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캠페인 1년, 주주환원율 24%→34%…
2년 내 50%도 가능”
배현정입력 2024. 3. 23. 00:01수정 2024. 3. 23. 01:51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기업의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고 가치를 올리는 긍정적 변화를 장기적으로 입증해나갈 것”이라며 이제 출발단계인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당부했다. 최영재 기자
단 1% 지분으로 K팝의 지형을 뒤흔든 ‘SM 캠페인’의 주인공,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 대표. 그는 SM엔터테인먼트와 라이크기획 간 불합리한 계약을 조기 종료시키고 ‘이수만 없는 SM’의 전환점을 만들어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주주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기폭제가 됐다.
이 대표가 두 번째로 정조준한 타깃은 은행주다. ‘만년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7대 은행지주(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1·2차 ‘은행주 캠페인’을 가동해왔다. 출발은 순조롭다. JB금융지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얼라인이 제안한 주주환원 정책 확대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주가도 날아올랐다.
그런 그가 최근 밸류업 열풍을 타고 다시 뉴스의 중심에 섰다. 밸류업 본격 시작에 따라,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기대와 역할도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전 연도보다 배당을 크게 확대하거나 자사주 소각 규모를 늘린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법인세 등 세제 지원 방침을 발표하자, 은행주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PBR주’의 주가가 일제히 불기둥을 뿜는 모양새다.
갈등을 빚고 있는 JB금융지주와는 28일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에 나선다. JB금융은 얼라인의 배당 확대 및 이사 선임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외이사 선임 건이 관심사다. 이 대표는 “이번 표 대결에서는 국내 금융지주 이사회 최초로 소수주주를 대표하는 이사가 선임될 수 있다”며 “관심 있게 지켜봐달라”고 했다. 20일 여의도 얼라인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과도한 배당소득세·상속세 완화해야”
Q : JB금융 주총, 표 대결은 자신 있나.
A :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번 이사선임 안건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 이는 소수주주도 일반 이사를 임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회사 경영진과 이사회가 독점해온 임원 추천권을 소위 민주화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같은 날 KT&G 주주총회에서도 집중투표제로 이사가 선임된다.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한다.”
Q : 은행주 캠페인은 어떤 단계에 왔나.
A : “주주환원 정책 면에서 80%는 왔다고 본다. 작년 초 은행주 캠페인을 시작할 때 7대 은행의 주주환원율 평균은 24%였다. 현재는 34% 수준이다. 이미 10%포인트가 증가했다. 얼라인의 당초 목표는 50%였다. 그러나 주요 은행들이 개선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이행 중이다. 1~2년 안에 50% 확대도 충분히 가능하다.”
Q : 국내 행동주의 하면 SM 사례를 빼놓을 수 없다.
A : “SM 사례가 국내 경영진과 이사회에 조금이라도 인식을 달리하는 계기가 됐다면 거기에 의미를 두고 싶다. 회사를 상장하면 대주주만의 회사가 아니다. 모든 주주를 위한 회사로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그런데 이 원칙이 우리나라에서 잘 지켜졌나? SM의 변화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국내외 기관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해준 덕분이라고 본다. 임직원 역시 회사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그 의지가 변화를 만들었다.”
Q : 다음 타깃은 어디인가.
A : “투자 원칙은 단순하다. 이해하기 쉽고, 길게 투자할 수 있는 산업이다. 당연히 잠재력 있는 ‘좋은 회사’를 찾는다. 특히 저평가된 원인을 고칠 수 있는 기업이 좋다. 지금은 소비재 기업을 주시하고 있다. 이제 글로벌에선 ‘코리아’ 자체가 큰 브랜드다. 헬스케어 분야도 경쟁력이 있는 장기 투자 대상으로 본다.”
