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RESSION
세 얼굴의 사나이 YAMAHA MT-09
야마하의 새로운 3기통 엔진을 탑재한 수퍼 네이키드 MT-09가 드디어 시판에 들어갔다.
때마침 찾아온 한파와 눈으로 서울의 도로는 미끄럽고 불안했지만,
그러나 그런 악조건이었기에 새로운 시대의 3기통 머신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었던 귀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
글 이순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한국모터트레이딩
21세기에 들어선지도 이미 1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이른바 리터급 스포츠 바이크는 그 출력이 200마력을 넘나드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어 버렸고, 최고 시속 300킬로라는 수식어도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게 된지 오래다.
더 힘센 파워를! 더 빠른 스피드를! 이것은 120여년 전에 바이크라는 탈 것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래로 끊임없이 추구되어 온 영원한 테마이기도 하다.그와 동시에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라는 이런 파워지상 주의는 근래에 들어 옆으로 폭을 넓혀가는 움직임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이 좋아도 그것을 제대로 써먹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한 이래로
‘컨트롤하기 편하도록 하는쪽의 기술이 크게 진화하게 된 것이다.
트랙션 컨트롤이나 런치 컨트롤 등 다양한 전자제어 기술이 개입하면서 200마력의 파워를 어떻게든 휘돌릴 수 있게는 되었다.그러나 과연 그것만이 정답일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고성능이 되어 버린 엔진에 전자장비의 도움을 받아 마지못해 실려 가는 것이 아닌, 좀 더 라이더의 눈높이와 맞추어 대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본적인 즐거움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그런 철학에 따라 야마하의 MT 시리즈는 그때까지의 고회전 고출력을 추구하던 노선과는 획을 긋고라이더의 감성을 중시하는 방향을 제시한 케이스다. 2005년에 VX1600용 V트윈 엔진을 탑재한 MT-01, 이듬해에XT660의 단기통을 실은 MT-03에 이어 이번에 소개할 MT-09가 시리즈 3번째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MT 시리즈가 추구하는 ‘고동감’이라는 키워드는 부등간 연소, 즉 크로스플레인에 의한 트랙션 성능 향상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며, MT-09의 3기통 엔진은 야마하가 제창하는 ‘크로스플레인 콘셉트’의 새로운 제안인 것이다.
병렬 3기통이라는 제안
시승날은 엊그제 내린 눈과 영하의 한파가 가시지 않은 최악의 상황. MT-09의 판매계획이 발표되었던 지난달부터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건만 이런 날씨 속에서 타게 될 줄이야! 그러나 나의 걱정은 좋은 의미로 보기 좋게 배반당했음을
미리 일러둬야겠다. MT-09가 무척이나 잘 만들어진 바이크라는 것을 악조건이었기에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물을 처음 보면 일반적인 네이키드라기 보단 서스페션이 긴 수퍼모타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조금 긴장했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그 크기가 250cc 클래스 정도 밖에 안 되는 아담함에 놀랐다.
시트는 815mm로 이쪽 클래스 바이크치고는 평균적이어도, 엔진 폭이 워낙 갸름하고(지난달에 탔던 볼트의 V트윈 정도라면 과장일까?), 스텝 둘레가 간결해서 키 168cm의 나라도 발꿈치가 살짝 들리는 상태로 두 발끝이 확실하게 땅에 닿는다.
게다가 가벼워서 정말로 2기통 엔진 바이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인상이다.
적절한 폭의 파이프 핸들은 착석 위치와 비교적 가까워서 상체의 각도도 편하다.엔진의 회전 필링은 4기통에 가깝다. 크랭크 둘레 회전질량이 작고 등간격 연소로 인한 배기음도 맑은 편.
스로틀을 비틀 때마다 회전계가 날카롭게 반응한다.
그러나 기어를 1단에 넣고 클러치를 연결하는 순간 4기통과는 확연하게 다른 굵직한 토크가 인상적이다.
아이들링 회전수부터 이미 탐스런 토크가 나오고 있으며 4기통과는 다른 고동감도 살아있다.
