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 있다 장롱이 그렇듯이 오래 묵은 습관을 담은 채 각자 어두워질 때까지 앉아 있는 일을 하곤 한다 어쩌다 내가 아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내의 몸에서는 삐이걱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아내의 몸 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리고 돌아 나온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아래위가 꼭 맞는 서랍이 되어 닫힌다 아내가 내 몸의 여닫이문을 먼저 열어보는 일은 없다 나는 늘 머쓱해진 채 아내를 건너다보다 돌아앉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첫댓글 와~~~오래된. 반닫이 인가보네요 백동장식으로 된것이 가격대가 좀되보입니다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