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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 09
S#1. 김종서의 邸 / 사랑채 (밤)
마주 보고 있는 수양과 김종서. 어느새 방에 들어와 있는 임운.
수양 : (임운에게) 대감에게 서찰을 보여드리거라.
고개 숙여 답하는 임운, 소매 춤으로 손이 들어가 잠시 머뭇거린다.
임운의 행동을 유심히 보고 있는 김종서. 순간 긴장하는 수양의 눈빛.
수양 : 어서!
김승규(E) : (절박한 외침) 아버님! 피하십시오!
순간, 그 소리에 당황하는 실내. 뭔가를 직감한 김종서, 본능적으로 수양을 노려본다.
수양과 임운, 빠른 눈빛 교환. 임운, 소매에서 꺼낸 철퇴로 사정없이 김종서를 내려친다.
수양의 얼굴에 튀는 붉은 피!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혹한 수양.
엉겁결에 일어나려고 하는 김종서의 머리를 한 번 더 치는 임운의 철퇴!
김종서, 힘없이 꺾이면 거칠게 문 열고 들이닥치는 김승규와 가노 둘.
김승규 : 아버님!
김승규는 제 아버지를 감싸 안고 임운은 가노 둘을 순식간에 해치운다.
아버지를 감싸고 문가로 향하려는 김승규의 절박한 몸짓.
임운의 철퇴, 이번엔 김승규의 머리를 가격한다. 그러면서도 김종서를 제 온몸으로 감싸 안는 김승규.
또 한 번 내려치자 김종서를 안은 채 장지문 쪽으로 쓰러져버리는 김승규.
S#2. 김종서의 邸 / 사랑채 앞마당 (밤)
제8화 77씬의 일부
마당 위로 우당탕 넘어지는 장지문. 그 위로 떨어지는 김종서를 안은 김승규!
마루 위로 내딛는 피 묻은 버선발, 임운이 호위하고 나온 수양이다.
피눈물이 서린 눈으로 꼭 수양을 노려보는 것처럼 절명한 김승규! 김종서의 머리에서 흘러나와 장지문을 적신 피...
김승규가 감싸 안은 김종서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빙그레 웃는 수양.
S#3. 김종서의 邸 앞 (밤)
제8화 80씬의 일부
말에 올라 서둘러 출발하는 수양과 임운. 곧이어 말을 타려던 한명회와 함귀 무리.
한명회 : (칠갑에게) 너는 김승유의 얼굴을 알지 않느냐? 애들 데리고 집 주위를 살펴 김승유의 목을 베어오너라!
칠갑 : 예!
S#4. 거리 (밤)
제8화 81씬의 일부
말을 타고 천천히 오는 승유. 저편에서 칼을 들고 달려오는 사병 무리들 보인다.
사병 몇몇은 말을 타고 나머지는 그 뒤를 따라 달린다.
잠시 길 옆으로 몸을 감춘 승유, 그 앞을 스쳐지나가는 사병 무리.
뭔가 느낌이 불길한 승유, 말을 채찍으로 재촉해 달려간다. 서둘러 집으로 달려가는 승유의 말.
S#5. 김종서의 邸 앞 (밤)
남아 있던 사병 한 두 놈, 어슬렁거리며 다닌다.
재빨리 말에서 뛰어내리는 승유, 주위를 경계한다. 사병들, 승유를 발견하고 공격해온다.
말 안장 아래서 칼을 꺼낸 승유, 사병들과 합을 겨눈다. 사병들을 빠르게 제압한 승유,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건너편에 매복해 있던 칠갑, 그 광경을 보면서 비열하게 웃는다.
작게 휘파람 불면 뒤편에 숨어 있던 사병 몇 나타나 칠갑 주위로 모인다.
S#6. 김종서의 邸 / 사랑채 앞마당 (밤)
군데군데 쓰러져 죽어있는 가노들.
다급히 들어온 승유, 여기저기 둘러본다.
김승규의 주검 앞에서 부들부들 떨며 오열하고 있는 류씨와 아강. 남은 가노들도 엎드려 통곡하는 중이다.
믿기 힘든 광경에 우뚝 멈춰 보던 승유.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다가간다. 엎드린 채 처참하게 망가진 김승규의 시신 보인다.
털썩, 무릎 꿇은 승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형의 등을 쓸어본다...
그러던 중 더욱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된 승유.
김승규의 시신을 조심스럽게 밀어내면 그 아래 있던 김종서의 시신 보인다.... 피가 배어나오는 아버지의 흰머리...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승유...아버지를 차마 만질 수도 없다...
승유 : (혼잣말처럼 작게) 아버지....(점점 커지는) 아버지....아버지...
그제야 아버지의 몸을 와락 안으며 절규하는 승유...
승유 : 아버지!!
S#7. 수양대군의 邸 / 곳간 (밤)
승유의 절규가 들리는 듯 슬픈 눈빛의 세령...
S#8. 김종서의 邸 / 사랑채 앞마당 (밤)
김종서를 안고 오열하는 승유를 보는 류씨, 품에 아강이를 꼭 안은 채 흐느끼고 있다.
갑자기 무언가 집중해 보고 놀라는 류씨!
류씨 : (놀라서) 도련님!
류씨의 시선이 향한 곳 보면 김종서의 손이 까딱거린다. 그제야 김종서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승유 : (벅찬) 아버님!
김종서 : (신음소리 흘리는)
류씨 : (다행이라 울음 툭 터지며 조심스레 김종서를 살피는) 아버님!
승유 : 저 승유입니다! 정신이 드십니까?
아강 : (울먹이며) 할아버지!
승유 : (김종서를 부축해 일으키는) 일단 피하셔야합니다.
류씨 : (다급히) 제 친정으로 모시지요.
승유 : (비장하게 끄덕이고 가노들에게) 어서 교자를 준비해라. (하는데)
칠갑(E) : 뭐, 뭐야? 저 늙은이 살아 있는 거야?
소리 나는 데 보면 사병 서넛과 함께 등장한 칠갑, 놀란 눈으로 김종서를 보고 있다.
칠갑 : 이런 젠장, 다 죽여!
칠갑을 노려보던 승유, 재빨리 검을 들고 아버지 앞을 막아선다. 가노들 한 둘도 검을 들고 와 승유의 곁에 선다.
겁에 질린 아강이와 김종서의 앞을 막아서 보호하려는 류씨, 두렵지만 강단 있는 모습.
칠갑, 비열하게 웃더니 순식간에 가노 하나를 베어버린다. 죽은 가노의 시체가 아강의 곁에 툭, 떨어진다.
악! 아강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 류씨 등에 얼굴을 묻는 아강.
승유에게 칼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사병1. 위태롭게 칼을 피하며 사병1의 옆구리를 베어버리는 승유.
연이어 공격해오는 사병2 또한 사정없이 베어버린다.
순식간에 사병들을 전부 제압한 승유, 칠갑에게 칼을 겨눈다.
오? 제법이다 싶은 눈빛으로 보던 칠갑, 매서운 눈빛으로 나서는데,
저돌적인 승유에게 점점 밀리던 칠갑. 승유의 검을 겨우 피한다. 그러던 와중 승유의 공격에 검을 놓치며 땅바닥을 구르는 칠갑.
당황한 칠갑, 매섭게 다가오는 승유의 눈에 흙을 집어서 뿌린다.
본능적으로 팔로 가려보지만 눈에 들어간 흙 때문에 잠시 괴로운 승유. 그 틈을 타서 재빨리 뒤돌아 도망가는 칠갑.
승유 : (눈을 찡그리며) 거기 서라!
칠갑의 뒤를 따라 나가는 승유.
S#9. 김종서의 邸 앞 (밤)
재빨리 뛰어나온 승유, 사방을 찾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낭패한 기색이 되는 승유,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간다.
한 곳에 몸을 감추고 있던 칠갑,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S#10. 김종서의 邸 / 마당 (밤)
어느 새 교자가 놓여 있는 마당.
머리에 흰 광목천을 두른 김종서, 가노들에게 부축 받아 앉아 있다. 류씨와 아강도 김종서의 곁을 지키고 있고.
서둘러 들어온 승유, 아버지의 생존을 확인하고 눈물이 차오른다.
승유 : 아버님!
김종서 : 승유야... (시신을 보면서) 네 형은...
승유 : (차마 말을 못하다가) 놈들이 다시 올 것이니 서둘러 피하셔야합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김종서 : (단호한) 아니다!
승유 : (보면)
김종서 : 당장 공주마마 사저로 달려가 나의 생존을 알리거라!
이 김종서가 죽지 않았으니 수양에게 굴하지 말고 굳건히 버티셔야한다, 전하께 반드시 그리 전하거라. 알겠느냐?
