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전 고등학교시절 절친한 친구와 땟목을 만들어 금강 상류에 띄우고 군산까지 떠내려 가자는 계획을 세운적이 있었습니다.
그 생각은 줄곧 내 맘속 한쪽에 늘 자리하고 있었고 후지타카약을 마련한것도, 그리고 이번 금강투어를 생각한것도 그때 못한 숙제를 마친다는 기분이었습니다. 번개를 올리자마자 풍하님이 콜을 해주셔서 얼마나 속으로 다행으로 여겼는지... 아직 카약엔 왕초보이고... 체력도 버텨줄지 조금은 걱정도 되는터라... 남도 회원님들로 몇분 동참을 해준신다기에 용기 백배하여 짐을 꾸렸습니다.
투어 코스는, 금강에서 제일 가까운 기차역인 '부강'에서 내려 택시로 금강변으로 간다음 그곳에서 야영을 하고 첫날은 부강에서 공주 곰나루 근처까지 약 35키로, 둘째날은 곰나루에서 강경까지 약 60키로,(강경까지 좀 무리하게 잡은것은 그곳에서 젓갈정식을 먹고 싶었거든요) 마지막 세째날은 강경에서 금강하구둑 못미쳐인 '화양'까지 약 30키로로 잡았습니다.
강의 끝나자마자 부지런히 집에와 짐싸들고 택시타고, 전철타고....이거 보통일 아닙디다....이렇게는 처음 움직였거든... 오후 7시가 넘어 수원역에서 열차에 올라 풍하님과 만났습니다.
40년만에 밀린 숙제를 하는구나.... 날씨는 좋으련지....? 물길은 괜찮을까....? 내 체력이 버텨줄라나....? 잔잔한 흥분에 쌓인 기대감과 함께 여러가지가 걱정도 되었습니다.
열차에 올라 부강으로 가며... 마침 저희 좌석칸은 장애자를 배려한 차량이라 휠췌어를 놓는 공간이 넓직하여 그곳에 짐을 두었습니다.
한시간 남짓 달려 부강에 도착하였습니다. '부강' ..... 정말 옛날에 약수터에 한번 온적이 있을뿐인 아주 작은 시골입니다. 70년대에 한화에서 세운 공장이 하나 달랑 강변에 있을뿐...
먼저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았습니다. 풍하님이 추천한 식당으로 들어갔더니 외양과는 달리 음식이 좋았습니다. 5000원짜리 백반에 닭도리탕도 나오고, 청국장도 괜찮고... 그래서 막걸리를 한병 주문하여 성공적인 투어를 위해 건배도 하였습니다.
식사후 택시를 타고 배를 댈수있는 강변 백사장으로 가 달라고 하였더니 나이드신 기사분이 잠자기 좋을거라고 강변 팔각정 정자로 안내를 하여 주셨습니다.
팔각정에 자리를 잡고... 풍하님은 모기가 무서워 일지감치 텐트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그냥 자기로 했으나 결국은 나도 텐트를 쳤음.
아침 6시경 일어나 식사후 카약을 조립하고 출발 준비를 마치니 9시가 가까워졌다. 강변으로 내려갔다. 수량은 제법 많으나 거의 흐름이 없다. 옅은 구름도 끼어 날씨도 좋고... 자...드디어 300리 투어의 시작이다 !!!
론칭하기전에 기념 촬영(풍하님)...얼굴에 굳은 의지가 뵌다.
공주를 향하여.....앞에 부강의 몇몇 공장들이 뵌다.
출발하자마자 작은 다리밑에 설치된 수중보에 걸렸습니다. 할수없이 내려서 카약을 옮기고 다시 승선했습니다만 그만 바위에 걸려서 배밑바닦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처음엔 물이 튀겨서 들어온 줄만 알았는데... 그래 다시 강변에 배를 대고 테이프로 구멍을 떼우고.... 가뜩이나 늦게 출발하여 갈길이 먼데....수중보만나 지체하고, 또 빵꾸떼우느라 지체하고...
