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감독이 K리그 올스타 선수들에게 독도 골뒤풀이를 자제시킨 것은 잘한 결정이다.
마음 같아서는 11년 전 도쿄대첩을 이뤘던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골을 뽑아낸 후 11명 모두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적힌 속옷 뒤풀이를 펼친다면 얼마나 속이 후련하겠나. 하지만 적지에서 펼치는 직설적인 자극은 한순간의 희열을 줄 뿐 장기적으로는 득이 될 게 없다.
오히려 힘겹게 성사시킨 한일올스타전이 첫 경기만에 존폐의 기로에 서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독도 문제에 무감한 대부분의 일본인마저 흥분시킬 수 있다. 지난해 2월 중국 창춘(長春)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쇼트트랙 여자대표 선수들이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고 적힌 A4용지 7장을 들고 '백두산 세리머니'를 펼친 일이 있었다.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으로 홍보하는 대회 조직위원회의 처사가 얄미웠겠지만 이 일로 우리 선수단은 중국 정부에 사과를 해야했다. 괜히 중국에게 빌미를 내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지단과 튀랑 gettyimages/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
#국제 경기단체들은 엄격히 단속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한 각 대륙 축구연맹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은 스포츠의 순수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면서 정치적인 돌발 행동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특히 IOC는 티벳 문제 등으로 민감한 사안에 봉착한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 참가선수들의 발언이나 유니폼, 제스처를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다"고 밝혔다.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 종교, 인종적 선동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올림픽헌장 제 51조3항을 그 이유로 들었다.
IOC는 "올림픽은 무력충돌이나 지역분쟁, 종교적 논쟁에 대해 정치적 표현을 하는 곳이 아니라 스포츠축제의 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 "선수들이 정치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권리와 함께 표현하지 않을 권리도 갖고 있다는 걸 알려주라"고 권고했다.
만일 스포츠에서 정치적 행위가 허용된다면 온갖 인종, 종교, 이념 등의 사회문제들로 변질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때로는 선수들의 정치적인 퍼포먼스가 전 세계가 알아야할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남자 200m에서 1,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흑인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이상 미국)가 시상대에 올라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각각 검은 장갑을 낀 오른 주먹과 왼 주먹을 하늘로 내지르며 인종 차별에 경종을 울렸던 것처럼 말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자유로워야 한다
스포츠 선수들은 경기장이 아닌 곳에서는 단지 일반인일 뿐이다. 이들도 자신의 견해를 당당하게 밝힐 권리가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받아서는 안된다.
실제로 2004-2005시즌 리보르노 소속으로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왕(24골)을 차지했던 크리스티아노 루카렐리는 공산주의자이며, 브라질의 축구스타 소크라테스는 노동당 소속, 2006독일월드컵에서 우크라이나를 지휘한 올레흐 블로킨 감독은 공산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회비를 빼놓지 않는 노동당의 열성당원이다. 솔직히 촛불 집회가 한창일 무렵 고등학생을 비롯해 연예인들까지 나서 주권을 얘기할 때 스포츠 스타들만 침묵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시즌이 한창이고, 합숙해야하며 대표팀에 소집되는 빠듯한 일정이라고 하지만 단 한 명도 찬반의 의견을 내놓는 이가 없다는 것은 내심 섭섭했다. 물론 자신의 견해를 얘기하지 않는 것 역시 스스로의 권리다.
만일 한일 올스타전에서 독도의 문제를 꼭 언급하고 싶다면, 이럴 때는 은유가 필요하다. 경기에서 승리한 후 소감을 묻는 일본 기자들에게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스스로 노력했더니 승리가 선물로 오더라"고 답한다면 어떨까. 독도를 직접 언급한 바도 없으며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은유적인 말이 때로는 직설적인 말보다 더 아프고 여운을 남긴다. 그동안 축구 스타들의 정치적인 퍼포먼스의 몇몇 사례들을 꼽아봤다.
▲파울러 '노동자들의 시위를 지지한다'
리버풀의 전설이었던 로비 파울러는 1997년 3월 유럽컵 위너스컵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카메라 기자들에게 달려갔다. 유니폼을 들어올려 자신의 티셔츠를 펼쳐 보였는데 그 속에는 당시 시위를 벌이던 영국 리버풀 항만 노동자들을 지지한다는 글이 적혀있었다. 리버풀 팬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자신들과 함께 호흡했기 때문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 공습이 한창이던 1999년 3월 31일 수원종합운동장. 수원의 유고 출신 공격수 샤샤는 부천을 상대로 결승 헤딩골을 뽑아내더니 카메라를 향해 유니폼을 들어올렸다. 그의 흰 셔츠에는 “NATO, Stop Assail(나토는 공격을 중단하라)"이라는 검은색 매직 글씨가 쓰여 있었다. 당시 부산에서 뛰던 유고 출신의 마니치 역시 같은 골뒤풀이를 펼쳐 보였다.
▲'통합의 허수아비'를 거부한 지단과 튀랑
2002년 4월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파 정당인 국민전선의 장 마리 르펜은 사회당의 조스팽을 누르고 결선에 진출했다. 대표적인 인종차별주의자 르펜은 평소 지단을 비롯한 데자이, 비에라, 앙리 등 아프리카계 선수들을 대표팀에서 빼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 지단이 나섰다.
