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과학과 불교-1-양형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서술중에서//수정본

불교심리학에서의 독특하고 또한 탁월한 부분은 말라식보다 더 깊은 심층부에 자리 잡고 있는 매우 깊고 미세한 인간의 마음인 제8 아뢰야식을 상정함으로써 이상의 예 를 설명하는 데에 있다. 여기서 아뢰야식이란 무시 이래 우리 인간에게 축적된 경험 의 전체이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35억년전 이 지구 상에 생명체가 태어난 이 후, 무수한 생명체가 겪었던 일체의 경험이 마음 깊숙이 감추어져 저장되어 있는 것 이 바로 아뢰야식이다. 그래서 장식(藏識)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경험이 축적되어 가는 것을 훈습(熏習)이라고 하며, 훈습되는 경험을 종자라 하기 때문에 또한 종자 식(種子識)이라고도 한다. 종자식은 의식의 전면에 부상하지는 않지만, 단순히 과거의 경험으로서 저장만 되 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나 미래를 있게 하는 힘이 된다. 그러므로 위에서 예로 든 의식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감정은 과거의 경험이 원인이 되는 아뢰야식에 의 해 나타나는 것이며, 현재의 경험은 또한 아뢰야식에 저장되어 미래에 나타나게 된다. 여기서 나타난다는 말을 쓴 것은 아뢰야식에 의하여 말라식이 지탱되고, 말 라식에 의하여 의식이 지탱되며, 의식에 의하여 지각 작용이 지탱된다는 것을 의 미한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는 책상을 보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이 순간에서의 사건이 아니다. 그저 눈으로 봄으로써 안식이 생긴다는 이 사건은 언뜻 보기에 대단히 단순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35억년 생명체의 전역사가 우 리가 느낄 수 없는 방식으로 그 안에 용해되어 있는 것이다. 책상이라는 대상은 그 자체로 책상인 것이 아니라 나에게 와서 책상이라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며, 나라는 존재는 무한한 과거와의 끝없는 인연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이는 실 로 무량원겁의 전역사가 안식이라는 한 생각에 녹아드는 사건이라 하겠다. (無量 遠劫卽一念) ------------ 여기에서 무량원겁즉일념이라 한 논거는 안식의 작용이 8식으로부터 기인해서 오식 까지의 연관관계가 오랜 숙세의 유식작용으로 축적되고 녹아 현재에 작용하는 것이 라 하는 것을 바탕으로 설명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즉 무량원겁이라 한 뜻을 유위 법으로써 본 것입니다) 즉 8식의 기능을 바탕으로 설명한 것이지요. 물론 인식작용의 면에서 설명하는 것 이 틀렸다고 하는 것은 아니나, 그러나 실로 무량원겁즉일념의 근본 뜻은 인식작용 과 관계없이도 제창한 것으로 봅니다. 일념은 분별상으로써의 인식작용에 묶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어떠한 것에도 묶이지 않은 것입니다. 일념은 곧 무념이요, 심입니다.무념이라함은 분별심 이 아니기 때문입니다.고로 인식한다해도 무명식의 인식작용이 아닙니다. 범부의 눈은 시간과 공간에 껍데기를 붙여 착오로써 대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이미 있고 없고가 아닙니다. 시간도 공간도 다 유무 분별을 벗어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체유심조를 제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식작용을 하든말든간에 본래 이 세상 이치가 그러함을 제창한 것이지요. 과학으로 불교를 풀어 설명한다 할 때에 흔히들 하는 오류가 이렇듯 인식작용에 관 계해서만 설명하려 드는 것입니다. 일체유심조를 설명하면서도 어떤 물건을 우리가 똥이라 하면 똥이요, 밥이라 하면 밥이다 하는 식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태양계 밖의 보도 듣도 상상도 못한 물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러나 일체유심조의 본 뜻은 그러한 식작용을 설명함이 아니라 우리가 인식을 하 든 않하든간에 우주삼라만상 전체가 심 하나의 발현이고 그 발현이라 하는 것도 심 과 발현 둘로 나누어서 같느니 다르니 할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제창한 것임을 알아 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선을 참구하는 이의 바로 나아갈 길이라 여깁니다. 이에 큰스님의 가려주심을 청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