한시간 정도 지난 첫번재 휴식중에...연기군 동면 합강리앞 옛 나루터 부근 여기서부터가 (강건너 왼편 언덕을 지나서 왼편으로)'행정수도예정지'입니다. 그래선인지 강 양쪽으로는 산들이 거의 뵈이질 않습니다.
멀리 대평리(다리의 왼쪽)의 금남교를 바라보며...
내가 어렸을때 이곳 금남면에 살았었지요.(서울에서 이곳으로 피난을 와서 태어났음) 서울을 갈때면 이 강에 다리가 없어(6.25때 폭격으로 파괴되어) 버스로 강뚝까지 와서 나룻배로 강을 건너고 다시 건너편에서 기다리는 버스를 타고 다녔읍니다.(서울의 한강도 마찬가지 였음)
금남교 교각아래에서 휴식...
또한 이곳은 대학때 돌아가신 제 어머님의 시신을 화장하여 유골을 뿌린 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심전심으로 풍하님이 이곳에서 쉬어가자고 하셨나 봅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후 내려가노라니 앞에서 물소리가 요란합니다. 아이고...맙소사...또 수중보입니다. 풍하님은 용감하게 그 허연 물살로 배를 끌고 내려가고 저는 옆으로 돌아 배를 옮겼습니다.
아주 초장에 진이 다 빠졌습니다.
행정수도 예정지 끝부분, 왼쪽 강가에 있는 한림정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림정은 언덕 꼭대기에 있어 올라갈수 없고... 그 옆에 공사중인 커다란 다리(대전 당진간 고속도로) 아래에서 점심먹고 꿀같은 낮잠을 잠간 잤습니다.
왼쪽으로 산림박물관 들어가는 '불티교'
전에 없던 새로 놓은 다리입니다. 차량도 사람도 통행은 전혀없는.... 공주군에서 새로 산림박물관인가 뭔가를 세우고 그 진입로로 만든 다리입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오는 박물관인지는 모르겠으나 양쪽에 마을다운 마을도 없는 외딴곳에다 이런 거창한 다리를 놓았습니다. 관광객은 없어도 박물관 직원들은 이용하겠군. 우리같이 배타고 지나가는 관광객(?)도 몇명은 있을려나? 물론 자기돈은 안들었지요.....
불티교 근처에서 풍하님
불티교를 지나 '청벽'에 도착했습니다. '푸른강물이 흐르는 절벽'이라는 뜻입니다. 대전에서 동학사를 지나 공주로 오는 길목으로 전에는 비포장 산길로 길이 아주 험했지만 지금은 4차선 도로가 시원스레 뚫려있습니다. 청벽에서 휴식중에.... 옛날에는 절벽 아래로만 푸른물이 흘렀는데 지금은 군데군데 막아 놓은 수중보로 인해 강폭이 매우 넓어졌습니다. 사람없는 '대전체육고등학교' 선착장에서 폼나게 의자에 앉아 쉬었습니다.
제 뒤로 멀리 청벽대교가 보입니다. 왼편으로 산을 넘어가면 동학사, 대전에 이르고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공주 의 신시가지에 달합니다.
청벽대교를 지나 공주 시내를 향하여....물은 아주 잔잔한게 마치 거울 같았습니다. 왼편 산아래로는 구 도로가 보입니다. 청벽대교를 놓기전에는 이 길로 강을 내려다보며 다녔습니다. 풍광이 아주 그만이었지요.
다시 5, 6키로 더 내려와 신공주대교입니다. 풍하님이 지도를 보며 갈길을 헤아려 보십니다. 랜딩할데가 없어 교각의 둥그런 기초에서 쉬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합니다. 이 신공주대교는 논산으로 가는 23번 국도를 연결해 줍니다. 왼편으로 다리를 건너 좀 내려가면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고즈녁한 사찰, '갑사'가 나옵니다.
이윽고 공주시내로 들어왔습니다. 공주의 구시가지와 공주대가 있는 신관동, 신시가지를 연결해주는 공주대교 아래에도 커다란 수중보가 있어 또 다시 짐과 배를 들어서 날랐습니다. 아이고...허리야....그렇지않아도 허리가 아픈데....