염화칼슘으로 번들거리는 차가운 아스팔트에 대비해서 B모드로 출발. 별다른 일 없다.
그냥 평범하게 출발이 가능하다. 주욱주욱 가속하면서 속도에 맞춰 기어를 올려간다.
역시 별다른 일 없다. 마치 매일같이 타면서 몸에 익은 애마 같다. 힘이 충분하고 각 기어와의 연결도 자연스럽다.
이렇게 타기 편할 수가! 엔진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서 곧은 토크가 나오고 다루는 실감도 강하다.
자주 사용하는 회전대는 7,000rpm 이하지만 11,000rpm까지도 부담 없이 휘돌릴 수 있다.
편하고, 신나고, 즐겁다!
몸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에 주행 모드를 A모드로 바꾸기로 했다. 주행 중이라도 스로틀을 닫은 상태에서는
스위치 조작 하나로 A→STD→B로 바꿀 수가 있다.
계기반의 표시를 확인하고 지금까지 하던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스로틀을 비틀었는데
아니, 이럴 수가! 뒤로 굴러 떨어질 뻔 했다! 뭐냐, 이 가속감은?! 마치 거대한 용수철에서 튕겨 나아가는 인상!
출력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
회전수로 쥐어짜는 느낌이 아니라 피스톤이 크랭크를 돌리는 확실한 토크발이 오줌을 지릴 정도로 통쾌하다.스로틀 반응성도 무척이나 날카롭게 변했다. 정신 차리고 집중하지 않으면 몸이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머리 속까지 A모드로 바꾸고 주행에 임해야 한다.
신호등에서 파란 불 신호 받고 기분 좋게 가속해가면 7,000rpm부근부터 앞바퀴의 접지감이 스윽~하고 희미해진다.
따뜻한 날씨의 마른 노면에서 맘 놓고 당기면 틀림없이 그대로 앞바퀴가 뜰 것 같다.
오늘처럼 노면이 미끄러운 조건에서는 앞바퀴가 뜨기 전에 뒷바퀴가 먼저 휠스핀하기 시작하더라.
STD 모드는 A모드의 출력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되 스로틀 응답성이 살짝 마일드해진다.
평소라면 STD 모드가 기본이고 밸런스가 가장 잘 잡혀 있다. 비오는 날에는 B모드가 좋다.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비교적 잘 움직이고 스트로크도 큰 편이다.
스로틀 조작으로, 또는 브레이크 레버 조작으로 차체를 앞뒤로 피칭시키기가 편하고,
이 피칭 모션을 계기 삼아 코너에 진입하기가 수월하다. 코너에 진입하기 쉬운 이유가 또 있는데, 바로 갸름한 엔진 폭에서 오는 가벼운 린 동작이다.
이미 4기통과는 차원이 다르며, 마치 대배기량 오프로드 바이크를 몰고 있는 듯한 경쾌함이다.
엔진 아래에 배치된 사일렌서 등으로 질량이 가운데에 꽁꽁 뭉쳐 있는데다가, 유연한 프레임과 잘 움직이는 서스펜션 덕도 크다.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는데, 차체는 탄탄하며 한계점도 한참이나 높다.이번 시승을 통해 확인한 MT-09의 3기통 엔진은 2기통 버금가는 두툼한 토크발과 슬림한 엔진 폭으로 인한 경쾌한 운동성,
그리고 4기통에 육박하는 깔끔한 회전 필링과 출력 특성을 고루 갖춘 수작이었다.
무게가 가볍고 발 잘 닿아서 다루기가 편하고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다.
경쾌한 라이딩 포지션으로 시가지 주행도 재미있다. B모드 덕분에 날씨나 기후도 부담 없다.
그런 편안함(Easy)이 기쁘다. 그와 동시에 무심코 스로틀을 열었다간 뒤로 나둥그러질 것 같은 폭력적인 가속감이 있다.