기자회견을 열고 단호하게 "프랑스의 가치와 동떨어진 당에 투표하는 것이 가져올 심각한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 르펜에게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며 "르펜을 택할 것인가, 나를 택할 것인가. 르펜이 당선된다면 2002월드컵에 출전치 않을 것이다"고 선언했다. 결과는 르펜의 참패였다.
현 프랑스 대통령인 니콜라스 사르코지는 내무장관을 맡던 2005년 릴리앙 튀랑에게 호되게 당해야했다. 당시 프랑스에 거주하는 아프리카계 이주민들이 대규모 소요사태를 일으키자 사르코지가 '인간쓰레기' "청소해버리겠다"는 표현을 쓰며 폭동에 기름을 부었다.
튀랑은 "나도 교외에서 자란 길거리 소년이었다. 나는 인간 쓰레기가 아니다"면서 "정말 중요한 문제는 치안부재가 아니라 실업"이라고 사르코지를 비판했다. 지단과 튀랑은 정치적으로는 '똘레랑스(관용)'를 외치면서도 실상은 98월드컵과 유로2000에서 우승을 거둔 이주민 출신의 프랑스대표 선수들을 통합의 허수아비로 내세운 이중적인 정치인들에게 경고를 보냈던 것이다.
파울로 디 카니오의 파시스트 뒤풀이 소동 gettyimages/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
▲디 카니오 '파시스트 뒤풀이' 소동
2005년 1월 7일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온서 열린 라치오와 AS 로마의 '로마 더비'. 라치오의 파올로 디 카니오는 골을 뽑아낸 후 오른손을 위로 쭉 뻗는 파시즘을 연상시키는 손동작 뒤풀이를 펼쳐 곤욕을 치러야했다.
평소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무솔리니를 신봉했던 그가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즘의 상징이었던 경례구호를 펼치자 이탈리아 경찰에다 행정장관까지 나서 사진을 판독하는 사태로 번졌다. 디 카니오는 "단지 골셀리브레이션일 뿐이다.
정치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행동이다"고 극구 부인했지만 극우성향인 로코 부티즐리오네 행정장관마저 "고통스런 과거를 보낸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충격을 줌으로써 혼란을 야기시켰다"며 "파시즘 점령 당시 명을 달리한 사람들을 생각해보라"며 분노했다.
▲민감했던 독도 골뒤풀이
최성국(25·성남)은 올림픽대표로 뛰던 지난 2004년 1월 카타르도요타대회 일본전에서 골을 터트린 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속옷 뒤풀이를 펼치며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한 달 후였던 2월15일 오사카에서 벌어진 한일 올림픽대표팀간 평가전에서 그는 또다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속옷 뒤풀이를 준비했지만 미묘한 사안이라는 대한축구협회의 만류에 계획을 접어야했다.
지난 2005년 3월2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서 열린 부르키나파소와의 평가전 후반 10분 김상식이 골을 터트리자 태극전사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A보드로 달려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단체 골뒤풀이를 펼쳐보였다.
당시 일본과 마찰을 빚고 있던 독도문제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던지자는 정경호(28·전북)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정경호는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망동에 화가 나 이춘석 코치에게 건의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이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보던 이회택 부회장은 "이전 같으면 축구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다루지 않도록 유도했지만 요즘 시국이라면 국민들에게 통쾌함을 전할 수 있는 선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축구대표팀의 킬러 정대세(24·가와사키)는 7월 16일 한국의 한 라디오에서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못박았고는 평소 노래방에서 자주 '독도는 우리땅'을 부른다면서 또렷한 한국말로 노래까지 불렀다. 사흘 후 포항 스틸야드에서는 전북에서 임대된 마케도니아 출신인 스테보가 '독도는 한국땅'이라 적힌 흰 셔츠를 펼쳐 보였다.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football&ctg=news&mod=read&office_id=241&article_id=0001955859&date=20080802&page=1
첫댓글 최원창님 왜 스포츠선수들 부추깁니까;; 촛불집회 때 스포츠 선수들이 아무말도 하지 않은게 아쉽다뇨.. 거기선 찬성을 얘기하든 반대를 얘기하든 논란이 되었을게 뻔한데.. 인기좀 얻어보자고 냅다 미니홈피에 대통령이 어쩌느니 소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느니.. 하지도 못할말들 적은 삼류 연예인보다야 잘한처사 아닌가.. 국민들이 선동이 되건말건 논란이 일건말건 이때 노려서 인기좀 타보겠다던.. 특히 아이돌중에 개념없는 김씨...
촛불집회는 왜 당신이 시비거냐....인기좀 얻자고 걔들이 그랫냐? 아직도 이런 인간이 잇네..
맞는말인거 같은뎅 ㅡㅡ;;;
스포츠선수들은 그냥 이런건 안했으면 하는데 - -
근데 솔직히 미국전때 오노세레머니는 통쾌하지 않았나ㅋㅋㅋ 물론 선수들이 벌금은 물었지만...
스포츠선수들이 해주면 더 좋죠. 파급효과가 크거든요. 중요하지 않은 문제도 아니고.. 최원창 기자 욕은 많이 들었지만 새로운 기사라 좋은데요? 이런 기사야 말로 기자들이 지행해야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최원창이가 저라고 생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