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거 결과에 대한 촌평
1. 교만과 오만은 언제나 심판받는다.
상대방이 개판을 치고 있으니 어떤 짓을 해도 승리할 수 있다. 어떤 놈을 공천해도 승리할 수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네가 하면 불륜이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의 장난질 같은 민주통합당의 합당은 민주·시민제세력의 통합이란 명분이 주어졌지만 권력과 세력관계의 갈등으로 인해 흩어져 있던 범민주당 세력이 다시 모인 것에 불과했다. 통합은 각 세력간의 진정성으로 모여진 것이 아니라 사실은 총선과 대선의 헤게모니 싸움이었다.
이명박 정부에 민심이 최악인 상황에서 권력을 장악한 한명숙 체제는 특정학교 출신(이미경 등 이대라인)과 486(임종석, 우상호)세력과 구 친노세력(백원우 등), 구 당권파(정세균파)와 물심지원 친위세력(신계륜 등)로 이루어진 연합세력을 형성하고 노골적인 권력장악과 독점체제를 만들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자파세력을 공천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당과 국민과의 약속인 ‘국민경선제’는 유명무실해졌다. 실제로 100만명 가까이 참여한 선거인단중 경선을 맛 본 사람은 20만명도 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최고위원들에게 지분을 챙겨줘야 했고 이 과정에서 온갖 구태는 그대로 들어났다. 당헌당규상의 규정은 유명무실해졌고 불법, 탈법이 이어졌다. 비례대표도 일부는 최고위원 지분챙기기에 의해 순위가 정해졌다. 여론조사는 왜곡되고 때로는 조작되었다. 공천에 있어 면접은 가장 중요한 절차이다. 회사에서 공채를 하는데 면접에 불참하였다면 당연히 탈락이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이미경, 신계륜 후보는 면접도 보지 않았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연대는 결과적으로 합의를 했지만 이 과정에서 나타난 양당의 권력다툼과 지분챙기기 등은 양심세력을 자처한 진보진영도 다른 정치세력과 똑 같은 정치집단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았다. 이정희 지역구만의 문제는 아니였지만 여론조작 시도는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시기를 상실한 사퇴는 감동은커녕 짜증을 불러온다. 또한 정책연대도 치밀한 준비와 국민설득과 공감과정이 지나치게 계급편향적 모습을 보임으로서 반대 세력의 결집을 도와주는 꼴이 되었다.
2. 민심은 언제든지 변할 수가 있다.
국민은 부분적으로 친노, 친이, 친박, 나꼼수 지지자이지만 대다수는 복합적이거나 어느 부분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된 주체이다. 이명박의 막가파 정치도 싫어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구연(노무현, 김대중유산정치), 구태정치도 좋아하지 않는다. 박근혜의 줄세우기 계파정치도 혐오한다.
올초까지는 대세가 이명박 정부의 심판이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계속되는 헛발질과 상대적으로 안정된 박근혜 체제가 불과 4개월만에 대 반전을 만들어 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이명박 체제와 박근혜 체제를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음도 확인되었다. 물론 투표율에 나타난 민심왜곡의 함정은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와 같은 투표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경향성은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3. 시대에 역행하면 이길 수가 없다.
안철수 신드롬을 일시적인 현상이었을까? 정치권에 발을 딛는 순간 지도자에 대한 검증의 잣대는 냉혹하고 국민들의 눈은 잔혹하리만큼 예리하고 날카롭다. 그런면에서 안철수씨도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안철수 현상을 가져온 국민들의 정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 국민들의 눈높이도 변하고, 호감도도 변하고, 정치권에 대한 생각과 판단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했다. 시대와 국민들은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는데 반 이명박 정서 하나만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 패착이었다.
나꼼수에 열광한 현상만 보고, 그 지지 세력만 보았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세상을 읽는데 실패했다. 즉, 표면의 들끓음만 보고 본질을 보지 못한 결과가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이제 시작이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정치·정당에 대한 혁신경쟁을 국민들은 더욱 촉발할 것이다.
4. 감동없는 정치에 참여는 없다.
안철수, 조국, 공지영, 김제동, 김미화, 김어준과 같은 유명인은 물론, 한명숙, 심상정 등 정치인들조차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결과에 따라 온갖 이벤트를 내걸었다. 결과적으로 하나도 지켜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SNS는 투표독려와 인증샷으로 넘쳐났다. 한쪽 진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참여를 독려했음에도 마지노선이라는 55%도 넘지 못한 이유가 무었일까? 아니 다른 진영 사람들만 더 많이 참여했던 이유는 무었일까? 이쪽 진영의 가벼움은 감동으로 다가가지 못했고 상대진영에게는 오히려 위기감만 초래했다. 그리고 SNS가 젊은 층의 도구이기는 하지만 정치에 있어 대세는 아직 아님도 확인되었다.
5. 준비되지 않은 과도한 경향성은 화를 부른다.
