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단편 `엇박자D'로 제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가로 선정된 김중혁(39)씨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소설 `좀비들'을 펴냈다.
얼마전 친구 김연수 작가와 영화에세이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선보이기도 한 김씨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관찰력으로 주목을 받아온 소설가.
두 권의 작품집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에서 엿보인 그의 놀라운 상상력과 능청스러운 유머가 여지없이 이번 작품 속에도 묻어난다.
지난 2000년 등단한 작가가 10년 만에 선보인 첫 장편인 만큼, 작가 자신도 쓰고 싶던 주제의 결정판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정성을 들여 완성한 이야기이다. 집필에만 꼬박 2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제목만 보고 영화 `레지던트 이블'과 같은 유혈이 낭자하는 일반적인 좀비류 이야기로 생각하고, 좀비의 등장을 마냥 기다린다면 꽤나 오랫동안 책을 들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소설의 주인공 채지훈은 전국을 돌며 휴대전화 수신감도를 측정하는 것이 직업이다. 작업을 하던 어느 날, 전파가 전혀 잡히지 않는 `고리오마을'이라는 이상한 곳을 발견한다.
얼마 후 죽은 형이 남긴 유품 중 1960년대에 활동한 알려지지 않은 록그룹 `스톤플라워'의 LP판을 발견한다.
주인공은 `스톤플라워'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뚱보 130을 만나 친구가 되고, 스톤플라워 리더의 자서전을 번역한 할머니 홍혜정과 그녀의 딸 홍이안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독자들이 좀비의 존재에 대해 잊어갈 때쯤, 주인공과 뚱보 130 앞에 좀비가 불쑥 나타난다. 둘은 좀비를 처치하는데 성공하고, 고리오마을과 인근이 완전히 봉쇄된다.
주인공 일행이 스톤플라워의 음악을 틀어놓고 수백명의 좀비들을 인솔(?)해 어디론가 떠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이것은 좀비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잊고 있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창비刊. 376쪽.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