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덕님의 글을 읽으니 2005년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인 김훈 작가의 '언니의 폐경'을 읽고 써뒀던 제 글이 생각나서 제 창고를 뒤져서 찾아내어 올려봅니다.
아마도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에 썼던 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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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훈'이라는 작가의 인상을 처음으로 뇌리에 깊게 새기게 된 것은 작품을 통해서가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서였다.
그는 시사저널의 편집장으로 재직하던 수년 전에 경쟁지라고 할 수 있는 한겨레21의 '쾌도난담'이라는 꼭지에 게스트로 초대되어
'인터뷰를 당한' 일이 있는데, 그 기사가 내겐 무척 인상 깊었던 것이다.
그는 그 때, 말 그대로 '인터뷰를 당했'다.
그 꼭지의 고정 인터뷰어는 세 사람이었는데,
상당히 진보적인 한겨레21의 논조보다도 훨씬 더 급진적이고 호전적인 성향을 가진
김어준씨(한동안 선풍을 일으켰던 인터넷 매거진 '딴지일보' 발행인),
김규항씨(좌충우돌하는 자유기고가), 그리고 최보은씨(남성 우월주의에 대해 항시 전투태세를 갖춘 페미니스트)였다.
그들은 경쟁지의 데스크인 김훈씨를 불러내 한바탕 부옇게 닦아세우려고 맘을 먹었을 것인데 문제는, 인터뷰를 당하는 김훈씨의 태도였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질문마다에 묻는 이의 허를 찌르는 개성적인 답변으로 일관하였다.
보수주의 언론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조선일보야말로 과거 어느 야당보다 더 강경하게 정권과 싸우고 있는 매체이니 급진적인 진보 성향이라 답하고,
여성을 폄훼하는 시각을 견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이 세상에 남자보다 잘난 여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명쾌한(?) 단답으로 질문자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식이었다.
그가 이렇게 예상치 못한 태도로 도전에 대한 응전을 해버리는 바람에 세 인터뷰어는 상대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수 밖에 없었는데, 그는 그 인터뷰가 기사화된 뒤로 자신의 휘하에 있는 시사저널 기자들로부터 엄청난 성토를 당했다고 하였다.
그런 결과를 그가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는 몰라도 그는 그 인터뷰 이후 얼마 안 되어 시사저널을 그만 두고 그 원인제공의 일익을 담당했던 한겨레신문에 기자로 들어가는데 거기도 곧 그만 두고 만다.
그리고 나서 그는 곧 '자전거 여행'이라는 놀라운 산문집으로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또 새로이 알리고
(이 산문집이 쓰여진 것이 그가 기자를 그만 두기 전인지 후인지는 잘 모르겠다)
연이어 내놓은 소설 '칼의 노래'는 충무공에 대한 독창적인 재조명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다.
이렇게, 김훈이라는 사람은 한국일보, 시사저널, 한겨레신문 등을 거치며 쌓은 저널리스트로서의 경력을 덮어 둔 상태에서
(그는 근간에 집필하는 책의 경력난에 오랜 세월 기자 생활했던 것은 절대로 적어놓질 않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수필가이면서 놀라운 필력을 과시하는 소설가로서도 대성공을 거두었으니 참 대단한 인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언니의 폐경'은 2005년도에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한 김훈씨의 단편소설이다.
나는 며칠 전에 2005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구입하여 이 소설을 읽었다.
언니의 폐경이라는 소설은 50세의 중년 여성이 화자(話者)로 등장하여
자신의 언니가 겪는 폐경 과정을 글감으로 하여 인생의 저물녘을 감당하는 여성들의 쓸쓸함과 아픔을 잔잔히 그려낸 소설이다.
주인공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했으며 주인공의 언니 역시 비행기 사고로 남편을 잃는다.
