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값진 '배움의 야구'
'오전 수업-오후 훈련' 철칙…올 대통령배 준우승 돌풍 |
'우승을 향해 뛰어라.'
신라의 천년고도에 야구 전통을 심어나가고 있는 경주고는 전국 대회 우승이 절실한 과제다.
지난 82년 창단 이후 올해까지 준우승 2차례가 전국대회 최고성적. 지난 89년 최익성(삼성)이 맹활약할 때 대통령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역시 대통령배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결승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차라리 4강에 머물렀다면 괜찮았을 것을, 결승까지 가서 지니까 충격이 더 크더라구요.'
지난해 9월 부임한 이동수감독(47)은 지난 5월을 떠올리며 입맛을 쩍쩍 다신다.
우승은 놓쳤지만 이감독은 취임 8개월만에 최근 10년간 가장 빛나는 성적을 올렸다. 그만큼 미래가 밝다는 뜻이다.
올해 준우승의 주역인 3학년 9명이 모두 졸업을 하는 내년 시즌이 걱정되지만 1,2학년들의 기량이 날로 발전해 4강권은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마운드에선 3년생인 김승권 신정익 두 정통파 투수가 버티고 있는 가운데 2학년 안창관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1m94의 큰 키에서 내리 찍는 강속구가 위력적이다. 투구밸런스만 좀더 잡힌다면 볼스피드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타선에선 톱타자인 유격수 차화준이 눈길을 끈다.
군살이 전혀 없는 날렵한 몸매는 이종범(기아)을 연상시킨다. 우투좌타로 전형적인 호타준족. 차화준이 공격의 물꼬를 트면 펀치력을 갖춘 3번 정명현과 4번 오규호가 해결사로 나서게 된다.
선수단 규모가 23명이라 다른 팀에 비해 수적 열세에 있다는게 경주고의 약점.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중학교 팀이 도내에 3개밖에 없어 스카우트하기가 쉽지 않다.
우승에 목말라있지만 경주고는 선수들을 '야구 기계'로 키우지는 않는다. 선수들은 오전에는 수업에 참가하고 점심 이후 훈련을 시작한다.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라는 교육 철학에 따른 것. 철저한 '배움의 야구'를 창단 이후 전통으로 지켜오고 있다. < 김형중 기자 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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