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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초대장 전달을 깜박 잊었노라고 수녀님이 다녀 가셨다.
올 해는 좀 소박하게 만드신것 같다.
하긴 누구나 다 어려운 때인 만큼 절약이 상책이고 줄일 수 있다면 줄여야겠지....
여러분 모두를 대신해서 받은 만큼 여러분께도 초대를 하신것이라 생각하여 주시길...
오전에는 도자기화분을 갖고 오셨다.
꽤 될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많지는 않았다.
역시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 했던가!
도자기 화분에서 순수함을 읽을 수 있었다.
별거 아닌듯 싶지만 화분을 만들어 본 사람은 고충을 이해 할 수 있을것이다.
젊은 사람도 1시간 이상을 주무르고 초벌 구이가 나오면 유약도 발라야하고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물며 노인 어르신들이야 어떠했을까?
이 정도면 전시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모르긴 해도 몸체에 무늬는 선생이 그려 넣은것 같은데 전의 안쪽 무늬는 어르신이 하셨을것 같다.
아마 허전하다고 생각 하셨던 모양이다.
화분 모양으로는 크기 부터 아주 알맞음하다.
본래는 수저통으로 만든것이라고 수녀님이 일러 주셨다.
굽 위로 옆에 구멍을 내었다.
가히 실용신안특허 감이다.
시중의 어느 수저통도 구멍은 아래에 뚫는다.
가끔 젖가락을 거꾸로 집어 넣으면 끼기도 했는데 옆으로 뚫으면 그런 폐단은 없으리라.
굵기에 비하여 높이가 다소 낮다.
수저를 많이 넣으면 상관 없겠지만 적게 넣으면 옆으로 너무 쓸어질것 같다.
전 부분이나 손잡이에 파란줄이 눈에 거슬리지만 어르신 수준으로 보면 꼭,그렇지만은 않다.
위 아래의 구분과 손잡이라는 강한 이미지를 주기 위하여 그리신것 같다.
저런 그림을 그리다 보면 다소 지루하고 귀찮기도 해서 바르게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간격,굵기로 보아 인내심을 갖고 그리신것 같다.
화분으로서 크기도 적당하고 모양도 좋다.
크기,모양이 화분으로 아주 적당하다.
그런데 왜 지렁이 무늬를 넣었을까!
차라리 빗금을 그렸으면 어떨까!
빗금은 다소 신경질적이다.
지렁이 무늬는 유순한 마음이다.
지루할 때도 아마 저런 무늬를 넣을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다.
전 부분에 매우 정성을 들였다.
기도를 끝내자 마자 마음이 평온 했으때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사진을 잘못 찍었다.
큰 실 수를 한것이다. 죄송스런 마음이다.
참나무에 버섯모양의 문양이다.
정성도 정성 이려니와 대단한 상상력이다.
그리고 너무 흡사한 사실적 표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르신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화분으로 쓰기엔 너무 아까운 모양이다.
사실 화분으로는 부적합 하기도 하다.
분갈이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외부 보다는 내부의 문양이 더 아름답다.
연엽차를 넣어 마시면 좋을것 같은 크기에 모양이다.
일반 성인들도 배불뚝이 항아리형 화분을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실용성 보다는 미적인 면에 치중 하기 때문이다.
만든 어르신이 할아버지 일까 할머니 일까! 그게 궁금하다.
와! 화분으로서 모양도 모양이지만 물구멍이 없다.
배수구 없는 화분을 나 보고 어찌 하라고!
그렇다고 그냥 돌려 보내면 만드신 어르신들께서 얼마나 낙심 하실까!
하여간 연구좀 해야겠다.
삼각 프라스크 모양으로 아마도 화분으로 만들지는 않았을것 같고 컵으로 보기도 그렇고 빼빼로데이를 생각나게한다.
줄무늬가 없었다면 쭈그러진 모양으로 다소 옹색해 보였을것 같다.
의도가 좋은것 같다.
도자기 화분 만들기 모임을 하면 40대 초반의 여인들께서 저렇게 나뭇잎 문양을 만들어 붙이길 좋아 하는것 같다.
문양 및 구상에 있어서 어르신의 작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신선하고 젊다.
옛날 토기에서 볼 수 있었던 동물 문양이다.
막상 동물을 그리려 하면 그게 그렇게 간단하거나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연필도 아니고 붓으로 그리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단순 하면서도 명료하게 그리신것 같다.
이상하리만큼 주머니 형태의 화분이 많다.
이건 필시 컨닝을 한 증거이다.
어느분이 먼저 만드시고 뒤 따라서 만드신것 같은데...
아니면 생각 하시는 관점이 비슷 해서 일가!
물구멍도 없는 주머니 형태니....으휴~~~~
이렇게 아홉점의 작품이 왔다.
화분이라고 그냥 전시 하는것 보다는 뭔가를 심어서 놓으면 좋을것 같아서....
하지만 지금은 때가 때인 만큼 꽃이라고는 국화 밖에 없고 국화 조차도 끝물이다.
좀 화사하게 꽃이 핀 것을 심었으면 해서 꽃 도매시장 까지 갔는데 마땅한것이 없다.
시간도 없고 궁여지책으로 심어본다.
비가와서 방 안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사진 조차도 어설프다.
식물을 중복해서 심지 않으려다 보니 물구멍이 없는 화분 둘을 아직 심지 못했다.
글쎄,내일 몇 곳을 다녀서 마당한 식물을 찾아 봐야 할것 같다.
어르신들께서 맘에 드실런지 그것도 걱정이고.... |
첫댓글 바위솔님의 정성으로 어르신들께서 만든 화분들이 돋보이네요... 그리고 해마다 이러한 행사를 주관하시는 성요셉의집 가족들의 수고스러움과 어르신들의 정성에 감복할 따름이네요. 황옥순수녀님! 축하드립니다.
화분이 꾸밈이 없는것 같아 좋았는데....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바위솔님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스러움이 느껴지네요 정말 복 많이 지으십니다
어제 급히 부탁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멋진 감상문과 작품을 미리 볼 수 있게 해 주시다니!!! 염치없고 고맙습니다.
어허~~! 그래요~ 그럼 나도 화분 좀 보내볼까..?
정성과 정성이 모여서 따듯한 마음 밝은 공간이 되겠네요.
수녀님의 정성과 노인공경의 마음이 바위솔님의 작업에 더해져서 빛을 찬란히 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