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생각] 2006년 8월 10일 목요일 (홍)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빈배]

라우렌시오 부제는 초대 교회가 재산 관리와 분배를 위하여 뽑은 7명의 부제 가운데 한 사람으로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에 식스토 2세 교황과 다른 동료 부제들과 함께 순교하였습니다. 성인은 로마 관리들이 교회 재산을 몰수할 것을 미리 알고, 체포되기 전에 교회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이유로 더욱 심한 고문을 받아 순교하였습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캄포 베라노의 비아 티부르티나 근처에 있는 성인의 묘지 위에 성전을 세웠습니다.

복된 라우렌시오는 교회를 위하여 자기 생명을 바쳤도다. 그는 순교를 기꺼이 받아들여 기뻐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께 올라갔도다.
<대영광송>

하느님, 성 라우렌시오는 주님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충실히 봉사하였고 순교의 영광을 받았으니, 저희도 그의 모범을 따라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 신자들에게 헌금을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베풀 것을 권고합니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을 때,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는 진리를 가르치십니다(복음).

<하느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내는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 9,6-10
형제 여러분, 6 요점은 이렇습니다.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7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8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9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그가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니, 그의 의로움이 영원히 존속하리라.”
10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마련해 주시는 분께서 여러분에게도 씨앗을 마련해 주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여러 갑절로 늘려 주시고, 또 여러분이 실천하는 의로움의 열매도 늘려 주실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시편 112(111),1-2.5-6.7-8.9(◎ 1ㄱ)
◎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행복하여라.
○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고 주님의 계명들로 큰 즐거움을 삼는 이! 그의 후손은 땅에서 융성하고, 올곧은 이들의 세대는 복을 받으리라. ◎
○ 잘되리라, 관대하게 꾸어 주고 제 일을 올바르게 처리하는 이! 정녕 그는 언제나 흔들리지 않고, 의인은 영원한 기억으로 남으리라. ◎
○ 그는 나쁜 소식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마음은 주님을 굳게 신뢰하도다. 자기 적들을 내려다볼 때까지, 그의 마음 굳세어 두려워하지 않노라. ◎
○ 불쌍한 이들에게 후하게 나누어 주니, 그의 의로움은 길이 존속하고, 그의 뿔은 영광 속에 치켜들리리라. ◎

요한 8,12ㄷ
◎ 알렐루야.
○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 알렐루야.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24-2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25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26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주님, 성 라우렌시오 축일에 저희가 바치는 예물을 자비로이 받으시고, 저희 구원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요한 12,26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으리라.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헌금하는 데 퍽 인색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개신교 신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십일조를 한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그 이상으로 갚아 주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인들은 공양하는 데 더욱 마음이 넓습니다. 그들은 그 재물이 진정 자신의 것이면 공양을 해도 되돌아올 것이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자기 손을 떠나게 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쯤이겠습니까? 우리가 자선을 베풀면 30배, 60배, 100배로 갚아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언제쯤 체험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 천상 양식을 가득히 받고 간절히 청하오니, 성 라우렌시오 축일에 드리는 저희 정성을 보시어, 저희를 구원의 길로 이끌어 주소서. 우리 주…….

강론 : 서울대교구 잠실7동 이기양 신부

<8월 10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밀알이 열매가 되기 위해서는


제 1독서 : 2코린 9,6-10 (하느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내는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복 음 : 요한 12,24-26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오늘은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주교나 사제는 들어보았어도 부제가 무슨 직급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부제는 사도행전 6장을 통해 그 기원을 알 수 있지요.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이 복음을 전하면서 신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또 있는 사람들이 자기의 재산을 교회에 바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식이 배급됩니다. 그런데 신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업무가 많아지자 사도들의 일이 복음을 전하는데 소홀해지고 행정적인 일들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식량을 배급함에 있어서도 간혹 보이지 않는 차별이 이루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사도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데만 전념하기 위하여, 신망이 두텁고 성령이 충만한 일곱 보조자를 뽑으면서 부제제도가 시작이 됩니다. 사도들이 신도들을 불러놓고 말하지요.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서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아내십시오.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사도6,2-4)
이렇게 교회의 행정적인 일을 전달하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부제직에 임명했는데, 대표적인 부제가 첫 번째 순교자인 스테파노 부제로서 그는 󰡒은총과 능력이 충만한 스테파노는 백성 가운데에서 큰 이적과 표징들을󰡓(사도6,8)일으키다가 돌에 맞아 순교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제는 사제를 돕는 성직자를 말합니다. 외국에서는 성당의 살림살이를 부제들이 했지요. 우리는 실질적인 행정은 대부분 사무장이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부제는 성직자에 속하고 독신서원을 하게 됩니다. 미사봉헌이나 고백성사는 가능하지 않지만 봉성체를 집전하고 복음을 전하고 강론하는 정도로 사제직의 한 과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제직이 오래 존속되지 않고 사제 서품 받기 전 일년 정도를 부제직의 기간으로 두고 있지요.
외국에는 사제들이 많지 않고 사제들의 나이가 많이 들어서 󰡐종신부제직󰡑이라는 직분을 두고 있습니다. 평생 동안 그 사람은 부제직만 수행하는 것이지요. 미혼자도 있지만 기혼자 중에도 종신부제가 있습니다, 기혼자인 경우에는 자녀들이 전부 출가하고 여러 가지 경제적이나 사회적인 지위가 안정이 된 신심이 깊은 사람을 뽑아서 종신부제직에 임명을 하게 됩니다.

