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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광주에서 열린 한화-기아전이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진 빗줄기로 취소됐다.
한화가 경기 초반 기아 선발 마이클 키트 존슨을 두들겨 3-0으로 앞서고 있던 7시30분께인 4회말 무사 1루 기아 장성호 타석 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경기를 중단했다가 비가 잦아들자 경기를 속개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천둥 번개까지 동반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져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조명등까지 꺼져 버렸다.
기자실과 내빈실까지 빗물이 들이칠 정도였고 운동장 물이 역류해 실내로 흘러들었다. 비가 30여분 후부터 줄어들기는 했지만 결국 1시간7분을 기다려 노게임을 선언했다.
기아 관계자들은 "아! 멋있게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였는데…"라며 아쉬운 척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지고 있는 가운데 선발투수까지 강판당한 마당이었으니 비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화는 땅을 칠 노릇. 비록 4강진출은 물 건너갔지만 유독 기아만 만나면 비가 도와주지 않으니 야속하기만 하다. 지난 6월 11일 광주 기아전 때도 지금은 퇴출된 외국인선수 메히아의 홈런으로 1-0으로 앞서던 2회말 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다.
비가 정말 얄미운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심판진과 관중이다. 심판진은 당연히 경기를 재개하지 못할 것이라 일찌감치 판단했지만 괜히 일찍 노게임을 선언했다가 KBO로부터 징계라도 받을까 두려워 결정을 미뤘다. 그 덕분에 관중은 '혹시나 경기가 재개될까' 하고 기다리다 천둥 번개 속에 비만 쫄딱 맞았고, 심판진도 관중감소와 사고를 염려한 홈팀 관계자들과 언쟁까지 벌이며 욕을 먹어야 했다. 비 때문에 울상 짓는 야구판이다.
광주 | 이환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