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김정은의 총애를 봤던 핵미사일 실전 배치의 총책임자가 하룻밤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반드시 잡아오라. 최고 권력의 명령에 순식간에 국경이 봉쇄되고 보이부 특수부대가 투입됐지만 아무도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죠. 도대체 그는 왜 모든 특권과 지위를 버리고 갑자기 자취를 감췄을까요?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천재과학자 가족의 처절한 생존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리유노라고 합니다. 평양에서 태어나서 쭉 자라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수학과 물리학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어요. 선생님들은 저를 보며 천재라고 불렀어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재능이 제 운명을 이렇게 뒤바꿔놓을 줄은요. 초등학교 때부터 남달랐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울 때 저는 이미 미적분을 이해하고 있었거든요. 중학교에서는 물리학 올림피아드에서 일 등을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물리학과에서 최우등생으로 졸업했죠. 그러자 국가에서 특별한 제안을 했습니다. 스위스로 유학을 보내겠다. 당시만 해도 해외 유학은 극소수 엘리트만 갈 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ETH 추리 세계 최고의 물리학 명문대학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다녔던 바로 그 대학이죠. 처음 스위스에 도착했을 때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깨끗한 부분이 질서 정연한 도시 자유롭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어요. 기숙사 룸메이트는 독일에서 오난스라는 친구였어요. 하지만 수술로 완치 가능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났어요. 정말요? 완치가 가능하다고요? 네 90% 이상 성공률입니다. 북한에서는 불치병이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일상적인 수술이에요. 그때 깨달았어요. 라디오에서 들은 게 사실이었구나. 나만의 의료 기술이 정말 뛰어나구나. 언제 수술받을 수 있나요? 내일 당장 가능합니다. 정말요? 네 하루 빨리 하는 게 좋겠어요. 그날 밤 병실에서 가족 회의를 했어요. 준혁아 내일 수술받는다. 무서워요. 아버지 무서워할 것 없어. 여기 의사 선생님들이 최고야 윤정이가 의사 출신답게 교수님과 상담했어요. 수술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6시간 정도 예상됩니다. 위험하지 않나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술 당일 아침 준혁이를 수술실로 보내면서 말했어요. 아들아 힘내라.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을게. 네 아버지 사랑해요. 나도 사랑한다. 추술실 문이 닫히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어요. 여섯 시간이라니 얼마나 긴 시간인지 몰랐습니다. 수술 대기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기다렸어요. 1시간 2시간 3시간 시간이 정말 안 갔어요. 4시간쯤 지났을 때 간호사가 나왔어요. 수술 잘 진행되고 있어요. 정말요? 네 걱정 마세요. 5시간째 6시간째 드디어 수술실 불빛이 꺼졌어요. 교수님이 나오셨습니다. 수술 성공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요. 정말요? 네 완벽하게 성공했어요. 이제 괜찮은 건가요? 회복만 잘 되면 정상인과 똑같이 살 수 있어요. 운동도 하고 할 수 있나요? 물론이죠. 잠시 후 준혁이가 회복실에서 나왔어요. 아직 마취해서 덜 깨어났지만 얼굴 색이 좋아 보였어요. 두 시간 후 준혁이가 완전히 깨어났습니다. 아버지? 응 아들 수술 끝났어. 정말요? 그래 이제 괜찮아. 준혁이가 처음으로 화난 미소를 지었어요. 몇 달 만에 보는 진짜 웃음이었습니다. 아버지 가슴이 시원해요. 그래 아프지 않고 네 전혀 안 아파요. 그 순간 저는 확신했어요. 우리가 한 선택이 옳았다는 걸 목숨을 걸고 탈북한 게 헛되지 않았다는 걸 압록강의 서치라이트와 총성 중국에서의 지옥 같은 나날들 모든 고생이 이 순간을 위한 거였어요. 인천공항의 환한 불빛 자유 대한민국의 첫 호흡 그리고 아들의 환한 미소 북한에서는 죽을 병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이었어요. 체제의 차이가 생명의 차이였습니다. 이제 정말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구나. 창밖으로 한강이 보였어요. 압록강과는 정말 다른 강이었습니다. 죽음의 강이 아니라 생명의 강이었어요. 2년이 흘렀습니다. 준혁이 수술은 완전한 성공이었어요. 회복 과정도 순조로웠습니다. 한 달 후에는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었고 석 달 후에는 가벼운 운동도 할 수 있었어요. 아버지 정말 신기해요. 가슴이 이렇게 시원할 수가 있다니 준혁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기뻤습니다. 북한에서는 평생 병자로 살아야 했을 아이가. 이제 완전히 건강해진 거예요. 지금 준혁이는 서울의 한 IT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물리학 천재시니까 저도 과학적 재능이 있나 봐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놀라운 실력을 보였어요. 회사 동료들은 준혁이가 북한에서 왔다는 걸 믿지 않았습니다. 정말 북한 사람 맞아? 남한 사람보다 더 잘하는데 북한에도 똑똑한 사람들 많아요. 준혁이가 자랑스럽게 대답하곤 했어요. 소연이는 연세대학교 북한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빠 저는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어요. 그래 좋은 꿈이야. 북한 사람들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고 싶어요. 소연이는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어요. 생생한 북한 경험담을 들려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학생이었거든요. 소연 씨 덕분에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어요. 