승유 : 아버님 곁에 형수님과 아강이만 남겨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류씨 : (강단 있게) 도련님, 아버님은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울음을 참으며) 형님의 죽음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김종서 : (매섭게) 어서 가거라! 이는 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야!
(아들의 얼굴을 만져보며) 살아서...반드시 살아서 만나자꾸나.
승유, 터져 나오는 울음을 이를 앙다물고 참는다.
잠시 제 마음을 다잡은 승유, 눈물범벅된 아강이의 얼굴을 한 번 쓸어주고 비장한 눈길로 류씨를 바라본다...
승유 : 아버님을 부탁드립니다, 형수님!
류씨, 눈물 흘리며 결연하게 끄덕여준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승유, 애써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홱! 돌려 나온다!
그런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김종서의 눈도 촉촉이 젖어간다...
류씨 : 아버님!
김종서 : 그래, 서두르자꾸나.
류씨와 가노들의 도움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김종서.
S#11. 김종서의 邸 앞 (밤)
눈물을 참느라 이를 앙다물고 말 위에 오르는 승유... 뒤를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출발한다.
S#12. 경혜공주의 사저 앞 (밤)
도열한 한성부 군사들 곁. 냉정한 눈빛으로 서 있는 신면.
다급히 도착한 송자번, 신면의 귀에 은밀히 속삭인다.
송자번 : 대호가 쓰러졌답니다. '자막{대호: 김종서의 별호}'
때가 왔다! 날카로워지는 신면의 눈빛!
신면, 송자번에게 눈짓하면, 재빨리 손짓으로 수하의 군사들을 이동시키는 송자번.
S#13. 경혜공주의 사저 / 중문들 몽타쥬 (밤)
두 서넛 씩 서서 지키고 있는 내금위 군사들. 한성부 군사들 다가가자 격의 없는 농담이 오고가는 분위기.
내금위 군사1 : (농처럼) 얼씨구, 한성부가 예까지 왜 쳐들어오슈?
검을 꺼내 내금위들을 베어버리는 한성부 군사들, 예기치 않은 습격에 칼조차 꺼내보지 못하고 당하는 내금위.
뒤편에서 바라보고 있는 신면과 송자번.
또 다른 중문. 한성부의 칼날에 속절없이 쓰러지는 내금위 군사들.
반격을 시도하는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면 송자번이 나서서 제압한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내금위 군사들의 비명소리.
S#14. 경혜공주의 사저 / 안방 (밤)
바람결에 들려오는 비명소리.
고이 잠들어 있던 경혜공주, 번쩍 눈을 뜬다. 잘못 들었나 싶어 잠시 가만있는데 또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소리.
벌떡 일어난 경혜, 본능적으로 문을 열고 나간다.
S#15. 경혜공주의 사저 / 단종의 침전 앞+침전 안 (밤)
경혜의 처소 옆 전각에 마련된 단종의 침전. 불안하게 서 있는 상궁나인들 몇몇.
달려온 경혜, 고할 새도 없이 드르륵 문을 열어젖힌다.
경혜 : 전하!
문내관과 전균 곁에서 자리옷 차림으로 불안하게 앉아 있던 단종, 경혜를 보고 반색한다.
단종 : 누님!
안도의 한숨 쉬는 경혜, 얼른 단종 곁으로 가서 손을 붙들고 앉는다.
문내관과 전균이 예를 갖추고 문가에 가서 선다.
단종 : (불안한) 비명소리를 들었습니다.
경혜 : (불안하면서도 침착하게) 내금위와 한성부가 이곳을 단단히 지키고 있으니 별 일 아닐 것입니다. 심려 마시옵소서, 전하.
단종 : ...예.
그 때, 다급히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 들린다.
두려워하는 단종의 두 손을 꼭 잡아주며 문을 주시하는 경혜. 모습을 드러낸 이는 굳은 얼굴의 정종이다.
그제야 안도하고 정종을 노려보는 경혜.
정종 : 다행입니다. 처소에 안 계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전하와 꼼짝 말고 여기 계십시오.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가려는데)
단종 : 자형!
정종 : (보는)
단종 : 조심하십시오.
걱정 말라는 듯 씩- 웃어준 정종, 돌아서자마자 심각한 얼굴이 되어 황급히 나간다.
경혜, 조금은 걱정이 되는 듯한 얼굴.
S#16. 경혜공주의 사저 / 침전 앞마당 (밤)
내당을 둘러싼 내금위 군사들, 한성부 군사들과 대치해 있다. 한눈에도 수적으로 불리한 내금위, 다들 겁에 질려 있다.
내금위 군사들 뒤에 서 있는 내금위장, 당혹감이 역력히 드러난 얼굴.
한성부 군사들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신면을 설득해보려는 내금위장.
내금위장 : 신판관, 이게 무슨 짓인가? 이곳은 전하께서 계신 곳임을 모르는가?
신면 : (냉정한) 쳐라!
송자번과 한성부 군사들, 마지막 내금위 군사들을 무참히 죽인다.
제 검을 빼든 신면, 거침없이 군사들 사이로 돌진해 내금위장을 공격한다.
막아내려 애쓰는 내금위장, 신면의 기세를 당하지 못하고 점점 밀려난다.
그 새 내금위 군사를 다 죽인 송자번과 한성부 군사들, 신면의 뒤에 선다.
결국 신면의 검, 더는 뒤로 물러날 데가 없는 내금위장을 베어버린다. 사방에 흩뿌려지는 내금위장의 피!
정종(E) : (놀란) 면아!
신면, 돌아보면 충격에 빠진 채 서 있는 정종, 방금 전 신면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정종 : (이해 불가한) 면아...네가 어찌...어찌...
신면 : (차갑게) 부마를 안으로 뫼셔라.
군사들 : 예!
한성부 군사들에게 잡혀 끌려가는 정종.
정종 : (끌려가며) 면아! 면아!
차마 그 모습을 보기 힘들어 뒤돌아버리는 신면...
수양(E) : 부마와 가까운 사이셨나?
신면, 고개 들면 그 앞에 서 있는 수양과 한명회. 뒤편에는 함귀, 막손과 사병들 서 있다.
신면, 예를 갖추면 나머지 한성부 군사들도 일제히 예를 갖춘다.
한명회 : 수고 많으셨습니다, 신판관. (주위를 둘러보며) 아주 깔끔히 정리를 해놓으셨구만.
수양 : (흡족한 듯 신면 보는)
한명회 : 전하를 뵈러 가셔야지요.
수양 : (끄덕이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서는 수양.
S#17. 경혜공주의 사저 / 단종의 침전 (밤)
정종을 부려놓고 예를 갖추고 나가는 한성부 군사들.
충격에 빠진 정종을 두려운 눈빛으로 보는 경혜와 단종. 이미 옷을 갖춰 입은 경혜.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방 안에 서 있는 전균과 문내관.
단종 : 자형! 괜찮으십니까?
경혜 : 어찌 된 일입니까? 밖에 무슨 일이 있기에-
정종 : (차마 말을 못하는)
경혜 : (밖에다) 내금위장을 불러라!
정종 : ...내금위장은...죽었습니다...
경혜 : 누가, 누가 죽였단 말입니까?
차마 대답 못하고 고개 숙이는 정종 때문에 더욱 불길한 단종과 경혜...
내관(E) : (애써 담담하게) 전하, 수양대군께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그 말에 놀라 문 쪽을 보는 경혜와 단종, 정종...
경혜 : (일부러 들으라고) 야심한 시각에 기별도 없이 이 무슨 불경한 짓이란 말이냐? 날이 밝거든 다시 오시라 하여라.
S#18. 경혜공주의 사저 / 단종의 침전 앞 (밤)
검을 찬 신면과 송자번, 한성부 군사들을 대동하고 서 있던 수양.
겁에 질려 문 앞에 서 있는 상궁과 내관들.
내관1 : (떨림을 억누르고) 날이 밝으면 다시 오시지요.
내관을 보는 수양의 차가운 시선.
수양 : 다시 고하라.
S#19. 경혜공주의 사저 / 단종의 침전 (밤)
긴장한 채 문쪽을 주시하고 있는 경혜공주와 단종 및 정종.
내관1(E) : (밀리지 않는) 공주마마의 명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으악- 내관의 비명소리와 함께 장지문에 사정없이 튀는 핏자국!
그 광경에 놀란 경혜와 단종, 비명 지르며 잔뜩 움츠린다.
정종, 그제야 정신 차리고 경혜와 단종 앞을 막아선다.
문이 드르륵 열리고 등장하는 수양. 섬뜩한 표정.
수양 : (당당한) 화급을 다투는 일이라 무례를 범했습니다.
