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리본, 높이 날다’
맞춤형 교육·취업알선·사후관리까지 토탈서비스 ‘희망리본프로젝트’
“요즘 저에게는 기분 좋은 일들이 계속됩니다.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려운 과정에서 새로운 배움을 시작했고, 희망리본프로젝트로 다시 태어나 도움을 받아 취업을 하고, 표창을 받았습니다. 이제 다음은 어떤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경기도 군포시에 사는 서현기(49)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단다. 몇 해 전까지 만해도 지칠대로 지친 심신을 알코올로 달래고, 거기다 우울증까지 겹쳐 병원신세를 지는 날이 더 많았던 그의 인생에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아로새겨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거의 인생의 나락으로까지 떨어졌던 그가 이렇게 희망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5월 경기도 군포시 일자리원스톱센터를 알고 나서부터다.
서씨는 지난해 5월 군포시 일자리원스톱센터를 통해 적성교육을 비롯, 취업교육, 여러차례의 상담을 거쳐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한전품질관리소 경비원으로 취직하게 됐다. 6년 전까지만 해도 상근직원만 18명을 둔 정보통신사업체 사장이었던 그가 무너진 건 한 순간이었다. 당시 소위말해 ‘잘나가던’ 기업체 사장이었던 그는 사업의 사활이 걸린 대형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던 중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사실 그가 사업을 확장하며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도 사기 당하기 2년전부터다.
2000년대 초반, 한창 사업에 재미를 붙이던 그에게 어느 날 아들을 잃는 천청벽력 같은 일이 벌어지고만 것이다. 당시 17살이었던 아들은 아파트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당시에도 서씨는 갑작스러운 아들의 사고에 식음을 전폐하고 한동안 술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을 의지하고 있던 아내와 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새로 마음을 다잡고 사업에 매진하게 됐다.
아들의 사고·부도·이혼으로 ‘벼랑끝’
▲ 아들의 사고, 사업부도, 이혼, 자살 등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서현기씨는 최근 희망리본프로젝트를 통해 새 삶을 살고 있다.
그러기를 2년째. 한창 사업에 재미를 붙여가며 확장하던 그는 친한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벼랑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당시 어렵게 회사를 정리한 그는 남은 재산인 아파트 한 채와 수원에 있던 땅을 지키기 위해 위장이혼을 결심했다. 지갑에 남은 돈 120만원 중 이사비용으로 100만원을 아내에게 쥐어주고 나머지 20만원을 들고 집을 나온 그는 한동안 혼자 사는 어머니집에서 같이 지내며 술에 의지하며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다.
서씨는 “아들을 잃고 정신을 차릴만한 찰나에 너무도 어이없이 사기를 당했다”며 “근무하던 직원들 급여라도 다 챙겨주자는 마음으로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빈 몸으로 어머니 집에 들어가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업이 실패하기 전, 아내 몰래 아내 이름으로 친구 빚보증을 섰던 것이 갑자기 또 터져나오며, 위장이혼이 진짜 이혼이 돼 버렸다.
그는 “보증 문제가 있기까지는 우리 부부사이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며 “위장이혼은 했지만 간간이 집에 들르며 같이 생활도 했었는데 빚보증 문제가 터지면서, 자연스럽게 진짜 이혼이 돼버렸다”고 했다. 그에게 있어 지난 2000년대는 아들의 사고, 사기, 사업부도, 빚보증, 이혼까지 불과 2년여만의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너무 많은 것을 아파해야했던 시기라 기억만으로도 고통스러울 정도다.
그는 “아들 잃은 충격도 채 가시기 전에 부도에 이혼까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며 “한동안 세상과 단절하고 형제들이 마련해 준 집에서 삶을 포기하고 술에 의존한 삶을 살다보니 자연히 우울증이 찾아왔다”고 했다.
우울증의 영향으로 2년 동안 다섯 차례의 자살시도도 있었다. 스스로를 학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목메기를 여러 차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자 나중에는 수면제 150알을 한꺼번에 넘겼지만 이 또한 계획대로 되지 못했다. 4년여를 술에 의존하며 살았던 터라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그는 “건강 악화로 쓰러지기를 여러 차례, 119 구급차에 실려 가기 일쑤였고 1년 중 태반을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설명했다.
