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남 하동에서 350년 전의 20~30대 젊은 여성이 분만 중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가 발견돼 화제가 됐다.
과다 출혈이 원인이었는지, 아기의 위치가 비정상적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예전엔 분만 시 출혈과다에 대처하는
방법이라곤 식초에 적신 솜뭉치로 피를 막는 게 고작이었다. 출산은 고통과 죽음의 공포를 동반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금기와 주술적 의례가 행해졌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여인의 출산과 아기의 건강을 관장하는 신(神)인 삼신을 가신(家神)으로 모셨다.
삼신의 자리는 안방의 아랫목인데 특별한 신체(神體·신령의 상징으로 예배의 대상이 되는 물체)는 흔하지 않다.
조상들은 아기를 낳기 전에 짚을 깔고 삼신상을 차려놓고 순산을 빌었다. 삼신상에는 깨끗한 물과 쌀, 미역을 놓았다가
아기를 낳은 후 이 쌀과 미역으로 첫 국밥을 끓였다. 아기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첫 국밥은 쌀을 9번 씻고,
미역은 절대로 접거나 끊어 쓰지 않았다. 산후 7일을 단위로 세 번의 이레마다 삼신상을 차렸다.
(한미라·전경수 저, '한국인의 생활사') 삼신할매가 "빨리 나가라"며 아기 엉덩이를 걷어차서 생겼다는
몽고반점을 대부분 가지고 태어나는 한국인들로선 소홀히 할 수 없는, 출산의 숭고함이 담긴 민속신앙이다.
그제 부산 영도구 봉래산 정상에 있는 삼신할매 바위에서 기원제가 열렸다. 봉래산 표지석을 바꾼다는 사실을
예를 차려 알리고, '영도주민이 영도를 떠나 삼신할매가 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가면 3년 안에 망한다'는
소위 '삼신할매의 저주'를 풀어보자는 뜻이 담긴 의례였다. 이 저주를 실제 믿는다면, 삼신할매에게 정말 빌어야 할 것은
젊은 부부들이 아기를 많이 낳게 해달라는 기원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존립기반마저 흔든다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삼신할매에게라도 하소연해 보자는 심사이다.
김종명 수석논설위원 myung7@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