FTA, 제주도 구럼비 해군기지 건설 등은 반대할 충분할 이유가 있다. 그러나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사실은 노무현정부에서 추진했던 일들이다. 한미 FTA는 급변한 경제질서에 대한 예측을 하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 당연했고 국가 보위에 관한 문제는 충분한 토론과 설득이 필요했다. 조심스러운 문제에 관해 일부 민통당 의원들의 가벼운 행동과 방조가 향후 집권세력으로서의 위상을 감퇴시겼다.
복지문제나 검찰개혁 등은 시급한 과제임에도구 불구하고 민통당은 선거내내 이슈를 새누리당에 선점당한 채 폭로전에 집중함으로서 국민들에게 선의의 정책도 알리기가 어려웠다. 또한 통합진보당과 연합을 하는 과정에서 통진당과 차별성이 없고, 독자성과 독창성이 없는 정책에 대해 중간세력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판단이 경계감을 갖게 하였고, 반대세력의 결집을 가져왔다.
6. 정치적 기술이 없으면 진정성이라도 있어야 한다.
오직 반 이명박 정서에 기댄 채, 악화되는 민심을 읽지도 이를 되돌릴 아무런 정치적 장치와 행동이 없었다.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에 진정성은 물론 절박성이 전혀 없어 보였다. 고양이도 쥐를 잡을 때면 최선을 다하는 법인데 이미 다수당이 된 것처럼 권력놀음에 빠지고 선거를 정치놀음으로 지새는 당에게 국민들이 절박함을 느끼기 보다는 배신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도 없었고, 해결할 자세와 능력도 없었다. 특히 한명숙 사단은 더욱 그랬다.
반면, 새누리당은 악재를 호재로, 이명박 정부의 심판을 거대 야당 심판으로 맞대응하면서 전선을 넓혀갔고, 정책선거로 차별화를 해야했던 야당들은 이들의 화려한 정치쇼에 속수무책이었다. 여기에 여장군 박근혜가 있었고, 박근혜의 굳건한 정치적 노력이 유권자의 화답으로 돌아왔다.
7. 진영논리에 의해 유권자를 협박하면 유권자는 화를 낸다.
민통당과 통합진보당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우리진영을 찎지 않으면 너희들이 누구찍을 것이냐?라고 겁박했다. 우리를 찍어달라고 울고 불고 매달려도 표를 줄까말까 한데 '너희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 결국은 우리를 찍을 수 밖에 없다.'라고 생각한 듯 하다. 그러나, 유권자는 그런 협박을 수용할만큼 민통당과 새누리당의 차이로 고통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후보자와 당의 선택기준을 도덕성이나 역량을 우선시했다. 진보진영의 유일하고 영원하며 독점적 으로 향유할 것 같았던 도덕성도 이번 선거를 통해 여지없이 깨졌다. 끊임없이 터져나오던 한명숙 측근들의 비리, 통진당의 투표조작과 비례대표의 학생 성추행, 김용민의 막막파동이 계속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보다 상대적 우위를 주장했으나 국민들은 믿지 않았다. 그 밥에 그 나물, 도낀 깨낀, 오십보 백보로 여겼을 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관점에서도 민통당은 졌다.
8. 자신 세력의 결집없이 상대방을 자극하면 상대방이 더욱 결집한다.
국민들에게 후보선택권을 돌려드리겠다면 최고위원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민통당에서 많은 사람들이 후보로 등록하고 당에서 요구한대로 최선을 다했다. 새로운 정치환경이라면 해 볼만 하다고 그동안 나름대로 갈고 닦은 당내외의 고수들이 예비후보들로 등록하고 국민선거인단을 모집하고자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유도 없이 기회도 얻지 못한채 버려졌다. 새누리당은 당대표가 나서 낙천한 사람들도 당의 자산이라고 다독이고, 중진들조차 설득해 주저앉혔다. 그러나 이 통진당은 떨어진 사람들에게 공식적, 비공식적 통보는커녕, 낙천한 사람들을 공천자와 현격한 차이 운운하며 인격모독을 서슴치 않았다. 나도 현재(4. 17 현재)까지 단 한번도 공식, 비공식으로 어떤 말도 통보받지 못했고 왜 떨어졌는 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공천을 배점 기준에 맞추어 하기로 했다면 점수를 발표하면 될 것 아닌가? 공개를 하기 어려우면 당으로 불러 점수를 확인시켜 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자신의 세력중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조차 모욕을 주는데 누가 당과 후보를 찍으라고 할 수 있었겠는가? 오히려 문제있는 후보를 아무런 이유없이 공천함으로서 상대방의 결집만 가져왔다.
이것이 민주통합당의 이번 선거였다.
첫댓글 예측은 빗나가고 믿음도 어긋났습니다. 촌평을 한편정도 더 쓰고 이제 치열한 논쟁을 좀 할까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참혹한 문제는 유권자의 문제이기 전에 같은 유권자였던 우리들의 문제이고, 그리고 진영논리, 계급성에 기반한 활동은 사실인지, 진보정당은 정말 진보성이 있는 지부터 모든 전반을 다루고 다투어 봅시다.
잘 읽었습니다
누가 들어와 많이도 읽고 갔다. 그래서 못썼던 8번까지 다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