4년 넘게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채 생활하던 그는 “병원에 있던 어느날,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신은 인간에게 감당할 정도의 고통을 주지 그 이상은 주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병원서 만난 사람 통해 새 삶 의지 다져
병원에서 퇴원한 그는 지역신문에서 안양직업학교 정보통신 네트워크 과정을 우연히 알게 됐고, 평소에 정보통신에 자신이 있던 그는 교육을 신청하며 세상과의 소통을 다시 시작했다. 처음 각오는 정보통신 네트워크 교육 수료 후 관련기업에 임원급으로 취직하는 것. 그러나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실력부족과 나이제한으로 이력서조차 낼 수 없었던 것. 고심하던 그는 결국 지역내 있는 군포시 일자리원스톱센터를 찾았다. 그리고는 “청소라도 할 수 있으니 일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했고, 여기서 경기도가 작년에 도입한 ‘희망리본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희망리본프로젝트는 빈곤에 노출된 취약계층이 자기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개인의 상황에 맞는 복지를 지원하고 일자리를 결합해 자활을 유도하는 시범사업으로 기존의 자활사업과는 차별성을 두고 있다. 기존 자활사업 수행기관에 대한 일괄적 인건비 및 사업비 지급, 대상자에게 자활의지를 심어주기에 충분치 못했다면, 희망리본프로젝트는 저소득층 취업률 등 수행기관 실적에 따라 예산을 차등지급해 자활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또한 단순한 청소나 일용직보다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와 이를 위한 맞춤형 교육, 알선 및 동행면접, 취업 후 사례관리까지 취업 전 과정 토탈 관리하는 서비스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정부와 자활수행기관, 지역NGO, 기업 등 지역사회가 취약계층 채용을 통해 일자리는 나누며 자활을 돕는다는데 의미가 크다.
복지부 관계자는 “희망리본프로젝트는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얻음으로써 빈곤에서 실질적으로 탈출할 수 있다는 근로복지연계 관점에서 지난해 처음 추진된 시범사업”이라며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에게 각자의 특성에 맞는 지역내 일자리를 연결해 줌으로써 일반노동시장으로의 취업경로를 개척하는 모범적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희망리본프로젝트로 제2의 인생 시작
▲ 경기도 2월 현재 600여명이 희망리본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
서씨처럼 희망리본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를 찾은 사람은 경기도내에서 만해도 600명이 넘는다. 일자리원스톱센터는 지난 1년간의 1000여명의 빈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희망리본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구직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740명(71%)과 차상위계층 306명(29%)였으며, 전체의 70% 가량이 40~50대였다.
특히 참여 대상자에 대한 집중 상담 결과 대상자를 3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서씨처럼 일할 의지는 있으나 정보와 근로 능력이 부족한 유형이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다. 또한 오랫동안 질병·장애·알콜 중독과 같은 건강상의 문제를 겪었다거나 집안에 환자가 있어 일해 본 경험이 없는 유형과 육아 문제로 안정적인 일자리가 불가능한 유형이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일자리원스톱센터는 개개인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장애요소를 해결한 뒤 일자리를 알선해 취업성공률을 높였다.
일자리원스톱센터가 사업대상자 1000여명에게 제공한 전체 서비스는 2009년 10월 기준, 2만7000여건에 달한다. 전체 서비스를 영역별로 볼 때 근로동기 강화가 60%로 가장 많았고, 취업지원서비스 16%, 근로역량강화 12%, 사후관리 5%, 복지서비스 3%, 직업교육 3% 순이었다. 한편, 경기도는 이런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준다는 취지로 ‘경기도 희망리본프로젝트 일자리나눔·취업성공자대회’를 열기도 했다.
2월 25일 수원 이비스엠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취업성공자대회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취업성공자, 기업인, 일자리매니저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회취약계층 일자리창출에 기여한 기업과 언론인에 대한 도지사 감사패가 수여식과 취업성공사례 공모 입상자에 대한 시상식이 이어졌다.
▲ 복지부는 올해부터 부산 ·경기도에 이어 인천 ·전북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추숙 군포시여성경영인협의회 대표, 임장신 부천시한의사회 회장, 이구승 ㈜해피브릿지 대표 등 4명이 일자리나눔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고, 취업성공수기 우수자 3명에 대한 시상과 함께 최우수상을 수상한 부천시 이혜숙 씨가 취업성공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취업성공자 300명이 지역사회 환원의 뜻을 담아 십시일반 마련한 희망리본기금 1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해 의미를 더했다. 또한 사회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복지협력망 구축을 위해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경기복지재단, 희망리본프로젝트 수행기관인 경기광역자활센터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취업성공자와 사회취약계층 일자리 나눔을 실천한 기업의 사례 공유를 통해 일자리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일자리·복지협력망 구축을 통해 빈곤취약계층의 성공적인 자립자활을 위한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대회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고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