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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공식 포스터. ⓒCJ E&M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는 한가지 독특하지만, 우리에게는 중요한 캐릭터가 하나 있다.
바로 보조 인물이기는 하지만 여자 주인공인 ‘남행선’(전도연)의 남동생인 자폐인 ‘남재우’(오의식)이 그 주인공이다. 극 중 남재우의 직업은 극 중 주요 장소로 등장하는 그의 누나가 경영하는 ‘국가대표 반찬가게’의 계산원으로 설정되어있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스토킹 오해’ 논란에 대한 것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남재우’에 대한 일리 있는 오류를 짚어보고자 한다.
가족의 가게에서 일하는 가족 직원은 대체로 가족 기업 체제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체계가 나름 있는 기업은 법적인 근로계약이 체결된 형태로 운영되는 특성이 있다. 그렇지만 극 중 설정된 곳은 자영업이기 때문에 ‘가족 기업’이라 부르기에는 부적합한 요소가 있다. 그런데 노동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노동법에서는 이러한 종사 형태를 ‘무급가족종사자’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극 중 재우는 결국 법률적으로 ‘무급가족종사자’일 가능성이 있다. 통계청 설명에 의하면, 월급을 받는다면 법적인 ‘임금근로자’로 간주하지만, 가족끼리 일하고 월급은 없다면 그것은 ‘무급가족종사자’일 것이다.
남재우가 과연 월급을 받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정으로 미뤄봐 무급가족종사자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경우 대체로 ‘거둬주는 고용’에 가깝다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무급가족종사자’로 설정된 것은 발달장애인 고용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필자가 발달장애인 고용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만, 그 전제는 경쟁고용 기반, 임금근로자, 8시간 노동 및 주 52시간제 노동법 준수, 정규직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무급가족종사자로 설정된 점은 결국 장애인 고용은 누가 거둬줘야 이뤄지는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발달장애인이 고용된 사례 중 실제로도 존재했다면 거의 성공신화 급인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보다 설정이 뒤떨어진 셈이다.
우영우는 설정상 절대적인 능력 수치인 변호사시험 성적이 극단적으로 높음에도 자폐인이라는 이유로 6개월 넘게 고용되지 못했고, 그나마 고용되었던 법무법인 한바다도 결국 사장의 전격 발탁이 고용 원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경쟁업체 사장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었고, 극 중에서도 경쟁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우영우의 특성을 이용하려다가 막바지에 가서야 우연한 사건으로 우영우의 배경을 경쟁업체 견제 카드로 쓰려던 것을 철회할 정도였다. 그나마 우영우의 ‘업무 성과’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시즌 1의 결말이 ‘정규직 전환으로 진정한 의미의 사회생활 시작’으로 정리된 것이 다행일 뿐이다.
물론 발달장애인 고용에 정략적인 개입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우영우는 경쟁고용을 통해 입직하려는 시도를 했었던 것이 언급되었고, 분명히 이력서 등 경쟁고용을 위해 필요한 서류 등을 넘기는 등 자진해서 고용되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은 분명하다. 아마 ‘그 6개월’ 넘게 자폐인이라는 이유로 면접 라운드에서 거절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남재우의 고용 방식은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 고용이 나가야 할 이상적인 목표를 어긴 셈이다. 경쟁고용을 바탕으로 출발해야 하는 발달장애인 고용이 본의 아니게 ‘무급가족종사자’라는 발달장애인 고용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례가 언급된 것은 조금 쑥스러운 대목이다. 발달장애인 고용도 결국 경쟁고용을 바탕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최근 들어서 성인 발달장애인 캐릭터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그 설정에서도 성인 발달장애인 캐릭터가 직업 생활을 하는 점은 의미 있는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발달장애인 캐릭터가 학생 등 직업 생활을 하지 않았거나 시설 수용 등의 모습으로 나왔던 것에서 매우 진전을 보인 셈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발달장애인 캐릭터가 성인이고, 고용된 상태로 등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해 발달장애인도 고용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는 점을 계속 대중들에게 인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다양한 발달장애인 고용 모델과 발달장애인 고용의 긍정적 인식을 보여주면서 최대한 발달장애인의 경쟁고용 활성화와 대기업 및 공공분야까지의 진출까지 논의할 수 있는 지점까지 발전하는 것이 이상적인 미디어가 보여줘야 할 발달장애인 고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발달장애인 노동자 캐릭터들로 주인공들이 편성되는 미디어 작품을 보고 싶다.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이 마치 유희관, 정근우, 박용택 등 야구를 알면 다 아는 프로야구 전설들이 계속 치열하게 야구를 했던 JTBC ‘최강야구’ 같은 느낌으로 여러 직장의 에이스급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다양한 일과 기업에 도전하고, 일을 마치면 치열한 자기계발과 화려한 업무 후 생활, 신나는 휴일과 휴가 일정 등을 즐기는, 발달장애인 노동자들도 결국 보통 노동자들과 다름없는 삶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디어 작품이 나온다면, 아마 좋은 상태에서 고용되어있다는 전제로 필자도 출연하고 싶은 그런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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