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상갑리길은 온통 가을가을한 길이었습니다.
떨어진 노란은행잎을 밟으며, 또 날리는 단풍잎을 맞으며 귀한 손님들이 왔습니다.
청양고 바이오식품과에서 공부하는 여학생들과 남학생들 20여 명이 온 것이었습니다.
청양에서 70%를 생산하고 있는 구기자의 발효청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청양댁님의 마당은 노란밭이었습니다. 떨어진 은행잎이 수북하게 쌓여 '시몽'이 떠올랐습니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버리고 막 뛰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은 멋드러지게 물 들고 있는 나무 밑에서 청양댁님의 '구기자발효청' 담그는 설명을 들은 후, 손수 유기농구기자 하우스에 들어가 예쁘고 잘 영근 구기자 500g씩을 땄습니다. 조그만 벌레들을 보며 여학생들은 꺅꺅 소리도 질렀습니다.
딴 구기자를 저울에 달아, 맑은물에 씻었습니다.
청양댁님이 미리 준비해놓은 유기농설탕 500g과 잘 섞은 후, 조그만 통에 담았습니다. 물론, 각자 이름을 통 뚜껑에 썼습니다.
테이블에 나란히 완성된 구기자발효청통을 놓고 청양댁님께서 부연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학생들은 청양댁님이 준비해 주신 '구기자분말을 넣은 백설기'를 먹으면서 들었습니다. "구기자는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있지만 특히 간 보호와 뇌세포 활성화에 뛰어나, 여러분들이 많이 먹으면 좋을 것" 이라는 말씀을요.
이날 만든 구기자발효청은 학교에 보관하며, 선생님의 지도 아래 한 달 동안 2일에 한 번씩 스푼으로 저어주게 됩니다. 그런다음 거름망을 통해 진액을 걸러냅니다. 진액에 물을 섞어 마시면 몸도 정신도 튼튼하고 맑아 질 것입니다.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청양댁님의 마당을 넘어, 키큰 은행나무를 넘어, 상갑리 고을에 머물렀습니다.
구기자발효청은 담그지 못했지만, 우리에게도 분명 저 시절은 있었을 테지만,,,
학생들의 그 모습을 보는 눈길 가득 부러움이 묻혀졌습니다.
첫댓글 며칠전 일인데 새록새록하네요.
진심으로 새로운 사회를 향해 발을 내딪는 고3학생들이 좋은 진로를 찾아가기를 빌어봅니다.
어제,오늘 단풍이 절정인듯합니다.
저희동네에서 읍내나가는 길에 봄이면 벚꽃으로, 가을이면 단풍과 억새로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작은 산이 있는데요, 저는 이 산을 '설악산'이라고 부르죠. 나의 설악산이 빛을 발하는 계절이예요.