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솔솔, 우리 ‘숲멍’ 하러 가요
최근 산림청이 국토녹화 50주년을 기념해 전국의 걷기 좋은 '명품숲길'을 선정해 발표했다. 보행 약자를 배려한 착한 길부터 수백 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 보고까지, 미처 몰랐던 숲길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보행 약자 배려한 도심 속 힐링 숲길
서울·경기: 안산 자락길
서울 서대문구에 조성된 안산 자락길은 전국 최초 순환형 무장애 길이다. 장애인과 노약자, 어린이도 편하게 숲을 즐기도록 경사도를 9% 미만으로 낮추고, 계단 없이 나무 데크를 깔아 휠체어나 유모차도 진입할 수 있다. 안산을 둘러싼 순환형 자락길인 만큼 서울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무악재역·홍제역, 서대문구청 등 여러 방향에서 진입이 가능하다. 봄이면 수천 그루의 벚꽃나무, 여름이면 초록이 무성한 메타세쿼이아숲,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인왕산과 북한산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봉수대, 봉원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 인근에 역사적 명소들도 자리해 도심 속 힐링 숲길로 제격이다.
계곡 따라 야생화 관찰하며 걷는 숲길
강원: 인제 자작나무숲길(달맞이숲길)
매년 방문객 30만 명이 찾는 인제 자작나무숲길은 올해 산림청이 주관한 국토녹화 50주년 기념 '걷기 좋은 명품숲길' 경진대회에서 전국 89개 숲길 중 최우수 숲길로 선정됐다. 인제 자작나무숲길은 메인 숲과 인접한 계곡을 따라 걷게 되는 숲길로 계절에 따라 큰앵초, 촛대승마, 노루귀 등 다양한 야생화와 식생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돌계단, 돌흙막이 같은 공법으로 탐방객들이 걷기 편안한 계단 높이와 경사도로 조성돼 있다.
저수지 옆 생태 숲길
충청: 의림지 한방치유숲길
충북 제천의 비경을 일컫는 '제천10경'의 1경에 해당하는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한국 최고 저수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의림지 위쪽으로는 '제2 의림지'로 불리는 비룡담저수지가 있는데, 이 비룡담저수지에서 용두산 산림욕장까지 돌아오는 숲길이 의림지 한방치유숲길이다. 물안개길(2.4㎞), 솔향기길(6.5㎞), 온새로미길 (2㎞), 솔나무길(0.5㎞) 등 4개 구간이며, 비룡담저수지부터 한방생태숲을 돌아 다시 비룡담저수지로 돌아오는 물안개길은 보행 난도가 최저 수준이다.
로컬이 사랑하는 힐링 스폿
경상: 백양산 나들숲길
백양산 나들숲길은 부산 사상구, 북구, 부산진구를 아우르는 백양산에 조성된 둘레길이다. 한 코스가 2~5㎞ 정도며, 어린이대공원을 중심으로 이어진 1~2코스와 생활권에 인접한 3~10코스 등 총 10개 코스로 돼 있다. 대표 코스는 성지곡수원지를 감싸고 걷을 수 있는 1코스와 어린이대공원 입구를 시작으로 성지곡수원지와 편백숲을 지나 백양산 바람고개로 향하는 2코스다. 울창하게 뻗은 편백숲 사이로 무장애 목재 데크길과 벤치 등 편의시설이 잘 정비돼 있어 인근 주민들도 즐겨 찾는다. 천년고찰 선암사, 백양산 애진봉 전망대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팽나무에 한 번, 수국에 두 번 반하는 숲길
전라: 도초 팽나무 숲길(환상의 정원)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전남 도초도에는 전국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팽나무 숲길이 있다. 신안군이 2018년 전국 각지에서 수령 70년 이상 된 팽나무 총 760그루를 기증받아 조성한 숲길이다. 화포 선착장에서부터 수국공원까지 십리 길(약 4㎞)에 걸쳐 조성된 숲길에는 팽나무와 함께 수국, 애기범부채 등 다양한 초화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청정 자연, 청정 숲길
제주: 사려니숲길
제주의 숨은 비경 가운데 하나인 사려니숲길은 한라산둘레길 7구간에 해당한다.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을 거쳐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까지 4.8㎞에 달하는 청정 숲길이라 인기가 많다. 사려니숲길에는 삼나무뿐 아니라 편백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서어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가득하다. 나무 아래는 천남성 같은 야생 초본과 석송, 고사리 등 양치식물이 뒤덮여 있고, 오소리와 제주 족제비를 비롯한 각종 포유류와 파충류도 만날 수 있다. 240여 종의 야생 동식물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사려니숲길은 2002년 유네스코 제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