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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1-11, 추석 ① 나는 보성이 보고 싶은데
이보성 씨와 한적한 사무실 의자에 나란히 앉는다.
의논할 일이 있다고 지나는 이보성 씨를 불러 앉도록 권했다.
“뭐요? 왜 그러는데요? 참.”
“마라톤동호회에도 추석 인사드리면 좋겠어요.
오래 활동 못 나가서 죄송하지만, 그러니까 더 챙겨서 인사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그래요? 마라톤?”
‘마라톤’에 이보성 씨가 관심을 보인다.
휴대전화에 ‘거마 박미옥총무님’ 연락처를 띄워 놓고 전화를 걸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보성 씨가 불쑥 나선다.
“전화해요?”
순식간에 통화 버튼을 눌러서 어쩔 새 없이 전화가 가고 있다.
‘고민하지 말고 나서자’는 이보성 씨 뜻인가 싶다.
“어! 진호 씨, 잘 지냈어요?”
“네, 총무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그럼요. 잘 지내고 있어요. 무슨 일 있어요.”
“다름이 아니라 추석이라고 보성 씨가 동호회 회원분들 드릴 선물을 준비했는데,
아직 화달 목달에 나갈 상황이 아니라서 총무님 뵙고 인사드리면 어떨까 해서요.
시간 괜찮으실 때, 이보성 씨가 잠깐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안 그래도 되는데 고맙네요. 저는 시간 다 괜찮아요. 읍에 나와서 연락만 주시면 나갈게요.”
아직 선물을 준비하기 전인데 마음의 준비가 채 되지 않은 통화에 준비했다고 말해버렸다.
오후 1시에 이보성 씨가 화성건설과 중앙교회가 있는 쪽으로 와서 총무님에게 다시 전화를 걸면,
총무님이 바로 나오겠다고 약속한다.
“잠깐 보성 씨 바꿔드릴게요. 지금 옆에서 같이 전화 듣고 있습니다.”
이보성 씨에게 전화를 넘긴다. 이보성 씨가 얼른 받고 말한다.
“여보세요?”
“네, 보성 씨. 잘 있어요?”
“나는… 잘 있는 것 같은데요?”
“조금 이따가 진호 쌤이랑 같이 나와요. 나중에 점심 먹고 만나요.”
“안 돼요, 안 돼. 안 됩니다.”
“네? 왜요? 이따가 잠깐 만나요.”
“만나면 큰일 나. 안 돼요, 안 돼.”
“나는 보성이 보고 싶은데. 나오면 안 돼요?”
먼저 전화는 걸어 놓고 이제 와서 ‘밀당’하는 이보성 씨에게 입 모양으로 ‘알겠다’라는 대답을 권한다.
총무님 목소리를 가만히 듣더니 그제야 대답한다.
“가요? 쌤, 몇 시 차 타고 가는데요?”
“점심 먹고 진호 쌤이랑 1시에 나와요.”
“네! 확실합니다!”
이보성 씨와 나란히 앉은 지 5분여 만에 만날 약속을 정했다.
이보성 씨와 의논하지 않고 혼자 고민만 했다면, 이보성 씨가 통화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박미옥 총무님이 시간을 내지 않았다면 더 오래 걸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얼떨떨하지만 무언가 숙제를 마친 기분과 다가오는 시간이 싫지 않다.
“쌤, 가요? 마라톤? 아니, 그게 그러니까…. 내가 말하겠습니다. 한마디 하겠습니다.”
할 말 많은 이보성 씨 이야기를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듣는다.
2021년 9월 15일 수요일, 정진호
이보성 씨가 전화하기를 잘 하셨네요. 명절 인사로 잠깐이라도 얼굴 뵐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최희정
이래서 명절인가 봅니다. 월평
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1-12, 추석 ② 마라톤 갈 거죠
‘가요’ 이야기만 몇 번을 듣는지 모른다.
분주한 이보성 씨를 분주하게 도우면서 덩달아 즐겁다.
얼른 가고 싶어 조급한 마음을 이해하며 양말이면 양말, 잠바면 잠바, 이보성 씨 요구에 따라 거든다.
“쌤, 가요? 가요? 몇 시 차 타고 가는데요? 한 시? 맞죠? 확실하죠?”
“지금 가요. 총무님한테는 보성 씨가 벌써 선물 준비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선물부터 사러 갑시다.
동호회 분들한테 어떤 선물하면 좋을까요?”
“어…, 맛있는 거.”
선물답게 포장된 빵을 하나 사기로 하고 마트부터 들른다.
고민이 많을 이보성 씨에게 결정에 도움 될 만한 정보를 전한다.
“보성 씨 마라톤동호회 나갔을 때 기억나죠?”
“마라톤? 네, 네.”
“거기 사람들 많잖아요.”
“네, 네.”
“운동 나오는 분들 다 나눠서 먹으려면 한두 개보다는 여러 개 들어 있는 거면 좋겠어요.