오늘 순교한 라우렌시오 부제는 지금으로부터 약 1700년 전의 사람입니다. 이렇게 오래 전 분이 아직도 기억된다는 것은 그 분의 역할이 아주 컸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지요.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천주교가 로마로 들어가는 과정 중에 약 300년 간의 긴 박해 기간이 있습니다. 참혹한 박해로 많은 신자들이 죽어갔지요.
313년 로마제국에서 콘스탄티노플 칙령에 의해 종교의 자유가 주어지게 되는데 라우렌시오 부제는 종교의 자유가 주어지기 전 박해시대를 살면서 식스토 2세 교황을 도와 교황님의 부제직을 수행했던 분으로써 화형으로 순교하였습니다. 258년 로마황제 발레리아노가 천주교 탄압에 대한 법령을 갑자기 발표하면서 까따꼼바 지하묘지에서 미사드리던 식스토 2세를 잡아다가 참수를 시킵니다. 그리고 3일 후에 라우렌시오 부제도 그 길을 따르게 되지요.
교황 식스토 2세를 참수한 로마 관리들은 라우렌시오 부제가 관리하고 있던 교회의 재산을 탐냈는데 그것을 눈치 챈 라우렌시오는 사흘만 말미를 주면 재산을 정리하여 알려주겠다고 청합니다. 로마관리들이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동안 라우렌시오 부제는 교회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줍니다. 3일 후에 체포되어 재산에 대해서 추궁을 받게 되자 라우렌시오 부제는 무수히 많은 빈민들, 고아, 과부들, 노인들을 가리키며 󰡒이 사람들이 교회의 재산입니다!󰡓라고 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때 화가 난 로마 관리들이 라우렌시오 부제를 큰 석쇠에 올려놓고 밑에서 불을 때서 화형에 처하는데 화형을 당하면서도 󰡒한쪽은 다 익었으니 뒤집어 주시오.󰡓라고 얘기했을 정도로 죽음과 고통에 있어서도 자유로웠던 분이 라우렌시오 부제입니다. 아오스딩 성인은 그를 두고 이렇게 칭송했다고 합니다.
󰡒라우렌시오는 영성체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셨으며 그 힘으로 그런 지독한 고통도 웃으면서 참을 수 있었습니다.󰡓
라우렌시오 부제는 죽은 후에도 탄 냄새보다는 향기가 났다고 전해지고 있지요. 로마에서는 베드로와 바오로 다음의 수호 성인으로 모시고 있으며, 결국 이러한 라우렌시오 부제의 순교가 기틀이 되어 313년에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대로 라우렌시오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자기 온 목숨을 바쳐서 하느님을 증거했고 종교 자유의 기틀을 마련한 장본인으로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살았던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주님을 증거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이러한 힘이 국법을 동원한 반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이지요.

이것은 로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왔을 때에 나라에서는 국법으로 천주교를 엄하게 금했습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가면서 하느님을 증언했고 백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인 1886년 한불통상조약으로 종교의 자유가 이 땅에 주어지게 됐지요. 아무리 국가에서 법으로 가리고 국법으로 다스려도 진리는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진리를 위해서 몸바치는 사람 또한 길이 빛나기 마련이지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12,24)
오늘 복음 말씀처럼 곳곳에서 보이지 않게 여러 가지 시련과 손해를 보고서도 목숨까지 바쳐가며 복음을 지키고 수호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 이 세상에는 정의와 평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 시대는 생각 없이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의 흐름에 휩쓸리기 쉬운 시대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신자들은 달라야 합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나의 희생이 따를지언정 타협을 하거나 시류에 휩쓸려서는 안 되지요.
라우렌시오 부제처럼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을 위해서 몸바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참 자유인입니다. 진리를 알면 죽음 앞에서도 자유로워지지요. 여러분도 라우렌시오 부제처럼 하느님 안에서 참 자유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이웃사랑]

아~ 그렇군요. 하늘의 일은 사제가, 땅의 일은 부제가... 기도와 말씀봉사는 사제가, 살림살이는 부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