공주의 상징인 금강교를 바라보며 왼편으로 공산성을 끼고 거울같은 강물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오른쪽로는 하얗고 깨끗한 백사장이 펼쳐있어 대학땐 까끔씩 이곳에 와서 산책도 하고 술도 마시던 곳이었는데... 공산성아래 거울같은 비단강을 내려가시는 풍하님...멀리 공산성의 전망대와 금강철교가 보인다.
이곳 공주는 잘 아시다시피 옛 백제의 고도입니다. 옛이름은 '웅천', 또는 '웅진'이라 하였고 64년간 수도로 있었지요. 1896년부터 충청남도 도청 소재지였다가 경부선의 개통이후 1928년에 도청이 대전으로 이전되었고 이때 지역민들의 아쉬움을 달래기위해 이 다리를 놓았지요. 철제 트러스교(철교)이나 기찻길은 없고 좁은 2차선 다리입니다. 지금은 너무 낡고 좁아 사람이나 소형차들만 오갈수 있습니다.
그래도 공주는 고속도로 개통전까진 삼남지방 교통의 중심지로서, 60년대까지는 이곳 공주의 교통량이 대전보다도 많았었습니다. 또한 공주는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 가을이 되면 '백제문화제'가 열리는데 아마도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문화축재일것입니다.
다리밑에는 또 수중보....어휴 징그러워... 안간힘을 써가며 낑낑거리고 또 짐과 배를 옮겼습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곰나루 백사장에 닿았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 4, 5키로 더가서 고속도로다리밑에서 야영을 해야 하는데 출발도 늦었고 수중보 4개 지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그냥 곰나루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빗방울이 오락가락하여 어디 처마있는데를 찾아볼까 하다가 그냥 백사장에 텐트를 쳤습니다. 애당초 다리밑에서 야영하는걸 기본으로해서 짐의 무게를 줄이려 프라이와 팩등은 안가져 왔지요.
어둠속에서 붉은 하늘을 보며 저녁을 먹고 이틀째 밤을 보냈습니다. 멀리 '우성'가는 도로의 노란 가로등 불빛도 밝고 자동차의 굉음도 밤공기를 속으로 지척같이 들립니다. |
출처: 자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봉공진
첫댓글 고생하신게 눈에 선합니다..하지만 그 고생 저도 직접 해보고 싶네요 ^^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듯 합니다. 엄청 힘드셨을 듯. 완주 축하드립니다.
파이팅!!!!!!!!!
원문보기로 블로그 가보니 행복한 후기가 너무많아 아침이 풍성해 지네요..^^ 카약과 자전거 여행 많이 다니셨네요..많이 꿈꾸던 세계 인데....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투어의 범위를 늘려 보고 싶네요...
옛날생각 많이 나셨겠습니다. 상세한 설명과 좋은 그림 잘 보았습니다.
여행의 참맛을 경험하시는 것 같습니다. 옛 추억까지 되새기면서요...이번에 정말 좋았겠습니다. 고생은 돈 주고도 한다는데 역시 돈 들여가면서 하니까 후회는 없지요...6.25이야기 나오고 하시는데 아직도 많이 젊어 보이십니다. 건승하십시오.
멋지십니다. 글 그림 같이 동행한 듯 재밌게 즐겼습니다.
멋지십니다, 봉 선생님...
멋지고 대단하십니다...^^
아직 시작도 못한 사람입니다..그러나 사진과 글을보니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수고하셧구요,.,.,밀린숙제? 해결하신거 축하드려요^^; 전 어릴때 (중학교때)자전거 전국여행을 준비하여 고등학교때 하고자 하였으나 결국 고등학교 마치기전 취업하느라 그 꿈을 접엇읍니다...언젠가 우리 아들들과 집사람과 트레일러에 캠핑장비 와 자전거싣고 자전거 투어를 가볼려고 합니다...
캠핑카꿈 꼭 이루시길 바라며....거기다 카약싣고 다니면 즐기는 다양성이 더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