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주의 발달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걷는다. 제주 다솜장애인자립생활센터내 다솜 대안학교 친구들이 아침 일찍 균도를 만나러 왔다.
같이 따라주는 선생님의 손을 잡고 아이들은 먼 길을 마다치 않고 같이 길을 걸었다. 날씨마저 도와주어 균도가 가는 길에는 비도 오지 않아 즐겁게 길을 걸어간다.
힐링의 목적으로 제주 올레를 선택했다. 한반도를 돌고 돌아 제주에서 여정을 마치려고 선택했으나, 여기에 있는 당사자와 부모님들을 만나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상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오늘은 다솜센터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 친구들도 오후 시간에 균도와 같이 연대하기 위해 우리의 일행을 자처했다.
균도를 만나고 즐겁게 인사하는 손에 나는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마음으로 알고 있다. 길을 멀어도 균도의 걸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친구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길을 걸으며 복지관 선생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지금 복지관의 현실은 이용자의 나이와 재계약이 화두이다. 복지관 주간보호는 보통 40세 이하로 제한되어 있다.
또 2년의 계약기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게 큰 문제다. 현실적인 이유로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대기자의 불편한 민원을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장애인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것 역시 사회적 불편함에서 오는 선택이다. 사회에서 팽개치는 발달장애인의 문제는 가장 가까운 곳에 가장 큰 걱정이 있다.
발달장애인은 40살 이상 살면 안 되는 것일까? 과연 왜 우리 아이들은 주간보호를 제외하면 갈 곳이 없을까? 그것마저도 계약기간으로 쫓겨간다면 가정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이 현실이 균도를 세상 밖으로 걷게 했다.
같이 연대하면 걷지만 우리의 고민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 나 역시 내년으로 균도의 주간보호 재계약 문제가 고민이기도 하다.
발달장애인의 당사자와 함께 길을 걸으며, 또 그들의 부모들을 만나면서 아쉬움에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나의 나약함에 먼 산을 보는 하루이기도 하다.
중증과 경증을 나누어 편견으로 바라보는 복지관의 시선, 그러한 판단의 시선으로 무슨 이야기해야 하나? 중증을 보던지 경증을 케어하던지 예산을 똑같이 지급한다면 과연 중증장애인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매일 생각하는 이야기이지만 오늘은 특히 나의 고민으로 다가온다. 발달장애인의 바른 사회참여의 시작은 고민에서 시작된다. 가는 길이 무거우니 발걸음이 무겁구나.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내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