행시간을 30분 쯤 더 주어 선유동주차장을 날머리로 했으면 수려한 선유동계곡을 느긋하게 둘러 봤을 것이다.
GPX <지도에 표기한 푸른색 바탕체 표식은 필자가 임의로 지은 이름임을 밝혀둔다.
지도에서 보듯 경로당을 지나 남의 밭을 지나며 휘돌 게 아니라 좌측 점선을 따른다면 무난히 정확한 등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경로당 직전에서 좌측으로 난 지도상의 빨간 점선의 하얀 도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직접 확인을 하지 못했다.
8.4km에 5시간 정도
고도표
네이버지도의 선유동계곡. 우리의 하산지점인 제비소(선유교)에서 선유동주차장이 있는 곳까진 1.6km로 54분이 걸린다는 안내.
다음 기회에 갈모봉과 선유동계곡을 연계한다면 짧지만 좋은 코스가 되겠다.
선유동주차장에서 칠형제바위 능선으로 갈모봉에 오른 후 제비소로 내려와 선유동계곡을 탐사하며 선유동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면 2시간 30분이 걸리네.
속리산 국립공원 쌍곡분소 관할의 지도.
버스는 화서IC에서 내려 상주를 지나 하관평에서 멈춘다.
하관평 버스 정류장.
충북 마스코트가 반기는 우측 마을길로 들어선다.
충북 마스코트 '고드미'와 '바르미'는 21C 주역이 될 남녀 어린이를 친근한 모습으로 형상화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선유동 펜션 안내판을 따라...
무심코 뒤따랐더니...
느티나무가 우측으로 보이는 'ㅜ'자 삼거리에 닿는다. GPX지도의 빨간 점선을 따라 좌측으로 올라야만 정확하게 산길로 접어 들었을 텐데...
좌측 경로당을 지나자 앞서간 일행들이 우왕좌왕 되돌아 내려온다.
하는 수 없이 앞장을 서선 선답자의 루트를 참고로 민가 뒷쪽으로 오르는 돌계단을 따라...
세멘트 포장도로에 올랐다.
멀리 남군자산의 자태를 바라보며 좌측으로 크게 휘어돌아...
막무가내로 산짐승 휀스를 뚫고, 밭을 가로질러 ...
제법 반듯한 산길로 들어섰지만 그 길은 계곡으로 이어져 화학재(칠일봉~제수리재)로 오르는 길이라 다시 좌측 계곡을 건너면서...
개망초가 흐드러진 정확한 등로에 올라 붙는다. 아까 초입에서 길을 바로 잡았다면 이 길을 통해서 올라 왔을 것.
앞으로 올려다 보이는 바위지대를 살짝 당겨 보았더니...
삼형제 바위로 보인다. 남군자산의 하이라이트인 삼형제 바위를 놓친다면 앙꼬없는 찐빵처럼 밍밍한 산행이 될 것.
소나무 우거진 계류를 건너...
좌측 산길로 접어든다. <우측으로 난 길은 약 100m 전방에서 계곡을 만나 화학재로 오르는 길)
이 등로는 펑퍼짐한 계곡을 통해...
능선으로 올라 붙는다. 사진은 삼형제바위의 직전에서 만나는 마당바위로 멀리 대야산의 모습이 보인다.
삼형제바위의 출입을 금지(-)하라는 의미인가? 90도로 꺾어 하늘을 치켜들며 자라는 소나무의 자태가 고고하다.
예사롭지 않은 곳을 그저 이리저리 살펴보며...
석문인 듯, 통천문인 듯...
맞다~ 산부인과 바위다.
길게 코를 늘어뜨린 이넘은 두 귀에 눈까지 가려버린 장님 코끼리 바위.
오만 모양의 자태로 수천년 그 자리를 지켜왔을 기암들.
장정 10명이 힘을 합해 밀면 그냥 굴러 가버릴 것 같은 바위들.
코끼리바위는 뒤에서 보니 생각을 따라 모습이 변하는 바위다. 눈을 지그시 감고 뽀뽀하는 금붕어를 닮기도 하고, 고개를 돌린 오리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강인한 생명력의 이 소나무는 한 차례 쓰러졌지만 다시 재활의 활력을 찾았다.
氣가 살아있는 이 곳에서 우리들은 점심보따리를 풀고 생탁을 곁들인 식사를 하였다.
다소 밋밋한 봉우리를 살짝 넘다가, "여기가 어딘감?" 하여보니 칠일봉(715m)이다. 710m봉이라 '칠일봉'이라 이름이 지어졌나 보다.
칠일봉은 제수리치 갈림봉이다.
정상 갈림길 이정표에 정상 50m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30m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남군자산 정상석.
남군자산에선 사방 조망이 트인다. 대야산과 중대봉 뒤로 머리를 내민 조항산과 좌측으로 둔덕산. 그리고 지난주 오른 막장봉 장성봉도 가늠된다.
뭔가 흐릿한 윤곽이 보여 살짝 당겨 보았더니 장성봉 너머로 희양산이 허연 이마를 내밀고 있다.
이제 인증을 하고...
오래전 필름카메라로 흔적을 남긴 모습.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로 되돌아와 보람원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밧줄구간을 타고 넘어...
전망 좋은 곳에선 추억 남기는 것도 빠뜨리지 않고...
대야산과 중대봉 너머 백두대간이 검은 구름 아래 자태를 드러낸다.
