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 | 김윤삼
받침목 옆 핀 꽃 외
혀를 날름거리는 열기를 안은 사다리를 오르다 본 꽃
그 꽃이 보고 싶어 내려왔습니다
가라앉는 몸을 가누려 소금 알약과 물을 먹습니다
중얼거리는 햇빛은 빛 화살을 쏘아댑니다
몰려다니는 새들은 바람을 지우기 위해 날아다니고, 헉헉거리는 바람은 건조하는 선박을 흔듭니다
덩달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선박도 헉헉거립니다
일하러 가자고 재촉하는 눈빛을 뒤로하며
담배 한 개비를 타는 입속으로 넣었습니다
깊게 갈무리하는 첫 연기 속으로
아침에 본 선대 레일 받침목 옆, 그 꽃을 바라봅니다
올망졸망한 저 꽃들
아롱거리는 마누라와 두 딸로 보였습니다
선대 받침목에 앉아있는 꽃, 말입니다
허공에 몸 담그고 돌멩이 같은 마음을 씻었습니다
식지 않고 꾸덕거리는 작업복을 다시 여며
온몸 뒤척이며 억지로 웃음을 구겨 넣듯
이중 격벽 탱크에 몸을 구기고 들어갑니다
밥 찾으러 갑니다
*선대: 선체(船體)를 건조하기 위한 조선대(造船臺). 선박을 올리고 내리는 데 사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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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유전자를 가진 자들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
그대 떠나보내며 흐느끼는 노동자 이름은
봉분 위에 민주 깃발 꽂으리
자칫 그냥 두었다가는 한 마리
등판에 붉은 뱀 채찍의 사슬을 그어 놓을 것이야
오십 년을 피 흘리던 억압의 사슬을 걷어 내는
해방의 불기둥 고요히 번지니
혼돈과 지배의 삶을 단호히 거부하는 저 불꽃,
시작부터 밀리면 끝이라는
노동자로 몸뚱이를 무두질한 까닭이지
잊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 산 자의 도리
심장과 심장을 요구하는 저 불꽃 앞에서
모란 공원 봉분을 깔고 앉아
그 누구도 면죄부를 나눌 수 없으리
동트는 새벽빛은 막아도 막아도
자유의 바람으로 걸어오는, 우리는 하나다!
민주의 혼백과 들꽃들이여
바닥에 똬리 틀고 목숨을 노리는 저 뱀의 혀를 날름거리는 자들에게
말하며 그는 떠났지
김윤삼 | 2020년 《시사문단》 신인상 등단했다. 시집으로 『고통도 자라니 꽃 되더라』, 『붉은색 옷을 입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