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틀에서 놓여 난다는 것이 해방감 내지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
젊을 적엔 조직을 벗어나면 죽을 것 같은 상실감
소외감 낙오자처럼 고통스러웠는데
이젠 반대로 어떤 틀에 매이거나
소속된다는 기분은 참을 수 없이 답답하고 싫다
사람의 인생에서 마지막까지 매여있는 것은
천륜이라는 자식 부모
그것을 이루는 가정의 끈뿐이다
이제 어떤 조직이나 조직의 틀에 얽매어
순서에 따라 행동하는 것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나이에서 오는 신체적 피로감과 일 한 만큼의
성과가 미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론 나이와 상관없이 조식의 규율에 맞춰
일생을 마치는 인생도 있을 것이다
소녀적 읽었던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란 단편 속
주인공처럼 형기를 받은 죄수 신분이라면
틀에 박힌 일상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나이에서 오는 무력감을 제일 많이 느끼게 해주는
일 중에서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맡을 때다
물과 기름의 관계
참견하면 거부로 돌아오고 (가식적인 설득으로)
지켜만 보노라면 쓸모없는 투명 물체로 인식하는 모습들
회의로 하자 해놓고는 의견은 대충 듣고
단어의 수 늘어날 낌새 보이면 참견으로
수다로 치부하는 듯한 권태로운 표정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지나간 나의 젊었던 시간
그 어느 순간에 나도 저리 무례하고 성정 급하고
긴말은 지루해 못 견뎌 했으려나
젊음이
노인에게 베푸는 건 다림질한 듯 반듯한 경어와
깍듯한 인사
불편한 육신 편하게 앉거나 눕게 도와주는 거 외는
공유할 정서적 사회적 공감은 없다고 봐야 하는지
이번 실습 참가자 인원에 젊은이 둘과
40~50대 직원들 그리고 노인 2로 등장한
나와 내 동료
그리고 매일 바뀌어서 오는
돌봄 교사 여러 명
나의 실습동료
그녀는 나이도 나와 비슷하고
학과도 같다
그녀는 한때 화려한 말빨과 코뿔소 같은
억센 뿔에 버금가는 괴력의 신체조건으로
강릉 중앙 시장에서 미곡상을 했던 사람이다
젊은 그녀가 자랑 섞인 한탄 조로
젊은 일꾼이던 시절 썰을 풀어내는 그 속엔
본인이 한창때에는 양어깨에다 쌀 한 가마
나누어 걸치고? 걸어서 배달 다녔다는 괴력의
소유자였다고 하니 현재 축 늘어진 껍질 무게로
짐작해봐도 믿어 줄만은 하다
그런 그녀가 나이들어 생각을 모은 결과
돈은 벌어 쌓아 놨으니
이젠 지식을 쌓아 놔야겠다는
독하고 지향적인 결심을 하므로서
나와 같은 학과에 실습까지 함께 하게
된것이다
다 좋은데
그녀에게 불편한 버릇이 찾아 와서 문제다
젊어 장사로 불렸던 그녀가 이제
괴력이 빠져나간 육신에 찾아온 졸음이라는 병으로
앉으면 꾸벅거리는 반갑지 않은 병으로 불편이 여간
아닌 것이다
틈만 나면 졸고 있는 그녀
우리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
무슨 일을 한 달간 해야 하는지
아랑곳없이 안 보인다 싶어 찾으면 졸고 있다
젊은 실습자들 시야에서 보자면
졸고 있는 그녀나 안 졸더라도
연일 출근에서 오는 고된 일과로
피곤이 덕지덕지 붙어
큰 불행과 고초를 겪은 슬픈 늙은이
표정을 달고 있는 나나 별반 다를 게 없는
노인이겠지만 보는 내가 안타깝고
속상해 죽겠는 걸 어쩌나
그들이 처음 우리를 봤을 때
노인정이나 복지관에나 계시지
왜 여기서? 하지 않았을까
그리 보여져도 어쩔 수 없고
설사 제대로 봐준다 해도 어차피 그들은
우리에게 관심도 흥미도 없었을 것이다
이래저래 우리 또한 별 노력 없이
틈만 나면 졸거나 그들과 떨어져
혼자 서성이거나 하는 것이다
젊을 적엔 밥벌이가 힘들어 늙고 젊고에
관심조차 없었고 그러느라 누리지도 못했지만
이제 행동반경이 점점 좁혀와
여기저기 내 안 찾아가면
아무도 찾아 주지 않아 자칫 소외감에 죽을 거
같아서 점잖고 이유있는 참여 공간이 공부라 여겨
시도했더니
결과는 고립감 소외감 자신감의 결여만
매순간순간 절감할 뿐이다
그럼 노인들과만 어울리는 곳에 가면
이런저런 꼴 안 볼 거 아닌가 하지만
그건 또 싫으니 문제다
내 늙는 거 보기 싫어
거울도 안 보는데
나가서까지 살아 어정거리는
내 닮은 꼴을 마주해야 하는가 하는
노년의 심리는 사춘기 아동들 심리와
다르지만 닮은 점도 많다
우기고 삐치고 세상없는 허풍도 떨고
세상을 다 산 듯 침묵하다가 새장을
탈출한 새처럼 갈 길을 몰라 허둥댄다
멋대로 남을 가르치고 남을 깔보고
무시하고 희한한 논리로 이성을 잃을
정도로 고집을 피우는 건 닮았다
늙음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병에
걸리는 것이다
의술로도 고칠 수 없는
불치의 병
누구나 걸리고 시일이 갈수록 신기하게도
형제처럼 똑같이 닮은 꼴을 하게 되는 노인의
표정과 행동과 말투는 내가 노인이 되어서야
알았다
슬프고 처량한 심정이야 언제나
극복이 아니 되지만
한 달간의 실습 기간 중
빛나는 젊은이들과의 생활은
고난의 시간이었다고
확인하기 싫은 자신의 늙음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아 ~ 싫다
한 달간의 실습은 끝났다
기간 중 받고 겪었던 마음의 상처에
약을 바르는 심정으로 후기를 써 본다
나를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한
체념의 노력이기도 한
70 나이에 쓰는 실습 후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갈등과 체념 나를 제대로 받아 들이는
순간들을 기억하려고 써 봤다
참 수고 많으셨네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마치고 나니 그래도 뿌듯하고
한편으로는 잘 견뎠다 싶으시죠?
