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생팬이 있다면 중국에는 나오칸펀이 있다!
주변에 십대 소녀 팬들이 있다면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인 ‘사생팬’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쫓는 팬이라는 뜻이다. 연예인들을 TV나 무대 등 공식 석상에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일상 모습을 궁금해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이들을 사생팬이라고 부른다.
사생팬들은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엿본다는 즐거움뿐 아니라 연예인들에게 자신들을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생팬들은 연예인의 숙소를 알아내 인근을 배회하는 것은 물론, 스케줄을 미리 체크한 뒤 공항에서부터 방송국, 영화촬영지까지 쫓아다닌다. 심지어 택시를 대절해 해당 연예인의 차량을 뒤쫓는 영화 같은 모습까지 연출하기도 한다. 심하면 스토커 같은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의 생활을 뒷전으로 팽개치기도 해서 사생팬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이런 사생팬과 비슷한 극성팬들을 지칭하는 이름이 바로 ‘나오칸펀(脑残粉)’이다. 대략 뇌가 망가진 팬 혹은 무뇌팬 정도의 의미로 불리고 있다.
최근 한국의 사생팬들은 줄어들고 외국의 극성팬들, 특히 중국의 나오칸펀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나오칸펀들은 이런 이름이 있기 전에도 한두 명씩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예인에 집착하는 숫자가 더욱 많아졌다.
중국의 나오칸펀 중 가장 유명세를 치렀던 이는 홍콩의 4대 천왕으로 불리는 류더화의 극성 팬 양리쥐안이다. 중국 란저우 출신의 양리쥐안은 류더화에 빠져 16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그를 쫒아다니는 생활을 시작했다.
친구는 물론 직업도 없는 딸이 오로지 연예인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안타까웠던 아버지는 딸이 류더화를 만날 수 있도록 홍콩에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신장을 팔려고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딸과 함께 홍콩에 간 아버지는 딸이 류더화를 실제로 만난 이후 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유서에서 아버지는 “딸이 다른 팬들과 똑같이 취급되는 것은 공평치 않다”며 “류더화는 자신의 딸과 악수만 해서는 안 되고 함께 이야기도 나눠야 한다”며 딸을 부탁했다.
지난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당시 경찰은 한국관에서 콘서트를 열었던 슈퍼쥬니어 공연을 보기 위해 줄을 섰던 팬들의 안전을 염려해 입장을 막고 그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자 일부 극성팬들이 스스로 셔츠를 찢은 뒤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으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최근 중국 나오칸펀들은 연예인에 대한 집착에다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행동까지 더해 비난을 받고 있다.
팬클럽 내의 서열 혹은 얼마나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은 사용한 비용에 근거해 판가름 난다. 오랫동안 팬이었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사용하는 비용이 많고 이에 따라 좀 더 많은 기회를 얻어 좋아하는 연예인이 알아보는 특혜를 누리는 것이다.
꽃, 홈메이드잼, 과일 등 일반적인 선물에서부터 맞춤양복, 전자제품, 귀금속을 지나서 이제는 자동차나 아파트까지 선물하는 시대다. 지난 7월 15세의 한 여학생이 베이징에 있는 아파트 사진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리고는 이를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인 푸신보에게 줄 선물이라고 밝혔다. 푸신보는 중국판 슈퍼스타K와 같은 쇼로 유명한 둥팡(東方)TV의 ‘워싱워슈(我型我秀)’에서 2위를 차지했던 가수다.
지난 3월에는 한 10대 소녀가 10만위안의 자동차를 대만 가수인 뤄즈샹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 소녀는 자동차는 그냥 좀 큰 장난감에 불과하다며 만일 이 가수가 차를 받기를 거절하면 차를 부셔버리겠다고 밝혀 물의를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