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일 처음으로 좋아했던 가수는 이정석이었습니다.
(어색해서 "님"이란 호칭은 생략할께요)
빨간 스웨터를 입고 대학가요제에 나와
"슬퍼하지~ 마알아요~ 하얀 첫눈이~이 온다구요호~"
라고 바람먹은듯한 목소리로 노래부르는 모습에 홀딱 반했구요.
그뒤로 불후의 명곡인 "사랑하기에"를 부를때는
얼마나 얼마나 좋던지.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 2년동안 무지하게 좋아했었는데,
그당시에 저랑 제일 친한 두친구는 각각
김승진("스잔"이란 노래부른)과 박혜성("둥지잃은 삐에로")을
좋아했었어요. 이 사람들도 기억나시죠? ^^
이정석때문에 라디오도 듣기 시작했구요.
지금도 가지고 있는 6학년때 일기를 보면 이런얘기도 나와요.
김승진 좋아했던 친구집에 놀러가서 함께 라디오 들으면서 자는데,
"라디오에서 스잔이 나왔다. 지영이는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사랑하기에가 나오면 덧나나?"
그리고 "사랑하기에"가 처음으로 "가요톱텐"에서 1위했던날도 기억나요.
그때 앵콜곡을 부르며 이정석이 눈물을 터뜨렸는데,
뒤에서 조용필님이 웃으며 이정석의 머리카락을 마구 흩뜨리는걸 보고
저도 함께 울어버렸던 기억이.
그에게 보내려고 학알을 수천개 접었다가
결국 용기가 없어 보내지 못하고 모두 버렸던 기억도 나네요.
팬레터도 한번인가밖에 못 보냈던것같고.
(사실 팬레터는 공장장님께도 한번도 못보내봤지만)
우리 가족이 외국으로 이사를 가게된날을 얼마앞두고
이정석 콘서트가 있었어요.
전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이사람을 보지못한다"는 생각에
콘서트에 반드시 가야만한다고 했지만
가수 따라다니는 애들은 전부 날라리라고 여기던 시절이라
엄마의 반대는 완강했어요.
며칠밤을 울고불고 온갖 애원과 생떼, 협박(?)끝에
외삼촌이 동행하면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고,
그래서 난생처음 콘서트란걸 가게되었죠.
장소가 어디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요.
언덕을 올라가며 줄섰던 기억을 보면
정동 이벤트홀이었던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당시에도 정동 이벤트홀이 있었남??)
어쨋거나 그곳에서 모든 관객들이 "꺄악~"소리만을 지르는데
저는 혼자 소리한번 안지르고 그냥 이정석의 모습만 뚫어지게 쳐다봤어요.
이제 마지막이다..이제 다신 저사람을 못본다..하는 생각만으로.
게스트로 박남정이 나왔던 기억도 나요.
당시 유행하던 "ㄱㄴ춤"도 추고..
그리고서 전 외국으로 가는 바람에
그뒤에 이정석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결혼했다는 기사를 잡지에서 한번 보고,
3집까지는 LP를 구해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가 대학가요제 금상으로 데뷔하던 때 대상을 탔던 유열은
지금 이순간에도 라디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유열의 음악앨범 들으며 이 글 쓰고 있거든요)
내가 알기론 이정석의 나이가
공장장님하고도 비슷할텐데..
얼마전 미사리 어딘가를 지나다가
"사랑하기에 이정석 전격출연"이라는 현수막을 본것도 같고,
누군가에게서
"이정석 신촌에서 카페해. 거기 가면 카운터에서 돈세고있어"
라는 말을 듣고 지난날 내 환상이 모두 깨져버려 속상했던적도 있고.
그가 가수생활을 계속하지 않은게 참 섭섭할때가 가끔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작은 콘서트를 열어준다면
전 제 어린시절 수많은 추억들을 생각하며
아직도 가슴속에 선명한 그의 노래들을 따라부를텐데.
"나의 여름날은 다시 오지 않으리~~~"
카페 게시글
환장터 season1
가수 이정석을 추억하며
탱탱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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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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