두 여자 모두 남편의 그늘에서 안주하던 중산층 주부였으므로, 이혼과 사별의 차이가 있을 뿐 자신의 기댈 언덕이요 나무였던 남편을 잃은 충격은 두 자매 모두에게 쉽게 감당 못할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러한 위기 속의 흔들리는 중년 여성의 내면을 작가 김훈은, 징그럽게도 세심하게 그림 그리듯 써 내려간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김훈이라는 남자의 뇌 구조가 참으로 궁금하였다.
그는 결혼하여 자식 낳고 여태 살아온 정상적인 남자임에 분명한데, 폐경이라는 여자만의 신체 속의 작용을 마치 자신의 몸 속의 반응인 양 너무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두 중년 여자의 의식 세계 속에 들어가 보기라도 한 것처럼 진짜 여자가 되어 그 소설을 써 낸 듯이 느껴졌던 것이다.
나는 김훈의 여성성 묘사가 어찌나 실감이 나던지 이런 생각까지 해 보았다.
만일, 공지영씨나 은희경씨 같은 유능한 여류작가가 남자를 화자로 하여, 이를테면 '내 형의 발기부전(勃起不全)' 뭐 이런 제목으로 중년 남성 신체 변화와 심리적 반응에 대한 소설을 쓴다면
과연 이 김훈 작가가 여자를 묘사한 것 만큼 구체적이고 소름 돋도록 남자를 묘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 본 것이다.
나는 이 소설로 인하여 김훈씨에게 네 번째로 놀란 것이 된다.
한겨레 21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참 희한한 저널리스트라는 생각에 눈을 크게 떴었고
산문집 자전거 여행을 읽으면서는, 이 사람 참 놀라운 어휘력과 굉장한 감수성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을 하였으며
소설 칼의 노래를 접하고서는, 이런 스타일의 소설도 있구나 하고 놀랐고
이제 언니의 폐경에 이르러서는, 역량있는 작가임에 분명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는 이제 知天命을 넘어 耳順의 이쪽 아니면 저쪽일 터이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그의 생명력은 이제 막 만개하는 청춘이라 할 수 있다.
작가 김훈씨가, 앞으로도 좋은 소설을 많이 써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김훈작가에 푹 빠져
상세히 글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저널리스트의 사고와 가치관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얼만큼 큰지를 배우고 갑니다
달항아리님의 글은
묘한 매력으로 저를. 글속에 빠지게 합니다
항상 삶방 거의 모든 글에 다녀가시고 따뜻한 말씀으로 격려해주시는 우리 지인 운영자님, 귀인이십니다. ^^
이 좋은 쉼터가 융성하도록 주야로 애쓰시는 그 노고에 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남성 작가로서,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성을 묘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극히 페미니즘적인 작가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도대체
어떤 부분을 묘사했기에 하는
궁금증이...
김훈 작가가 페미니스트는 아니예요.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신체 속 작용들을 너무 실감나게 묘사를 해서 소름이 돋았지요.
책을 읽은지 오래 됐고 그 책이 현재 집에 없어서 구체적으로 기억은 못하니 궁금증을 해소시켜 드릴 수가 없어 송구합니다. ^^
십몇년 전
칼의 노래를 희곡 화 한
이 순신 드라마를
열심히 보았는데
사위가 서울로 전근 와서
관사가 좁으니
책장 책 책상등을 우리 집에 가져다 놓았어요
칼의 노래도 있고
현의 노래도 있는데
현의 노래부터
함 봐야겠어요. ㅎ
그렇지요. 칼의 노래도 있고 현의 노래도 있습니다. ^^
저는 현의 노래는 못 읽어봤어요.
현의 노래는 신라시대의 우륵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라고 하네요.
