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중 하나가 빚을 못 갚아 법원의 회생을 신청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도 드라마와 예능으로 안당을 채우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얘기가 늘 따라붙던 JTBC 얘기에요.
그런데 이게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제일 오래됐다던 뉴스 채널 CNN이 먼저 거의 똑같은 길을 걸었거든요. 트럼프가 매일 가짜 언론이라고 소리치는 그곳입니다. 현재 CNN에는 보수도 진보도 등을 돌린 사이 서서히 망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JTBC는 CNN이 거른 그 길을 더 깊은 곳까지 먼저 내려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편파방송한다고 욕먹던 데니까 사람들이 등돌려서 망한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부를 열어보면 진짜 이유는 짐작과 조금 다릅니다. 오늘은 사돈까지 맺었던 삼성은 왜 등을 돌렸는지 멀쩡하던 회사가 왜 사옥까지 내다팔아야 했는지 그리고 그 길이 왜 바다 건너 CNN이 거른 길과 닮았는지 지금부터 그 답을 미국에서부터 한국까지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자 그럼 그 미국 쪽 이야기부터 가까이서 들여다보겠습니다. 2022년 봄 CNN은 CNN 플러스라는 새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케이블이 아니라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보는 형태였어요. 한 달에 5.99달러. 우리 돈으로 약 9300원만 내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뉴스 브랜드의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얘기예요. 이게 그냥 슬쩍 던져본 실험이 아니었습니다. CNN은 여기에 1년 목표 가입자를 200만 명으로 잡았어요. 매킨지라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한테 자문까지 받아가면서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출시 첫날 화면 앞에선 진행자들은 자신감이 넘쳤어요. 40년 넘게 미국 사람들이 큰 일이 터질 때마다 틀어보던 그 채널이 이제 디지털 시대에도 똑같이 1등을 하겠다는 선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숫자가 0. 이상하게 흘러갔습니다. 목표는 200만이었는데 출시하고 이 주가 지난 시점에 하루 동안 실제로 이 서비스를 켜본 사람이 1만 명도 안 됐어요. 가입한 사람을 다 끌어모아도 15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미국 전체 인구가 3억이 넘는 나라에서 가장 큰 뉴스 간판을 단 서비스를 하루에 1만 명이 안 본 겁니다. 학교 운동장 빵 하나 채울 사람도 안 들어왔다는 얘기예요. 이 숫자를 받아든 경영진의 결정은 빨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그 21일 만에 서비스를 통째로 접어버린 거예요. 강남의 번듯한 아파트 수백 채를 살 수 있는 돈을 그렇게 허공에 날린 셈이죠. 그런데 CNN이 이런 새 사업에서 미끄러진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그 몇 년 전에도 젊은 시청자를 잡아보겠다며 유명 유튜버를 수백억 원의 데려와 차린 영상 회사도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만든 영상 수디오도 줄줄이 문을 닫았거든요. CNN 플러스는 그 실패의 행렬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비싼 마지막 카드였던 셈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CNN 플러스가 무너진 게 돈이 없어서였을까요? 아닙니다. CNN 뒤에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거대 미디어 그룹이 버티고 있었어요. 4650억을 더 쏟아부을 여력이 없어서 접은 게 아니라 더 부어 봐야 안 본다는 걸 깨달아서 접은 겁니다. 사람들이 더는 그 채널 앞에 앉지 않더라는 거예요. 왜 안 봤을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얘기됐습니다. 요리쇼에 부클럽까지 뉴스랑 상관없는 콘텐츠가 뒤섞여서 뭘 위한 서비스인지 헷갈렸다. 마침 회사 합병이 겹쳐서 새 경영진이 칼을 빼들었다. 이런 분석들이 나왔어요. 다 맞는 말입니다. 막상 그 모든 표면적인 이유를 한 겹 더 들춰보면 더 근본적인 흐름 하나가 깔려 있었습니다. 바로 그 무렵 미국 사람들이 뉴스라는 것 자체를 점점 안 믿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언론을 얼마나 믿느냐를 오래 조사해온 기관들이 있는데 그 신뢰도 숫자가 해마다 바닥을 새로 갈아치우고 있었어요. 어느 한 채널 얘기가 아니라 미디어 전체에 대한 믿음이 역대 최저로 흘러내리던 시기였습니다. 또는 이자 같은 금융 비용을 빼고나니까 최종적으로 931억원 적자를 받습니다. 장사로 번 돈을 이자가 통째로 집어삼키고도 한참 모자랐다는 얘기예요. 만성적자로 이미 숨이 가빴던 회사한테 고금리는 마지막으로 숨통을 끊는 방아쇠가 된 겁니다. 오해는 마세요. 이자 하나 때문에 멀쩡한 회사가 죽은 게 아닙니다. 십수년 쌓인 적자와 빚더미가 진짜 원인이고 금리는 거기에 마지막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에요. 그런데 진짜 무서운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이 방아쇠가 당겨지는 순간 피해가 회사 담장을 훌쩍 넘어갔거든요. 회사가 빚을 낼 때 발행한 게 회사 채하고 연구체라는 겁니다. 연구체는 말이 좀 어려운데 갚을 기하는 사실상 안 정해두고 그 대신 이자를 두둑하게 주는 빚이라고 보시면 돼요. 갚을 날짜가 없으니 회사 입장에선 부담이 적고 사는 쪽은 이자가 높으니 솔깃한 그런 빚이죠. 그럼 이걸 누가 사 갔을까요? 