두려움에 찬 시선으로 피 묻은 옷자락의 수양을 보는 경혜와 단종.
뒤에 서 있는 신면의 칼에서 뚝뚝 흐르는 핏방울.
정종은 신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신면, 정종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싸늘하게 맞받아친다.
경혜 : (애써 두려움을 감추고) 검으로 무장한 자들을 전하 앞에 들이다니 제정신이십니까?
수양 : 이 숙부 역적 김종서를 처단하고 오는 길인지라 피치 못하게 군사를 대동하였나이다.
경혜 : (경악!) 역적...김종서?
정종, 단종 : (놀라는)
경혜 : (믿기 힘든) 처단이라니요? (끔찍한) ...좌상을...죽였단 말씀이십니까?
수양 : 역적의 수괴를 단죄하는 것이야 마땅한 일이지요.
경혜 : 김종서가 역적이라니...지금 내게 그것을 믿으란 말씀이십니까?
수양 : (종이 한 장 내어놓으며) 역모에 가담한 잔당들입니다. 이들을 불러 모을 명패를 내어주시지요.
'자막 {명패: 임금이 3품 이상의 당상관을 부를 때 이름을 적어 보낸 붉은 칠을 한 나무패}'
경혜 : (집어서 보며) 숙부의 뜻에 반하는 자들은 죄다 죽이겠단 말입니까?
수양 : (반 협박) 역모에 가담한 자들을 두둔한다면 아무리 일국의 공주라 할지라도 무사할 수 없을 것이오!
경혜 : (독하게) 왜요? 그 칼로 내 목이라도 치시겠습니까?
수양 : 내게 반기를 든다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정종 : (강하게) 대군!
수양 : (신면에게) 공주마마와 부마를 처소로 모시게.
경혜 : (경악!) 뭐요?
단종 : (두려운) 누님!
정종 : (강단 있게) 그리할 수는 없습니다. 전하 곁에 있겠습니다.
부들부들 떨며 단종을 감싸는 경혜.
송자번과 병사들 경혜와 정종에게 달라붙는다.
경혜 : 놔라!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놓지 못할까?
정종 : (재빨리 단종에게) 저들은 전하를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심기를 굳건히 하시오소서.
단종 : (두려우면서도 알겠다고 끄덕이는)
전균과 내관들, ‘마마’ ‘마마’ 부르짖는 가운데, 몸부림치며 끌려가는 경혜. 차분하게 끌려 나가는 정종.
신면의 곁을 스쳐지나가던 정종,
정종 : 승유는? 설마 승유까지 죽인 건 아니지?
신면 : (보지 않는)
정종 : (분노) 정녕 승유마저 죽인 거냐? (끌려가는)
이 모든 사태를 태연하게 바라보는 수양.
혼자 남은 단종, 의연하려 애쓰지만 떨리는 손... 그 광경을 보며 잔인하게 웃는 수양...
수양 : (소름 끼치게) 명패를 내려주시지요.
단종 : (겁에 질리는)
S#20. 경혜공주의 처소 / 안방 (밤)
경혜와 정종을 부려놓고, 문을 탁 닫고 나가는 군사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경혜, 그제야 이 상황이 실감 나 눈물이 주룩 흐른다. 참담한 심정의 정종도 말없이 서 있을 뿐이다.
차마 서로를 위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두 사람.
S#21. 수양대군의 邸 전경 (밤)
S#22. 수양대군의 邸 / 곳간 근처 (밤)
주위를 잔뜩 경계하며 걸어가는 여리. 누구한테 들킬까봐 조마조마한데, 제 앞을 막아선 누구와 부딪힌다!
여리 : 에그머니!
여리 보면 앞에 서 있는 심각한 표정의 숭이 서 있다.
숭 : 누님은 대체 어디 계시는 게냐?
S#23. 수양대군의 邸 / 곳간 (밤)
창살을 붙들고 달을 올려다보는 세령, 피곤과 충격이 겹쳐 눈앞이 가물가물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세령, 고개를 젓고 정신을 차리려 한다.
밖에 난처한 얼굴로 다가오는 여리 보인다. 반가운 세령, 여리의 손을 붙잡는다.
세령 : 왜 이제 온 거야? 그분께서는 어찌 됐어? 몸은 피하셨어?
여리 : (뒤편을 의식하며) 서찰은 전했으나 거기까진 모릅니다.
세령 : (불안한) 여리야, 여기서 나가야돼.
여리 : 아가씨! 가만히 계세요.
세령 : 그분이 안전하신지 확인을-
하다가 휘청한 세령, 그대로 맥이 빠져 스르르 바닥에 기절한다.
여리 : (놀라서) 아가씨!
숭 : 누님!
어느새 여리의 뒤에서 나타난 숭, 쓰러진 세령을 안타깝게 내려다본다.
S#24. 수양대군의 邸 / 세령의 방 (밤)
의식을 잃고 자리위에 눕혀진 세령을 걱정스레 보는 숭. 그 곁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여리.
여리 : 도련님, 안방마님께서 아시기라도 하면-
드르륵, 장지문 열리고 나타난 서슬 퍼런 윤씨.
윤씨 : 누가 제멋대로 세령이를- (하다가 아들 보고 의외라는 듯) 숭아!
숭 : (일어나 예를 갖추고) 오셨습니까, 어머님?
윤씨 : 넌 네 처소로 돌아가거라. (여리에게) 세령이를 다시 가두거라.
숭 : 어머님! 누님은 혼절하였습니다.
윤씨 : 감시가 소홀하면 김승유를 살리겠다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숭 : 저 몸으로 나가봐야 뭘 어쩌겠습니까?
윤씨, 기절해 있는 세령을 내려다본다. 조금은 안쓰러운 눈길...
S#25. 거리 (밤)
정신없이 말을 달려오는 승유.
S#26. 경혜공주 사저 / 마당 일각 (밤)
희미한 달빛 아래 살생부를 들고 서있는 한명회. 칼을 들고 명령을 기다리는 함귀와 막손, 사병들 몇몇.
잔인하게 킬킬거리는 한명회.. 먹구름에 달빛이 가린다.
S#27. 경혜공주 사저 건너편 (밤)
거리 한 켠에 말을 멈춰 세우는 승유. 말에서 내려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조심스레 길목 저편을 살핀다.
대낮처럼 환한 경혜공주 사저..대문 앞을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는 한성부 군사들..
방금 도착한 조극관의 교자와 겸종들. 대신을 맞는 송자번과 신면의 얼굴이 보인다.
그 얼굴을 보고 안도하는 얼굴이 되는 승유.
S#28. 경혜공주 사저 앞 (밤)
교자에 앉아 있는 조극관..그 곁을 지키는 겸종들... 신면과 송자번, 눈빛 교환한다.
송자번 : 명패를 보이시오.
겸종 : (명패를 내밀며) 병조판서 조극관 대감이십니다.
명패를 확인한 신면과 송자번, 고개 숙여 예를 갖추면 교자에서 내리는 조극관.
신면 : 안으로 드시지요.
조극관 : 야심한 시각에 전하께서 무슨 일로 명패를 보내셨는가?
신면 : 미처 거기까지 알지 못하옵니다.
조극관 : (별 뜻 없이) 좌상께서도 와 계시겠지.
신면 : ..예.
조극관, 별 의심 없이 문으로 향한다.
S#29. 경혜공주 사저 건너편 (밤)
대문이 열리고 조극관이 들어가면 다시 닫힌다.
승유, 천천히 신면에게 다가가려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송자번과 한성부 군사들의 칼이 순식간에 조극관의 겸종들을 도륙 낸다.
그 광경을 차갑게 보고 있는 신면! 그 모습에 경악하는 승유!! 어둠 속에 몸을 감춘다.
승유 : 설마...설마 면이가...
다시 조심스레 신면이 있는 곳을 엿보는 승유. 순간, 살기 가득한 신면의 눈빛이 이쪽을 향한다.
얼른 몸을 감추고 호흡을 고르는 승유... 친구마저 등을 돌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
김종서(E) : 당장 공주마마 사저로 달려가 나의 생존을 알리거라!
더는 지체할 수 없다. 혼란스럽지만 이를 앙다물고 자리를 뜨는 승유.
S#30. 경혜공주 사저 / 대문 안 마당 (밤)
멀리서 들려오는 군사의 목소리.
군사(E) : 병조판서 조극관 대감 듭시오.
살생부를 보는 한명회, 선명하게 써있는 ‘趙克寬’ '자막 {조극관}'
한명회 킬킬거리더니, 함귀에게 나지막하게 명한다.
한명회 : 저승으로 모셔라.