좋은 책 가까이 하시는 마음 따뜻하신 별이님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는데, 소설보다 독후감이 더 좋은 느낌이 드는 것도 그런 느낌일까요 ? ㅎ~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는데, 원글 쓴 사람보다 댓글 쓰신 분이 훨씬 훌륭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경우일까요? ㅎㅎ
토마 토마 적토마님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용ㅋㅋ
@달항아리
ㅋㅋ~ 우리들의 공통적인 복을 위하여..화이팅~
언니의 폐경을 읽지 못해 답글달기가 조심스럽지만
칼의노래는 참 간결하면서 강렬한 울림을 주는 글로
기억됩니다. 작가의 소설보다는 인터넷 글을 많이 읽게되어
글도 인스턴트식품처럼 단순소비되는 것 같습니다
칼의 노래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일찌기 그런 문체로 쓰여진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제가 그 소설을 너무 감명 깊게 읽은 나머지 충무공의 난중일기를 정독해보고자 했으나 너무 지루해서 읽다 말았습니다. ^^
김훈 작가가 우리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길 기념비적인 작품을 더 나이들기 전에 좀 더 써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서글푼...서늘한...
남녀 모두 신체의
노화현상들...
황혼이혼..
논내 되고 입만 살아서?
ㅎㅎㅎ설치는
요즘의 동네 남녀들이
불쌍 하더이다...ㅎ
경험담.
홀몬 약 기운이
입으로 양기가 간듯,,,,
정으로 살아야 겠어요.
피할수 없는 노화현상.
토닥이며 이해하며
살아야 겠어요...💕💕🤗
수샨 방장님 반갑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의 대권 경쟁이 요즘 흥미롭습니다ㅎㅎ
11월에 누가 뽑히든 우리나라와 미국 내 한인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며 지켜봅니다.
신체는 늙어도 영혼은 깊어지고 성숙되길 바라나 쉽지 않은 듯해요.
고마우신 방장님 평안한 하루 되시어요^^
비안오면
자전거 타고
대출증 있으니
정보도서관
책빌리러 가봐야돼겠어요
지식창고 달항아리님~
에구 지식창고는 무슨요.
언니 댁에서는 정보도서관이 가깝군요.
저는 음악도서관 코 앞에서 살아요ㅎㅎ
음악도서관에는 장서가 별로 없어요.
저야말로 장서가 많은 다른 도서관으로 대출증 들고 가봐야겠습니다.
고마우신 언니 평안한 밤 되시어요. ^^
ㅎ 달항아리님께서 붙인 글로 인해 삶방이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예전에 어느 중국집에서 주문하지 않은 음식이 나온 적이 있는데 그냥 먹기로 한 그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감탄한 적이 있었답니다. 오늘이 딱 그 경우로 님 덕분에 횡재한 날입니다.
달항님 글로 인해 저도 가물가물했던 <언니의 폐경>을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부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유현덕님은 빛나는 지성에 반짝이는 감성을 겸비하시고 겸손과 따뜻함 또한 갖추신 보기 드문 분입니다. ^^
유현덕님표 글을 자주 읽으며 이렇게 소통하는 글벗으로 롱런하고 싶다는 말씀을 저도 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글이라 그러지
아님 달항아리님의 필력이 뛰어나서인지
단숨에 읽었네요.
독서가 줄 수 없는 매력이 이런것이겠죠?
카페의 순기능을 즐겨봅니다. ^^
에고 과찬이십니다!
김훈 작가를 좋아하시니 그 공감대가 감사하고 기쁩니다.
고요, 맑음, 제가 원하나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계신 님이십니다. ^^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시어요. ^^
저는 그저 감탄합니다.
특별한 분을 만나게 된
이 환경에도 감사합니다.
몸둘 바를 모르게 만드시는 댓글이 황송할 따름입니다. ^^
저도 가을님을 비롯한 귀한 분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이 환경이 감사합니다!
독서의 계절은 사계절 내내 입니다 ㅎㅎ 좋은 글입니다
저는 이제 사계절 내내 침침한 눈으로 폰만 딜다 봐요, 어케요ㅎㅎ
과거엔 책과 친했는데..
올 가을엔 책도 폰도 말고 먼 산만 바라봐야 할 듯해요. 눈을 위해서요. ^^
낮에 잠시 보았는데 댓글을 달려면 앞 유현덕님의 글 부터 읽어야겠네요.
