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우의 글] "너무 비싸고 위험한 말타기 - 윤석열대통령의 미국국빈방문을 우려한다."
대한민국 윤석열대통령이 미합중국 조 바이든(Joe Biden)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다음달에 국빈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여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외국정상이 미국을 방문하는 격(格)은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이번에 윤 대통령은 그중 가장 높은 국빈자격으로 초청된 것이다. 이는 조 바이든이 미국대통령으로 취임한 이래 지난 2년 여의 기간중 작년도 프랑스 마크롱대통령의 경우를 포함해 단 두 번째일 정도로 드문 경우라고 한다. 즉, 최근에 미국을 방문한 - 또하나의 선진국 - 독일의 슐츠총리도, 미국을 대신해 러시아의 무자비한 화력 앞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나락에 빠진 우크라이나 젤렌스키대통령도 방문시 누리지 못했던 극진한 예우를 받는 것으로서, 윤 대통령으로선 어깨가 으쓱할 만하다고 하겠다. 더욱이 대한민국대통령이 미합중국대통령의 국빈초청을 받은 것은 이명박대통령 이래 무려 12년만의 일이라 하니, 더욱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고 하겠으며, 이들 모두를 떠나서도 한미정상회담은 그 자체로서 국가적 대사라고 하겠다.
여기서 '말태우기'를 상기해 본다. 이는 상대방을 실제로 말 위에 올려 놓는 것이 아닌, 듣기 좋은 말 따위로 상대방의 기분을 띄워줘 마치 말 등에 올라탄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윤대통령의 미국국빈방문이 그러한 말태우기에 비유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
작년 봄 윤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얼마 안 된 5월 하순에 조 바이든은 미국대통령 이라는 무척 공사다망한 중책을 수행하는 가운데서도 어렵사리 일정을 잡아 불원천리한 채, 지구촌 반대에 위치한 한국땅을 2박3일간 밟았다. 당시 양국간에는 미국대통령이 직접 내한해야 할 정도로 특별히 심각한 현안이 없었는 바, 그의 내한목적에 대해 의아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드러났다. 즉, 국내 재벌총수들과의 접촉을 통해 미국내 대규모투자를 유치해 간 것으로, 그러한 게 가능했던 것은 신임 대통령으로서 가질 수 있는 의욕과 갓출범한 새정부적 분위기를 교묘히 활용한 측면이 분명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당시 우리는 가히 단군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해외투자의향서를 체결 내지 언약한 바, 그러한 행위가 순수한 기업경영적 차원의 것이었다고 보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하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미서려구와 감언이설이 동원됐을 것은 불문가지라 하겠다.
사실, 조 바이든은 오랜 의정활동기간에 걸쳐 주로 통상외교분야에 몸담아왔을 정도로 대외실익 챙기기에 이골이 난 전문가이다. 그러한 그가 귀국후 한국측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게 된 것을 방한성과이자 큰 치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울 것이다.
한데, 그 과정에서 동원된 '말태우기'가 너무도 비싸고, 동시에 위험하기조차한 것이었음이 바이든이 돌아간 후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중에 속속 드러나고 있는 바, 그것은 마치 과거 중국이 외국투자를 유치할 때 써먹던 악행과 비행이 오늘날에 다름 아닌, 미국에 의해 재연됨을 보는 것 같다. 즉, 세제 등 투자조건상의 일방적 변경, 기술공개요구 등 뒤통수치기가 그것으로서 건전한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아니, 조 바이든 미국행정부는 어디 배울 게 없어 중공의 그 못된 짓거리를 이제 다시 해 보이는가?! 그들이 배격하는 중공의 모습은 바로 머지 않아 미국이 따라서 할 그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과연 어떠할 수 있을까? 작년 5월 바이든의 방한시 대규모 투자의향을 주고 받던 그 우호적 분위기를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들리는 바에 따르면, 미국측이 북한의 암호화폐 절도와 현금화 차단방안 논의가 정상회담의 주요 논의사항이라고 했다고는 하나, 자동차와 반도체 등 우리를 우리답게 일으켜 세워준, 우리의 최대관심사에 대한 것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윤석열대통령은,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미국측이 태워주려 할 그 비싸고 위험한 말을 다시 타야 하는가?
2023.3.10
남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