조극관이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쾅! 순식간에 다시 닫히는 대문. 온통 암흑천지인 마당..
흠칫 놀라 뒤돌아보는 조극관.. 다시 뒤돌아 가려는데, 그 앞에 서있는 커다란 그림자. 함귀와 막손이다.
조극관 : 누,누구냐?
함귀 : 저승사자!
조극관이 놀랄 틈도 없이 함귀의 철퇴가 날아온다. 퍽! 그대로 비틀거리는 조극관을 막손의 칼이 마무리한다.
어둠 속에 나온 사병 둘이 조극관의 시신을 질질 끌고 간다.
S#31. 경혜공주 사저 / 사랑채 마당 (밤)
대낮처럼 활활 불타고 있는 횃불..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서있는 수양.
수양에게 서둘러 다가오는 신숙주와 권람, 온녕..
권람 : 병조판서 조극관이 제거됐습니다.
온녕 : (만족한)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구만. 거사는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네.
수양 : (섬뜩한 눈빛) 아직 끝이 아닙니다. 김종서와 털끝만큼이라도 연관된 자들은 모조리 씨를 말려야지요.
(한명회에게) 김승유도 반드시 찾아내시게.
한명회 : (비열한 웃음) 그래야지요.
S#32. 경혜공주 사저 / 다른 문 근처 (밤)
어둠 속에서 후문의 동태를 살피는 승유.. 역시 한성부 군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기회를 노리는 승유.
이때 후문이 안에서 열리며, 한성부 군사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모퉁이 담벼락으로 달려가 몸을 붙이는 승유. 담을 따라서 신속하게 움직이는 승유..
그러다 경계를 서고 있는 한성부 군사들과 마주칠 뻔 한다.
주위를 살피며 몸을 움츠렸다가 잽싸게 담장을 넘어가는 승유.
S#33. 경혜공주 사저 / 마당 (밤)
휘릭 담을 넘어온 승유. 어둠 속 무언가 보이지 않는 물컹한 물체들 위에 떨어졌다.
담벼락에 몸을 붙이고 자신의 발밑에 깔린 물체를 확인하는 승유.. 순간 경악한다. 숨이 끊어진 조극관의 시체다.
주위를 보면, 대여섯 대신들의 난자당한 시체들이 버려져 있다.
순간 토악질이 나오려는 승유, 고개를 돌리는데...
군사(E) : 이조판서 민신 대감 듭시오!
대문이 활짝 열리고 들어오는 민신을 보고 놀라는 승유.
그러나 순식간에 대문이 닫히고, 양 옆에 숨어있는 함귀와 사병들.. 민신에게 다가선다.
본능적으로 살기를 느낀 민신이 소리친다.
민신 : 웬 놈들이냐!
대꾸조차 하지 않고 철퇴를 날리는 함귀. 철퇴를 맞은 민신이 간신히 도망친다. 그러나 퇴로가 없다.
쫓아가며 칼을 날리는 사병들. 으아악! 민신의 비명소리가 밤하늘을 가른다.
어둠 속에서 끔찍한 광경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승유..
사병들이 승유가 있는 쪽으로 민신의 사체를 끌고 온다. 어둠 속에 시체인척 가만히 벽에 기댄 채 숨을 죽이는 승유.
승유의 몸 옆에 민신의 주검이 던져지고, 눈을 뜨고 죽은 민신의 얼굴이 정면에 보인다.
그 끔찍한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승유.
사병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 천천히 민신의 눈을 감겨준다.
어둠 속. 비장한 눈빛으로 사저 안채 쪽으로 달려가는 승유.
S#34. 경혜공주의 사저 앞 (밤)
어둠 속에서 절뚝이며 나타난 칠갑. 그 앞을 가로막는 한성부 군사들에게 고함지른다!
칠갑 : 수양대군을...수양대군을 뵈어야한다!
S#35. 경혜공주의 사저 / 안방 (밤)
불안과 초조함에 방안을 왔다갔다하는 경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앉아 있는 정종.
#플래시백: 제9화 19씬
정종을 싸늘하게 바라보던 신면.
도로 현재.
정종의 절망적인 표정.
그 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경혜, 밖으로 나서려고 한다.
경혜 : 내 기필코 전하 곁으로 가야겠습니다!
성큼 나서려는 경혜의 팔을 붙잡아 막는 정종.
정종 : (단호한) 위험하니 여기 계십시오. 제가 가보겠습니다.
의외다 싶은 눈길로 정종을 보는 경혜. 정종,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앞을 막는 한성부 군사들.
정종 : (매섭게) 네 감히 일국의 부마를 가로막느냐? 당장 비켜 서거라!
주춤하는 군사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밖으로 나서는 정종.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경혜.
S#36. 경혜공주의 사저 / 안채 마당 (밤)
단호한 눈빛으로 걸어가는 정종의 뒤를 주춤주춤 따르는 한성부 군사 둘.
그 때, 저쪽에서 필사적으로 달려오는 한 남자. 어둠 속이라 얼굴이 확실히 뵈진 않는다.
정종의 뒤를 따라오던 군사들, 재빨리 달려가 남자의 앞을 가로막는다.
순식간에 군사 둘을 물리치고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자, 승유다!
정종 : (놀라서) 승유야!
승유 : (역시 놀라서) 종아!
정종 : 살아있었구나! 난 네가 꼭 죽은 줄만 알았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냐? 좌상께서 역모를 꾸미셨다는데-
승유 : 전부 수양의 짓이야. (주위 경계하며) 아버님께서는 살아계시다.
정종 : (믿을 수 없는) 뭐?
수양(E) : 뭐라?
S#37. 경혜공주 사저 / 사랑채 마당 (밤)
놀란 눈으로 한명회를 쳐다보는 수양.
한명회 뒤편에는 주눅 든 칠갑이 서 있다. 뒤에 서 있는 권람, 온녕, 신숙주의 얼굴들도 흙빛이다.
수양 : 지금 뭐라 했느냐? 김종서가...살아 있다?
한명회 : 얼른, 얼른 말씀드려라!
칠갑 : 그 아들놈 김승유가 제 아비를 피신시키려는 것 같았습니다.
수양 : (얼굴이 일그러지며) 김승유! (잔혹한 외침) 찾아라! 어떻게든 그 아비와 자식의 목을 베어오너라!
S#38. 경혜공주의 사저 / 안채 마당 (밤)
마당에 도착한 정종,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무도 없다. 그제야 한쪽 정원에 숨겨둔 승유를 끌고 오는 정종.
정종 : 얼른 들어가자. 전하와 공주마마께 어서 알려야지.
고개 끄덕한 승유, 정종을 따라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 소리.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 승유, 정종도 승유의 기척에 돌아본다. 좀 떨어진 곳에 굳은 얼굴로 서 있는 신면.
놀란 정종, 대번에 승유 앞을 막아선다.
신면을 본 승유의 눈빛, 날카로워진다. 천천히 정종을 밀쳐낸 승유, 천천히 신면에게 걸어간다.
미동도 없는 신면을 마주보고 선 승유. 두 사람의 불꽃 튀는 눈빛.
승유 : (분노를 억누르며) 내 벗이... 수양의 개가 됐구나.
신면 : 내가 택한 길에... 후회는 없다.
서로를 향해 파죽지세로 덤벼드는 두 사람. 두 사람의 접전을 보는 정종,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감정이 실린 칼끝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승유에게 신면이 점점 밀린다. 결국, 칼을 놓쳐버리는 신면.
승유의 칼날이 어느새 신면의 목에 닿아있다. 서로를 죽일 듯 노려보는 두 사람.
정종 : (다급하게) 승유야!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승유의 팔을 베는 칼날! 그 바람에 승유의 손에서 떨어져 나가는 검!
승유 놀라서 돌아보면 어느새 송자번의 검이 승유의 목에 닿아있다. 어느새 군사들에게 잡혀 있는 정종.
승유의 팔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
송자번, 정종을 밀치고 승유의 오금을 발로 탁 차면,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은 승유, 분노의 눈빛이 이글거린다.
우뚝 일어서있는 신면이 승유를 내려다보고 있다.
승유 : 신면...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
승유의 뒷목을 사정없이 치는 송자번, 옆으로 나가떨어지는 승유!
정종 : 면이 네가 어찌... 벗들을 무참히 죽일 셈이냐?
신면 눈짓하면 한성부군사들이 정종을 질질 붙들어 끌고 간다.
정종 : (끌려가며) 승유....승유야!
쓰러진 승유를 차갑게 내려다보던 신면, 발길을 옮긴다.
S#39. 경혜공주 사저 / 객방 (밤)
상기된 얼굴의 수양의 무리들.. 수습책을 찾으려 고심중이다. 그 앞에 잔뜩 긴장한 한명회, 권람, 신숙주, 온녕군..
