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따라 말이 바뀌는... 송요훈 기자님
오늘(2/19) 조선일보에는 '의대 정원 늘린다고 파업하는 나라, 한국'이라는 사설이 실렸다.
의사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의사 부족으로 인한 환자의 피해를 전제로 돈을 더 벌겠다는 발상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의사들에겐 모멸적인 사설이다.
지난 7일자 사설에서는 의사들은 경제적으로 어느 직업보다 여유가 있다며 의사들이 단체행동을 벌이면 정부는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불응하면 단호히 대응하라고 했었다.
의대 정원은 늘려야 한다.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 의대 정원이 3058명인데, 거기에 2000명을 증원하는 것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안 그래도 의대 쏠림이 심각한데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이나 늘리면 입시에 대변동이 올 것이고 기초과학 분야뿐 아니라 공대까지도 황폐화되지 않을까 해서다.
선거를 앞두고 의대 정원을 대폭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의사들을 자극하여 파업을 유도하고 강경하게 진압하는 걸 보여줌으로써 의사들에게 반감이 큰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선거전략 같아서다. 조선일보 사설을 읽으면서 '파업 유도 선거전략'이라는 의심이 강해졌다.
지난 2020년, 코로나 상황에서 의사들이 이번과 같은 이유로 파업을 하고 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간호사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의사와 간호사를 이간질하고 국민 갈라칠 궁리나 한다며 옹졸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는 사설을 게재했었다. 그 사설에서 일부를 발췌하여 옮긴다.
"젊은 의사들이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코로나 와중에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같은 인화성 강한 정책을 의료계와 사전 협의 없이 밀어붙인 정부 책임도 크다."
"국정을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갈등이 봉합되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의사들에 대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자극했다."
"이 정권은 틈만 나면 나라 곳곳을 편 가르고 갈등을 조장한다."
"의사가 밉다고 코로나 위기 와중에 의사-간호사를 갈라치고 있다. 이런 갈라치기가 정치 표 득실에서 밑질 게 없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통합’을 말한다."
무릇 언론이라면 논조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말을 바꾸는 건 언론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조선일보가 말하는 이간질과 갈라치기는 조선일보와 윤석열 정권이 지금 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