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15분. 장구랑 자리가방 메고 먼저 집을 나선다. 현대아파트 쪽문을 나서서 몇 발짝 안 띵게 견찰(똥개경찰)봉고차가 눈에 띈다. 무담씨 부애가 난다. 아, 쩐다, 쩔어!
갯돌식구들 여럿이 인사를 헌다. 소리통 너머 의자에 민요부르기로 헌 아짐들이 앙거있다. 두 분은 모시 우리옷을 입었고 한 분은 흰 통옷(원피스)을 입었다.
“워메, 빨리 오셨소, 이?”
“예, 선생님 오시요?”
“우리 한 번 맞춰보께라?”
“그라입시다.”
해방가, 뱃노래, 진도아리랑 세 곡 반주를 맞췄다. 해방가 시작허는 대목이 거시기해서 다시 한 번 더 했다. 7시 31분이다. 날쌘돌이 조영규동지가 5분 뒤에 시작허겄단다. 김나리 선생이 다가와 반주 씨디를 건넨다. 조영규 동지한테 줬다. 포도시 한 30여명 모였다.
7시 36분. 사회자가 시작을 알린다.
“지금부터 66회차 목포촛불문화제를 극단 갯돌의 힘찬 울림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두당땅 두당땅 두당 두당 듯땅....”
갯돌의 모둠북 공연이 끝나자 민노당 목포시위원장 박기철동지가 소리대를 잡는다.
“....국회 국정조사 때 민동석이란 사람이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이 한국에 선물로 줬다고 합디다. .... 이 작자....최근 언론....개그....검찰.... 피디수첩 발표.... 어처구니....이명박 하수인....서울교육감 선거.... 교육정책....고교서열화, 고교등급제 부활.... 8월 1일 소비자 물가지수가 5.9% 상승했습니다. 물가는 치솟고 임금은 제자립니다. 이명박정권은 2%를 위해 종부세.... 부시 방한....독도 표기....조공....무기거래....8월 5일, 또다시 촛불을 힘차게 듭시다!”
“예, 이명박이는 일자리 4만 개를 창출한다고 하더니 1,700개를 창출했습니다. 일명 백골단이라고 불리는 시위진압 체포부대를 만들어서 실업자 1,700명을 구제했습니다. 학생 때 기억으로 백골단은 무서운 집단입니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입니다. 91년, 제 나이또래인 강경대 열사가 바로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습니다. .... 오늘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인답니다. 결코 폭력은 정의를 이길 수 없습니다. 정의가 폭력을 이길 때까지 촛불을 듭시다!”
“옳소!”
“클래식키타 연주 준비됐습니까?”
뒤를 돌아다 봤다. 둘째 처남이 키타를 꺼내주자 원석이 놈이 그걸 들고 쭈뼛쭈뼛 걸어나온다. 지난 7월 26일 집회 때 장구를 가져오라고 시켰더니 광장에는 나오지 않고 장미의 거리 뽀짝 모퉁이에 서서 전화로 나를 불러냈던 놈이다. 남 앞에, 그것도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것을 겁나게 싫어허는 놈이 결국 돈(공연 허믄 만원 준다고 뻥침) 앞에 무릎을 꿇어부렀다.
날쌘돌이 조영규 동지가 말을 잇는다.
“이 정부는 900 여명의 시민들한테 100만원에서 500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경적시위 했다고 구속하고, 조중동 반대한 네티즌을 구속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4,000만 모든 국민이 전과자가 될까 걱정입니다. .... ‘엘콘도 파쌰’ 들려드리겠답니다.”
‘와~’하고 사람들이 웃는다. 엘콘도 ‘파사’인디 ‘파쌰’라고 해서다. 그는 그 곡을 잘 모른단다. 둘째가 연주를 헌다. 소리에 맥아리가 없다. 음향이 웅웅거린다. 연주도 연주제만 음향이 소리를 잡아 묵는다.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이 한 곡 더허라고 헌다. 뒤 쪽에서 아들놈 학교 국어 선생인 차용훈 동지가 외친다.
“원석아, 자신 있게 해!”