온녕 : 낭패도 이런 낭패가 있나! 다된 밥에 코 빠트리게 생겼어요.
수양 : (묵묵히 생각에 잠긴)
권람 : (믿기지 않는) 그 늙은이가 철퇴를 맞고도 살아있다니..
신숙주 : 만약 김종서가 함길도에 있는 군사를 불러들이면 거사의 흐름이 바뀌는 건 한순간입니다.
일제히 긴장하는 좌중.
한명회 : 김종서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수양 : 김승유가 제 아비를 피신시켜놓고 활로를 찾고 있을 것이야.
한명회 : 김승유를 간과한 소인의 뼈아픈 과실이옵니다.
왈칵 문을 열고 들어와 예를 갖추는 신면을 놀라서 보는 좌중.
신숙주 : 무슨 일이냐?
신면 : 집안으로 들어온 김승유를 붙잡았사옵니다.
동시에 눈이 마주치는 수양과 한명회.
경혜(E) : 김승유?
S#40. 경혜공주의 사저 / 안방 (밤)
놀란 얼굴로 정종을 보는 경혜.
경혜 : 진정 좌상께서 살아계신단 말입니까?
정종 : 예, 마마.
경혜 : (희망에 차서) 어디 계신답니까?
정종 : 그것까지는 미처...
경혜 : 우선 김승유부터 구해내야 합니다. 저들의 고신을 이기지 못해 좌상이 계신 곳을 알리기라도 하면 큰일 아닙니까?
정종 : (머릿속으로 방법을 모색하는)
S#41. 경혜공주의 사저 / 행랑채 일각 (밤)
마당 한 쪽. 사병들 몇이 무릎 꿇은 승유를 지키고 섰다.
팔을 꽁꽁 묶인 채 재갈까지 물린 승유, 베인 팔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손가락 끝에서 뚝뚝 떨어진다.
승유의 시선, 가물가물하다.
멀리서 다가오는 세 남자의 윤곽. 보려고 애써보면 수양과 신면, 그리고 뒤에 서 있는 임운이다...
금세 다시 의식을 잃어버리는 승유...
그런 승유를 보던 수양, 임운에게 시선주면 금세 곁으로 오는 임운.
수양 : (은밀히) 오늘밤 안에 김종서를 찾지 못하면 거사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너는 집으로 달려가 만일에 대비하여라.
임운 : 예!
예를 갖추고 서둘러 사라지는 임운. 수양과 신면이 남는다.
차마 승유 쪽을 보지 못하는 신면을 날카롭게 보는 수양.
수양 : 한 때 벗이었던 자의 최후가...안타까우신가?
신면 : (약간의 망설임 끝) 아닙니다.
수양 : (그런 신면을 탐색하듯 보는)
S#42. 수양대군의 邸 / 안방 (밤)
초조한 얼굴로 방 안을 서성이는 윤씨. 옆에는 아들 숭도 함께 서 있다.
숭 : 어머님! 진정하시지요.
윤씨 : 아버님의 생사가 달린 밤이다. 어찌 마음을 놓을 수 있겠느냐?
노비1(男) : 마님, 임서방이 도착했답니다요.
윤씨 : (얼굴이 환해지는) 뭐라? 임서방이?
S#43. 수양대군의 邸 / 세령의 방 (밤)
기절해 있던 세령, 힘겹게 눈을 겨우 뜬다.
여기가 어딘지 잠시 혼미한 눈길로 둘러보던 세령. 그제야 승유 생각이 나 벌떡 일어난다!
세령 : 스승님....
곁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여리를 본 세령, 옷매무새 가다듬고 조용히 장지문을 열고 나선다.
S#44. 수양대군의 邸 / 사랑채 마당 (밤)
나오던 세령, 임운과 윤씨 보고 몸을 숨긴다.
임운과 마주 서서 대화중인 놀란 윤씨. 윤씨의 곁에는 숭이도 함께 서 있다.
윤씨 : 김종서 대감이 살아있다니? 낭패로구나... (불안한) 일이 틀어지면 어찌한단 말이냐...
임운 : (고개 숙이는)
윤씨 : 김승유는? 김승유는 어찌 되었느냐?
임운 : 공주마마 사저에 침입했다 잡혔습니다. 곧 참수될 것입니다.
참수? 몸을 감춘 세령, 경악한다!!
윤씨 : 여긴 됐으니 너는 대감 곁을 지키거라!
임운 : 만일에 대비하라는 명이 계셨습니다.
윤씨 : 대감께서 잘못 되시면 우리 모두가 잘못 된다! 어서 가서 집 걱정은 마시라 전하여라!
임운 : (그래도 망설이는)
윤씨 : 가래두!
임운 : 예, 마님!
예를 갖추고 서둘러 멀어지는 임운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짓는 윤씨.
숨어 있는 세령, 승유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윤씨가 들어가자 바깥으로 몸을 움직이는 세령. 숭, 이쪽 세령의 기척을 느낀 듯한 눈빛.
S#45. 수양대군의 邸 / 마구간 (밤)
슬금슬금 말을 끌고 나오는 세령.
세령 : 조용, 제발 조용해.
숭(E) : 누님!
세령, 깜짝 놀라서 보면 그 앞에 서 있는 숭.
세령 : 숭아!
숭 : 대체 어딜 가시려는 것입니까?
세령 : (강단 있게) 공주마마 사저로 갈 것이다. 가서 아버님을 뵐 것이야.
숭 : 그곳은 위험합니다. 군사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을 것입니다.
세령 : 그런 것 따윈 두렵지 않다. 난 꼭 가야만 해!
숭 : ...김승유를 만나러 가는 것입니까?
세령 : 누구든 나서서 아버님께서 저지르시는 끔찍한 일을 막아야하지 않겠니?
숭 : (그 말에 고개 떨어뜨리는)
S#46. 수양대군의 邸 앞 (밤)
대문 앞을 지키고 있는 노비들. 대문을 열고 나온 숭, 그들에게 명을 한다.
숭 : 잠시 시킬 일이 있으니 따라오너라.
영문을 모르고 숭을 따라가는 노비들.
비어 있는 대문 안에서 겨우 말을 끌고 나오는 세령, 금방 누가 나올까봐 기를 쓰고 말에 오른다.
이랴! 서둘러 말을 출발시키는 세령.
오랜만에 느끼는 속도감이 두려워 잠시 눈을 감은 세령, 이를 앙다물고 눈을 뜨고 속도를 더욱 높인다. 승유에게 달려간다...
S#47. 경혜공주 사저 일각 (밤)
굳은 얼굴로 서서 생각에 잠긴 신면.
수양(E) : 한 때 벗이었던 자의 최후가...안타까우신가?
그 앞에 나타난 정종, 신면을 노려본다.
정종 : 승유를 어찌할 작정이냐?
신면 :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정종 : 너 미쳤어? 친구를 죽이고 제 정신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애?
신면 : (일렁이는 눈빛)
정종 : 면아, 네가 아직 날 벗으로 생각한다면 내 청을 들어다오. 승유를 만나게 해줘. 부탁이다.
망설이는 신면에게 애원하는 듯한 정종의 안타까운 눈빛.
S#48. 경혜공주 사저 / 행랑채 일각 (밤)
포박당한 채 무릎 꿇려있는 승유, 겨우 눈을 떠 주위를 살펴본다. 사병들 대여섯이 저를 지키고 있다.
송자번이 정종을 안내해 온다.
정종 : 승유야!
포박당한 승유를 보며 안타까운 정종, 이내 송자번을 본다. 송자번, 이미 지시를 받은 듯 사병들에게 명한다.
송자번 : 물러가 있거라.
주춤주춤 사병들이 자리를 피하면 송자번도 예를 갖추고 서둘러 사라진다.
비로소 승유와 단둘이 남게 된 정종. 힘겨운 눈빛으로 정종을 보는 승유.
정종, 서둘러 모퉁이 밖을 살피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사병들..
정종 : (승유에게 바짝 다가서며) 시간이 없어.
승유 : (의아한)
손 안에 있던 은장도로 다급히 승유의 오라를 자르는 정종의 손짓. 행여 사병이 올까 서두르는 칼질 계속된다.
기어이 잘려나가는 오랏줄.
승유 : 어쩌려구...
정종 : 이대로 있으면 개죽음이다. 면이가 길을 터 주기로 했어.
승유 : (의심스런) 면이가?
정종 : ...면이도 네가 죽는 건 바라지 않는다. 일단은 여길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니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바로 뒤로 돌아가면 마구간이 있어. 거기로 가자. 면이가 잠시 군사들을 물려준댔어.
