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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제일중학교 야구부가 대통령기 전국 중학 야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역 학생 선수들이 전국 무대에서 거둔 자랑스러운 성과다. 그러나 이 성과를 마냥 축하만 하고 있을 수 없게 됐다. 이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정작 울산 안에서 야구를 계속할 길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전국 준우승을 차지한 중학교 선수들이 부산, 대구 등 다른 지역 야구부를 찾아 떠나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개인 선택 문제가 아니라 울산 교육행정과 체육 행정의 실패를 반증하는 것이다.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시는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학교 단계에서 전국 정상권 선수를 길러놓고도 고교 단계에서 받아줄 안정적 야구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아이들이 울산을 떠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국대회 출전 기회가 불확실하고 고교 야구부 운영의 안정성이 흔들리며, 대학과 프로 진로에 대한 전망이 약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냉정하다. 자녀의 3년, 나아가 인생 진로가 걸린 문제에서 막연한 지역 애향심만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울산에 남아도 된다는 확신을 행정이 주지 못하니, 결국 아이들이 짐을 싸는 것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울산의 유일한 고교 야구 통로였던 울산공고 야구부가 2021년 공공스포츠클럽으로 전환된 뒤 선수 이탈과 파행을 거듭하다 지난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올해 9월 '울산B.C U-18'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지만, 학부모와 선수들의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뒤였다. 중학교까지는 전국 수준으로 키워 놓고, 고교 단계에서 갈 곳을 없애버린 것이다. 이런 도시에서 어느 학부모가 자식을 남겨두려 하겠는가.
클럽 체제로 전환된 이후, 기대했던 안정적 운영과 전문적 육성 시스템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스포츠클럽 전환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 투명한 운영, 인권 보호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가 바뀐 뒤에도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하고, 전국대회에 나가고, 상급학교와 프로 진로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클럽 전환은 개혁이 아니라 책임의 분산일 뿐이다.
때문에 우선 절실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학업과 운동을 함께하며 자기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정식 고교 야구부의 복원이다. 다시 말해 울산B.C U-18를 다시 울산공고 야구부로 복원하고, 울산제일중 선수들이 울산공고로 진학해 계속 야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울산공고 야구부 복원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아니다. 울산 학생 선수들이 학교라는 안정된 울타리 안에서 공부하고 훈련하며, 전국대회에 도전하고, 국가대표와 프로선수의 꿈을 키울 수 있게 하자는 최소한의 요구다.
울산시교육청은 이에 답해야 한다. 울산제일중 선수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울산 안에서 어떤 야구 진로를 보장받을 수 있는가. 지금의 울산B.C U-18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지도자, 훈련장, 대회 참가, 학업 보완, 진학 상담, 선수 보호 대책은 마련되어 있는가. 학부모에게 공개할 수 있는 운영계획은 있는가. 없다면 그것은 행정의 공백이다.
울산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울산은 웨일즈 야구단 창단을 지역 스포츠의 성과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상위 야구단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지역 야구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성인팀으로 이어지는 육성 사다리가 없다면 웨일즈는 울산 시민구단이다. 울산 아이들이 없는 시민구단은 울산 야구의 뿌리가 아니라 외부 선수들이 머무는 팀에 그칠 수 있다. 지역 구단이 진정한 지역 구단이 되려면 울산의 아이들이 그 팀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제일중 아이들이 고교 진학 단계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방치하면서 울산 야구의 미래를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축하 현수막이 아니라 책임 있는 대책이다. 울산시교육청, 울산시, 울산시 체육회, 울산 야구소프트볼 협회, 울산 웨일즈 등은 울산 야구 발전과 울산 아이들의 고민과 진학 그리고 꿈을 진지하게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학교 야구는 옛날식 운동부로 돌아가서도 안 되고, 이름만 클럽으로 바꾼 채 방치되어서도 안 된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교가 책임지고, 여기에 울산 웨일즈가 상위 육성 파트너로 참여한다면 울산 야구는 비로소 초·중·고·성인팀이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를 갖게 된다.
울산제일중 아이들은 이미 전국 준우승이라는 결과로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제 답해야 할 쪽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다.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시는 더 이상 ‘검토하겠다’는 말로 시간을 보낼 일이 아니다. 지금 중학교 2학년 선수들마저 울산을 떠난다면 예견된 유출을 막지 못한 행정의 책임으로 남을 것이다. 전국대회 준우승팀을 가진 도시가 고교 진학 통로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다면, 울산은 과연 학생 선수를 키울 자격이 있는가.
전국 준우승을 거둔 아이들을 붙잡지 못하는 도시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시는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한 뒤 손을 놓아버린 책임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교육청, 시, 체육회, 야구협회, 웨일즈가 한 테이블에 앉아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대회는 아이들이 뛰어서 이기지만, 그 아이들이 뛸 운동장을 마련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지금 울산의 어른들은 그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