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걸개 불화 ‘괘불’의 제작 비결
‘괘불(掛佛)’은 특별한 법회 의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 법당 내부가 아닌 야외에 내거는 대형 불화이다. 부처님[佛]의 모습을 높이 10미터에 이르는 엄청나게 큰 화면에 그린 걸개[掛] 그림이다. 이를 괘불탱(掛佛幀), 괘불화(掛佛畵) 라고도 한다.
괘불처럼 야외 행사용 이동식 초대형 회화는 많지 않다. 괘불은 국내에 100여점, 일본에 10여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물이다. 사찰마다 다르지만, 1년에 한두 번 잠깐 친견할 수 있는 귀한 국보와 보물 괘불들이 사찰문화행사와 함께 대중 앞에 나들이하는 경우가 많다.
화엄사 국보 괘불과 통도사 보물 괘불은 높이가 12미터에 이른다. 아파트 약 4층 높이에 해당한다. 괘불이 제작된 시기가 대개 17세기 이후이니 그 당시의 옛 사람들이 보기엔 더 크고 장엄하게 느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1년에 한 번 정도만 야외에 거는 불화이나 희소성도 그만큼 더했을 것이다.
괘불은 기본적으로 비단이나 삼베 같은 천 위에 부처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그렇다면 300~400년 전에 어떻게 세로 10미터, 가로 7미터나 되는 넓이의 천을 만들 수 있었을까. 괘불을 가까이에서 보면 초대형 화면 제작의 비밀을 이해할 수 있다.
괘불을 자세히 보면, 세로 약 30센티미터 간격으로 천을 이어붙여 폭을 넓힌 흔적을 볼 수 있다. 베틀 크기에 맞게 짠 한 자(尺=30센티미터) 폭의 비단이나 삼베를 가로 방향으로 이어붙인 후 뒤에 종이를 배접해 고정시켰다. 가령 480센티미터 폭의 천을 만들기 위해선 30센티미터 × 16장이 되는 것이다.
괘불화의 도상 중에서도 영취산의 석가모니불을 도해한 비중이 가장 높다. 불화의 형태는 수미단(須彌壇)에 앉아 설법하는 모습보다는 의식 도량에 강림한 듯한 입상(立像) 형식이 선호되었다.
괘불화를 헌괘한 의식으로는 부처님오신날, 성도재, 불사 낙성식이나 영산재(靈山齋), 수륙재(水陸齋), 예수재(豫修齋) 등 많은 대중이 모이는 날 불전 마당에 걸어 모시며 법회를 진행한다. 야외에 괘불을 내걸고 야외에서 거행되는 야외법회를 통칭 ‘야단법석(野壇法席)’이라고 한다.
<조선닷컴, 종교칼럼 2022.9>中에서
[출처] 대형 걸개 불화 ‘괘불’의 제작 비결|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