Q : 행동주의에 대해 기업 사냥꾼 혹은 먹튀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A : “얼라인은 그동안 공개 캠페인을 통해 모두 2년 이상 투자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냈다. 벌써 부작용을 얘기하는 건 너무 이르다. 한국의 행동주의는 진짜 이제 시작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1000억원도 상당히 작은 규모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000억원 이상을 운용하는 행동주의 펀드도 얼라인과 KCGI 두군데에 불과한 상황이다. 최소 10년은 지켜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는지 평가해 달라.”
Q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사회적 화두다. 제언한다면.
A : “어느 나라의 노동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하자. 그럼 그 나라에서 사업하기는 힘들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본비용이 너무 비싸다. 기업은 대출보다 주식으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없다보니, 자본 조달이 매우 어렵다. 혁신기업이 미국에는 많고, 한국에선 나오기 힘든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다. 올바른 국가 정책을 위해선 국회가 중요하듯, 기업에선 이사회가 중요하다. 우선 기업의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과도한 배당소득세·상속세도 합리화가 필요하다. 현재 배당소득이 2000만원이 넘어가면 종합과세된다. 대주주는 대부분 50%의 세금을 내야한다. 누가 50%의 세금을 내면서 배당을 하려할까. 배당소득세 분리과세가 중요하다. 결국 기업의 의사결정이 모든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골드만삭스를 통해 금융시장에 첫 발을 뗐다. 행동주의 펀드에 눈을 뜨게 된 건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의 서울사무소 창립멤버로 합류하면서다. 기업 인수·합병(M&A) 자문을 넘어, 자본을 유치하고 경영진을 바꾸는 전략에 매료됐다. 얼라인은 2021년 3월, 설립했다.
“동학개미 열풍 보고 얼라인 창업했다”
Q : 얼라인을 어떻게 창업했나.
A : “사모펀드(PEF)에서 기업에 투자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을 많이 봤다. 그런데 보니 우리나라 상장주식이 너무 쌌다. 문제는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여서 투자해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거다. 지배구조 문제 때문이다. 어떻게 경영진을 상대하고,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지 아니까 행동주의를 해보자 결심했다. 마침 동학개미 열풍이 불었다. 주식 투자 인구가 1400만 명까지 늘어났다. 주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 주주환원 정책도 바꿀 수 있는 때가 왔다고 봤다.”
Q : 투자자의 길을 걷는 이유는.
A : “고등학교 때 접한 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탈리스트』이란 책을 읽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는 아내와 같이 차를 타고 전 세계를 다니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투자한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공부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이 투자자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Q :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A : “행동주의를 통해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는 좋은 변화를 장기적으로 입증하고 싶다. 자본시장의 개선은 국가 미래에도 중요하다. 뒤돌아보면 난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EBS 교재 살 돈도 없을 때 무상으로 구해주셨던 선생님, 살 집을 대여해주신 교수님 등 고마운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내게 기대한 것은 개인적인 보답이 아닐 것이다.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그 은혜를 갚으며 살고 싶다.”
어려서 그는 ‘생활보호대상자, 등록금 면제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주위에서 헌옷을 얻어 입었고, 월셋집과 임대주택 등을 전전했다. 어머니는 그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됐을 때,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하고 가장이 됐다. 전업주부였던 어머니가 가족 생계를 위해 급하게 찾은 일이 학교 급식실 조리보조원. 당시 월급이 50만원 남짓했다. 그렇게 생활은 어려웠지만 “우린 희망가족이었다”고 떠올린다. 그는 “긍정이 나의 힘”이라고 말했다.
Q : 아직도 흙수저에게 기회가 있을까.
A : “세상이 망한다, 한국이 망한다 등 비관론이 많다. 그렇지만 결국 세상은 좋아지고 있지 않나. 지금은 인공지능(AI)으로 인한 혁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술 발전 등으로 사회 구조가 변할 때 기회는 더 많아진다. 나도 동학개미 열풍을 보고 얼라인을 창업했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도전하기를 응원한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ㅁ
ㅁ
첫댓글 https://v.daum.net/v/20240323000159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