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약초꾼들은 뭘 먹었을까? - 제천 여름밥상
제작 KP커뮤니케이션/ 연출 최정훈/ 작가 홍진윤
2014년 7월 24일 목요일 7시 30분 ~ 8시 25분
산줄기 따라
하늘과 땅의 기운을 머금다
더위를 이기는 밥상의 지혜
자연이 품은 기운찬 맛
■ 다불리, 하늘 아래 첫 동네!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는 다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제천시 수산면 다불리는 예부터 산이 높아 약초가 잘 자랐다. 황정을 키우는 심상원 이남순 부부는 이곳에서 약초를 재배한지 40년이 되었다. 부부는 마을과 떨어져 있는 황정 밭을 일구기 위해 지었던 농막을 작년부터 자드락길을 오가는 등산객들을 위한 쉼터로 내어주었다. 산꼭대기 하늘이 닿는 곳에 위치한 주막은 전기도 없고 물도 나오지 않는다. 한 평생 농사짓던 마음으로 생 황정을 갈아 만든 황정부침개와 약초두부의 맛은 어떨까
■ 국내산 약초 최대 집산지, 제천 약초 시장
중부 내륙의 중심지 제천은 제천 지역뿐만 아니라 강원도와 경상도에서 생산되는 약초가 철길을 따라 모인다. 제천의 약초시장은 전국에서 생산과 유통이 함께 발달한 유일한 곳으로 국내산 약초만 고집하는 전통을 대를 이어 지켜오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제천은 약초의 집산지로 유명했다. 1929년 약령시장이 생긴 후, 제천 약초시장은 전국의 약초가 이곳으로 모일 정도였다. 김영수 어르신은 약령시장이 가장 번영했을 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약초 전문가들이 여름에 마신다는 생맥산 차. 오미자, 맥문동, 인삼을 넣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 회복시켜 주는 이들의 여름 맛을 찾아가 본다.
■ 무더위를 이기는 약초꾼의 밥상
제천은 충청도에서 산이 가장 많은 곳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에서든 쉽게 산을 마주한다. 덕분에 이곳 사람들은 약초 하나쯤은 알고, 음식을 할 때에도 약초가 빠지지 않는다. 산을 좋아하는 공통분모로 만난 이주호 씨와 전태섭 씨는 형제처럼 우애가 깊고 마음도 한 마음이다. 무더위에 지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두 사람이 함께 산에 올랐다. 20년 묵은 잔대와 10년이 넘은 산양삼, 더덕을 캐어 와 오리를 넣고 끓인 약초오리백숙과 산더덕구이의 맛은 어떨까. 약초꾼들의 여름나기 밥상을 들여다본다.
■ 산 당귀, 밭에서 재배를 시작하다
옛날에는 약초를 산에서만 캘 수 있었다. 약초는 몇 년씩 묵어 한약의 약재로 쓰였고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하루 종일 산을 헤매 다녀야 운 좋게 한 두 뿌리 약초를 얻곤 했다. 충청북도 제천시 송학면에 사는 윤복규 씨는 고향인 강원도 홍천에서 당귀 재배를 하다 30년 전 제천으로 건너왔다. 제천 약초 시장이 번영했던 그 당시 국내산 당귀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당귀는 잎, 줄기, 뿌리 버리는 것이 없다. 잎과 줄기로 만든 당귀김치, 당귓잎밥 그리고 당귀돼지고기 수육까지 그 맛은 어떨지 당귀 음식을 만나본다.
■ 장어와 약초의 만남 - 청풍호가 내어준 선물
청풍호를 둘러싼 높은 산은 산야초와 약초를 잘 자라게 해준다. 1985년 제천시 청풍면은 충주댐 공사로 대부분 지역이 수몰 되었고 수몰 전 농사를 짓던 이강준 씨는 청풍 호에 기대어 사는 어부가 되었다. 하나 둘 떠나간 고향에는 몇 안 되는 선후배가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풍호에서 잡은 잉어와 장어 요리에도 약초가 들어간다. 여름철마다 빼놓지 않고 끓여 먹는다는 잉어와 토종닭을 넣어 끓인 보양탕과 약초장어조림의 맛은 어떨지 수몰 사연과 함께 들여다본다.
■ 더울수록 차가운 음식은 피하라! - 사찰 여름밥상의 지혜
제천시 송학면 왕박산 자락에 호젓이 자리 잡은 통불사. 어릴 적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일초 스님은 중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하며 약이 되는 음식에 대해 연구했다. 봄부터 주변의 산야초를 이용해 만든 뽕잎 장아찌, 오가피 장아찌, 돌나물 생절이는 여름 입맛을 돋운다. 호박잎을 칼국수 반죽에 올려 따뜻하게 끓여낸 호박잎 들깨칼국수는 무더위를 다스리는 사찰의 복달임 음식이다. 더울수록 따뜻한 음식으로 몸을 보해야 한다는 통불사의 여름 밥상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