그래도 운동 동호회니까 콜라나 음료수보다는 몸에 좋은 거면 더 좋겠고요.”
“확실합니다! 사요. 쌤, 사요?”
이보성 씨와 마트를 한 바퀴 돌고 선물하기 좋은 박스가 진열된 코너 앞에 선다.
품목은 두 종류, 두유와 건강음료 같은 게 보인다.
이보성 씨가 단번에 지목한 두유로 결정이 좁혀진다.
그런데 두유도 종류가 많다.
브랜드도 여러 개, 맛도 여러 개, 들어간 성분과 재료도 여러 종류인 것 같다.
“종류가 많은데요? 뭐가 좋을까요?”
“다 똑같아요. 똑같아.”
‘다 똑같은’ 두유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이보성 씨가 고른다.
“‘안녕하세요, 총무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동호회 추석 선물입니다.’ 하고 전해드리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총무님? 추석입니다.”
총무님과 약속한 중앙교회 앞에서 연락드리고 기다리면서 여러 번 연습한다.
저만치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총무님이 보인다.
“보성 씨!”
이보성 씨가 부끄러운지 묵묵부답 갑자기 말이 없다.
침묵하는 이보성 씨를 대신해 총무님과 근황과 안부를 주고받는다.
“아직 동호회 나오기는 힘들죠?”
“네, 총무님. 거창 코로나 상황이 요즘처럼 계속 좋으면 모르겠는데
몇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그만큼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 ‘갈 수 있다, 못 간다’ 연락드리기도 민망하네요.
저번에 보성 씨가 동호회 다시 나간다고 산 옷이랑 신발, 옷장에 두고 한 번도 안 입고 안 신었어요.
계속 나갈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회원분들 운동은 계속하시죠?”
“네, 우리는 계속해요. 코로나가 너무 안 좋을 때는 좀 쉬다가 풀리면 다시 했다가 반복이네요.
어제는 오랜만에 또 했어요.”
“아! 문자 보내 주신 거 봤어요.”
이보성 씨가 준비한 선물을 총무님에게 건넨다.
“아이고, 준비 안 해도 되는데. 고마워요. 화달 나가면 오시는 분들한테 잘 전할게요. 보성 씨, 이거.”
총무님도 이보성 씨에게 무언가 건넨다.
쇼핑백 안을 보니 빨간 사과가 가득 담겨 있다.
“이거 사과 농사짓는 장수 아저씨 알죠?
그 아저씨가 어제 화달에 가지고 나와서 운동 나온 사람끼리 나눴거든요.
나는 사과 있어서…, 보성이 주려고 가지고 왔어요. 몇 개 안 되는데 나눠 먹어요.”
이보성 씨를 생각해 챙겨 주셨다니 감사한데, 동호회 회원이 직접 농사지은 사과라니 더 의미가 깊다.
물끄러미 사과를 바라보는 이보성 씨와 함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보성이, 몸 건강하게 잘 있고. 다시 나올 수 있을 때, 진호 쌤이랑 꼭 나와요. 알겠죠?”
“….”
“마라톤, 마라톤 나와요. 알겠죠?”
“마라톤? … 마라톤 갈 거죠. 네!”
마지막에 간신히 입을 뗀다.
서로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며 주차한 곳으로 돌아간다.
걸어가면서 이보성 씨에게 묻는다.
“보성 씨, 왜 총무님한테 말 안 했어요. 쑥스러웠어요?”
“네? 아닌데요? 아니요.”
“스포츠파크가 아니라 여기서 봐서 어색했어요? 그럴 수도 있겠다….”
“네, 맞아요. 아니, 참. 마라톤 가요? 확실하죠?”
“코로나 상황 보고, 다시 나갈 수 있게 되면 꼭 가요.
보성 씨가 총무님께 말씀드렸으니까 약속한 거 꼭 지켜야죠.”
“네! 가야죠. 가야지. 갑니다. 이거 뭔데요?”
“사과요. 사과. 동호회에 장수 아저씨가 직접 농사지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이보성 씨가 사과가 든 쇼핑백을 품에서 놓지 않고 이리저리 살핀다.
2021년 9월 15일 수요일, 정진호
동호회로 인해 이보성 씨의 삶이 ‘주고 나누는’ 삶이 되었습니다. 본인의 일이라 생각하고 진심으로 나누어 주어 고마워요, 보성 씨! 박현진
동호회 회원이 직접 농사지은 사과를 회원들이 맛보라고 나누셨군요. 이보성 씨가 귀한 사과를 선물로 받았네요. 다음에는 그 분께 따로 인사드려야겠어요. 명절 앞두고 동호회 회원들에게 명절 인사 할 수 있게 주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최희정
①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에게 추석 선물하게 주선하고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곧 함께할 날을 기다립니다. ② 총무님, 이렇게 살피고 헤아리며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1-13, 추석 ③ 마음껏 뛰어 보자
이보성 씨가 박미옥 총무님을 만나 동호회 추석 선물을 전하고 나서 거창마라톤클럽 밴드에 새 글이 올라왔다.
