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일 년을 살았다.
업무상이지만 내겐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온 곳이다.
아름다운 제주도의 구석구석이 아직도 기억 저편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검은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맑고 드넓은 제주바다 그리고 이름도 모를 산책길에서 만난 온갖 식물들과 꽃가지들...
남들은 섣달이 못 되어 제주도가 감옥 같이 느껴질 것이라 말들 하였지만 나는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물론 육지에 두고온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외에 나를 힘들게 한다는 향수병 같은 건 일도 없었다.
누군가 그리우면 곧장 비행기 타고 가면 되는 것이었다.
퇴근 후 운동삼아 걷던 산책길은 지금도 종이에 지도를 그릴 정도로 선명하다.
모퉁이 돌아서면 무슨무슨 집이 있고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걸어가면 어떤 생김새의 커다란 나무가 서 있고 거기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예쁜 카페와 귀여운 어린이집이 그림처럼 있는...
휴가처로 제주도를 선호하는 건 어쩜 당연한 현상이다.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특별한 경험과 태평양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지형조건으로 인해 육지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보이는 한라산 영봉은 계절 따라 날씨 따라 신비로운 자태를 보여준다.
봄이면 청보리밭과 황금물결의 밀밭 그리고 샛노란 하귤과 상큼한 귤밭 이것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새까만 화산석이 배경이 되어 사진 한 장을 촬영해도 작품이 된다.
일년이란 짧은 기간에 그친 그곳 생활 중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한 점이다.
업무로 만난 사람들이 친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직원들과 연락두절이 된 점은 내게도 책임이 있다.
그만큼 사교성이 부족했고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란 자책을 한다.
적어도 삼년은 지내봐야 서로를 알고 이해할 텐데 일 년은 너무 짧았다.
그렇지만 그들의 배려와 지원이 있었기에 제주생활에 잠시나마 안착할 수 있었던 것에 늘 감사한 맘을 갖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한 가족이 이삼일 제주도에 다녀오려면 생각 이상의 경비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어디 제주도 한 번 다녀오고 싶어도 겁이 난다.
코로나로 청주에서 제주공항까지 비록 저가항공사 이긴 하지만 편도 단 돈 만원으로도 갈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언감생심이다.
추억은 추억일 뿐이요
현실은 현실이다.
그게 나같은 소시민들이 사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