손등바위, 손가락바위 안중근바위 등등의 이름으로 부르지만 필자는 '안의사 손바위'라고 부른다.
여순 감옥에 있을 때 남긴 글씨의 낙관엔 어김없이 약지와 무명지의 첫마디가 잘린 손바닥 도장을 볼 수 있다.
'대한국인 안중근' 의사의 왼손 모습.
미옥 씨와 옥분 씨가 손바닥바위 앞에 걸터 앉았다.
다시 밧줄을 타고...
조심조심 내려서다...
다시 치고 오르면...
뚫리는 조망에서...
한동안 떠날 줄을 몰라.
큰 바위를 에돌아...
안부인 보람원 갈림길(639m)에 닿았다.
보람원 갈림길의 이정표. 탈출은 이곳에서 해야만 한다.
필자가 명명한 촛대바위를 지나고 작은 봉우리를 타고 넘어야만 ...
군자치(490m)에 내려설 수 있다. 군자치에서 지친 일행들을 두 명 내려 보내며...
보람원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보니 사유지라 출입을 통제한다는 푯말이 걸려있다.
차츰 지쳐만 가는 일행들을 다독여 고도편차가 그리 심하지 않는 산길을...
큰 바위를 지나고...
TV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는 지점도 지나며...
갈모봉 정상에 섰다.
무슨 영문인지 갈모봉 막대표석의 장댕이는 세 동강이 나있고,
옆에는 누군가 벽돌만한 돌맹이에다 갈모봉이라 새겨 올려 놓았다.
500미터 대의 갈모봉 산세는 일천 미터 급의 위세에 하나도 눌리지 않을 만큼 위세당당하여 쿵쾅거리는 작은 가슴의 울림을 들어야 했다.
카우 걸들이 들고 있는 '명산 100도전단' 이기 뭐꼬?
'카우 보이'는 말을 타고 목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말하지만 한마음의 '카우 걸(cow girl)'들은 소띠들을 지칭한다.
남쪽 멀리 첩疊의 산주름 뒤로 속리산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산들 뒤에 숨어 있어도...
실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자태.
정상 뒤 바위 틈새에 다소곳이 모습을 감춘...
반송 한 그루.
이제 하산길은 또다른 즐거움.
마당바위라 하였지만 길게 이어진 품세로 보아 기차바위로 명명했다.
이어지는 주변 산세의 황홀함.
그녀들은 온갖 모습으로...
즐거움을 표현하고...
푸른 창공에서 맑은 기운을 얻는다.
하얀 손수건을 하늘에 대면 파란색 물감이 뚝뚝 묻어 나올 것만 같아.
잔디 없는 마사토 무덤은...
'광제원주사 괴산 음씨'묘.
직진 방향엔 가오리를 닮은 가오리바위가 있지만 좌로 꺾어 내려가야만 하고...
이내 패러글라이딩 이륙을 할 수 있는 할공장 바위를 만난다.
뒤돌아본 석축을 쌓은 듯한 바위를 지나고...
'유인 함평 이씨묘'를 지나...
임도에 내려선다. 우리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선유동주차장'은 임도 우측으로 조금 가다보면 선유동계곡을 만나 30여 분 걸어야 한다.
임도에서 돌아본 산길 입구엔 '갈모봉~남군자산 출입금지' 현수막이 걸려있다.
도로 표지판엔 '선유동길'이란 새주소 안내판이 걸려있고, 도로 이정표에도 '선유동입구'라는 이정표가 적혀있다.
현위치(제비소)에서 선유구곡 입구는 1.6km, 하관평까지는 2.3km.
버스는 이 지점 도로변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는데...쩝~ 제비소는 우측 빨간 화살표 방향...
느티나무 아래를 지나면...
제비소가 커다란 호수처럼 펼쳐져 있어 여름철에는 물놀이 하기에 안성마춤이겠다.
엊그제 많은 비가 내려 계곡물이 범람한 듯 갈대숲은 물줄기에 모두 드러누웠다.
그 때 우리 버스가 도로를 지나가는 게 보인다. 다들 헐레벌떡 차도로 되올라와...
버스가 지나간 하늘만 휑하니 쳐다보다 가게에 들어가 시원한 맥음료로 우선 갈증을 해소하였다.
이리저리 전화질을 해대지만 도대체 버스는 어디에 있으며, 일행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버스가 언제 지나갈지 모르니 마음놓고 계곡에서 씻을 수도 없는 노릇.
확실하지 않은 위치를 알려주는 바람에 괜히 아픈 발바닥병을 끌고 땡볕 이글거리는 아스팔트길을 10여분 간 헤매기만 했다.
네비게이션의 정확한 이 지점은 "선유교" 또는 '제비소'이고, 주소는 <괴산군 청천면 관평리 561>이다.
씻지도 못하고 길가에서 무작정 기다리노라니 짜증지수는 상승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에 떠가는 흰구름만 무심하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
<밥 딜런>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한 인간은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그래, 그리고 얼마나 많이 하늘 위로 쏘아 올려야
포탄은 영영 사라질 수 있을까?
그 대답은, 나의 친구여, 바람 속에 불어오고 있지
대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네
(…)
얼마나 자주 위를 올려다봐야
한 인간은 비로소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그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
한 인간은 사람들 울음소릴 들을 수 있을까?
그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죽음을 겪어야
한 인간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
서대경, 황유원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