손가락 하나로 칼 같이 꽂히는 브레이크가 있다. 라이더가 미리 의식을 선행시키지 않으면 뒤따라가기에도
급급할 정도의 경쾌한 운동성이 있다. 이 바이크를 타면 치매에는 영원히 걸리지 않을 듯 싶은 짜릿함(Excitement)이 반갑다.
그리고 저회전에서는 두툼한 토크발과 고동감, 중속을 지나면서 치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유연한 엔진 필링,
그리고 고회전으로 갈수록 라이더의 감성에 호소해 오는 듯한 서정성(Emotion)까지…. 노면 조건이 회복되는 다음 여름에 꼭 한 번 다시 타보고 싶은 바이크다. 한 입 베어 물면 세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이 바이크가 1,288만원 밖에 안 한다니! 거의 뭐 반칙 아닌가?
겉모습
차체 디자인의 흐름은 네이키드와 수퍼모타드의 ‘이종혼합’ 하이브리드 디자인이다.
누구나 선뜻 올라타고 싶어지는 친숙함, 실제로 타고 달릴 때의 경쾌함,
오프로드의 와일드한 이미지 등 다양한 요소를 혼합시키고 있다.
야마하의 ‘크로스플레인 필로소피란’?
크랭크샤프트에 발생하는 토크는 일정하지가 않고 회전에 따라 일정한 파장을 동반한다.
여기에는 단순히 연소압력 뿐만이 아니라 피스톤이 상하로 움직이는 데에 따른 관성력도 합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적인 힘이 한 데 모인 전체 값이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토크감’이다.각 기통의 크랭크가 180도로 어긋나 늘어서 있는 싱글플레인, 또는 플랫플레인이라 불리는 일반적인 병렬 4기통 엔진은
각 기통의 관성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토크의 전체 값과 실제 연소 압력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것이 우리가 토크감을 명료하게 느끼지 못하는 요인이라는 것이 야마하의 주장이다. 이에 비해 크로스플레인은 크랭크샤프트를 이웃된 기통끼리 90도 비틀어 입체적으로 배열한 것이다.
관성력을 바로 인접한 기통끼리 서로 상쇄하는 움직임 덕분에 피스톤이 눌리면서 크랭크샤프트를 돌리려는 토크감을
느끼기가 편하다. 자동차 엔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이 크로스플레인을
야마하가 바이크용 4기통 엔진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 2009년형 YZF-R1인데, 이 4기통 클로스플레인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트랙션 특성을 얻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필로소피)에서 나온 것이 MT-09의 3기통 120도 위상 크랭크 엔진이다. 게다가 3기통으로 폭이 가늘어진 이 엔진의 뒷부분을 홀쭉하게 좁혀 스윙 암으로 바깥쪽에서 샌드위치하는 식으로 장착했다.
프레임 전체를 쓸데없이 딱딱하게 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적절히 비틀리게 함으로써
뒷바퀴의 트랙션 감각으로 더욱 활용한다는 방침이다.야마하가 3기통 엔진을 새롭게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제작 단가를 낮추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각 부품이 4개에서 3개로 줄어든다), 그와 동시에 인간의 피부에 와닿는 엔진 필링과 그로 인한
이상적인 새로운 스포츠 감각을 추구한 결과물이라고 보는 편이 합당할 듯.
엔진은 일반적인 병렬 3기통과 마찬가지로 120도 위상 크랭크를 채용한다.
이른바 플랫플레인 적인 등간격 연소이면서도 연소 타이밍이 벌어져 있다는 특징을 살려 야마하가 추구하는
크로스플레인 필로소피를 실현하고 있다.
www.ysk.co.kr
첫댓글 음 ~ 멋진바이크&멋진글 잘 보았습니다 ~~~
캬 웬지 기사를 보고나니 사고싶어 지는데요
헤드라이트 디자인만 조금 다듬으면 완벽할거 같네요
ABS는 아직인가봐요
ABS 장착 모델이예요
@가브리엘(조강혁) 그런가요~홈피에서도언급임 없었던거같아서~~^^;;;
가격이 오..!
또봐도 참 지르고 싶네요~~~~~~ㅎㅎ
지르고말겠어~하악하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