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대 백련 자생지서 내달 비대면 연꽃 축제
여름은 연의 계절이다. 연꽃은 7~9월 석 달 동안 모습을 드러낸다. 개화 시기는 나흘 남짓. 꽃봉오리가 터지면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정오 전까지만 꽃잎을 연다. 둘레가 3㎞에 이르는 백련지 연꽃 방죽을 가로지르는 생태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백련과 홍련은 물론 수련과 가시연, 어리연 등 30여 가지 연과 50여 종의 수생 식물을 만날 수 있다. 하얀 연꽃 모양의 수상 유리 온실은 아열대 식물원으로 사용했지만, 최근 리모델링해서 카페와 식물원 쉼터로 변신했다. 주변 22만㎡ 관광 단지에는 향토 음식관과 물놀이장, 오토 캠핑장, 동물 농장도 있다.
전남 무안군은 ‘연의 본향(本鄕)’이라고 한다. 그 중심이 백련지다. 일제강점기에 주민들이 둑을 쌓아 만든 저수지로, 1950년대 중반 심은 백련이 늘어나 지금의 ‘연꽃 바다’를 이뤘다. 무안군은 1997년 여름 백련지에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연꽃 축제를 열었다. 나흘에서 일주일 일정 축제에 매년 전국에서 관광객 15만~20만명이 몰렸다. 지난해는 코로나 사태로 축제를 처음 취소했다. 올해 축제는 다음 달 18일부터 닷새간 온라인 비대면 행사로 치른다. 연꽃을 풍경으로 펼치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한다. 김산 무안군수는 “올해는 연꽃 개화가 일주일 빨라 일찌감치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며 “순백 연꽃이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 마음을 위로한다”고 말했다.
/무안군
◇”연 산업 본고장 명성 되찾는다”
지난 27일 무안군 청계면 청계농원. 9917㎡(약 3000평)짜리 연 재배지에서 박삼균(68)씨 등 3명이 오전 6시부터 4시간 동안 연잎을 땄다. 박씨는 “연은 벼를 심는 것보다 소득이 3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박씨 농원은 100여 종의 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초의홍련’ ‘하얀이’ ‘삼명애련’ 등 10종은 박씨가 개발한 신품종이다. 그는 “백련과 홍련을 교잡해 오묘한 빛깔이 감도는 삼명애련이 인기 품종”이라고 말했다. 아삭한 식감을 개선한 연근도 개발했다. 박씨는 연꽃을 좋아하는 일반인과 신품종을 도입하려는 전국의 연 농가에 모종을 판매하고 있다.
매년 4월 연근(蓮根)을 심으면 5월 초 새순이 돋는다. 무더위 속에 무럭무럭 자란 연잎은 현재 지름이 65~70㎝까지 자랐다. 이날 손으로 일일이 딴 연잎은 80㎏. 박씨는 “쌈밥 전문점에 납품하기 위해 매일 아침 연잎을 수확한다”며 “시세가 ㎏당 8000원 정도”라고 했다. 나머지는 진공 포장을 해 저온 창고에 보관한다. 연을 재배하는 무안 농가의 평균 소득은 5000만원을 넘는다. 10년간 연 농사를 지은 심명옥(60)씨는 “연은 줄기와 잎,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다”며 “특히 무안 연근은 씹으면 맛의 여운이 오래가서 ‘명품 연근’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연 농사는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돼 녹록지 않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줄었고, 작업이 고된 탓에 일손 구하기가 어려워 농사를 포기하는 이도 있다. 농가에선 “일본과 중국처럼 압력을 가해 연근을 휙 뽑아내는 방식의 기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진 무안군 백련생태팀장은 “연의 본향이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판로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수확 전용 기계 연구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무안에는 둘러볼 곳이 많다. 람사르 습지이자 전국 최초 습지보전구역으로 지정된 무안갯벌에 있는 무안황토갯벌랜드는 ‘검은 비단’이라는 갯벌의 가치를 알아보고 생태 체험 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의 다성(茶聖)’이라는 초의선사 탄생지, 그가 수행한 암자인 일지암도 있다. 다양한 항공기를 전시한 호담항공우주전시관, 무안읍에 있는 낙지 골목 등도 둘러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