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어느 날 황당한 인터폰 전화를 받았습니다. 단지 내 공원을 산책할 때 떨어진 지갑을 못 봤냐는 경비실 측 연락이었습니다. A씨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일단 전화를 끊었는데요.
문득 경비원이 A씨가 산책나간 것과 자신의 동호수를 안다는 사실이 의아했습니다. 경비원이 일일이 입주민의 동호수를 기억할 수 없는 대단지 아파트였기 때문인데요.
A씨가 경비실에 연락해 이에 대해 묻자 아파트 CCTV를 통해 확인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다른 입주민이 공원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시간대에 A씨가 산책한 사실을 확인하고 CCTV 속 A씨를 추적해 주소를 알아냈다는 겁니다.
무단으로 CCTV를 조회해 집 주소를 알아낸 경비실, 법적으로 문제없을까요?
◇아파트 CCTV 열람은 관리소장 권한
CCTV 영상은 법으로 보호되는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CCTV에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인상착의는 물론 개인이 방문한 특정 장소 및 시간까지 기록되는데요. 개인정보보호법은 성명, 주민등록번호 외에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영상도 ‘개인정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조회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정보주체란 그 정보의 주체가 되는 사람, 즉 정보의 주인을 말하는데요. CCTV영상의 경우 촬영된 개인이 정보주체에 해당합니다. 원칙적으로 정보주체 동의 없이 CCTV를 촬영하거나 조회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실제로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통행하는 공개된 장소에서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전부 받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다만 △법에서 허용하는 경우 △범죄예방 및 수사 △시설안전 및 화재예방 △교통단속 및 교통정보 수집을 위한 경우 정보주체 동의 없이 CCTV 설치가 가능합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CCTV는 법에서 설치를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보안 및 방범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 주택단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때 관리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로서 CCTV영상 열람이 가능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을 관리주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관리소장에 한해 아파트 CCTV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경비원 아닌 제3자가 CCTV 열람할 경우 불법
그렇다면 관리소장이 아닌 일반 경비원이 CCTV를 열람하는 건 불법일까요?
경비원이 관리소장으로부터 CCTV 관리 업무를 위탁받았다면 경비원도 CCTV 열람이 가능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에 관한 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적법한 절차와 문서에 의해 업무를 위탁했다면 제3자도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앞의 사건에서 해당 경비원이 지갑을 잃어버린 다른 입주민과 함께 CCTV를 열람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입주민은 법이 허락하는 관리주체도 아니고 권한을 위임받은 제3자도 아닙니다.
이는 해당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역시 촬영자료를 타인에게 열람하거나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요. 정보주체에게 제공하거나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는 경우, 범죄수사와 관련된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실제로 아파트 CCTV 열람과 관련해 경비원과 입주민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물건을 분실하거나 사고가 난 입주민 입장에서는 급한 마음에 당장 CCTV를 요구하지만 경비원은 함부로 이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특히 본인이 촬영된 CCTV라도 본인 외 제3자가 함께 촬영된 경우 제3자의 동의를 받아야 CCTV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일 정보주체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한 경우, 제공한 사람뿐만 아니라 제공받은 사람 역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