내 자신에게 칭찬해주는 시간
고운 밤 되세요^^♡
맞아요 엄청 지루한 시간인데 끝은 보이더라구요
이제 마음이 좀 안정됩니다 ㅎㅎ 마치고 돌아 오는 날
굉장히 복잡한 심정이었어요 다 잊혀지고 지나가리라
합니다 페이지님 더운데 어찌 지내시는지 ㅎㅎ
조직
그안에서 사람사이
거기에 환영받지 못하는 어르신이니
대략 난감 상상이 갑니다ㅠ.ㅠ
지치고 힘들었지만
끝냄의 환희 또한 크게 느껴질테니
이제 훨훨 마음가는대로 편하게만 하셔요
이제 인간관계에 쏟을 에너지가 없음을 실감합니다
편안한 밤요~^
그러게 환영 받으려고 별짓을 다했는데 허드렛일까지
그래도 아무도 눈길 안주더만 ㅎㅎ 싸가지 없는 것들
출근하면 인사도 안해 그렇다고 저들끼리도 아는체 안해
종일 데면데면 사람사는 곳인지 뭣을 위한 공부이고
공부의 연장선 형장 체험 실습의 의미는 뭣인지
의미없었던 한 달이었네 정아 ~고마워 조심조심 다니시고
수고 ᆢ
많이 하셧읍니다ᆢ
감사합니다
짝짝짝짝짝짝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실습이 쉬운 건가요,뭐
어려운 기간 잘 버티셨네요^^ 멋짐폭발^^
감사합니다 로란님 ㅎㅎ
힘들더군요 노년에 좋은 경험 하나 추가 해놨습니다
로란님 감사합니다 댓글 주셔서 ㅎㅎ
절절이 공감되는 글에 복잡해지는 심사입니다.
이것저것 배웁네 노인복지관 가면 영계고
여성센타 가면 왕언니네요.
그곳에 가면 거기 젊고 뛰는 사회복지사들.
그 속에서 공부 하시느라 얼마나
부대 끼셨을까요.
그럼에도...얼마나 대단하신지 눈물겹습니다.
해내셨네요. 수고하셨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운선님 온몸과 마음
구석구석...오늘은 편히 쉬셨음 좋겠습니다.
사회복지사란 직업 특성 상 그렇게 즐거운 직업이
아니지요 늘 약자편에 서고 클라이언트를 위해
동붕서주 법적인 절차까지 보조하는 한마디로
피곤하고 보수 적고 할일많은 쪽이지요
너무 많이 나오잖아요 요즘 복지사들
저희들은 놀기 심심해 나갔는데 젊은 애들은
스트레스 받나봐요 종일 있어도 말 몇마디 안해요
남을 돕는 다는 직업은 발로 뛰어 원조 찬조 무조건 많이
받아 오는 거라 얼굴에 웃음기가 별로 없어요
저는 이 직업으로 못할 나이지만
젊었다 해도 안했을 겁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마음과 몸이 많이 힘드셨겠네요~~
이젠 좀 쉬셔요~~
전 30년 넘게 쌓아놓은 짐정리좀 하고 집수리 좀 해볼까하니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중이랍니다~~
아고 몸도 아직 덜 나았다면서 집수리는 원
더운데 괜찮겠어요 ? 병나실까봐 걱정입니다
집수리 놔두고 새집으로 이사 가세요 ㅎㅎ
그 마음 이해가 가요.
저도 요즘 그런 감정을 많이 느껴요.^^
아 여우님도 그러셨구나
늙은이가 약자인 사회입니다
저희들 세대가 참 어중간한 세대입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면 눈치가 보여서 ㅠㅠ
마음 많이 다칩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셨다고 꼭 안아주고 싶네요
내맘 같지 않은 게 인간관계 인거 운선님이 더 잘아실테고
앞으로 더 볼 사람들도 아니니 다 털어버리시고
잊어버리시길요
어디 계시는지 요즘 어찌 지내시나요
늘이렇게 댓글로 나 만날까 헤라님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길요 행복하세요~헤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