승유 : 이러다 너까지 위험해지면...
정종 : 제 아무리 무도한 자들이라 해도 부마를 함부로 하진 못하겠지.
승유 : 종아...
정종 : 네 아버님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승유 : (결연하게 끄덕이는)
정종, 주위를 살펴보며 승유를 끌고 나온다.
S#49. 경혜공주 사저 / 후문 (밤)
주위를 경계하며 말을 끌고 나오는 승유와 정종. 긴장한 정종, 먼저 뒷문 쪽으로 가 문 앞에 선다.
문 앞에 병사가 있나 없나 긴장한 승유와 정종 정종, 문을 열어 밖을 보면 아무도 없다!
정종이 승유에게 고개 끄덕이면 서둘러 말에 오르는 승유.
마지막으로 정종을 보면 눈물 어린 눈으로 승유의 팔을 꽉 쥐어주는 정종.
비장한 눈빛이 된 승유, 나선다!
S#50. 경혜공주 사저 / 후문 앞 (밤)
열린 문으로 달려 나온 승유의 말, 어둠 속으로 멀어져간다..
한쪽에 서서 그 모습 담담히 보고 있는 신면...
S#51. 경혜공주 사저 / 행랑채 일각 (밤)
승유를 지키던 사병들 우왕좌왕한다. ‘김승유가 달아났다!’ 외치며 중문 밖으로 달려가는 사병들.
들어오던 임운, 잠시 멈춰 그 소란함을 듣는다. 심각한 표정이 되어 안으로 들어가는 임운.
S#52. 경혜공주 사저 / 사랑채 마당 (밤)
횃불들로 대낮처럼 환한 마당. 섬뜩한 얼굴로 한복판에 서있는 수양. 옆에는 한명회도 서 있다.
서둘러 도착한 임운, 예를 갖춘다.
수양 : (의아한) 어찌하여 다시 왔느냐?
임운 : 마님께서 대군곁을 지키라 하셨습니다.
수양 : (알 만하다는 듯 끄덕이는)
임운 : 김승유가 도망쳤답니다.
그 말에 의미심장하게 웃는 수양. 그런 수양을 의아하게 보는 임운.
다급히 마당 안으로 들어오는 신면과 따르는 송자번. 다가와 수양 앞에 예를 갖추는 신면.
수양 : 김승유는 보내주었는가?
신면 : 예.
수양 : 일부러 놓아준 걸 알아채진 못했겠지?
신면 : 그리했을 것입니다.
수양 : 벗이었던 자네를 믿고 제 아비를 향해 달려갔겠지. 김종서를 찾게 해 줄 좋은 길잡이야.
신면 : (무표정한 얼굴)
수양 : 자네가 직접 다녀와야겠네.
신면 : (의아한)
수양 : 그 자들만으로 마음이 놓이질 않아. 자네가 가서 김종서와 김승유의 목을 확실히 거둬오게나.
신면 : (흔들리는 눈빛을 들키지 않으려 고개 숙이는)
S#53. 거리 일각 (밤)
다급하게 달리는 말발굽. 마상 위에 승유, 피로 붉게 물든 한쪽 팔에 온통 땀범벅이다.
이를 앙다물고 박차를 가하는 승유의 절박한 눈빛.
잠시 후. 간격을 두고 그 뒤를 맹렬하게 추격하는 함귀 무리들..
S#54. 거리 일각2 (밤)
달려오는 세령의 말, 이를 앙다물고 그 속도를 견디는 세령. 오로지 승유를 살리겠다는 필사적인 눈빛.
S#55. 거리 일각3 (밤)
쏜살같이 달리는 승유의 말이 모퉁이를 지나면.. 간발의 차이로 스쳐지나가는 세령의 말.
그렇게 또 스쳐지나가는 두 사람의 말...
S#56. 경혜공주의 사저 앞 (밤)
사저를 지키던 한성부 군사들, 달려오는 말에 긴장한다.
달려온 세령의 말, 점점 속도를 죽여 말을 한곳에 선다. 세령의 말에 칼을 들이대는 군사들.
놀란 세령, 다부지게 마음 먹고 말에서 내린다.
군사3 : 뉘시오?
세령 : 수양대군을 뵈러 왔소.
군사4 : 들어갈 수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더는 말할 필요 없다는 듯 문으로 향하는 세령! 군사들, 자기들끼리 눈짓 교환하고는 세령을 붙든다!
문에서 나오던 신면과 송자번, 이 광경을 보고 우뚝 멈춘다.
신면 : 무슨 짓들이냐? 당장 놓아드려라!
그 말 들은 군사들, 놀라서 얼른 세령을 놓고 물러난다.
신면, 송자번에게 눈짓하면 세령에게 목례하고 말 있는 데로 가는 송자번.
제 앞에 있는 신면을 기가 막히다는 듯 보는 세령.
신면 : 위험한 곳이니 돌아가십시오.
세령 : 어찌 여기 계십니까? (믿을 수 없는) 혹 제 아버님과 뜻을 같이 하시는 것입니까? 그분의 친구인 분이....설마...
신면 : (차갑게) 돌아가시지요. (군사에게) 댁으로 모셔라. (급히 가려는)
세령 : 그분은요? 그분은 어디 계십니까?
신면 : (멈칫하고)
세령 : (차마) ...살아는...계십니까?
신면 : (표정 싸늘해지며)
신면을 확 노려보고 문 쪽으로 향하는 세령. 그 모습을 본 신면, 작게 한숨 쉰다.
신면 : (군사들에게) 수양대군께 모셔다드려라.
군사들 : 예!
군사들, 일사불란하게 세령의 뒤를 따르면.
송자번 :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가시지요.
신면 : (끄덕이고 나서는)
S#57. 경혜공주 사저 / 안방 (밤)
기다리다 애가 탄 경혜, 제가 방 밖으로 나서려는데, 급히 방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정종.
정종 : 승유가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경혜 : (반색하는) 그것이 사실입니까?
정종 : 곧 좌상대감께서 군사를 움직여 전하와 마마를 지키러 올 것입니다.
경혜 : 그래야지요.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지요.
정종, 경혜의 손을 한 번 꼭 잡아준다.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경혜.
그 때, 문이 열리고 다급히 들어온 은금.
은금 : 마마! 전하께서 놀라셨나봅니다. 식은땀이 범벅인데다 손발이 차가워지셔서는...
놀란 경혜와 정종, 급히 나선다.
S#58. 경혜공주 사저 / 단종의 침전 앞 (밤)
경혜와 정종을 막아선 한성부 군사들 옆에 서서 어쩔 줄 모르는 전균과 문내관.
경혜 : 네 이놈들, 썩 물러서지 못할까?
군사1 :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엄명이 계셨습니다.
정종 : 비키거라! 이러다 전하의 옥체가 상하기라도 하면 어쩔 셈이냐?
군사2 : 수양대군의 허락이 계시지 않으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경혜 : (기가 막힌 듯 보는)
정종 : 전하께서는 어떠십니까?
전균 : 다소 안정되셨습니다.
분한 듯 군사들을 노려보던 경혜, 홱 돌아서 나온다.
정종 : 마마!
S#59. 경혜공주의 사저 / 사랑채 마당 (밤)
마당에 횃불 곁에 심각한 얼굴로 서 있는 수양, 굳은 얼굴로 김종서를 죽였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인기척 소리에 민감하게 보면 세령이 서 있다. 순식간에 냉정해지는 수양의 얼굴.
세령, 횃불에 이글거리는 아버지의 얼굴이 섬뜩하고 두렵다.
수양 : (차갑게) 네가 여기까지 웬일이냐?
세령 : 임서방과 어머님께서 나누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분께서 여기 계시다 들었습니다....어디 계십니까?
수양 :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돌아가거라!
세령 : 그분 댁에 혼담을 건넨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배신감에 치를 떠는) 저의 혼사를 빌미로...
그 댁 일가를 해치러 가신 것입니까?
수양 : ...이미 벌어진 일이다.
세령 : ...그 분을 살려주십시오...제발 그분만이라도- (하는데)
수양 : 김승유의 잘린 목이라도 봬줘야 네 마음을 접겠느냐?
세령 : (믿기 힘든) ...이리 잔인한 분이셨습니까?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수양과 세령...균열이 생겨버린 아버지와 딸...
수양의 시선 세령의 옆을 향한다. 세령, 수양의 시선 따라가면 우뚝 서 있는 경혜 보인다.
자신을 보고 예를 갖추는 세령을 노려보는 경혜. 걸어와 수양의 맞은편에 서는 경혜.
어느새 평상심을 되찾은 수양.
