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시(詩)란 바로 생명의 발현인 것이다. 시란 우리 인식의 전부이며 세계 인식의 통일적 표현이며 생명의 침투며 생명의 파괴며 생명의 조직인 것이다. 하여 그것은 항시 보다 광범위한 정신의 집단과 호혜적 통로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詩人情神論] 시(詩)가 주문 대신으로 씨족이나 부락공동체의 정신적 주인역을 맡아 가고 있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한 사회 에서의 시는 정치, 종교, 과학의 종합적 현현체로서 민중 앞에 빛났었을 것이다. 인류 문화의 위대했던 여명기에 우리는 이러한 시인의 왕국을 가졌었다. 성서나 불경, 수운의 [동경대전(東經大典)] 또는 기타 여러 가지의 예언서 속의 언어들(나는 그것을 시라고 믿고 있다)은 지금까지도 2천여년 전의 그 향기 높은 예술적, 학술적 영향력으로 동서의 많은 문영 민중에게 짙은 구원의 그림자를 던져 주고 있다. -[詩人ㆍ歌人ㆍ詩業家] 요새 사람들이 시(詩)라고 우기는 그 언어세공품들을 보면 측은한 생각이 앞선다. 미사적구는 브로찌 문화, 기생하고 있는 또 더 작은 장식 문화에 지나지 않는다.
존재에는 세 가지의 형태가 있다. 실상적 존재, 현상적 존재, 언어적 존재. 실상적 존재와 현상적 존재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언어적 존재이다. 詩 人 시(詩)가 생활에서 멀어졌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래도 현대인의 구심은 여전히 시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 가계부, 포장되어 가는 도로, 물가 앙등, 맹목 기능자적 과학의 진보 등에 아무리 매달려 봐야 거기 인간의 궁극의 내면은 부상되지 않는다. 시는 늘, 가장 원초적이며 본질적인 인생의 핵(核)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훌륭한 시인이란 그 사고 속에 가로 막힌 장벽이 없는 정신인을 말한다. 그는 석간에서 읽은 세계의 표정이나 사회면 기사를 호흡하되 목구멍으로가 아니라 가슴, 아랫배, 더 깊숙이 내려가서 발끝으로까지 빨아들였다가 그 가운데서 연민과 기쁨과 진실을 읽고 또 노래한다. -
[工藝品 같은 現代詩] 여기서 '시인(詩人)' 이라고 말할 때의 '인'자는 특별한 뜻을 가지고 있다. 돈벌이와 관계있는 소위 '쟁이'들의 직업명사 끝엔 '가(家)'나 '사(師)'가 붙는다. 이발사ㆍ구두수선가ㆍ요리사ㆍ의사ㆍ초상화가ㆍ성악가ㆍ소설가ㆍ철학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유독 시인만은 시업가(詩業家)라고 부르지 않고 '인'자를 붙여 준다. 그리고 그 옆에 '철인(哲人)'이 역시 '인'자를 달고 훨훨 소요하고 있다. 시인과 철인. 무슨 업가(業家)가 아닌 시인과 철인들은 과연 무엇을 천부(天賦)받고 태어난 사람들일까. 철인(哲人)은 인생과 세계의 본질을 그 맑은 예지로 통찰하고 비판하는 사람이다. 시인은 인생과 세계의 본질을 그 맑은 예지만으로써가 아니라 다스운 감성으로 통찰하여 언어로 승화시키는 사람이다 -[詩人ㆍ歌人ㆍ詩業家]
신동엽은 1930년 8월 18일 충남 부여읍 동남리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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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인에 대한 低力의 엑기스같은 글이네요. 좋은글입니다. 두웠다 다시 읽어야제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