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작품이라는 평을 더러 들어 기대가 아주 많이 컸다.
꽤 명성이 높은 서울시 오페라단이 공연한다고 해서 더 기대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요즘 연극에서나 뮤지컬에서나, 서울예술단이 새로이 이름붙인 가무악에서나 우리 것을 현대화한 것이 꽤 많이 성공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도 더욱 기대가 갔다.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썩 좋은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물론 나는 공연평을 쓰는 평론가나 음악을 전공하신 분에 비해 오페라에 대한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저 아마추어로서의 소견이다.
먼저 이 작품을 보고, 나는 꽤 오래된 작품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신선하지 못하다는 느낌, 고전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만 애썼지 거기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좀 지루했다. 특히 1,2막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이 질질 끌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많이 지루했다. 심청이 선원들에게 끌려가는 대목을 굳이 그렇게 길게 잡을 필요가 있었을까? 애절하지도, 슬프지도 않았고, 심청이 불쌍하지도 않았다. 긴장감도 없었다.
심청이 인당수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조명을 이용해서 좀더 멋지게 표현되길 바랬다. 그런데 조금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물에 뛰어내리는데 "쿵"하고 소리가 나는 것은 좀 민망했다. 오페라가 아닌 뮤지컬이지만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이 물로 뛰어내리는 장면은 높이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조명만 이용했는데도 그가 깊은 물 속에 빠진다는 느낌을 주었다. 사운드가 최적이 아닌,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열악한 공연장 조건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젖어드는 배우의 가창력과 조명으로 인해 그 장면은 두고 두고 내 가슴에 남아 있다. 물론 오페라와 뮤지컬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좀 아쉽다.
무대 세트를 옮기는 시간이 너무 길어 더욱 지루했다. 내가 오페라를 그리 많이 보지 않았으니 오페라는 원래 이런가 생각해 보려고도 했지만,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 라보엠을 보았을 때 끊임없이 무대가 변하고 동작선이 변해 군중들의 노래와 군무가 아주 박진감있게 느껴졌던 기억을 떠올리면 오페라라고 해서 무대를 꼭 붙박이로 땅에 붙여 설치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혀 모르는 이태리어로 듣고 짧은 영어 실력에 영어 자막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겨우 조금 이해했지만 배우의 노래와 합창, 군무,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대와 기가 막힌 동선 설정 등으로도 충분히 감동이 되었다.
그리고, 김동진선생님께는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 오페라엔 떠올리고 싶은 아름다운 아리아가 없다. 보통 오페라를 보고 나면 씨디를 사고 싶다는 간절한 유혹이 느껴지는데 어제는 그렇지 않았다. 잘 들을 줄 몰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곡은 전반적으로 단조롭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음악-판소리의 가락-을 살려 서양 화성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반드시 한국적일까? 한국적일 수는 있다 치더라도 세계적일까? 서울예술단의 가무악 <청산별곡>을 보면서 나는 잠시도 눈을 돌릴 수 없었다. 분명 우리춤에서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춤에는 우리춤에만 머물지 않는 영혼의 울림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옛 것에서 출발했지만 옛것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내면에 진실하게 다가갔기 때문에 현대의 관객들이 감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배우들은 수많은 워크샵과 토론을 통해 즉흥연기를 거듭하고 , 자기 몸을 감정의 흐름에 맡겼다고 한다. 나는 <청산별곡>을 보면서 이 작품이 정말 한국적인 동시에 아주 세계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계적인 작품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것이 한국적 특성을 충분히 갖춘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정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심청>이 과연 세계적일 수 있을까? 물론, 이 작품이 세계적 오페라가 되기를 바라는, 한국인으로서의 기대와 욕심이 커서이지, 괜히 시비걸고 싶어서는 아니다.
의상은 크게 나무랄 데가 없었던 것 같지만 마지막 장면 -궁녀들의 춤-에서 궁녀들의 옷은 전체 조화를 좀 깬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의상의 톤보다 너무 희고 밝아서 마치 그들이 주인공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용궁 장면은 보기싫지도 않았지만 이보다 더 새로운 모습일 순 없을까 하는 욕심이 들었다. 너무 상식적인 용궁 모습 말고 좀더 창의적인 의상과 조명을 쓸 수는 없을까?
심청역을 한 배우의 목소리는 조금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더러 감동을 하고 싶었지만 별로 감동이 오지 않았다.
괜히 심술이 났다.
오페라축제에 나온 작품 네 편을 다 보았는데 작품의 짜임성이나 아름다움 면에서 <심청>이 더 낫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이다. 우리것 최고라고 자랑스러워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나는 심술같은 것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은 그저 태어나서 오페라를 아직 스무 편도 못 본 초보 관객으로서, 연극과 뮤지컬에 대한 어줍짢은 지식을 가지고 지껄여 본 헛소리이다. 하지만 오페라가 조금씩 대중과 가까워지기를 원한다면, 이런 무식한 관객의 헛소리도 조금쯤은 참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의견은 뭐가 싫고 마음에 안들고 해서가 아니라, 우리 작품이 이런 식으로 발전하면 어떨까 하는 작은 소망임을 밝힌다.
지적만 했다고 해서 최악의 졸작을 보았거나 관람료가 아까웠다거나 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대구오페라축제를 통해 오페라 네 편을 보고 나오면서 나는 또 한 편의 오페라 예매를 했다. 어느새 내가 오페라 매니아가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티켓링크를 나오며 혼자 웃었다.
선생님 글을 읽고 한국적인것이 꼭 세계적인것만은 될수 없다는 걸 느꼈어요, 풍물놀이패 같은것들을 외국인들이 보며 박수를 친다는 소리를 들었을떈 한국적인것이 세계적이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사물놀이같은건 박수받을 만은 하지만 꼭 제가 우리나라것만 좋다는 국수주의에 너무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ㅋㅋㅋ
판소리가락을 살려 서양 화성법으로 처리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한국적이고 세계적이기 위해서 서양화성법으로 다 처리하되 한국적인 느낌이 살수 있게 한다면... 그렇다면 만약 내가 연출자라면 어떻게 할까? 무지 어렵겠지. 나도 선생님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작품은 한국적 특성을 충분히 갖춘 동시에
첫댓글 사랑의 묘약과는 좀 다른 오페라 심청 보고 싶었는데...선생님 감상평으로 만족 할랍니다..
선생님 글을 읽고 한국적인것이 꼭 세계적인것만은 될수 없다는 걸 느꼈어요, 풍물놀이패 같은것들을 외국인들이 보며 박수를 친다는 소리를 들었을떈 한국적인것이 세계적이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사물놀이같은건 박수받을 만은 하지만 꼭 제가 우리나라것만 좋다는 국수주의에 너무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ㅋㅋㅋ
판소리가락을 살려 서양 화성법으로 처리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한국적이고 세계적이기 위해서 서양화성법으로 다 처리하되 한국적인 느낌이 살수 있게 한다면... 그렇다면 만약 내가 연출자라면 어떻게 할까? 무지 어렵겠지. 나도 선생님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작품은 한국적 특성을 충분히 갖춘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정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착한 수진이 ㅋㅋㅋ
잘보고갑니다 쌔엠^-^
정민이도, 보고 갑니닷 ^^ 헛,, 수진이, 꼬리도,, 잘보았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