총무님이 이보성 씨 만난 소식을 공유했다.
‘안녕하세요? 산들산들 바람도 불고 파란 하늘이 너무나 좋은 수요일 오후입니다.
오늘 진호 쌤이랑 보성 씨를 잠깐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잘생긴 두 총각을 만나고 나니 정말 좋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못 나와서 많이 속상한가 봐요. 회원님들께 안부 전해 달랍니다.
여전히 진호 쌤은 잘생겼고 예의 바르고, 보성이는 천진난만하고 좋아 보였습니다.
우리 회원님들 화달에 드시라고 두유랑 화과자도 사 주고 예쁜 손편지도 전달받았습니다.
다음 화달에 가져갈게요. 진호 쌤이랑 보성 씨는 코로나 끝나면 운동장에서 또 만나요.’
두유와 화과자 사진 아래 이보성 씨와 함께 쓴 편지가 보인다.
어떤 내용을 담을지 이보성 씨와 의논하면서 한 줄 한 줄 쓰고, 마지막 이름은 이보성 씨가 직접 썼다.
‘거창마라톤클럽 선생님들께.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모두 잘 지내고 계시지요?
다시 마라톤 간다고 지난번에 산 옷과 신발 모두 한 번도 입고 신지 않고 옷장에 보관하면서
화달, 목달 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꼭 다시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추석, 이보성 올림.‘
박은애 전 총무님을 비롯한 세 분이 남긴 ‘표정’과 유은영 사무장님, 신정훈 회장님의 댓글이 보인다.
‘유은영: 진호 씨, 보성이 반가워요. 코로나가 빨리 잡혀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항상 파이팅하며 건강하게 지내요.’
‘신정훈: 진호, 보성이도 추석 잘 보내고 이다음 좋은 날 좋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 보자.’
“회장님이 ‘좋은 날 좋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 보자’라고 쓰셨네요.”
“어디요? 어디? 어딘데요?”
이보성 씨와 나란히 앉아 밴드 글을 읽고 또 읽는다.
1) 월펜스버거의 통합과 참여 개념
(1) 노말라이제이션적 정의
『휴먼서비스에서의 노말라이제이션의 원리』(1972)에서 월펜스버거는 통합을 최초로 정의하였는데, 이는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정의 가운데 하나로 남게 되었다. 여기에서 그는, 통합은 물리적 통합과 사회적 통합으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물리적 통합은 사회적 통합의 필요조건이긴 하되, 근본적으로 사회적 통합이 물리적 통합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 일탈적인 사람에게 있어 통합이란 문화적으로 정상적인 공동체 또는 정상적인 공동체 주거지에서, 그 연령에 맞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의사소통하며, 전형적인 방식으로 전형적인 공동체 자원을 이용하면서(예컨대 사회·여가··종교 시설, 병원 및 의원, 우체국, 상점이나 식당 등) 살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 따라서, 개인은 공동체 내에 존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어야 한다. 즉 개인이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것 외에 지역사회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Wolfensberger, 1972, 47~48).
(2) SRV적 정의
… 반면, 사회적 통합은 질적·양적 측면에서 문화적으로 정상적이며 가치가 부여된 환경 및 컨텍스트에서 발생하는 비장애인과 장애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 및 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적 통합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동일한 공간 안에 존재하는 것을 훨씬 넘어서는 일이다.
(3) 진정한 통합과 사회적 참여에 관한 정의
… 이의 관점에서 보자면, “통합”은 “개인의 사회적 통합과 가치가 부여된 사회적 참여”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는 가치부여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가치부여된 활동에 가치부여된 이들과 함께 가치부여된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 SRV에서 “진정한” 통합이란 “개인적인 사회적 통합 및 가치부여된 사회 참여”를 의미한다. 그것은 “가치박탈된 사람이 문화적으로 정상적인 교류, 활동, 관계, 역할 등에 일반 시민 내지 가치부여된 시민들과 함께 가치부여된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서 가치부여된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장애인복지정책과 노말라이제이션」 366~371쪽 발췌
2021년 9월 15일 수요일, 정진호
완전한 통합, 즉 real integration은 ‘실제’여야 한다는 거네요. 덕분에 공부합니다. 월평
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1-1, 6월 목달부터 함께합시다
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1-2, 전화도 했었네요
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1-3, 웃으면서 만나요
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1-4, 시작은 쇼핑부터
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1-6, 담주는 꼭 나가야긋네
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1-7, 당사자는 전방에
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1-8, 보성 씨 실망해서 우짜노
첫댓글 매사 신중한 정진호 선생님과 행동력 만렙인 이보성 씨가 참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