ㅎ 내일 다시읽고 답글 달게요.
신문지면 한 면을 다 채운 칼럼같습니다. ㅎ
커쇼님 순서에 입각해서 유현덕님 글부터 읽으시겠다는 결정은 탁월한 선택입니다. ^^
오늘 내내 딴짖 하느라 이제야 달님글을 봅니다.
완전 읽어보고 싶게 만든 리뷰입니다.언니의 폐경.빌리든 사든 읽어봐야겠어요.
빌리든 사든 읽어보신다니 감사합니다. ^^
리진님은 독서로 쌓은 사색의 창고가 풍성하시죠?
이 여름 지나면 마음이 살찌는 가을 되시기 바랍니다. ^^
'역시' 하며 놀랐습니다 ~
섬세하고 촉깊게 짚어내는
달항아리님의 글은 참 대단합니다.
책 읽기가 조금 불편해졌지만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예전,
'한 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살짝 멘붕온 적이 있었는데, '언니의
폐경은 '달항아리님이 느꼈던 깊이와
높이의 반만이라도, 좋은 멘붕을
경험해보고싶습니다.
달항아리님과 유현덕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글도, 지식도,
지혜도, 우정도 공존하는,
'아름다운 5060'의 삶의 이야기방을
든든히 버팀해주시는 달님 고맙습니다.
킵해두신 좋은 글들도
보고싶어집니다 ~
머리 녹슬지않게 고운 자극주심에
감사드리며, 더위속에도 건강 잘 지키고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휴가
잘 다녀올게요 ~^^♡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놀라운 소설이지요.
세 명의 주인공이 각각 세 편의 연작 소설의 화자가 되어 풀어가는 이야기가 한 가지 주제로 응집되는 구성도 신선했구요.
세 편 중 2부인 몽고반점이 개별적으로 이상문학상을 먼저 탄 것으로 기억해요.
그 몽고반점을 읽고 가히 전율이라 할 만한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각적인 이미지가 극대화된 이야기였고, 등장인물들의 파격적인 행동에 나름의 개연성이 있었어요.
문학의 노벨상이라는 맨부커 상을 받은 쾌거가 당연했던 걸작, 채식주의자, 입니다.
늘 제게 힘 실어주시는, 풍부한 감성이 넘치시는 소녀 같은 사강이 언니, 부산 잘 다녀오시고 이 여름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
@달항아리 나도 한강 '채식주의자'는 그녀가 맨부커상 받았단 소식에 바로 사서 읽어봣지요. 작년인가 풍주방에 채식주의자 리뷰를 올린 기억도 나는데,역시 달님도 사강님도 읽어보셨다니
기쁘네요.^^https://m.cafe.daum.net/beautiful5060/Me8X/8702?svc=cafeapp
@리진 리진님 이런 공감대 넘 좋아요. ^^
@달항아리 읽으면서도 어려웠어요.ㅠ
달항아리 님 필력에
늘 감탄을 합니다.
'언니의 폐경' 기억해 두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베리아님의 고마우신 칭찬에 늘 많이 감사드립니다.
오프라인에서 꼭 한 번 뵙고 차 한 잔 나누고 싶은 고우신 이베리아님,
오늘도 많이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
유현덕님의 글을 읽고는 망설였는데(달리 망설인건 아니고 읽으려 쌓아둔 책이 많아서.)
칼럼같은 달항아리님의 글을 읽으니
*그래! 결정 했어 현의 노래로* 또 책 주문 들어갑니다.
폐경은 아껴두고.
올 여름 휴가는 여러분들 덕에 아주 풍성해지려나 봅니다.
더위에 건강하시길요.
현의 노래 좋아요! ^^
저는 현의 노래는 못 읽어봤어요.
좋은 독서가요 뛰어난 필자이신 커쇼님의 문학 창고가,
이 더위 가시고 나면 더욱 윤택한 사색의 보고가 되시기 바랍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