경혜 : 전하께서 많이 놀라셨습니다. 뵈어야겠으니 군사들을 물려주시지요.
수양 : 전하의 용태는 내가 살필 것입니다. 공주는 이만 돌아가세요.
경혜 : 전하 곁에는 내가 있어야합니다! 이러다 전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앙칼진) 혹 그것을 바라고 계십니까?
수양 : 공주는 말을 삼가라! 네 방자한 꼴을 더는 두고 보지 않을 것이야.
세령 : 그만 두십시오!
수양, 경혜 : (보는)
세령 : (다부지게) 공주마마를 전하께 모시겠습니다.
수양 : 네 감히 어딜 나서느냐?
세령 : 편찮으신 전하를 공주마마와 갈라놓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정녕 전하께서 잘못되기를 바라지 않으신다면 마마를 보내주십시오.
냉정하게 보는 수양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세령.
세령 : (경혜에게 작게) 가시지요.
홱 돌려 앞장 서 가는 경혜. 경혜의 뒤를 따르는 세령.
군사들이 세령과 경혜의 앞을 막는다.
수양 : (골치 아프다는 듯) 두어라.
군사들 물러나면 서둘러 안채를 향하는 세령과 경혜.
S#60. 경혜공주의 사저 일각 (밤)
걸어가던 경혜, 홱 뒤를 돌아 세령을 노려본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세령...
경혜 : 내 뭐라 했느냐? 네 아비가 옥좌를 노린다 했을 때도, 전하와 나를 해치고자한다 했을 때도,
넌 그럴 리 없다며 날 야속해 했었다. 직접 눈으로 보니 이제야 믿겠느냐?
세령 : (혼란스러운)
경혜 : 네 아비가 네 혼사를 빌미로 좌상을 죽인 게로구나.
세령 : (충격) 혹 그분이... 어찌 되셨는지 아십니까?
경혜 : (기막혀) 지금 김승유를 말하는 것이냐? 네 아비가 한 짓을 보고도 그 이름을 입에 담다니... 참으로...뻔뻔하기 그지없구나.
(잔인하게 상처주려는) 그래, 김승유는 죽었다! 좌의정 김종서를 죽인 것도 그 아들 김승유를 죽인 것도 바로 너이니라!
경멸의 눈초리로 노려보다 홱 돌아 들어가는 경혜. 그런 경혜를 참담하게 보는 세령.
S#61. 거리 (밤)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하는 승유! 간격을 두고 그 뒤를 따라는 함귀의 무리.
어둔 밤, 유난히 밝은 달...
S#62. 김승규의 처가 / 마루 (밤)
힘없이 기대고 앉아있는 김종서의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주는 류씨. 아강이는 류씨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자고 있다.
김종서 : 아가.
류씨 : 예, 아버님.
김종서 : 곧 승유가 올 터이니 너는 아강이와 사돈댁을 모시고 여길 피하거라.
류씨 : 어찌 아버님 홀로 계시겠다는 것입니까?
김종서 : 일이 틀어졌을 경우 이집으로 군사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시아비의 뜻대로 하거라. 너와 아강이마저 잃을 수는 없다.
류씨 : (눈물 흘리며 고개 숙이는)
S#63. 경혜공주의 사저 일각 (밤)
넋이 나가 그대로 서 있던 세령, 휘청휘청 걸어 나온다.
경혜(E) : (잔인하게) 그래, 김승유는 죽었다! 좌의정 김종서를 죽인 것도 그 아들 김승유를 죽인 것도 바로 너이니라!
다시 우뚝 멈춰선 세령, 참담함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세령을 찾으러 온 임운, 오자마자 예를 갖춘다.
임운 : 아가씨, 가마를 대령했습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세령 : ...그분이...진정 잘못되신 것이냐?
임운 : (보는)
세령 : 넌 다 보았겠지. 말을 해보아라. 진정 그분이...
차마 말 할 수 없다는 듯 고개 숙여버리는 임운.
그 반응을 본 세령...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물 주룩 흐른다. 제가 안 사실을 감당할 수 없어 무너지듯 주저앉는 세령...
임운 : (놀라서) 아가씨!
S#64. 김승규의 처가 근처 (밤)
더더욱 박차를 가해 말을 달리는 승유.
S#65. 김승규의 처가 앞 (밤)
노비 서넛이 어설픈 칼과 낫을 들고 잔뜩 긴장한 채 주위를 경계하는 중..
집 앞에서 급히 멈춰서 말에서 내리는 승유를 보고 예를 갖추는 노비들.
피가 흐르는 오른팔을 부여잡고 서둘러 대문 안으로 향하는 승유.
S#66. 김승규의 처가 마당 (밤)
정신없이 들어오는 승유. 대청마루에 나와 있는 김종서.
승유 : 아버지!
김종서 : (댓돌에서 일어서며) 나는 괜찮다. 병조로 갈 것이니 앞장서거라!
이때 집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비명소리에 놀라 뒤돌아보는 승유.
도망치듯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노비1, 승유 앞에서 그대로 고꾸라진다.
승유, 노비의 등 뒤에 박혀있는 칼을 보는데 그때! 들이닥치는 함귀 무리.
노비들이 함귀 무리에게 달려들지만,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다.
승유, 비장한 얼굴로 노비1에게 박혀있던 칼을 뽑아 아버지 앞을 막아선다.
승유에게 달려드는 함귀 무리.
승유의 칼이 사병 하나를 쓰러트리지만, 동시에 승유의 팔을 스치는 칠갑의 칼. 연달아 승유의 다리를 스치는 막손의 칼.
틈을 주지않고 승유의 가슴팍을 지나가는 칠갑의 칼.
털썩! 그 자리에 쓰러지는 승유. ‘승유야!’ 절박하게 승유를 부르는 김종서.
이때 김종서를 향해 달려드는 함귀.
마지막을 직감한 김종서, 서슬 퍼런 눈빛으로 함귀를 노려본다.. 그 눈빛에 잠시 주춤하는 함귀.
김종서 : (추상같이) 수양! 지하에서도 네 놈을 용서치 않으리라!
부르짖는 순간, 함귀의 칼이 김종서의 목을 사정없이 내려친다.
승유 : (절규) 아버지!
김종서, 핏물이 고인 처절한 눈빛으로 승유를 향해 손을 뻗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끝... 그러다 그만 풀썩, 떨어지는 팔... 감기는 눈...
‘아버지!’ 절규하며 김종서를 향해 기어가는 승유의 처참한 몸짓... 그런 승유를 비웃는 함귀 무리들의 비열한 웃음소리.
아버지의 주검에 다다른 승유, 부들부들 떨며 김종서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아버지를 감싸 안고 땅위로 무너지는 승유... 더는 움직일 힘이 없다...
흐릿한 승유의 시야에 칼을 들고 다가오는 함귀 보인다... 점점 가물가물해지는 승유의 시야...승유의 눈동자 감겨간다.
칠갑의 칼날 휘익 치켜드는데..
신면(E) : 멈춰라!
함귀 무리 뒤돌아보면, 들이닥친 신면과 송자번. 인상 찌푸리는 칠갑.
칠갑 : 무슨 참견이쇼?
신면 : 이곳은 우리가 수습하겠다. 너희들은 시어소로 돌아가라.
칠갑 : 남이 차린 상에 밥숟갈 올릴 생각일랑 마십시오, 판관 나으리.
막손 : 우리 손으로 김종서와 김승유의 목을 수양대군께 바쳐야겠습니다.
김승유를 내려치려 다가서는 함귀.
신면 : 물러서라!
순식간에 함귀 무리를 에워싸는 한성부 군사들.. 칼을 들고 대치하는 함귀 무리.
칠갑 : 좋수다. 김승유는 양보하지. 허나 김종서의 목은 우리가 가져가야겠습니다요.
신면 : (말없이 끄덕이는)
칠갑 : 귀하신 목이니 잘 챙겨!
함귀 무리, 김종서의 시신 쪽에서 부산하다.
참담한 승유의 시신을 보는 신면.
S#67. 보름달 인서트 (밤)
속절없이 밝은 달.
S#68. 김승규의 처가 마당 (밤)
함귀 무리가 사라진 마당. 고요한 적막.
마루에 앉은 신면, 거적에 덮인 승유의 시신을 내려다본다. 조용히 다가와 고하는 송자번.
송자번 : 돌아가셔야합니다.
신면 : 잠시 기다리거라. (혼잣말처럼) 한적한 곳에 옮겨주고 싶구나...
송자번 : (말을 잇지 못하는)
일어나 승유의 시신 앞에 가서 앉는 신면...
S#69. 산길 (밤)
터벅터벅 산길을 걷는 신면의 발걸음... 굳은 얼굴로 어깨에 승유의 시신을 메고 가는 신면...