교수님들도 인정해 주셨습니다. 은정이는 탈북민 의료 상담센터에서 일하고 있어요. 의사로서의 경력과 탈북 경험을 살려서 다른 탈북민들을 도와주는 거죠. 언니 정말 감사해요. 언니 말씀 덕분에 용기가 났어요. 많은 탈북민들이 은정이를 찾아왔습니다. 여보 이 일이 정말 보람 있어요. 그래 우리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니까 북한에서는 환자를 포기했는데 여기서는 끝까지 치료해 주니까. 그리고 저는 카이스트 연구소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전쟁을 위한 핵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핵을 연구하게 된 거예요. 디 박사님 평화적핵 에너지 연구를 맡아주시겠어요? 연구소장님이 제안하셨어요. 기꺼이 하겠습니다. 북한에서는 핵무기를 만들었지만 한국에서는 핵 발전소 안전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같은 핵 기술이지만 목적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하나는 죽이기 위한 기술 다른 하나는 살리기 위한 기술이었습니다. 정말 보람 있는 일이야. 매일 연구소에 출근하는 게 즐거웠어요. 동료들도 친절했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국정원에서 저를 찾아온 것은 그때였습니다. 김도연 요원이 연락을 해왔어요. 니 박사님 증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무슨 증언이요? 북한의 핵 개발 실상에 대해서요.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아무래도 옛 동료들을 배신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김도연 요원의 말이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박사님의 증언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요? 북한의 위험성을 정확히 알려야 대비할 수 있거든요. 그렇죠.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실상도 알려야 합니다. 그들도 구해야 하거든요. 그 말이와 닿았어요. 북한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도 저희 가족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국회에서 증언하게 됐습니다. 북한이 핵 개발은 주민들의 희생 위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이크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제 아들은 북한에서 불치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고칠 수 있어요. 국회의원들이 진지하게 들었어요. 이것이 체제의 차이입니다. 유엔에서도 증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때였어요. 북한은 핵 개발에만 몰두하고 주민들의 생명은 포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발한 핵 기술로 미사일을 만들 동안 제 아들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청중석에서 한숨소리가 들렸어요. 이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 증언을 마치고 나서 한 외국 기자가 물어봤어요. 박사님 조국을 배신한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순간할 말이 없었어요. 하지만 곧 대답했습니다. 진정한 조국은 국민을 살리는 나라입니다. 생각하는 국민을 희생시키면서 체제만 지키려고 해요. 그런 곳이 어떻게 조국일 수 있겠습니까? 그날 저녁 한강변을 걸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였어요. 준혁이는 건강하게 뛰어다녔고 소연이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은정이는 제 팔짱을 끼고 걸었어요. 여보 후회 안 해요? 뭘 북한을 떠난 것 당신은 저도요. 여기 와서 정말 행복해요. 한강의 야경이 아름다웠어요. 반짝이는 불빛들이 희망처럼 보였습니다. 문득 알록강이 생각났어요. 처치라이트와 총성이 있던 그 차가운 강 죽음의 강이었죠. 하지만 한강은 생명의 강이었습니다. 아버지 저 정말 행복해요. 주녀가 말했어요.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가슴이 시원해서 기뻐요. 그래 아들 아버지도 행복해. 오빠 나도 행복해. 초연이가 끼어들었어요.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하고 싶은 공부도 마음껏 할 수 있고 엄마는 어때. 엄마는 매일 환자들을 도와주는 게 보람 있어. 은정이가 미소지었어요. 북한에서는 포기했던 환자들을 여기서는 끝까지 치료해 주니까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새로운 삶을 찾았다는 걸 북한에서는 불가능했던 꿈들을 이루고 있다는 걸 저는 이제 전쟁의 핵이 아니라 평화의 핵을 연구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요. 준혁이는 건강하게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소연이는 통일을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김정이는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어요. 여보 우리 정말 잘한 것 같아요. 그래 용기 있는 선택이었어. 준혁이를 살린 것만으로도 충분해. 한강 다리 위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었었어요.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이런 웃음을 북한에서는 지을 수 없었을 거예요. 이제 저는 확신합니다. 진정한 조국은 국민을 살리는 나라라는 걸 체제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곳이 아니라 개인의 생명과 꿈을 소중히 여기는 곳이 진짜 조국이라는 걸 북한에서. 저는 핵과학자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저는 인간이 되었어요. 아들을 살리고 싶어 하는 아버지. 가족을 사랑하는 남편 평화를 꿈꾸는 과학자 압록강에서 한강까지 죽음에서 생명까지 절망에서 희망까지. 우리 가족의 긴 여행이 끝났습니다. 아니 끝난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거죠. 자유대한민국에서의 새로운 삶 그 삶이 지금 시작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어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