큰 기관이나 부자들이 아니었습니다. 놀랍게도 평범한 개인 투자자들이었어요. 일부 증권사들이 이 빚문서를 떼다가 연 8에서 10%라는 높은 이자하고 JTBC라는 익숙한 브랜드를 앞세워서 일반 사람들한테 되팔았습니다. 이름은 다들 아는 큰 방송사고. 이자는 은행보다 몇 배 높으니 안에서 적자가 어떻게 쌓이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한테는 좋은 상품처럼 보였을 거예요. 심지어 회생을 신청하기 직전까지도 그 연구체를 개인들한테 팔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개인들 손에 팔려나간 회사체하고 어음 규모가 약 79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금융권이 떠안은 손실 위험까지 합치면 8000억원에 가까워요. 숫자로 만들면 잘 안 와닿으실 텐데. 이게 결국 누구 돈이겠습니까? 노후의 쓰려고 모아둔 돈 평생 일해서 만든 목돈을 근데 그 팔에서 10% 이자만 보고 넣어둔 사람들 돈입니다. 회사가 회생을 신청한 순간 이 돈은 약속한 날짜에 돌려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졌어요. 실제로 전 재산이 거기 묶였다면서.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회사 건물 앞에서 돈을 돌려달라고 절규한 한 투자자의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번쩍이는 스크린 뒤에서 회사 사정은 모른 채 이름만 믿고 돈을 맡긴 사람들이 이렇게 묶여 버린 겁니다. 회사가 무너질 때 가장 늦게 알고 가장 크게 다치는 건 늘 이렇게 맨 끝에선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이쯤 되니까 시장에서는 제 2의 레고랜드 사태가 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습니다. 몇 해 전에 한 채권 하나가 부도나면서 멀쩡한 회사들 자금줄까지 한꺼번에 얼어붙었던 그 일이요. 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짚어둘 게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건이 그 정도로 시장 전체를 끌고 들어가는 연쇄 충격으로 번질 가능성은 대한적이라고 봤어요. 한쪽에서 묶인 개인들의 절규가 있고 다른 한쪽에선 시장 전체 위험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있는 그런 상황인 겁니다. 그렇다면 이게 정말 이 한 회사만의 일일까요? 그게 아니라는 게 마지막 신호입니다. 같은 종편 경쟁사인 채널 A는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고 TV조선하고 MBN도 매출이 크게 줄었어요. 이 회사들이 작년에 약속이라도 한 듯 드라마 방송 시간대를 통째로 없앴습니다. 시청자가 텔레비전을 떠나 YouTube와 OTT로 옮겨가면서 방송에 붙던 광고가 같이 빠져나간 결과예요. 그러니까 이건 한 방송사가 경영을 잘못해서 벌어진 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광고로 먹고 살던 옛날 방식의 방송 모델 전체가 같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에 가까워요. 물론 모든 방송사가 똑같이 무너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마다 빚의 무게도 버틸 체력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첫 번째 도미노가 넘어진 건 분명하고 그 옆에선 폐들이 같은 바람을 맞고 있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제일 오래됐다던 그 뉴스 채널 말이에요. 4650억원을 쏟아부은 새 서비스가 21일 만에 사라졌을 때 사람들은 돈을 잘못 썼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따라와 보니 진짜 이유는 돈이 아니었죠. 사람들이 그 채널을 더 이상 믿지 않았던 겁니다. 믿지 않으니 보지 않았고 보는 사람이 줄어드니 광고가 빠졌고 그 빈자리를 메우려고 빚을 끌어다 쓰다가 어느 날 시장이 조용히 계산서를 내민 거예요.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가겠습니다. 미국에서 사라진 건 CNN 플러스라는 서비스 하나였고 한국에서 흔들리는 건 JTBC라는 회사 전체입니다. 규모도 무게도 분명히 다르죠. 둘이 똑같이 망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무너지는 순서 그 공식만큼은 소름 끼치게 닮아 있었어요. 신뢰가 빠지니 시청자가 떠났고 떠난 시청자를 한 방에 되찾겠다고 무리한 배팅에 손을 댔다가 빚만 키웠고 광고주마저 등을 돌렸고 그 빈자리를 또 빚으로 막다가 결국 건물을 다 팔아도 못 막는 데까지 온 겁니다. 사돈으로 시작했던 60년 2년도 한때 가장 큰 광고주였던 든든한 뒷배도 이 순서를 막아주지는 못했어요. 한번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누가 손을 써도 같은 방향으로 굴러간다는 걸 두 회사가 시차를 두고 똑같이 보여준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짚겠습니다. 그 방송이 평파였느냐 아니냐? 그건 사람마다 답이 다를 수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그 이런 말이 계속 나오는 곳에는 결말이 똑같이 흘러갔다는 거예요. 시청자가 믿음을 거두는 순간 그 다음에 벌어질 일들은 이미 숫자가 정해놓고 먹고 있었습니다. 신뢰를 잃은 언론이 어떻게 끝나는지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다 떠나서 장부가 먼저 답을 알고 있었던 거죠. 지금 우리 손에 들린 리모컨 매일 무심코 켜는 그 채널들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어느 하나는 우리가 여전히 믿고 보고 있고 또 어느 하나는 슬슬 채널을 돌리게 됐을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매일 보는 이 화면들 중에서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