벗과 함께 했던 나날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플래시백: 제1화 49씬
환하게 웃고 나타나던 승유.
승유(E) :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구나.
#플래시백: 제1화 54씬
함께 술을 마시던 즐거운 한 때.
#플래시백: 제1화 54-1씬
술을 마시고 함께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
그 외의 환히 웃던 승유의 모습, 모습, 모습들...
도로 현재.
우뚝 멈춰 생각에 잠긴 신면. 돌아보니 드넓은 숲속이다.
승유의 시체를 땅바닥에 내려놓은 신면, 주위에서 돌을 찾아와 땅을 파내려는데,
그 때 이상함을 느끼고 돌아본 신면, 뭔가 말하려 달싹거리는 승유의 입이 보인다...
놀란 신면, 그 모습을 보다가 천천히 검을 뽑아든다...
수양(E) : ...김승유를 향해 검을 뽑을 수 있겠는가?
김승유의 목에 칼을 겨누는 신면... 그 때, 작게 들려오는 승유의 목소리...
승유 : 아, 아버님...
신면의 검 끝이...흔들린다... 위태롭게 흔들리던 검... 홱! 검을 거두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신면.
어둠 속...홀로 남겨진 승유...
S#70. 경혜공주의 사저 / 사랑채 마당 / 다음날 (새벽)
훤히 동터오는 마당. 바닥에 툭 던져지는 보자기. 안에 삐죽 나온 김종서의 흰 머리카락 보인다.
김종서의 수급을 내려다보는 수양의 측근들.
온녕 : 김종서! 늙은 호랑이가 드디어 죽어주었구만.
권람 : 그러게 말입니다. 참으로 끈질긴 자입니다.
한명회 : (킬킬 웃고) 이제 수양대군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온녕, 권람, 신숙주, 한명회 전부 수양을 본다.
온화한 표정으로 김종서의 수급을 내려다보는 수양...
S#71. 산속 (새벽)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톡톡 떨어진다.
피범벅이 된 채 풀숲에 버려져있는 승유의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 승유의 몸이 움찔 미동한다.
그 때, 들려오는 듯한 아버지의 목소리.
김종서(E) : 승유야...일어나거라...승유야...
간신히 떠지는 승유의 눈.. 어느새 승유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빗줄기.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는 승유..
잠시 후. 승유가 누워 있던 자리는 비어있다. 저 멀리 비틀비틀 걸어가는 승유의 뒷모습 보인다.
S#72. 경혜공주 사저 / 단종의 침전 (낮)
두려움에 찬 눈으로 수양을 보고 있는 단종과 경혜.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얼굴의 정종.
그들을 내려다보는 수양을 뒤편에는 온녕, 신숙주, 권람 등이 서있다.
수양 : 김종서의 수급을 거둔 것으로 요망한 간적들이 모조리 주살되었으니 심려 놓으십시오.
정종 : (믿기 힘든) ...진정 좌상의 목을 베었단 것입니까?
수양 : 김종서, 민신, 조극관을 비롯한 역도들의 목을 만백성 앞에 효수할 것입니다.
'자막 {효수: 참형에 처한 죄인의 머리를 장대에 매달아 거리에 전시하는 형벌}'
정종, 단종 : (절망적인)
경혜 : (부들부들 떠는)
그런 경혜를 차갑게 보는 수양.
S#73. 수양대군의 邸 / 세령의 방 (낮)
죽은 듯 누워 있는 세령...눈 뜨고 있지만 아예 무표정하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보던 여리, 한숨을 푹 쉬고 도로 닫는다.
경혜(E) : (잔인하게) 그래, 김승유는 죽었다!
눈물이 주룩 흐르지만 닦을 생각조차 않는 세령...
S#74. 도성 일각 (낮)
휘청이며 걸어가는 승유를 미친 사람 보듯 피하는 백성들...
통증을 참으며 걷는 승유...쓰러질 듯 목적도 없이 걷는다. 걸어가는 승유 곁에 사람들 수군거리며 몰려가는 중.
백성1 : 진짜 김종서 머리가 걸린 거야? 아우, 끔찍해.
백성2 : 충신 김종서 대감께서 어쩌다가...
백성1 : 쉿! 입조심해, 이 사람아. 이제 수양대군 세상이야.
그 말을 듣고 놀란 승유, 반사적으로 사람들을 따른다.
S#75. 거리 (낮)
저쪽에 효수된 머리들을 구경하는 좌중들 보인다. (직접 보이지 않는) 그 아래 지키고 서 있는 병사들 보인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승유, 천천히 다가간다. 아버지의 잘린 머리를 본 승유의 경악...
#플래시백: 제9화 66씬
처절하게 죽어가던 아버지의 모습...
#플래시백: 제4화 67씬
소름끼치게 웃는 수양의 모습...
도로 현재.
말할 수 없는 분노가 들끓는 승유의 얼굴!
백성3 : 수양대군 행렬이 지나간대. 구경이나 가보자구.
백성4 : 얼굴만 봐도 오줌 지리는 거 아녀?
우르르 또 몰려가는 백성들을 보던 승유... 홱 돌아 군중 속을 빠져나가는 승유!
S#76. 거리 (낮)
통증조차 잊은 듯한 승유의 살기 어린 눈빛...
S#77. 수양대군의 邸 / 세령의 방 (낮)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윤씨. 죽은 듯 누워있는 세령이 안쓰럽다.
윤씨 곁에는 어쩔 줄 모르는 여리와 몇몇 노비들이 서 있다.
윤씨 : 곧 아버님께서 도착할 것이다. 마중할 준비를 하여라.
세령 : (가만히 있는)
윤씨 : (여리에게) 준비해서 데리고 나오너라.
여리 : 예, 마님.
올라온 여리와 노비들, 억지로 세령을 일으킨다. 인형처럼 가만히 하는 대로 두는 세령.
S#78. 수양대군의 저 근처 (낮)
구경하느라 모여든 백성들 무리, 웅성댄다. 백성들을 통제하는 군사들, 보인다.
군사1 : 물러서시오!
군중들 맨 뒤편에 선 승유, 조용히 앞쪽을 주시하면 군사1, 승유의 몰골을 보고 다가온다.
군사1 : 뭐하는 자냐?
승유 : (대답 없다)
군사1 : 썩 물러가라! 수양대군께서 곧 행차하신다.
수양의 행렬이 멀리서 다가오면 웅성대는 소리 커진다. 마치 왕의 행차처럼 양옆으로 갈라지는 사람들의 행렬.
군중의 시선은 오로지 수양이 오는 방향에 쏠린 가운데, 군사1의 칼을 본 승유, 순식간에 군사1의 목을 팔로 휘감아 꺾어버린다.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군사1, 차가운 얼굴로 군사1의 허리춤에 찬 검을 꺼내든 승유.
그제야 수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양의 곁을 호위하는 신면과 임운도 보인다. 신면의 곁에 선 송자번.
신면을 보고 수양을 보는 승유...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수양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며 군중 뒤에서 천천히 따르는 승유.
S#79. 수양대군의 邸 / 마당 (낮)
여리와 노비들, 넋이 나간 세령을 억지로 끌고 나온다.
S#80. 수양대군의 邸 앞 (낮)
갑사와 별시위 등이 삼엄하게 수양대군의 집 앞을 지킨다. 이미 집 앞에 잔뜩 몰려든 백성들...
수양대군 집의 대문이 활짝 열리고... 나오는 식솔들. 윤씨, 도원군 숭, 세정, 보인다.
점점 다가오는 수양의 행렬이 보인다. 밝은 얼굴이 되는 윤씨.
군중 속에서 터지는 환호성... 그 속에 묻혀 오로지 수양만 뚫어져라 보는 승유...
수양의 움직임에 따라 윤씨, 세정, 숭이 눈에 들어온다... 맨 끄트머리 눈에 잘 띠지 않는 곳에 서 있는 세령...
중년여인1 : 딸이 둘이고 아들이 하나래.
중년여인2 : 곧 공주 왕자가 되겠구만.
그런 말들이 들리지 않는 듯 조금씩 수양 쪽으로 가까이 가는 승유!
군중들에 가려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 자식들... 수양에게 예를 올리느라 고개 숙인 모습만 시야에 들어온다...
야수의 심장을 노리는 승유.. 천천히 검을 다잡는 손길...
검을 다잡는 승유의 손..승유의 발걸음 나서려는 순간! 고개 숙였던 수양의 자식들 고개를 든다!
갑자기 멈칫한 승유의 발.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
그 때! 천천히 고개 드는 세령의 모습 보인다!
승유, 경악에 찬 눈빛에서!!
[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