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 점심을 먹고 낮잠까지를 자고 일어났던 저는,
여전한 한낮 더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근데, 점심 먹은 게 아직 소화가 되지 않았는지 배가 더부룩한 데다, 눈 앞에 보이던 그림 작업엔 손이 가지 않은 건 물론 무료한 기분마저 들어,
자전거 산책이나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남미 방랑' 이후(아니, 그 이전부터) 제 생활운동을 자전거 산책에서 집안에서 그저 하는 '플랭크'로 바꾼 이래,
장보러 나갈 때 이외에 별로 산책을 나가지 않았던 저에게는,
무척 오랜만의 일이었지요.
근데,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그저 집에 처박혀 있고 싶지는 않아 나가기로 했지요.
중랑천 변 제가 다니던 코스를 한 바퀴 휭 돌다 돌아올 수도 있었지만, 모처럼의 일이라 그 과정의 사진을 찍기로도 했답니다.
그런데 육사 앞 큰 도로를 지났는데,
아차! 하고 제가 멈칫했던 건,
'임시 틀니'를 끼지 않고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저 지난 여름 휴가 때, 치과에 다니다가 아직 임플란트를 못 하고(살뿐인 잇몸에 인공 뼈를 심고는 11월에나 해준다고 합니다.) 앞니가 빠진 모습으로 나다닐 수가 없어 임시 틀니를 해줬었거든요.
그런데 뭘 먹을 땐 불편해서 집에선 그냥 벗어놓은 채 지내는데, 나오면서 잊고 그냥 나왔던 겁니다. 그렇지만,
내가 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것도 아니고... 더구나 마스크까지 끼고 나왔는데, 무슨 일 있겠어? 하고 그냥 내달리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설사 누군가와 얘기라도 하게 된다면, 마스크를 쓴 채 하면 될 테니까요.
그렇게 중랑천변에 도착했는데,
올 여름엔 비가 많이 와서 거기까지 가는 과정의 작은 지천들에도,
어디든 물은 맑고 많이 흐르더라구요.
둔치에는 일요일치고는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고,
당연히 저는 누군가와 얘길 나눌 일도 없었습니다.
그저 멍하니 앉아 있다 돌아왔을 뿐이지요.
그런데 중랑천에는 제 팔뚝보다 큰(훨씬) 잉어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있드라구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데는, 낚시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곤 했는데,
요즘엔 낚시하는 사람도 없구요.(법으로 금지됐나요? 그건 잘 한 일인데......)
그리고 돌아와서 샤워한 뒤,
여전히 뭔가 밍밍해서(사는 게 재미도 없고 해서)... 지난번 '용문장'에서 사왔던 토마토도 남아 있기에,
샐러드를 해서 비노 한 잔도 했답니다.
그건 맛있드라구요.
첫댓글 토마토 샐러드에 비노라~
당깁니다.
어렵지 않으니 해 드시지요.
집안에 비노도 많으신 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