로망스를 연주한다. 내가 아들놈 무릎을 베고 즐겨 듣는 곡이다. 아니 강요를 헌다.“야, 아들. 나 잠 좀 잘란다. 로망스 들려도라. 언능아?”이런 식이다. 내 왼쪽에 앙거 있던 박기철 동지가 누구냐고 묻는다. 우리 둘째놈이라고 헝게 그러냐고 헌다. 오른 쪽 두어발 떨어진 곳에 앙거있던 한 아짐이 첫공연이냐고 묻는다. 그 뒤에 있던 이구인 씨가 처음은 아니라고 헌다. 그러고 봉게 이놈이 목포에서도 이곳 저곳 불려댕김시로 두어 번 했다.
자유발언을 해도라고 헌디 아무도 안 나선다. 사회자가 말을 잇는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을 50 : 50으로 요구헌단다. 우리가 현재 미국 군대한테 한 해에 주는 돈이 7,400억이란다. ‘허허참, 그 돈이믄....’
또, 부시가 단순하게 순수하게 독도를 한국지명으로 바꿔줄 리는 만무허단다. 여기에 1,500억을 더 요구해서 약 9,000억 정도를 내노라고 헌단다.
‘필리핀은 거그에 있는 천하디 천한 미국군대한테 물세며, 전기세며, 기지 사용료까지도 다 받고 있다는디, 아조아조 잘~ 사는 대한미국은 위~대한 미국군대한테 땅도 바쳐, 돈도 바쳐, 심지어 목숨까지도 다 바쳐!’
“오는 8월 5일 우리는 촛불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옳소~!!”
“엊그제 민노당 목포시위원회를 비롯한 10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목포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수입산 쇠고기로 급식을 한답니다. 광주에서는 미국산을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팔다가 업주가 구속되었습니다. 교육장을 면담하고 수입산을 급식에 쓰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전남에서 유일하게 목포만 수입산을 쓴다고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이미 목포에 들어온 마당에) 미국산이 언제 호주산으로 둔갑할지 모릅니다.”
8시 8분. 노래 공연 진행헌단다. 김나리 선생허고 앞으로 나갔다.
“늘 희건 옷만 입다가 오늘은 검정옷을 입었습니다. 여기 김나리 선생님허고는 2000년대 초반에 함께 노래패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광야에서’, ‘불나비’두 곡, 힘차게 같이 불러보겠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소리통 뒤 나무의자에 앙거있던 민요아짐들이 “잘허요!”헌다. 사회자가 구호를 외치잔다.
“촛불을!” “지키자~!!”
“국민이!” “이긴다~!!”
“이명박은!” “물러가라~!!”
권제 성님이 모습을 드러내시더니 구호가 작다고 핀잔을 던지신다.
“그렇게 해서는 안 돼!”
“형님이 한 마디 허쑈.”
“나는 욕배끼 못헝게 안 해.”
“막 욕해부쑈.”
자유발언 유도를 해도 역시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사회자가 노래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허더니 이내 ‘함께가자, 우리’를 부른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한 번 더!” “얼씨구!” “가수다, 가수!”
아짐들 소개를 헌다.
“목포의 소리꾼 박평민 선생님 제자분들을 모시고 민요를 들어보겠습니다.”
“와아아아~!!”
신민요,‘해방가’를 부른다.
“....일본이 물러나고 옆집 아저씨들은 살아돌아오는데 우리집 서방님은 소식이 없네. 6.25.... 신라의 김유신은 삼국을 통일했는데 어찌해서 우리는 두 동강이 났는가....”
진도 강송대 선생님 국악학원에서 그 노래 처음 듣고서, 신라 김유신이 삼국통일 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닝게 바꿔보믄 좋겄다고 했는디 미처 바꾸지 못했능갑다. 이어 ‘뱃노래’를 부르고 ‘진도아리랑’을 불렀다. 사람들이 한 곡 더허란다. 남원산성가를 부른다.
“남원 산성~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석양은 늘어져 갈마~구~ 울고 능수버들 가지 휘늘어진디....”
“얼씨구!” “잘헌다!”
“예, 민요공연 해주신 분들게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
“그럼 제 66차 목포촛불문화제 구호로 정리하겠습니다!”
“촛불을!” “지키자~!!”
“국민이!” “이긴다~!!”
“이명박은!” “물러나라~!!”<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